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스토리
리처드 파워스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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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 환경 재난 현상은 미세먼지와 폭염이다. 폭염이 지속되는 한여름밤은 결국 인간이 이 세상에 마구 누려왔던 결과이자 반작용이다.

“이익의 사유화, 비용의 사회화”의 대표적인 주제인 환경문제 공유의 필요성과 자연-인간사이의 권리와 책임이라는 인문학적 성찰의 고민이 결국 부담스런 벽돌두께(약 700페이지)의 분량에도 추천한 이유이기도 했다. 또한 주제의 지루함에도 불구하고, 소설 형식의 서사적 글 전개와 2019년 퓰리처상 수상의 권위 부여는 북클럽 회원들의 불평과 불만을 제압하는 강력한 도구로 작용했으리라 본다.

이 소설의 최대 장점은 스토리 구성의 독창성과 연관성에 있다. 주제와 형식이 독립적(independent)이지만 보이지않는 곳에서는 네트워크처럼 서로 영향을 주고 엉켜있다. 마치 나무의 뿌리처럼...

미국 독립전쟁부터 시작한 약 100년의 시간 흐름과 아시아계 출신을 포함한 비사회적이면서 개성만점의 9명 인물로 시작한다. 그리고 숲이나 나무와 연결된 인물은 모두 독립적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1부 (뿌리)편에 소개된 인물편이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청각과 언어 장애를 가진 과학자(패트리샤 웨스터퍼드)는 나무들이 서로 의사소통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나무에서 떨어져 반신불수가 되었을지라도 컴퓨터 속 세계에서 더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학생(닐리 메타)의 역할은 감동적이다. 과학자 논문-지금이야 나무들이 서로 뿌리와, 향기등으로 소통한다는 과학 이론은 학계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만-은 숲 관련 논문의 주류가 되는 과정에서 과학이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게임 개발에서 숲과 나무 역할의 인정은 작가의 깊이가 그대로 들어난다.

9명의 인물들은 두 그룹(5명-근본 및 실천주의자 vs 4명 - 대안중심 현실주의자)으로 나눌 수 있고, 각각도 재미있는 캐릭터들이다. 무분별한 개발 벌목으로 북미대륙의 원시림의 98퍼센트가 사라진 1990년대 태평양 북서부의 대규모 목재 전쟁에서 정점을 이룬다. 목숨을 담보로 한 맹렬한 벌목 반대 운동가들의 새로 심은 나무가 벤 나무를 대신할 수 없다는 꺾이지 않는 믿음의 실천주의자들 모습과 일련의 과정에서 겪는 사건들은 이 소설의 재미중 하나이다. 반면, 종자은행 구축하고 전세계적인 게임의 업그레이드 장면은 숲의 권리를 인정하는 인간들의 겸허한 실천으로 보인다.

끝으로, 작가(리처드 파워스)의 나이가 만만치 않다. 나무를 제대로 알기 위해 로키 산맥과 그레이트스모키 산맥등 미국 전역을 둘러보았으며, 120권의 나무에 관련된 책을 읽었다고 한다. 우거진 숲에서 살기도 했다.

픽션은 흔히 작가의 상상력에 기반한다고 한다. 그런데 상상력은 사실에 기반한다. 사실은 공부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이 소설은 작가가 행한 공부의 깊이를 증명한다. 지적인 것은 아름다운 것과 형제다. 듣도 보도 못한 소설, 초유의 소설이다. 이런 소설을 쓴 작가를 존경한다. 이런 작가들의 책들은 주제와 상관없이 무조건적으로 읽으려고 한다. 이런 느낌의 책으로, 70세의 동물학자(델리아 오엔스)가 쓴 <가재가 노래하는 곳>를 추천한다.

2018년 겨울, 2주간의 평창올림픽 스키장을 위해 원시림을 베어낸 가리왕산은 어떻게 복원되고 있는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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