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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 이숙의 - 빨치산 사령관의 아내, 무명옷 입은 선생님
이숙의 지음 / 삼인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무슨 말 못한 사랑 이야기도 아닌데, 부제를 나름대로 설정해 보았다.
"순간적 만남, 영원한 사랑"
6개월간의 짧은 신혼생활, 이승에서의 마지막 밤까지 남편의 사랑을 궁금해하면서 이해하고야 마는 우리 현대사의 모순속에서 한 사람의 삶을 역동적으로 나타나고있다.
이야기는 소설아니라, 실제 논픽션의 자서전이다. TV로 이야기하자면, "드라마가 아니라 인간극장(?)이다" . 한 기구하고 모진 삶을 해방이후부터 2000년대까지 해방-전쟁-분단-냉전-탈냉전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정치적, 외교적 상황속에서 -결혼후 보내야만 했던 남편(빨치산 경북도당 위원장 박종근), 이런 과정속에서 겪을 수 밖에 없는 고통들- 이런 류의 이야기가 신선하지 않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크게 1) 사회와 저자(이숙의 선생님-초등교사 및 장학사등을 역임한 교사로서 이하 이선생님)간의 관계, 2) 남편으로 겪었을 저자 및 딸 박소은씨의 고통, 3) 홀로된 이선생님 삶을 대하는 자세, 4) 솔직한 나누는 주변의 생활상 (시어머니관계, 친정어머니관계, 그리고 동생들 관계)-이전의 사회과학적 용어로 말하자면 "비적대적 모순"(후술), 5) 이선생님의 딸인 박소은님이 남북도 아닌 해외 독일에서 살아가면서 느낀 생각등이 큰 맥락이라고 본다.
한 평생을 살아가며 겪었을 고통과 고난의 생활은 아주 구체적이며 생생하게. 이선생님의 자신의 입장에서 묘사하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주목한 부분은 다양하게 선생님 주변에 엮겨있는 거미줄같은 관계이다. 극우성향의 시아버지, 봉건적인 사고지향의 시어머니, 주변 교사 집단들, 교사생활 과정의 주변 동료들 및 제자들, 친정집단의 여러동생들등이다.
내가 읽으면서 생각나는 것들은 1) 시어머니와의 갈등 및 별거생활, 친정 동생들이 겪었던 고통등은 사실 이선생님 주변에만 있는 모습이 아닌 우리 주변에도 너무나 자주 일어나는 일들이란 사실이다. 특히 제자와 비교한 남동생 관련 글은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가족한테 거의 버림받고 자라고 어린 남동생과 모든 면에서 비슷되면서 천대받는 모습은 보통의 가정에서 일어났을 법한 일이다. 그래도 돌아가시도 전에 보여준 친정어머니의 자식사랑은, 너무너무 진부하기도 하지만, 그대로 아직까지 유효한 가장 숭고한 사랑이다. 2) 요즘처럼 교사들 본인이나 학부모관계에서는 잘 볼 수없는 장면들이 5편의 간단한 사례(교사생활의 5가지 글)에서 잘 볼 수 준다. 이선생님의 특이한 교사 경력중의 하나는 오스트리아 특수교사 연수이다. 물론 딸이 있는 독일에 가까운 곳으로 가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겠지만, 70년대면 특수교육-장애아-에 관한 생각도 없던 시대가 아닌가. 70명이나 되는 담임교사 생활중 장애아동과 관련된 내용이 있다. 현재 우리 주변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장애아동과 비슷한 것 같다. 지금부터 30여년전 학부모들을 설득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타이르면서 몸소 장애아동과 겪었던 생활모습이다. 3) 살아생전 본 적 없는 아버지와 여느 어머니처럼 자식사랑을 할 수 없었던 어머니를 둘 수 밖에 없었던 딸-박소은님-에 관한 내용이다. 현재 한국나이로 보면 60세정도 되는 듯하다. 왜 독일 유학길 및 생활을 선택했는가? 계속된 의문이었다. 홀로 어머니를 두고 한국사회를 떠났을 밖에 없었던 20대 초중반의 선택에 관한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 느낀 점은 "교육은 책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면 보여주는 과정의 집합체"라는 사실이다. 박소은님의 독일 생활에서 보여준 반독재 민주화 운동은 어느 사회과학 책속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어머니가 보여준 삶의 거울에 투영된 것이라 본다.
이선생님이 돌아가시도 하루 전 밝혀진 일-남편인 박종근 위원장이 선생님과 딸을 데려가기 위해 노력했던 활동-이 알면서 그동안 간직하고 있던 불확실한 사랑이 영원한 믿음으로 치환되는 장면은 감동 그 자 체이다.
끝으로, 자서전은 아무나 써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돈 좀 벌었다고 쓰고, 좀 유명해 졌다고 쓰고- 사실 이런 류의 책들은 돈 주고 사지도 않지만 무료로 줘도 읽지도 않는다. 이런 류의 책을 쓰거나 파는 출판사들에게 이 책을 정독해 보고 책은 무엇을 주어야 하는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