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가면 길이 된다
이상헌 지음 / 생각의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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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원청기업은 이런 비효율적 하청을 왜 도입하는 것일까. 비용과 위험을 하청을 통해 전가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여러 가지 간단치 않은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기업 내에서의 지대 추구 행위도 그런 이유 중 하나다. 원청기업의 고위)직원들이자신의 배타적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회사 전체의 이익과일치하지 않는 생산방식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다.

_ 또 다른 울타리 치기: 하청과 중간척취 중 - P120

그랬더니 몇 년 전에는 정부가 묘수를 내었다. 어린이날의 기쁨을 튼실한 소비로 이어가기 위해, 그다음 날을 임시공휴일로 제정했다. 사람들은 모처럼 생긴 여유로운 시간에 장 보러 나섰다. 백화점과 시장의 매출이 몇십 퍼센트 올랐다. 머리 좋다는 경제전문가들은 정책이주효했다고 희색인데, 정작 소비자들은 갸우뚱했다. 다음 주에갈 쇼핑을 임시공휴일에 앞당겨서 한 것뿐인데 소비가 늘었다고하니 그 계산법이 의뭉스러웠다.

_ 굳세어라,소비자여! 중 - P124

고만고만한 뻔한 수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에게는 "둘에 둘을 더하면 변함없이 넷이 된다. 하지만 정치라는 비유클리드적non-Euclidean 세계에서는 부분이 전체보다 크기 쉽다. 다시, 조지 오웰의 말이다.

_ 네 코앞의 일을 제대로 본다는 것 중 - P131

민간부문의 ‘주연‘ 역할만큼 공공부문의 ‘마중물‘ 역할도 중요하다. 상충관계로 볼 일만은 아니다.

_ 일저리의 진정한 가치 중 - P134

게다가 최근에는 실업률이 낮아지고 기업들이 사람 구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하는데도 임금은 계속 정체되는 현상이 잦다.
저명한 노동경제학자 데이비드 블랜치플라워David Blanchflower는 ‘포기의 경제학‘ 때문이라고 한다. 일자리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그저 기회가 있는 만큼 일한다는 것이다. 일자리 기회가 생기면 이런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서 임금이 늘지 않는다. 임금 협상을 해줄 노조도 없다. 허깨비 같은 임금과 물가 걱정 때문에 긴축정책은 이제 두 발 앞서고, 적극적인 팽창정책은 두 발 느리다.

_ 일자리와 정치 중 - P137

지난 세계화 시대에는 시민들이 분배에 대해 물으면 답변은늘 ‘평균적 개선‘이었다. 분열되는 거친 현실을 가상의 평균으로봉합하려는 시도였다. 돌이켜 보면 이런 엇갈리는 ‘세계주의’ 대화에서 세계화가 오래 버티기는 힘들었다.

_ 세계주의를 경계한다 중 - P140

정치와 경제를 자신의 공간으로 다시 불러오려는 노력에는 ‘낡은민족주의‘와 ‘애국주의‘의 딱지가 붙는다. 정치적 거부감은 이거리만큼 커졌고, 정치적인 빈 공간도 생겨났다. 그 빈자리는 트럼프류의 신종 애국주의 정치가 메웠다.

_ 세계주의를 경계한다 중 - P141

천박한 분노란 없다. 분노에 대응하는 천박한 방식만이 있을 뿐이다.

_ 세계주의를 경계한다 중 - P141

영국의 인류학자가 좀 더 쉽게 설명했다. "척도measure가 목표target가되는 순간 더는 좋은 척도일 수 없다."

_ 세계화 시대의 일그러진 경쟁 중 - P143

이렇게 보면 굿하트의 법칙은 그나마 척도가 옳을 때 맞는 얘기다. 잘못된 척도가 목표가 되면 그 척도는 사회를 그릇된 방향으로 이끈다. 그간 경쟁적으로 쏟아져 나온 국가경쟁력 지표들을 경계하는 까닭이다.

_ 세계화 시대의 일그러진 경쟁 중 - P147

무엇보다도, 인류가 피 흘리며 쌓아올린 인권과 평등의 정신이 절대위기에 처했다. 이를 지키는 싸움이 우리의 절대명제다. 그러려면 우리의 고고한 지성도 변해야 한다. 그들과 대화하는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 그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분석하고 명백한 언어로 답해야 한다. 트럼프는 미국에만 있지 않고, 세계 곳곳에 숨죽이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나는 안다. 운전하는 아내에게 잘난척 ‘지성‘을 뽐내봐야 내게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멸시의 눈빛뿐이라는 걸.

_ 트럼프 시대의 반지성주의 중 - P158

불평등은 차가운 경제법칙의 피할 수 없는 운명도 아니고절대 사소하지도 않다. 오히려 잘못 키웠다가는 큰불로 돌아오는 불장난과 같다. 싫어서 내던졌지만 멀리 돌아가서 결국 크게돌아오는 부메랑이다. 내일이 아니라고 모른 척했다가는 너 나할 것 없이 모두가 다친다. 싫고 좋고를 따지고 구분할 문제는 아니다.

_ 불평등이라는 부메랑 중 - P163

힘을 가진 자들이 해대는 몹쓸 일이 부끄러운 것은 분노의 감정이다. 나보다 못한 사람 때문에 부끄러운 것은 혐오와배제의 감정이다. 나는 저 사람들과 다른데 내가 그들처럼 취급받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그들이 아니고 싶은 욕망이다. 우리에게 분노의 부끄러움은 적고 혐오의 부끄러움은 넘친다.

_ 또 다른 바이러스 중 - P168

뮤지컬 <빨래>에 나오는 노래 ‘슬플 땐 빨래를 해‘를 처음 들었다. 따스했지만 슬펐다. 일을 못 구하고 잘리는 일상을 서로 격려하면서 버틴다. 하지만 바깥세상은 꿈쩍하지 않는다.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라고 노래할 뿐, 누군가 그랬다. 이런 사람들의 젖은 마음을 꺼내서 마르게 하는 것이 정치라고. 그러길 바란다.

_ 인간의 체온을 지키려면 중 - P176

오늘도 거대한 상실의 하루였다. 상처는 깊어지고, 치유의시간은 아직 멀다. 인내하며 기다리는 굼벵이처럼 살다 보면 언젠가 우리 모두 장수하늘소가 되어 날 수 있을까. 금요일의 저녁은 그렇게 왔다.

_ 코로나 시대의 어떤 하루 중 - P181

전쟁은 어리석다고 중단되지 않는다. 어리석음은 항상 끈덕진 법이다.

_ 카뮈, 역병시대의 종교와 의사 중 - P184

그는 왜 역병과의 싸움에 자신이 나서야 하는지를 묻고 고뇌한다. 답을 멀리서 찾지 않았다. 답답해서 창문을 열자 도시의 소음이 몰려왔다. "가까운 공장으로부터 짧게 반복되는 날카로운기계톱 소리, 그 소리에서 그는 깨닫는다. 인간의 확신은 확성기를 통해 터져나가는 ‘구원의 진실‘이 아니라 바로 저 "매일매일의 노동"에 있다. 그리고 그 노동이 가져다주는 ‘구원‘. 카뮈는 말한다. "페스트 시대의 종교는 여느 때의 종교일 수 없다." 콜레라시대에도 유효한 얘기이고, ‘코비드19‘라는 암호명 같은 이름을가진 바이러스 시대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_카뮈, 역병시대의 종교와 의사 중 - P183

그다지 놀랍지 않은 것이 있다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은 어려운 시기에 더 고생한다는 ‘고생 가속화 법칙‘의 유효함이다.

_ 불평등 바이러스 중 - P189

임금 상황도 만만치 않았다. 선진국 경제는 뚜렷하게 회복했지만 노동시장을 떠난 노동자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언제 돌아올지를 두고 날 선 논쟁은 계속되지만 사실 누구도 알지못한다. 떠난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하니 돌아올 날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실업은 확연히 줄어들었지만 고용 회복은 느렸다. 구인난, 임금 폭등, 이에 따른 물가 대란. 친숙하지만 무시무시한 말들이 오갔다. 물자부족과 사람 부족으로 시작된 인플레이션이지만 곧 화살은 임금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았다. 정치의 또다른 균열도 멀지 않았다.

_ 갈림길 중 - P195

두 세기전 일을 새삼스레 떠올린 까닭은 역병이 결국 인간의 역병으로 귀결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감자 역병은 감자의 일이었는데, 이 일로 사람이 죽게 되는 것은 사람 때문이었다. 대책과 정책, 그리고 그 뒤에 깔린 이해관계, 신념으로 포장된 편견때문이었다. 인간 사이에 이미 떠돌던 역병이 사물 세계의 역병을 만나 인간의 고통을 증폭하고 죽음으로 내몰기 때문이다.

_ 인간의 역병 중 - P200

아마르티아 센은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거리를 대기근의 이유로 보았다. 멀리 있는 고통은 적극적 공감과 정책 대상이 아니라 통제 대상이다.

_ 인간의 역병 중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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