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으로 볼 때 금본위제에서 빨리 벗어난 나라일수록, 그래서 금본위제 관습에 따른 교조적인 태도의 제약을 덜 받았던 나라들일수록 상황이 더 나았다. 금본위제로부터 가장 먼저 빠져나간 북유럽 나라들이 가장 훌륭하게 공황에 대처했고, 그다음은 일본이었다. 영국도 1931년에 금본위제를 폐기하지만, 좀 더 철저하게 확장적 정책을 밀고 나갔던 것은 일본이었다. 미국과 독일도1933년에 금본위제를 폐기한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은 해볼만한 것은 모두 시도해 본다는 태도였던 데에 반하여, 히틀러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는지가 성패의 기준임을 훨씬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_ 대공황 중 - P290
1914년 이후의 세계 상황에서, 긴축과 정통적경제 교리 그리고 자유방임은 치명적인 실수였다. 그리고 그토록 정부지출을 줄였는데도 대공황이 오래 지속되었다는 사실은 케인스가 옳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 P292
대공황이 시작되면서 이제 옛 질서는 파산했다는 결론을 피할수 없게 되었다. 옛 질서가 붕괴되자 대의제 민주주의도 함께 몰락했다. 1939년경 대의제 민주주의는 영국과 영국 자치령, 미국, 프랑스, 스위스, 룩셈부르크, 벨기에,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작은 북서유럽 국가들에서만 존재했다.
_ 대공황 중 - P298
"자신의 전통적 목표를 상실하고, 대신 "진정한... 영구적인 문제, 즉 절박한 경제적 걱정에서 벗어나 얻은 자유를... 어떻게 활용하여 지혜롭고 유쾌하고 행복한 삶을 살 것인가"의 문제와 맞부딪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 P306
그렇다면 어떤 대안들이 있었을까? 한편으로는 (그 창안자들의 머리에서 이제 막 만들어진 파시즘, 다른 한편으로는 (멀리 마르크스와 엥겔스 그리고 그 동료들의 사상으로부터 내려온) 사회주의가 있었다. 파시즘은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으로, 그것이 어떤 결실을 낳는지를 보고서 판단하면 되었다. 하지만 사회주의는 꿈의 해석이었다. 이 땅에 구현된 현실이 마땅히 이루어져야 할 (그리고 언젠가는 이루어질 수 있는) 세상에 엄청나게 못 미친다는 것은 누구나동의하는 바였으니까.
_ 현실사회주의 중 - P309
여기서 사용한 ‘불가피한‘ 혹은 ‘필연적‘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극적인 효과를 내려고 쓴 말이 아니다. 마르크스와 그의 사상을 물려받은 이들에게 필연성 inevitability 이라는 개념은 치명적인 결함에 대한 해결책이었다. 마르크스는 자신의 주장을 최대한 단순하고 이해하기 쉽고 물샐틈없게 만들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하지만 실패했다. 그의 실패는 그가 틀렸기 때문이었다. 시장경제에서 부가 증가하면 반드시 불평등과 궁핍 또한 갈수록 커진다는 주장은 전혀사실이 아니다. 그렇게 될 때도 있다. 그렇게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되느냐 마느냐는 스스로의 목적에 맞추어 소득과부의 분배 폭을 넓힐 수도 또 줄일 수도 있는 충분히 강력한 도구들을 갖추고 있는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문제이다.
_ 현실사회주의 중 - P312
마음의 눈으로 유토피아적 미래를 보고, 그런 미래가 손에 잡힐듯이 가까이 있으니 그 유토피아를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로 만들수 있다면, 설령 가혹하고 잔혹한 행동이라고 해도 얼마든지 벌일수 있다는 생각. 그것이 바로 이데올로기의 저주다.
_ 파시즘과 나치즘 중 - P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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