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마트와 백화점에 반짝반짝 세련된 유통이 있다면 시장에는 사람 사는 맛이 있는 소박한 소통이 있다. 시장은 정답고 활기차다. - P23
작년 봄에는 호래기(반원니꼴뚜기)가보였다. 본래 호래기는 겨울이 제철인데, 윤달이 끼다 보니 추위가 봄에 바싹 닿아 호래기가잡혔다. 시장은 달력보다 자연의 때를 정직하게 드러낸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호래기니 나는 앞뒤 재지 않고 샀다. 호래기를 통째로 살짝데쳐 먹으면 몸통의 야들야들 보드라운 식감과 다리의 쫄깃쫄깃한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살아 있는 것을 그대로 데치면 몸통과 다리가 절대 분리되지 않는다. - P27
5월에 장에 가면 어느새 두릅에도 가시가 돋고봄나물도 곧 끝나겠다 싶어 아쉽다. 두릅은튀겨 먹으면 식감이 좋다. 두릅을 욕심내봉지 가득 산다. 양껏 튀겨 먹으며 봄이 가는 아쉬움을 달래려는 심사다. - P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