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해석전문가 - 교유서가 소설
부희령 지음 / 교유서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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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똑똑히 기억해두었다. 사람을 사람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하는 방법. 누워 있는 사람 위로 무엇인가를 던진다. 돈은 던지지 않는 게 좋다. 누워 있던 사람이 벌떡 일어나 모두 찢을 수도 있다.

_ 콘도르는 날아가고 중 - P12

사랑에 빠지지 않을 거라는 맹세처럼 어둠 속에서 혼자 걷지 않을 거라던 맹세도 깨졌다.

_ 콘도르는 날아가고 중 - P29

나는 상처가 아물어도 흉터는 남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_ 콘도르는 날아가고 중 - P31

낯선 곳에서 고작 며칠을 지냈을 뿐이었으나, 말을 알아듣고 표정을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난 반가움이 컸다. 그냥 말을 걸어본 것뿐이다. 멀리 왔으니, 예전에는 하고 싶어도 하지 않던 일들을 하는 것뿐이다.

_ 구름해석전문가 중 - P38

구름은 산을 타고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요. 산을 완전히 보려면 구름 아래에 있어서도 안 되고, 구름 속에 있어서도 안되고, 구름 위에 있어야 해요.

_ 구름해석전문가 중 - P44

선우가 작가들끼리의 중요한 모임이 있다면서 일방적으로 약속을 취소하는 일이 잦아졌을 때, 더는 술에 취해 전화를 걸지 않고 이경의 전화를 세 번에 한 번쯤밖에 받지 않게 되었을때, 이경은 정말로 선우의 삶에 휘말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관계가 혼란과 괴로움을 부추겼다. 이경은그의 하루 24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고 싶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했다. 매일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고, 매시간 SNS를 통해 자취를 확인하기도 했다. 그럴수록 선우를 알 수 없게 되었고, 자기 자신도 낯설어졌다.

_ 구름해석전문가 중 - P51

오래 사귄 애인이랑 헤어지려고 여행을 떠난 거래요. 헤어졌다가 다시 만났다가 자꾸 그래서요. 지겨운 윤회의 사슬을 끊으려고 히말라야로 왔대요.

_ 구름해석전문가 중 - P57

선우가 쓴 선우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경이 쓴 이경의 이야기를 읽고 싶었어야 했다고. 그의 삶이 아니라 나의 삶을 바라보아야 했다고.

_ 구름해석전문가 중 - P58

오직 바람과 산뿐인 세상은 아름다웠다. 저절로 오체투지를하고 싶게 만드는 묵직한 아름다움이 스며 있었다. 문득 시신을 땅이나 바위, 나무 위에 내버려둔 채 시간의 힘으로 풍화되기를 기다리던 풍장의 풍습을 이해할 수 있었다.

_ 완전한 집 중 - P78

바로 옆에서 마치 대답이라도 하듯 타르초가 거센 바람에 힘차게 펄럭였다. 금희는 바람이 세상을 한바퀴 돌고 다시 이 자리를 지나갈 때쯤 자신의 업도 흩어지고 사라지기를 소망했다.

_ 완전한 집 중 - P89

그는 무엇보다도 돈을 벌어야 한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닫고 있었다. 돈이 가장 중한 시절이 올 것이다. 그의 몸속에 흐르는 피는 양반이나 농사꾼의 것이 아닌 게 분명했다. 그보다는 봇짐장수로 평생 떠돌던 외조부의 피에 더 가까웠다. 그가 믿는 것은 발로 디딜 수 있는 단단한 길, 혹은 지금 무거운 콩 섬을 떠받치고 가는 강물처럼 매끄럽고 확실한 길이었다.

_ 만주 중 - P94

그러나 좋은 운이란 언젠가는 불행으로 갚아지기 마련이라는 미약한 불안이 임의 마음속에 앙금으로 남았다.

_ 만주 중 - P111

그녀가 소리 높여 울 때는 오로지 이루어지지 않은 욕망과 해소되지 않은 분노 때문이었다.

_ 만주 중 - P121

눈앞에서 일본도가 번득이던 순간, 마룻바닥에 꽂힌 은빛 칼날을 보면서 그는 깨달았다. 진실은 단순했다. 임돈은 누구의 세계에도 속하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만 속한 사람이었다.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경옥이 아니라 바로 임돈 자신이었다. 세상과의 아득한 거리를 모르핀 삼아 자기만의 세계로 달아나고 또 달아나는 사람이기도 했다.

_ 만주 중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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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 2014-2018 황현산의 트위터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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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uor1 2015년 1월 21일 오후 2:09
알제리 독립운동을 다룬 어느 책에서 읽은 이야기. 탄약을 나르고 진지구축을 돕던 여자들이 불편한 히잡을 벗기 시작했다. 그걸 나무라는 무슬림은아무도 없었다. 진정한 해방 전쟁은 인간을 해방한다. 내가 탈레반이나 IS를 불신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 P101

@septuor1 2015년 1월 22일 오후 4:43
아이는 모방하고 그 모방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성장한다. 농담 기능이 억압되거나 봉쇄되면 모방과 의미 부여가 단순하고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근본주의와 극단주의가 하나의 길을 제시한다. 농담하는 극단주의자를 본적이있는가. (농담 기능은 내가 만든 말) - P103

@septuor1 2015년 2월 13일 오전 7:09
로트레아몽을 같이 읽는 학생들이 나더러 짝사랑을 한 적이 있느냐 물었다. 왜 없겠는가. 젊은 날 내가 짝사랑한 사람도 있었고, 나를 짝사랑한 사람도있었다. 인간의 일 가운데 짝사랑만큼 훌륭한 일도 드물다. 짝사랑은 아름다운 것이 항상 거기 있게 한다. - P120

@septuor1 2015년 2월 21일 오후 10:04
명랑하기는 성격만으로 되는 일이 아닌 것 같다. 명랑하기는 윤리이기도할것이다. 늘 희망을 가지려고 애쓰고 다른 사람들을 사랑해야만 명랑할 수있지 않을까. - P126

복잡함 인연으로 쌓인 업을 스스로 풀 길이 없음을 깨닫고 되면,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믿음은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미움받지 않게 해달라고, 간신히 빌 수 있을 뿐이다. 금희는 문득 윤의 글을 떠올렸다. 소망이 소중한 이유는 노력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

_ 완전한 집 중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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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표 위 경제사 - 대중음악과 자본주의, 그 동행의 역사
이두걸 지음 / 루아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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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3년간 주가는무려 89% 폭락했다. 주식시장의 붕괴는 이듬해인 1930년 은행의 위기로 이어졌다. 1933년까지 미국 전체 은행의 40%인 6000여 곳이 파산했고, 250억 달러의 예금이 허공으로 사라졌다."자본시장의 젖줄 역할을 하는 은행이 문을 닫으니 실질금리는 크게 올라갔고, 이는 다시 기업과 가계의 연쇄 파산으로 연결되었다. 미국 금융시장의 붕괴는 곧바로 전 세계 금융시장으로 확산되었다.

_ ‘야만‘의 시대, 그 속에서 울려 퍼진 재즈와 모더니즘음악 중 - P279

‘아메리칸 드림‘은 없는 이들에게는 허상에 가까웠다. 결국 이는 극심한 빈부격차로 이어졌고, 소비의 주역인 중산층이 충분히 성장하지 못해 내수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_ ‘야만‘의 시대, 그 속에서 울려 퍼진 재즈와 모더니즘음악 중 - P284

20세기 녹음기술과 라디오의 등장은 음악이 시공간의 제약이라는 족쇄를 풀고 보다많은 대중에게 다가가게 만드는 ‘해방의 열쇠‘가 되었다. 또 재즈는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이 음악사에서 처음으로 주역으로 부상하게한 ‘해방의 선율‘이었다. - P287

20세기 작곡가들은 무조음악 등 과거와 결별한 음악 사조를 새롭게 창조해야 했다. 지휘자의 권한이 이전보다 강해졌다는 점도 특징이다. 고전을 어떻게 지휘자가 ‘재해석하느냐가 관건이 되었기 때문이다. 고전음악계는 19세기 전까지의 ‘작곡가의 세기‘와 결별하고 20세기 ‘지휘자의 세기‘를 새롭게 맞이하게 된다.

_ ‘야만‘의 시대, 그 속에서 울려 퍼진 재즈와 모더니즘음악 중 - P292

여기에 1946년 컬럼비아레코드는 LP레코드를 내놓는다. 한 면에 4분가량 저장할 수 있었던 SP레코드에 비해 다섯 배 이상 늘어난 23분가량의 음악을 저장할 수있었다. 1963년에는 필립스가 카세트테이프를, 1983년에는 필립스와소니가 CD를 선보였다. 이후 1997년에는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가음원을 디지털로 손실 압축한 MP3가 등장한다. 2010년대 이후에는스마트폰 등 통신기기와 무선통신 환경을 갖추면 언제 어디서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서비스도 보편화되었다. 음악을 듣기 위해 음반과 재생기기가 필요하다는 물리적 제약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_ ‘야만‘의 시대, 그 속에서 울려 퍼진 재즈와 모더니즘음악 중 - P293

이른바 ‘지구촌 시대의 주역으로 사람들은 인터넷이나 텔레비전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처음 지구촌 시대를 연 공은 응당 라디오에 돌려야 한다.

_ ‘야만‘의 시대, 그 속에서 울려 퍼진 재즈와 모더니즘음악 중 - P294

이는 라디오가 역사상 가장 ‘평등한 발명품‘이라는 점에 기인한다. 라디오는 한번 구입하면 공짜로 뉴스나 음악, 드라마, 쇼 프로그램을 무한대로 들을 수 있었다. 가격도 높지 않았다.

_ ‘야만‘의 시대, 그 속에서 울려 퍼진 재즈와 모더니즘음악 중 - P295

1910 년대에는 새로운 음악 장르가 나타난다. 바로 재즈다. 음악평론가 강헌은 재즈와 로큰롤의 등장은 인류 문화사에서 프랑스대혁명에 비견될 정도로 중요한, 인류 예술사에서 가장 위대한 변화를 이끌어낸 대변환의 상징이라고 평가한다. 둘 다 모두 당시 가장 비천하고 남루한 존재였던 아프리카 흑인음악에 기원을 두고 있어서다.

_ ‘야만‘의 시대, 그 속에서 울려 퍼진 재즈와 모더니즘음악 중 - P297

거의 모든 구성원이 동시에 즉흥연주를 했다. 당시 뮤지션들은 대부분 악보를 읽을 줄 모르는 ‘까막눈‘이었고, 이에 귀에 의존해 연주해야했다. 곧 재즈는 연주되는 바로 그 순간만 존재하고 또다시 재현될 수없는 한 번의 오리지널리티를 지닌 음악이다. 이로써 재즈는 음악의 특정 장르가 아닌 음악 ‘연주‘의 특정 장르이고, 작곡가가 아닌 연주자의 음악이라고 말할 수 있다.

_ ‘야만‘의 시대, 그 속에서 울려 퍼진 재즈와 모더니즘음악 중 - P298

1차 세계대전 직후 세계최강대국으로 부상해 국민이 물질문명의 혜택을 누리게 된 당시 미국을 일컬어 ‘재즈 시대 Jazz Age‘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라고 부른다. 그 중심에는 마피아의 검은 돈을 젖줄로 한 ‘빅밴드 시대‘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_ ‘야만‘의 시대, 그 속에서 울려 퍼진 재즈와 모더니즘음악 중 - P302

그러나 스윙의 시대는 2차 세계대전 종결과 함께 막을 내린다.
여러 이유가 있다. 빅밴드는 큰 조직으로 움직이다 보니 애초 비용이많이 들었다. 여기에 밴드 대신 가수와 노래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대중음악산업이 발전하면서 빅밴드가 설 공간이 좁아졌다. 라디오는 빅밴드의 실황 연주 대신 음반 음악을 전파에 실었다. 이에 더해 스윙재즈는 구닥다리 음악으로 여겨졌다. 재즈씬에서도 새로운 변혁이 필요했다. 그리하여 훗날 ‘비밥 혁명‘이 시작됐다.

_ ‘야만‘의 시대, 그 속에서 울려 퍼진 재즈와 모더니즘음악 중 -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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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가면 길이 된다
이상헌 지음 / 생각의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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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수치에 대한 해석은 늘 비슷하다. 나빠지면 나빠지는대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고, 좋아지면 좋아지는 대로 ‘샴페인을 터뜨려서는 안된다. 그래서 경제 날씨와 관계없이 늘 우산을써야 한다. 또 하나, 경제예측 수치는 그야말로 요해 불가다.

_ 경제예측이라는 점쟁이 중 - P215

비천한 출신 배경 때문에 그는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경구는 피하고, 구체적인 일상에 뿌리내린 사례를 통해 지혜를 나누려 했을 것이다. 그가 어설픈 점쟁이를 경계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겠다. 틀렸으면 해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지, 그 틀린 말이 내일은 옳을 것이라 몽니를 부리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겠다. 오늘날 여전히 막강한 힘을 자랑하는 경제모델도 이솝의 낮은 지혜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언젠가 진실을 말할 때조차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또한 이솝이 남긴 지혜다.

_ 경제예측이라는 점쟁이 중 - P220

그래도 아랫목에 앉은 이들은 아궁이에 더 가까우니, 그들의 소리도 더 가깝다. 윗목은 아직 춥다고 소리쳐도 소용없다. 윗목 사람들의 목소리는 방문을 치고 들어오는 찬바람에 쓸려갔다. 병들고 죽고서야 그들이 보였다. 아랫목 사람 성화 탓에 아궁이로 들어가는 장작은 줄었다. 하지만 그들은 장작을 줄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아궁이를 건실하게 하는 ‘건전화consolidation‘ 라고 불렀다. 항간의 오해와는 달리 경제학은 필요하다면 기꺼이 문학적 표현을 사랑한다.

_ 경제방면의 책을 읽다 중 - P224

옳음을 말하는 우리가 실상 길을 막고 서 있다는 것이고, 존 버거가 말한 "말하려고 애쓰지 않으면 아예 말해지지 않을 위험이 있는" 문제다.

_ 사방의 이웃을 두려워할 때 중 - P231

따라서 19세기의 존 스튜어트 밀을 21세기에 불러오는 일은 소수의 진정한 자유를 찾는 일이다. 그들의 목소리를 끌어내고 경제·정치제도를 바꾸는 일이다. 노련함의 목소리가 아니라 세월을 버틴 거칠고 들뜬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다. 짐짓 늙은 척하지 않는 것이다.
늙어감이란 무엇인가. 워즈워스는 다시 묻고 답했다. "한가롭게 펼쳐진 해변에 축 처져 비틀거리는 버드나무다. 단언컨대,
일흔을 향해 가던 밀은 이 구절엔 결코 동의하지 않았으리라.

_ 낮은 소리에 자유를 준 경제학자 중 - P236

이자율상승이라는 무거운 추를 우리의 몸에 꽁꽁 묶어서 불황이라는늪으로 내려간 뒤 끝내 살아남은 자들이 바닥을 딛고 올라오는날을 기다린다. 늪에 빠져 아우성인 사람들에게 밧줄을 던져줄 생각은 없다. 밧줄을 던지는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래서는안 된다는 신념 때문이다. 울프 소설의 남편 친구가 말했듯이, 서풍이 부는 날에는 등대로 갈 생각조차 말아야 한다.

_ 등대로 함께 찾아가려면 중 - P240

표적이 정확히 보이면 투표하고, 표적이 사정거리를 벗어나 있으면 투표용지를 주머니에 넣어두라고 했다. 나는 표적이 보이지 않는데 투표하러 간다.

_ 투표하러 가며 묻는다 중 - P248

착한 사람들은 죽음의 총량을 줄이는 것이 최선임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들이 택한 방식은 죽음의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다. 즉 위험의분배를 바꾸어 특정 그룹의 사람들이 온전히 그 위험을 떠맡도록 한다. 그 그룹의 이름은 명징하게도 비정규직이다. 그들은 일터의 바깥에 있다가 죽을 때만 한가운데에 들어온다. 착한 사람들이 목소리 높인 선거였기 때문일까. 나와 남의 온갖 더러운 사생활을 내놓고 따지면서도 이렇게 ‘더럽게도 위험한‘ 일에 대해서느 막을 아낀다.

_ 투표하러 가며 묻는다 중 - P249

시리아 난민들이 그동안 배운 것이 있다면 타인이 심어주려는 희망을 의심하는 법이다. 이젠 눈물조차도 믿지 않는다. 믿지않는다기보다는, 눈물의 지속성을 믿지 않는다. 눈물은 왜 떨어지는가. 결국은 땅 위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지기 때문이다.

눈물을 믿지 않는 곳, 요르단에서 묻는다 중 - P264

차별당해 보지 않은 자가 차별의 고통을 알기란 힘들다. 좀안다는, 그리고 할 만큼 했다는 미망이 차별의 그림자를 길고깊게 한다. 차별은 옆에 서 있는 사람이 많아야 아주 서서히 사라지는 놈이다. 싫은 소리도 옆에서 해야 한다. 지레 이해했다고 앞에 서서 목청 높여 말하는 순간 그것은 훈계가 되고 때때로 혐오에게 보내는 초대장이 된다. 차별은 악착같은 놈이다. 우리가 차별이 없다고 외치는 순간 우리 머리 위로 차별이라는 놈은고개를 내밀며 뱀의 혀처럼 날름거린다. 브루스는 이걸 알게 되었을 것이다.

_ 차별하지 않는다는 네게 묻는다 중 - P270

추억이란 때로는 내가 쌓아 올린 강고한 성곽이다. 타인을 허용치 않는 그곳에서 쏟아내는 말은 성곽 안에서만 증폭되는 메아리다. 바깥으로 나온 추억은 정체불명의 소음이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추억이란 말하는 자에게는 달콤하고, 듣는 자에게는 씁쓸하다.

_ 추억의 성곽에서 묻는다 중 - P279

"가벼운 슬픔은 말이 많고 큰 슬픔은 말이 없다." 탐탁지 않지만, 세네카의 이 말만은 진실하다.

_ 어버이날에 묻는다 중 - P282

방향과 떨림이 섞여서야 비로소 세상의 나침반이 된다. 내가 그 방향을 향해 제대로 서 있는지를 끊임없이 묻는 것이 나침반이라면, 방향과 떨림 어느 하나만 봐서 될 일은 아니다. 나침반 끝이 흔들린다고 방향을 부정하는 것이 반동이고, 방향의 존재를 이유로 제가 선 곳이 옳다고 목소리만 높이는 것이 퇴보다. 둘 다 앞길을 막기는 매한가지다.

_ 떨리는 것들을 보며 묻는다 중 -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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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가면 길이 된다
이상헌 지음 / 생각의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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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원청기업은 이런 비효율적 하청을 왜 도입하는 것일까. 비용과 위험을 하청을 통해 전가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여러 가지 간단치 않은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기업 내에서의 지대 추구 행위도 그런 이유 중 하나다. 원청기업의 고위)직원들이자신의 배타적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회사 전체의 이익과일치하지 않는 생산방식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다.

_ 또 다른 울타리 치기: 하청과 중간척취 중 - P120

그랬더니 몇 년 전에는 정부가 묘수를 내었다. 어린이날의 기쁨을 튼실한 소비로 이어가기 위해, 그다음 날을 임시공휴일로 제정했다. 사람들은 모처럼 생긴 여유로운 시간에 장 보러 나섰다. 백화점과 시장의 매출이 몇십 퍼센트 올랐다. 머리 좋다는 경제전문가들은 정책이주효했다고 희색인데, 정작 소비자들은 갸우뚱했다. 다음 주에갈 쇼핑을 임시공휴일에 앞당겨서 한 것뿐인데 소비가 늘었다고하니 그 계산법이 의뭉스러웠다.

_ 굳세어라,소비자여! 중 - P124

고만고만한 뻔한 수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에게는 "둘에 둘을 더하면 변함없이 넷이 된다. 하지만 정치라는 비유클리드적non-Euclidean 세계에서는 부분이 전체보다 크기 쉽다. 다시, 조지 오웰의 말이다.

_ 네 코앞의 일을 제대로 본다는 것 중 - P131

민간부문의 ‘주연‘ 역할만큼 공공부문의 ‘마중물‘ 역할도 중요하다. 상충관계로 볼 일만은 아니다.

_ 일저리의 진정한 가치 중 - P134

게다가 최근에는 실업률이 낮아지고 기업들이 사람 구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하는데도 임금은 계속 정체되는 현상이 잦다.
저명한 노동경제학자 데이비드 블랜치플라워David Blanchflower는 ‘포기의 경제학‘ 때문이라고 한다. 일자리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그저 기회가 있는 만큼 일한다는 것이다. 일자리 기회가 생기면 이런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서 임금이 늘지 않는다. 임금 협상을 해줄 노조도 없다. 허깨비 같은 임금과 물가 걱정 때문에 긴축정책은 이제 두 발 앞서고, 적극적인 팽창정책은 두 발 느리다.

_ 일자리와 정치 중 - P137

지난 세계화 시대에는 시민들이 분배에 대해 물으면 답변은늘 ‘평균적 개선‘이었다. 분열되는 거친 현실을 가상의 평균으로봉합하려는 시도였다. 돌이켜 보면 이런 엇갈리는 ‘세계주의’ 대화에서 세계화가 오래 버티기는 힘들었다.

_ 세계주의를 경계한다 중 - P140

정치와 경제를 자신의 공간으로 다시 불러오려는 노력에는 ‘낡은민족주의‘와 ‘애국주의‘의 딱지가 붙는다. 정치적 거부감은 이거리만큼 커졌고, 정치적인 빈 공간도 생겨났다. 그 빈자리는 트럼프류의 신종 애국주의 정치가 메웠다.

_ 세계주의를 경계한다 중 - P141

천박한 분노란 없다. 분노에 대응하는 천박한 방식만이 있을 뿐이다.

_ 세계주의를 경계한다 중 - P141

영국의 인류학자가 좀 더 쉽게 설명했다. "척도measure가 목표target가되는 순간 더는 좋은 척도일 수 없다."

_ 세계화 시대의 일그러진 경쟁 중 - P143

이렇게 보면 굿하트의 법칙은 그나마 척도가 옳을 때 맞는 얘기다. 잘못된 척도가 목표가 되면 그 척도는 사회를 그릇된 방향으로 이끈다. 그간 경쟁적으로 쏟아져 나온 국가경쟁력 지표들을 경계하는 까닭이다.

_ 세계화 시대의 일그러진 경쟁 중 - P147

무엇보다도, 인류가 피 흘리며 쌓아올린 인권과 평등의 정신이 절대위기에 처했다. 이를 지키는 싸움이 우리의 절대명제다. 그러려면 우리의 고고한 지성도 변해야 한다. 그들과 대화하는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 그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분석하고 명백한 언어로 답해야 한다. 트럼프는 미국에만 있지 않고, 세계 곳곳에 숨죽이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나는 안다. 운전하는 아내에게 잘난척 ‘지성‘을 뽐내봐야 내게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멸시의 눈빛뿐이라는 걸.

_ 트럼프 시대의 반지성주의 중 - P158

불평등은 차가운 경제법칙의 피할 수 없는 운명도 아니고절대 사소하지도 않다. 오히려 잘못 키웠다가는 큰불로 돌아오는 불장난과 같다. 싫어서 내던졌지만 멀리 돌아가서 결국 크게돌아오는 부메랑이다. 내일이 아니라고 모른 척했다가는 너 나할 것 없이 모두가 다친다. 싫고 좋고를 따지고 구분할 문제는 아니다.

_ 불평등이라는 부메랑 중 - P163

힘을 가진 자들이 해대는 몹쓸 일이 부끄러운 것은 분노의 감정이다. 나보다 못한 사람 때문에 부끄러운 것은 혐오와배제의 감정이다. 나는 저 사람들과 다른데 내가 그들처럼 취급받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그들이 아니고 싶은 욕망이다. 우리에게 분노의 부끄러움은 적고 혐오의 부끄러움은 넘친다.

_ 또 다른 바이러스 중 - P168

뮤지컬 <빨래>에 나오는 노래 ‘슬플 땐 빨래를 해‘를 처음 들었다. 따스했지만 슬펐다. 일을 못 구하고 잘리는 일상을 서로 격려하면서 버틴다. 하지만 바깥세상은 꿈쩍하지 않는다.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라고 노래할 뿐, 누군가 그랬다. 이런 사람들의 젖은 마음을 꺼내서 마르게 하는 것이 정치라고. 그러길 바란다.

_ 인간의 체온을 지키려면 중 - P176

오늘도 거대한 상실의 하루였다. 상처는 깊어지고, 치유의시간은 아직 멀다. 인내하며 기다리는 굼벵이처럼 살다 보면 언젠가 우리 모두 장수하늘소가 되어 날 수 있을까. 금요일의 저녁은 그렇게 왔다.

_ 코로나 시대의 어떤 하루 중 - P181

전쟁은 어리석다고 중단되지 않는다. 어리석음은 항상 끈덕진 법이다.

_ 카뮈, 역병시대의 종교와 의사 중 - P184

그는 왜 역병과의 싸움에 자신이 나서야 하는지를 묻고 고뇌한다. 답을 멀리서 찾지 않았다. 답답해서 창문을 열자 도시의 소음이 몰려왔다. "가까운 공장으로부터 짧게 반복되는 날카로운기계톱 소리, 그 소리에서 그는 깨닫는다. 인간의 확신은 확성기를 통해 터져나가는 ‘구원의 진실‘이 아니라 바로 저 "매일매일의 노동"에 있다. 그리고 그 노동이 가져다주는 ‘구원‘. 카뮈는 말한다. "페스트 시대의 종교는 여느 때의 종교일 수 없다." 콜레라시대에도 유효한 얘기이고, ‘코비드19‘라는 암호명 같은 이름을가진 바이러스 시대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_카뮈, 역병시대의 종교와 의사 중 - P183

그다지 놀랍지 않은 것이 있다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은 어려운 시기에 더 고생한다는 ‘고생 가속화 법칙‘의 유효함이다.

_ 불평등 바이러스 중 - P189

임금 상황도 만만치 않았다. 선진국 경제는 뚜렷하게 회복했지만 노동시장을 떠난 노동자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언제 돌아올지를 두고 날 선 논쟁은 계속되지만 사실 누구도 알지못한다. 떠난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하니 돌아올 날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실업은 확연히 줄어들었지만 고용 회복은 느렸다. 구인난, 임금 폭등, 이에 따른 물가 대란. 친숙하지만 무시무시한 말들이 오갔다. 물자부족과 사람 부족으로 시작된 인플레이션이지만 곧 화살은 임금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았다. 정치의 또다른 균열도 멀지 않았다.

_ 갈림길 중 - P195

두 세기전 일을 새삼스레 떠올린 까닭은 역병이 결국 인간의 역병으로 귀결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감자 역병은 감자의 일이었는데, 이 일로 사람이 죽게 되는 것은 사람 때문이었다. 대책과 정책, 그리고 그 뒤에 깔린 이해관계, 신념으로 포장된 편견때문이었다. 인간 사이에 이미 떠돌던 역병이 사물 세계의 역병을 만나 인간의 고통을 증폭하고 죽음으로 내몰기 때문이다.

_ 인간의 역병 중 - P200

아마르티아 센은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거리를 대기근의 이유로 보았다. 멀리 있는 고통은 적극적 공감과 정책 대상이 아니라 통제 대상이다.

_ 인간의 역병 중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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