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 타자기 - 한글 기계화의 기술, 미학, 역사
김태호 지음 / 역사비평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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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공병우의 경력 형성 과정은 일제강점기와 광복 직후 한국 의학과 의료의 단면을 보여준다. 공병우가 의학강습소를 졸업하지 않고도 의사가 될수 있었던 것, 연고가 없었지만 경성의전과 경성제대에서 실험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 경성을 벗어나지 않고도 나고야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던것 등은 모두 오늘날 한국의 의료 제도에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일들이다. 이와같은 성장 경로가 가능했던 것은 의사검정시험 제도, 일본식 강좌 체제, 제국대학의 네트워크 등 일제강점기 식민지 의료 체제의 특징들 때문이다. 또한 공병우가 안과 진료로 큰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것은 의료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등 당시 의료 현실을 반영한 것이고, 그가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갖고 사회문제를 논하는 명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일제강점기 의료인의 위상이 높았던 역사적 맥락을 반영한다. - P144

한글전용과 타자기 사용도 공병우에게는 같은 맥락에서 중요한 과업이었다. "제한된 능력 이상으로 인간이 일하기 위해서는 기계의 도움을 받아야" 하므로 타자기는 반드시 필요하고, 한복과 마찬가지로 허례허식에 불과한 한자도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 P150

기술혁신의 궁극적인 원동력은 발명가 한두 명의 창의력이라기보다는 그 사회의 신기술에 대한 수요와 지원이다. 사회가 그 기술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또 그 기술이 태어날 수 있도록 인력과 자원을 투입할 수 있는지에 따라 새로운 기술이 그 사회에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한다. 공병우 타자기의 성장은 이런 맥락에서 입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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