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꽃이 피면 바지락을 먹고 - 그릇 굽는 신경균의 계절 음식 이야기
신경균 지음 / 브.레드(b.read)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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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밭에서 뜨거운 볕을 받고 키운 것을챙겨 먹으며 힘을 얻는다. 하지만 장마철이 되면 궂은 비에 여름 풀들이 하나둘 녹아버리는데 정구지만큼은 끄떡없이 살아 있다.
가을에 그릇 빚고, 불 때고, 몇 날 며칠 불을 돌보며 그릇 굽는 힘이 정구지에서 나오지싶다. 정구지밭은 부엌에서 엎어지면 코 닿는데 있다. 처음 올라오는 여린 정구지는 밑동이 불그스름해서 ‘아씨 정구지‘라 부른다. 새순이라 발이 보드랍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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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꽃이 피면 바지락을 먹고 - 그릇 굽는 신경균의 계절 음식 이야기
신경균 지음 / 브.레드(b.read)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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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나물을 알고 싶어서 할머니들을 따라나섰다가 깊은 산에서 병풍초라는 나물을 보았다. 습지에 나는 일엽초로, 뿌리 하나에잎 한 장이 난다. 약간 쓴맛이 도는데 귀한 나물이라고 했다. 산골 사람들은 저승사자를만났을 때 "니 병풍초 먹어 봤나" 하면 절대먹었다고 말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래야그것도 못 먹어 봤느냐며 돌려보낸다는 것이다. 병풍초는 잎이 두 손보다 큰 데도 두께는 얇고, 맛은 어떻다 평하지 않는다고 한다. - P51

취나물, 참나물, 다래순 등 나물 몇 가지를 그저 절에서 배운 대로 오신채 넣지 않고 국간장, 된장, 참기름으로 단순하게 무쳐 풀 본연의 향과 맛을 살렸다.
"이 집 나물 참 맛있다! 누가 했어. 계화 결혼 잘했네."
나물 덕분에 법정 스님과 인연을 맺었다. - P68

이런 풍요를 누리다가 봄나물이 억세지면 먹을게 갑자기 싹 없어진다. 봄은 그렇게 쏜살같이 간다. - P83

좋은 기후와 조건은 음식이나 그릇이나 차나모두 다 똑같다. 벚꽃이 휘날리고 나서 찻잎이올라오면 우전차를 따서 봄에 구운 새 찻잔에 담아 친구들과 나눠 마신다. 봄날의 풍류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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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꽃이 피면 바지락을 먹고 - 그릇 굽는 신경균의 계절 음식 이야기
신경균 지음 / 브.레드(b.read)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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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마트와 백화점에 반짝반짝 세련된 유통이 있다면 시장에는 사람 사는 맛이 있는 소박한 소통이 있다. 시장은 정답고 활기차다. - P23

작년 봄에는 호래기(반원니꼴뚜기)가보였다. 본래 호래기는 겨울이 제철인데, 윤달이 끼다 보니 추위가 봄에 바싹 닿아 호래기가잡혔다. 시장은 달력보다 자연의 때를 정직하게 드러낸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호래기니 나는 앞뒤 재지 않고 샀다. 호래기를 통째로 살짝데쳐 먹으면 몸통의 야들야들 보드라운 식감과 다리의 쫄깃쫄깃한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살아 있는 것을 그대로 데치면 몸통과 다리가 절대 분리되지 않는다. - P27

5월에 장에 가면 어느새 두릅에도 가시가 돋고봄나물도 곧 끝나겠다 싶어 아쉽다. 두릅은튀겨 먹으면 식감이 좋다. 두릅을 욕심내봉지 가득 산다. 양껏 튀겨 먹으며 봄이 가는 아쉬움을 달래려는 심사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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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지음 / 난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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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것은 과거 사랑했던 상대가 아니라, 상대를 온전히 사랑하고 있는 나의 옛 모습일지도 모른다.

_ 관계 중 - P81

작은 일들은 작은 일로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지않으면 정말 큰일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삼월도 지났다. 누구에게는 작은 일처럼 또 누구에게는 큰일처럼, 사월이 오고 있다.

_ 작은 일과 큰일 중 - P101

일상의 공간은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출발점이 되어주고 여행의 시간은 그간 우리가 지나온 익숙함들을 가장 눈부신 것으로 되돌려놓는다. 떠나야 돌아올 수 있다.

일상의 공간, 여행의 시간 중 - P110

특히 누가 해도 비슷한 수준의 결과를 내는 노동의 직종들은 한없이 천대받기 시작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노동은 세계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소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P142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 운다고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되고 그러겠습니다.

_ 고아 중 - P157

새로운 시대란 오래된 달력을 넘길 때 오는 것이 아니라내가 당신을 보는 혹은 당신이 나를 바라보는 서로의 눈동자에서 태어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_ 해 중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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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지음 / 난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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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과 일몰의 두 장면은 보면 볼수록 닮은 구석이 많았다. 일부러 지어 보이지 않아도 더없이 말갛던 그해 너의 얼굴과 굳이 숨기지 않고 마음껏 발개지던 그해 나의 얼굴이서로 닮아 있었던 것처럼. 혹은 첫인사의 안녕과 끝인사의 안녕이 그러한 것처럼.

_ 두 얼굴 중 - P17

어디가 되었든 평당 천만 원이 훌쩍 넘는, 그래서 사람이사람을 내쫓는 일이 허다하게 일어나는 도시와는 다른 모습으로 지금 태백은 있다. 사람을 보듬는 땅의 방식으로,
떠난 이를 기억하는 일은, 아직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일과 꼭 닮아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_ 기다리는 일, 기억하는 일 중 - P23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떠한 양식의 삶이 옳은 것인지 나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다만 앞으로 살아가면서 편지를 많이 받고 싶다. 편지는 분노나 미움보다는 애정과 배려에 더 가까운 것이기 때문이다. 편지를 받는 일은 사랑받는 일이고 편지를 쓰는 일은 사랑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늦은 답서를 할 것이다. 우리의 편지가 길게 이어질 것이다.

_ 편지 중 - P26

그는 비가 내리는 것이라 했고
나는 비가 날고 있는 것이라 했고
너는 다만 슬프다고 했다.

_ 비 중 - P32

다만 이런 내가 임시방편으로 택하는 방법은 휴대전화를 끄는 것이다. 그러고는 혼자 낯선 도시에 가서 숙소를 잡고 며칠이고 머문다. 여행보다는 도피라 불러야 좋을 것이다.

_ 고독과 외로움 중 - P50

"고독과 외로움은 다른 감정 같아. 외로움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것일 텐데, 예를 들면 타인이 나를 알아주지않을 때 드는 그 감정이 외로움일 거야. 반면에 고독은 자신과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것 같아. 내가 나 자신을 알아주지 않을 때 우리는 고독해지지. 누구를 만나게 되면 외롭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야. 고독은 내가 나를 만나야 겨우 사라지는 것이겠지. 그러다 다시 금세 고독해지기도 하면서."

고독과 외로움 중 - P51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자책과 후회로 스스로의 마음을 더 괴롭게 할 때, 속은 내가 속인 나를 용서할 때, 가난이나 모자람 같은 것을 꾸미지 않고 드러내되 부끄러워하지않을 때, 그제야 나는 나를 마음에 들어 할 채비를 하고 있는것이라 믿는다.

_ 내가 좋아지는 시간 중 - P57

"사는 게 낯설지? 또 힘들지?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면 나이가 든다는 사실이야. 나이가 든다고 해서 삶이 나를 가만두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못살게 굴거나 심하게 다그치는 일은 잘 하지 않게 돼."

_ 낮술 중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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