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의 시간 창비시선 494
김해자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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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매월 한권씩 시집을 읽자>는 다딤으로 4월 마지막 주문한 책이 <니들의시간>이다.

1. 1월, 지리산에서 섬진강을 보다
2. 2월, 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
3. 3월, 순한 먼지들의 책방
4. 4월, 니들의 시간

한 눈으로 책을 보고, 한 눈으로 자신을 생각하면서 읽어내리는 시집이다. 희망의 근거나 조각들을 만나는 방식을 고민하게 만들어버렸다.

5월에는 어느 시집을 만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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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의 시간 창비시선 494
김해자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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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복(喪服)

묵은눈이 밤새 마술처럼 사라진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어제오늘 내린 눈도 아니고 도둑눈 가랑눈 떡눈 진눈
눈이란 눈들이 한자리 차지하고 쇠눈 숫눈 생눈 사태눈
겨우내 쌓이고 얼어 돌탑이 된 얼음덩이가
한순간에 녹아버린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두부 속으로 들어간 혀처럼 눈 속으로 슬며시 잠입한
뜨거운 입김들의 깊숙한 혁명을
아이스크림 한 입 베어 먹고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치미 떼고 언덕배기로 냅다 달리는
눈물투성이 밀사들,
꽝꽝 얼어붙은 눈은 속에서부터 스러진다
층층이 쌓여온 눈은 밑에서부터 삭아내린다
어느 날 갑자기 폭삭 주저앉는다 그제야
여기저기서 상복 벗어 던지는 소리
들판이 새파랗게 술렁인다
봄이 일어선다 - P112

볼링공 굴리듯 흩어진 짱돌 살살 굴려주던 퇴근길 넥타이들처럼, 또다른 눈물들이 받쳐주고 올라서며 저물녘 책들이시를 쓰는데, 부서진 미래,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 끝없이열리는 문들, 지옥에 이르지 않기 위하여,

태풍보다 먼저 올라온 비에 매화나무는 젖는데, 지하도는 물에 잠기는데, 집이 떠내려가는데, 구명조끼도 없는들이 울부짖으며,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디디의 우산, 아부알리 죽지 마, 인간의 시간,

책 한권 없는 일곱살 아이가 언니 오빠 미술책 읽듯 어머니 학교, 아배 생각, 씨앗 하나가 오이가 되기까지 나는 여기가 좋다,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 오래된 미래......

_ 또다른 눈물 중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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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버지가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 나간다! 그것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라는 압력과 세태가 강해지고 있는 일본에서일종의 포인트가 되는 듯했다. - P74

생활 속에서 음악을 즐길 줄 아는, 뛰어난 귀를 가진 사람은 할머니처럼 평범한 곳에 있다. 연주자 또한 평범한 곳에 있어도 되지 않을까?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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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의 시간 창비시선 494
김해자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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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스름한 날벌레의 다리가 읽고 간
페이지를 다시 읽었다
‘책과 학교 없이도 생각을 배웠다‘는
‘슬픈 내 인생의 처음부터‘

호미가 읽는다
띄어쓰기가 규칙적인 콩밭과 고추밭
낫이 읽는다 소루쟁이와 바랭이 방동사니
풀밭은 띄어쓰기 안 한 중세의 문장
여러번 지나가야 독해가 된다

밭의 새싹과 마을의 말소리가 오랜 가르침이었다는
내 학문은 이제 시작이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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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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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 비슷하잖아, 콩쿠르와 신인상의 난립. 똑같은 사람이 인정받기 위해서 온갖 콩쿠르와 신인상에 응모하는 것도 똑같아. 그걸로 먹고살 수 있는 사람은 양쪽 다 극히 일부지. 자기 책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사람, 자기 연주를 남에게 들려주고 싶은 사람은 바글바글한데, 둘 다 사양산업이라 읽을 사람도 들을 사람도한 줌밖에 안 돼. - P25

물론 그런 경험은 이전에도 수없이 했다. 똑같은 피아노라도훌륭한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면 전혀 다른 소리로 들리는 경우는흔하다. - P36

"그 감정은 아마 혐오감과 종이 한 장 차이일 거야. 똑같은 감정을 느껴도 그걸 쾌감으로 받아들이는가, 불쾌감으로 받아들이는가, 그 차이 아닐까?"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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