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정호승 지음, 황문성 사진 / 비채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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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저뿐만이 아닙니다. 다른 시인이나 작가들,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도 인간의 비극성을 창조의 밑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희극보다 비극을 노래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존재이며, 예술은 비극을 먹고 자라는 기쁨과 희망의 꽃이기 때문입니다. - P377

이렇게 사막의 밤은 아름다웠지만 고통스러웠습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사막도 현대문명에 길들여진 인간은 하룻밤도 살기 어려운 곳이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에 그러한 사막을 지니고 살고 있습니다. 스스로 건너야 하는 자기만의 사막이 있고 광야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문제만 평생 남아 있을 뿐입니다. - P385

그것은 가까이 있는 작고 익숙한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기때문입니다. 행복이 거대한 존재가 아니라 작디작은 존재이며, 먼데 어느 미래의 시간과 장소로 찾아가는 게 아니라 이미 찾아와 있는 것을 이 순간 발견하는 것이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 P391

신영복 선생의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엔 ‘남에게 자기를 설명하려고 하는 충동은 한마디로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의 결여를 반증하는 것입니다‘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 구절은 저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아, 지금까지 나를 애써 설명하려 든 것은자신감의 결여를 나타내는 일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었구나. - P397

남의 비방을 참는 것이 복수하기보다 더 쉽습니다. 깊은 강은 돌을 던져도 그 흐름이 변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 P399

하나의 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물, 밀가루, 이스트, 설탕, 소금, 계란 등의 재료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내일이라는 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런 재료들 중에서도 고통이라는 재료가 꼭 필요합니다. 누구든 고통 없이는 인생이라는 빵을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 P402

나도 알을 품은 암탉처럼 현재에 충실해야 합니다. 꽃과 열매를동시에 얻을 수 없고,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만날 수 없습니다. 꽃을 바라볼 땐 꽃의 아름다움만 바라보아야지 꽃의 열매까지 바라볼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면 꽃의 아름다움마저 제대로 볼 수 없습니다. - P408

다른 사람이 아무리 나를 보고 실패했다고 해도 내가 실패라고생각하지 않으면 실패가 아닙니다. 실패한 게 아니라 실행되지 않는 한 가지 방법을 발견했을 뿐입니다. 실패는 원래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실패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존재합니다. 그래도 실패가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실패 속에 있는 성공의 향기부터 먼저 맡아보세요. 실패에는 늘 성공의 향기가 납니다. - P419

법정스님께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을 무가치한 일에 결코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한 인간으로서 가정적인 의무나 사회적인 역할을 할 만큼 했으면 이제는 자기 자신을 위해 남은 세월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도 강조하셨습니다. - P426

부모는 활이고 자식은 화살이라고 했습니다. 화살이 과녁에 명중하기 위해서는 활의 정확도가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안정된 자세에서 정확한 방향을 향해 화살을 힘껏 쏘았다 하더라도 그 순간 활이 흔들리면 화살이 제대로 날아갈 리 없습니다. 부모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활이 되어야 합니다. 부모의 삶의 태도는곧 자식의 삶의 태도를 결정짓습니다. - P437

인간은 신에 대해 자신을 나타내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존재입니다. 현대인이라고 해서 신에 대해 아무런 인간적 표현을 하지 않고살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어떠한 형식으로든 하루하루 자기 나름대로 종교성을 표현하고 살아갑니다. 따라서 현대인에게도 신전 없는 삶은 있을 수 없습니다. 누구나 삶의 중심에 자기만의 신전이 존재해 있습니다. 저는 고대인이 아니므로 마추픽추와 같은 거대한 신전은 건설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제가 마음속에 꼭 지어야 할 신전은 ‘사랑의 신전‘ 일 것입니다. 그것이 절대자가 기뻐하는 신전이 되기 위해서는 사랑을 실천하는 ‘실천의 신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 P449

‘아, 용서하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내가 죽는 길이구나! 용서한다는 것은 결국 내가 사는 길이구나! 그동안 나는 용서를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며 살아왔구나!‘
용서는 용서해야 할 대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남을 위해 내가 참고 희생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용서하고 싶어서 용서하는 게 아니라, 내가 살기 위해 용서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용서하지 못함으로써 내가 죽고 싶지는않았습니다. - P454

길이 끝나는 곳에 길은 있습니다. 갈 데까지 가서 더 이상 갈 곳이 없다고 생각될 때 길은 새로운 길을 어머니처럼 가슴에 품고 있습니다. 지금 시작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바로 끝이 되고, 지금 끝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다시 시작이 됩니다. 길을 잃는다는 것은 곧 길을 찾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제 끝났다고 생각되는 순간에 다시 시작하는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길이 놓여 있습니다. - P476

천국을 맛보기 위해서는 네 가지 양념이 꼭 필요하다고 합니다.
‘단순함, 절제, 소박함, 작은 것에 만족함‘이라는 양념이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천국을 맛본다는 것은, 천국은 이미 존재해 있는 게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양념 또한 스스로 천국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을 의미할 것입니다. - P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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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정호승 지음, 황문성 사진 / 비채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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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희망을 잃었을 때 자살합니다. ‘자살사회‘인 우리 사회에서 희망을 잃는다는 것은 바로 죽음이라는 죄악을 저지르는 일입니다. 오늘도 그런 죄악을 저지르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거듭해봅니다.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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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는 것은 인간적이나 실패에 주저앉는 것은 악마적입니다. 인간이기 때문에 실패하고, 인간이기 때문에 실패라는 동반자와 함께 하는 것입니다. 인생의 수없는 동반자 중에서 가장 중요한 동반자는 바로 실패입니다.

이 세상에 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책을 단 한 권만 읽은 사람이라고도 합니다. 단 한 권 읽은 책속에 있는 진실만이 진실이라고 믿게 돼 그만큼 인생의 진실 범위가 좁아져버리기 때문입니다. - P258

영화 ‘밀양‘에서는 아들을 죽인 범인이 스스로 하느님한테 용서받았다고 하는 것을 보고 여주인공은 회의를 갖습니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하느님의 존재를 부정합니다. 그러나 다시 돌이켜보면 인간인 내가 결코 용서할 수 없기에, 죄는 인간의 몫이기에 용서는 결국 신의 몫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누구에게 미룰 수 있고 누군가가 대신해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한 생각이 듭니다.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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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 타자기 - 한글 기계화의 기술, 미학, 역사
김태호 지음 / 역사비평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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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공병우의 경력 형성 과정은 일제강점기와 광복 직후 한국 의학과 의료의 단면을 보여준다. 공병우가 의학강습소를 졸업하지 않고도 의사가 될수 있었던 것, 연고가 없었지만 경성의전과 경성제대에서 실험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 경성을 벗어나지 않고도 나고야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던것 등은 모두 오늘날 한국의 의료 제도에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일들이다. 이와같은 성장 경로가 가능했던 것은 의사검정시험 제도, 일본식 강좌 체제, 제국대학의 네트워크 등 일제강점기 식민지 의료 체제의 특징들 때문이다. 또한 공병우가 안과 진료로 큰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것은 의료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등 당시 의료 현실을 반영한 것이고, 그가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갖고 사회문제를 논하는 명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일제강점기 의료인의 위상이 높았던 역사적 맥락을 반영한다. - P144

한글전용과 타자기 사용도 공병우에게는 같은 맥락에서 중요한 과업이었다. "제한된 능력 이상으로 인간이 일하기 위해서는 기계의 도움을 받아야" 하므로 타자기는 반드시 필요하고, 한복과 마찬가지로 허례허식에 불과한 한자도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 P150

기술혁신의 궁극적인 원동력은 발명가 한두 명의 창의력이라기보다는 그 사회의 신기술에 대한 수요와 지원이다. 사회가 그 기술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또 그 기술이 태어날 수 있도록 인력과 자원을 투입할 수 있는지에 따라 새로운 기술이 그 사회에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한다. 공병우 타자기의 성장은 이런 맥락에서 입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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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 타자기 - 한글 기계화의 기술, 미학, 역사
김태호 지음 / 역사비평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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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기는 기술사에서 여러 차례 다루어진 주제 중 하나다. 서구의 언어생활을 크게 바꾸어놓았을 뿐 아니라 그 설계와 생산측면에서 미국식 기계공업의 전범을 보여주었다는 점, 또 사회적으로는 20세기 초 여성의 사회 진출의 실마리를 마련했다는 점 등에서 타자기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였다. 또한 타자기는 대량생산, 표준(화), 그리고 기술의 잠금(lock-in) 효과 등 기술사를 관통하는 주제들과도 연결되어 있었으므로, 많은 이들이 여러 각도에서 타자와 타자기의 역사를 연구해왔다. - P13

앞서 언급했듯이, 타자기의 대량생산은 미국 기계공업의 발전, 그중에서도호환식 부품의 보급 덕을 보았다. 예컨대 레밍턴 사는 타자기 생산에 손을 대기 전에 이미 총기와 재봉틀 등을 생산하며 자리를 잡은 제조업체였다. 이들제품을 양산하며 쌓인 경험은 타자기 생산에 곧바로 적용되었고, 거기에 여러업체의 경쟁이 더해지면서 타자기는 더 값싸게 더 많은 사용자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 P35

타자기의 시대는 저물었지만, 타자기의 유산은 여러 곳에 남아 있다. 특히키보드라는 입력장치는 타자기 이외에도 텔레타이프, 라이노타이프, 컴퓨터, 심지어 스마트폰까지, 문자를 입력하는 거의 모든 장치에 활용되었다. 컴퓨터 키보드에 남아 있는 ‘시프트‘, ‘리턴‘, ‘탭‘ 같은 이름들도 기계식 타자기 시대의유산이며, 전자메일에서 참조 수신자를 지정할 때 쓰는 ‘라는 표현도 먹지로복제한 사본(carbon copy)을 보내던 타자기 문화의 흔적이다. - P36

그런데 한자 없이 가나 또는 한글로만 글을 쓰면, 같은 일본어 또는 한국어문장이라도 의미 파악이 어려워진다. 한자에서 시선을 잠시 멈추며 의미를 파악하는 식으로 눈이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나 또는 한글로만 글을 쓸 때는 로마자와 마찬가지로 띄어 쓰는 편이 의미를 파악하기가 편하다. 실제로 현대 한국에서 띄어쓰기가 정착된 뒤에야 한글 전용(用)이 가능해졌다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 P42

그럼에도 불구하고 밍콰이 타자기의 도전은 부분적으로나마 이후 한자기계화에 유산으로 남았다. 앞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오늘날 대다수의 사용자들은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에 중국어(한자)를 입력할 때 한어병음기호로 발음을 입력한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기계가 보여주는 발음이 같은 글자나 단어가운데 내가 원하는 것을 골라 입력을 마친다. 이렇게 목록을 좁혀 나가 원하는 글자를 찾아 입력하는 것을 중국어로는 ‘수입(入슈루)‘이라고 하는데, 린위탕의 밍콰이 타자기는 기계식 메커니즘으로 한자를 ‘수입‘하려 했던 시도라는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있다. - P58

첫째로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한자와 결별하고 한글로만 쓰는 타자기를 만들었으며, 둘째로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로마자 타자기와 같은 구조의 타자기를 만들었다. 결과론이지만, 일본과 중국이로마자 타자기와 다른 타자기를 만들어 한자를 안고 가는 데 성공했다면, 한국은 반대로 ‘로마자 타자기와 같은 형태의 타자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에 매진하여 결국 성공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 P60

아예 로마자처럼 가로로 쓰고 가로로 읽는 타자기를 만든다면 이런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터였다. 하지만 가로쓰기 타자기가 성공하려면 가로로 쓴문서를 기꺼이 읽을 독자가 있어야 했다. 글을 세로로 쓰고 읽는 것은 한국의 독자들에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세로로 쓰는 한문의 전통을 따라 한글도 세로로 쓰도록 발전해왔고, 일제강점기에도 세로로 쓴 일문이 공식적으로 통용되었다. 따라서 가로쓰기는 단순한 개인의 취향이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글에 대한 관념과 인식의 틀을 바꾸는 혁명적 변화였다. - P70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한글 타자기를 만들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기술적인 것만이 아니었다. 모아쓰기, 가로쓰기, 한글 전용 가운데 기술자나 발명가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모아쓰기 메커니즘을 고안하는 것 정도다. 가로쓰기나 한글 전용은 한글을 어떻게 쓸 것이냐는 사회적·문화적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문제이므로 기술자나 발명가 개인의 역량만으로는 해결할수 없었다. 로마자 타자기는 로마자 사용자들이 글을 쓰던 방식을 그대로 기계에 옮겨 만들었다. 따라서 로마자의 기계화가 로마자로 글을 쓰는 방식을 바꾸도록 강요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로마자 타자기를 개조하여 만든 한글 타자기는 한글사용자들이 글을 쓰던 종래의 방식과 잘 맞지 않았다. 이미 존재하는글쓰기의 형태를 기계에 옮긴 영문 타자기와 달리, 한글 타자기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글쓰기의 양상 자체가 바뀌어야 했던 것이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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