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는 그와 그녀와 헬스를 끊었다. 호흡곤란의 상태를 즐기기로 했다. 점점 차올라오는 혼란을 가라앉히기 위해 그동안 해봤던 모든 조치들이 무산되었다. 그나마 반타작이었던 저녁조깅은 며칠 전부터 내리는 비 때문에 갈 수 없었다. 비는 다음 주까지 내릴테고, 이제 장마권으로 접어들었기에 더욱더 힘들터이다. 4개월동안 진행된 수업도 종강되었다. 새로이 시작한 다른 수업은 아직 시간을 못 잡아 부유중이다. 도로는 온통 파헤쳐져 상수도, 하수도, 가스배관 등의 공사가 날마다 진행된다. 가게 앞 도로는 기운 누더기처럼 불쌍하기 그지없다. 하루종일 두두두 소리내던 포크레인이 이제 내 머리를 공격하고 있다. 그래. 차라리 그렇게 소리라도 질러라.

앞으로 한 달이 지나면 혼란이 사그라들까. 더 혼란스러워질까. 뭐든지간에 나는 그와 그녀와 같이 무언가를 할 것이다. 그녀는 더 늘어날수도 있다. 그가 더 늘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는 하나면 족하다. 내일도 나는 헬스를 가고, 모레도 나는 헬스를 갈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조금씩 늘어나는 근육처럼, 마음에도 근육이 생겨 방패가 되어줄 것이다. 어쩜 그가 도와줄지도 모르겠다. 아니 지금도 충분히 도와주고 있다. 여행 후유증으로 생긴 호흡곤란이 생각보다 오래간다. 새로운 도전에 성공하고나서의 후유증이기에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아주 만족한다. 나는 5년만의 외출에 성공했으니까. 혼란은 그러니까, 성공에 따라붙는 꼬리표 같은거다. 그러니 '혼란'을 혼란스러워말고, '혼란'을 그저 지켜만 보자. 숨었던 호흡은 곧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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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9 14: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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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5 00: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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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1 03: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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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5 00: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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