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6
잭 케루악 지음, 이만식 옮김 / 민음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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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어." 나는 동쪽을 돌아보며 한숨지었다. 우리에겐땡전 한 푼 없었다. 딘은 돈 얘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디서 묵지?" 우리는 허섭스레기 한 보따리를 든 채 좁다랗고 낭만적인 길거리를 떠돌았다.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절망에 빠진 단역배우 아니면 한물간 반짝 스타 같아 보였다.
꿈에서 깬 스턴트맨들, 난쟁이 카 레이서들, 막다른 곳에 다다른 듯한 슬픔에 잠긴 캘리포니아의 독설가들, 퇴폐적 매력을풍기는 잘생긴 난봉꾼들, 수면 부족으로 눈이 부은 모텔의 금발 여자들, 도박사들, 포주들, 창녀들, 안마사들, 벨 보이들. 하나같이 한심한 인생들뿐이었다. 대체 이런 인간들 사이에서 어떻게 어울려 생활하면 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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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하지만 자네가 지원한 일이잖나. 이제 어느 쪽으로든마음을 정하지 않으면 죽도 밥도 안 될 거야. 그게 자네의 의그이 세 자네는 선서를 했어. 이런 일은 타협할 수 없는 거야.
법과 질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니까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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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 한 팀이 된 여자들, 피치에 서다
김혼비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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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주제로 보면 김훈선생의 ‘공차는 아이들’이 생각나고, 여성 “운동(스포츠)” 참여 관점에서 보면 이영미작가의 ‘마녀체력’이 생각나고, 책속 교훈을 보면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가 생각난다. 또한 여성의 입장에서 고려하면 ‘싸울수록 투명해진다’가 생각난다.

작가의 톡톡티고 유쾌한 글쓰는 재주가 휘발성이 강한 이 시대에 어울릴 수도 있지만, 나는 읽으면 읽을수록 텍스트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종이신문’의 칼럼 같은 글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맨스플레인(?)의 특징이라면 어쩔 수 없이 인정한다.

이런 글은 웹이나 앱의 연재가 적절한 형태로 보인다. 오히려 팬시적 요소를 가미한 종이책으로 출간되었으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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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스토리
리처드 파워스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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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 환경 재난 현상은 미세먼지와 폭염이다. 폭염이 지속되는 한여름밤은 결국 인간이 이 세상에 마구 누려왔던 결과이자 반작용이다.

“이익의 사유화, 비용의 사회화”의 대표적인 주제인 환경문제 공유의 필요성과 자연-인간사이의 권리와 책임이라는 인문학적 성찰의 고민이 결국 부담스런 벽돌두께(약 700페이지)의 분량에도 추천한 이유이기도 했다. 또한 주제의 지루함에도 불구하고, 소설 형식의 서사적 글 전개와 2019년 퓰리처상 수상의 권위 부여는 북클럽 회원들의 불평과 불만을 제압하는 강력한 도구로 작용했으리라 본다.

이 소설의 최대 장점은 스토리 구성의 독창성과 연관성에 있다. 주제와 형식이 독립적(independent)이지만 보이지않는 곳에서는 네트워크처럼 서로 영향을 주고 엉켜있다. 마치 나무의 뿌리처럼...

미국 독립전쟁부터 시작한 약 100년의 시간 흐름과 아시아계 출신을 포함한 비사회적이면서 개성만점의 9명 인물로 시작한다. 그리고 숲이나 나무와 연결된 인물은 모두 독립적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1부 (뿌리)편에 소개된 인물편이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청각과 언어 장애를 가진 과학자(패트리샤 웨스터퍼드)는 나무들이 서로 의사소통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나무에서 떨어져 반신불수가 되었을지라도 컴퓨터 속 세계에서 더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학생(닐리 메타)의 역할은 감동적이다. 과학자 논문-지금이야 나무들이 서로 뿌리와, 향기등으로 소통한다는 과학 이론은 학계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만-은 숲 관련 논문의 주류가 되는 과정에서 과학이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게임 개발에서 숲과 나무 역할의 인정은 작가의 깊이가 그대로 들어난다.

9명의 인물들은 두 그룹(5명-근본 및 실천주의자 vs 4명 - 대안중심 현실주의자)으로 나눌 수 있고, 각각도 재미있는 캐릭터들이다. 무분별한 개발 벌목으로 북미대륙의 원시림의 98퍼센트가 사라진 1990년대 태평양 북서부의 대규모 목재 전쟁에서 정점을 이룬다. 목숨을 담보로 한 맹렬한 벌목 반대 운동가들의 새로 심은 나무가 벤 나무를 대신할 수 없다는 꺾이지 않는 믿음의 실천주의자들 모습과 일련의 과정에서 겪는 사건들은 이 소설의 재미중 하나이다. 반면, 종자은행 구축하고 전세계적인 게임의 업그레이드 장면은 숲의 권리를 인정하는 인간들의 겸허한 실천으로 보인다.

끝으로, 작가(리처드 파워스)의 나이가 만만치 않다. 나무를 제대로 알기 위해 로키 산맥과 그레이트스모키 산맥등 미국 전역을 둘러보았으며, 120권의 나무에 관련된 책을 읽었다고 한다. 우거진 숲에서 살기도 했다.

픽션은 흔히 작가의 상상력에 기반한다고 한다. 그런데 상상력은 사실에 기반한다. 사실은 공부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이 소설은 작가가 행한 공부의 깊이를 증명한다. 지적인 것은 아름다운 것과 형제다. 듣도 보도 못한 소설, 초유의 소설이다. 이런 소설을 쓴 작가를 존경한다. 이런 작가들의 책들은 주제와 상관없이 무조건적으로 읽으려고 한다. 이런 느낌의 책으로, 70세의 동물학자(델리아 오엔스)가 쓴 <가재가 노래하는 곳>를 추천한다.

2018년 겨울, 2주간의 평창올림픽 스키장을 위해 원시림을 베어낸 가리왕산은 어떻게 복원되고 있는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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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견문 1 - 몽골 로드에서 할랄 스트리트까지 유라시아 견문 1
이병한 지음 / 서해문집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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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사유의 젊은 학자 내공이 독자를 사로잡는 강인한 필력으로 결합되었다.

<견문>의 겸손한 표현과는 달리, 좌/우, 전근대/근대, 서구-비서구의 3중 분단 체제를 뛰어넘는 새로운 유라시아의 재구성이다. 특히, 서양중심의 근대사 편견과 한계를 지적하는 부분에 고개를 저절로 끄덕여진다.

다만, 저자의 친중국적 시각에 동의할 수 없다. 중국의 유라시아 일대일로 사업, 공산당의 지도 체제 및 선출 방식, 유교 전통 등 미화되어 서술되고 있는 흠이 있을 뿐만아니라 학자적 관념성도 엿보인다.

<서울선언>의 저자 김시덕 교수와 더불어 유연한 사고와 진영적 사고에서 자유로운 젊은 학자들의 만남은 항상 기쁘고 역동적이다. 새로운 자극이랄까...저자는 몇 개 언어를 구사할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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