자민당의 애초 설립 목적은 사회당과 경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본 좌익 세력이 그 어떤 주요한 권력도 장악하지 못하도록 원천봉쇄하는 것이었다.
_ 정치 중 - P426
자민당과 일본의 우파가 좌파들에 분노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좌파들이 갖고 있던 이데올로기적 열정때문이었다. 그런 이데올로기적 열정이 ‘일본적이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자민당 정치인들에게 정치적 이데올로기라는 것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1930년대의 ‘혁신 관료‘의 통치 철학이었던, 강력한 국가가 이끄는 조합주의corporatism에 가까웠다.
_ 정치 중 - P429
이 지배 구조에서 가장 정치적 중심에 가까운 역할을 하던 존재는 국회도 아니었고, 파벌로 점철된 자민당도 아니었다. 그것은 일본의 힘 있는 정부 부처들 중에서도 가장 힘 있는 부서였던 재무성의 예산국(정식 명칭은 주계국)이었다.
_ 정치 중 - P434
그렇지만 1955년 체제는 두 가지 심각한 결점을 갖고 있었다. 하나는정책 방향의 중대한 전환을 가능케 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없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체제 외부의 야심만만한 사람이 체제 내부의 복잡한인맥과 힘의 균형에 정통하게 되면 그에게 손쉽게 체제를 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외부 인사가 역사적인 분기점에 때맞춰 등장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미군정 이후 처음으로 외부 환경으로 인해 일본이 중대한 ‘경로 수정‘을 할 것을 강요받던 시기였다.
_ 정치 중 - P437
점잖아 보이는 일본 정부의 상당 부분이 사실은폭력배의 손아귀에 놀아나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일본이 마치 미국에의존해 연명하는 중앙아메리카의 가난한 나라나 중동의 변변찮은 독재국가라도 되는 듯 미국이 그 폭력배를 이용해 정치 자금을 뿌려 일본정치를 조종하려 했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로 드러났지만, 일본 정부의 엘리트들은(지식인과 저널리스트들은 물론이고 그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 민낯의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되게 원인을 제공한 사람, 다나카 가쿠에이에게 원초적 분노를 쏟아냈다.
_ 정치 중 - P450
잘못된 일을 바로잡기 위해 오자와는 두 가지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 돈을 뿌리는 능력이 아닌 명확한 정책 비전을 제시하는 능력으로 경쟁하는 진정한 양당제도 시스템과 (2) 정치에 의한 관료사회의 통제가 그것이다. 다나카는 강력한 정치인이라면 관료를 본인의 뜻에 따라 움직이게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오자와는 다나카의 정치 수단을 단지 예산의 선심성 배분을 통해 정치적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정치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사용하고자 했다.
_ 정치 중 - P464
이중사고란 두 개의 서로 모순된 개념을 동시에 따라 행동하고, 생각의 흐름이 그 모순을 더 견디지 못할 정도로 위험한 상태에 도달하기 전에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중단해버릴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_ 정치 중 - P468
사회당은 자민당을 상대로 정치적 구호를 외치고 도덕적 우위를 과시했다. 하지만 진정한 내각을 구성할 수 있는 아무런 현실적인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야당의 위치만 차지하고 있던 사회당은, 기실 진짜 야당의 출현을 방지함으로써 기존의 권력 구조를 지탱하도록 해주는 유용한 한 축에 불과할 뿐이었다.
_ 정치 중 - P471
전국 방방곡곡에 깔려 있는 우체국들은, 친절한 서비스와 약간 더 높은이자율을 제공함으로써, 일본의 대형 민간 은행들보다도 더 많은 예금을 유치한다. 이 예금이 정부의 재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의 ‘비밀자금‘이 된다. 다나카와 그 후계자들이 표를 확보하기 위해 지방에서 벌였던 ‘하얀 코끼리‘ 사업에 들어간 예산의 상당 부분이 여기서 나왔다." 우정 민영화 법안의 진짜 목적은 이 비밀 자금을 원천 차단하는것이었다.
_ 정치 중 - P479
세계는 일본이 왜 1930년대에 벌어졌던 일들에 대해서 독일처럼 반성하지 못하는가 의아해한다. 하지만 많은 일본인에게 있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정신적인 자살이나 마찬가지다. 1930년대의 전쟁과 그로 인한 여파를 겪고도 독일에서와는 달리 일본인들의 조국과 역사를 사랑하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단지 그 마음에 상처를 입었을 뿐이다.
_ 정치 중 - P484
국민의 관심사는 삶의 질과 노후자금의 마련, 자녀들이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할 수 있을지의 여부, 노부모를 어떻게 부양할 수 있을지와 같은 문제였다.
_ 정치 중 - P4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