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해석전문가 - 교유서가 소설
부희령 지음 / 교유서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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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똑똑히 기억해두었다. 사람을 사람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하는 방법. 누워 있는 사람 위로 무엇인가를 던진다. 돈은 던지지 않는 게 좋다. 누워 있던 사람이 벌떡 일어나 모두 찢을 수도 있다.

_ 콘도르는 날아가고 중 - P12

사랑에 빠지지 않을 거라는 맹세처럼 어둠 속에서 혼자 걷지 않을 거라던 맹세도 깨졌다.

_ 콘도르는 날아가고 중 - P29

나는 상처가 아물어도 흉터는 남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_ 콘도르는 날아가고 중 - P31

낯선 곳에서 고작 며칠을 지냈을 뿐이었으나, 말을 알아듣고 표정을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난 반가움이 컸다. 그냥 말을 걸어본 것뿐이다. 멀리 왔으니, 예전에는 하고 싶어도 하지 않던 일들을 하는 것뿐이다.

_ 구름해석전문가 중 - P38

구름은 산을 타고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요. 산을 완전히 보려면 구름 아래에 있어서도 안 되고, 구름 속에 있어서도 안되고, 구름 위에 있어야 해요.

_ 구름해석전문가 중 - P44

선우가 작가들끼리의 중요한 모임이 있다면서 일방적으로 약속을 취소하는 일이 잦아졌을 때, 더는 술에 취해 전화를 걸지 않고 이경의 전화를 세 번에 한 번쯤밖에 받지 않게 되었을때, 이경은 정말로 선우의 삶에 휘말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관계가 혼란과 괴로움을 부추겼다. 이경은그의 하루 24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고 싶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했다. 매일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고, 매시간 SNS를 통해 자취를 확인하기도 했다. 그럴수록 선우를 알 수 없게 되었고, 자기 자신도 낯설어졌다.

_ 구름해석전문가 중 - P51

오래 사귄 애인이랑 헤어지려고 여행을 떠난 거래요. 헤어졌다가 다시 만났다가 자꾸 그래서요. 지겨운 윤회의 사슬을 끊으려고 히말라야로 왔대요.

_ 구름해석전문가 중 - P57

선우가 쓴 선우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경이 쓴 이경의 이야기를 읽고 싶었어야 했다고. 그의 삶이 아니라 나의 삶을 바라보아야 했다고.

_ 구름해석전문가 중 - P58

오직 바람과 산뿐인 세상은 아름다웠다. 저절로 오체투지를하고 싶게 만드는 묵직한 아름다움이 스며 있었다. 문득 시신을 땅이나 바위, 나무 위에 내버려둔 채 시간의 힘으로 풍화되기를 기다리던 풍장의 풍습을 이해할 수 있었다.

_ 완전한 집 중 - P78

바로 옆에서 마치 대답이라도 하듯 타르초가 거센 바람에 힘차게 펄럭였다. 금희는 바람이 세상을 한바퀴 돌고 다시 이 자리를 지나갈 때쯤 자신의 업도 흩어지고 사라지기를 소망했다.

_ 완전한 집 중 - P89

그는 무엇보다도 돈을 벌어야 한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닫고 있었다. 돈이 가장 중한 시절이 올 것이다. 그의 몸속에 흐르는 피는 양반이나 농사꾼의 것이 아닌 게 분명했다. 그보다는 봇짐장수로 평생 떠돌던 외조부의 피에 더 가까웠다. 그가 믿는 것은 발로 디딜 수 있는 단단한 길, 혹은 지금 무거운 콩 섬을 떠받치고 가는 강물처럼 매끄럽고 확실한 길이었다.

_ 만주 중 - P94

그러나 좋은 운이란 언젠가는 불행으로 갚아지기 마련이라는 미약한 불안이 임의 마음속에 앙금으로 남았다.

_ 만주 중 - P111

그녀가 소리 높여 울 때는 오로지 이루어지지 않은 욕망과 해소되지 않은 분노 때문이었다.

_ 만주 중 - P121

눈앞에서 일본도가 번득이던 순간, 마룻바닥에 꽂힌 은빛 칼날을 보면서 그는 깨달았다. 진실은 단순했다. 임돈은 누구의 세계에도 속하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만 속한 사람이었다.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경옥이 아니라 바로 임돈 자신이었다. 세상과의 아득한 거리를 모르핀 삼아 자기만의 세계로 달아나고 또 달아나는 사람이기도 했다.

_ 만주 중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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