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작이 있으면 탈락작 또한 있다. 많은 후보작 중에 6편을 뽑아서 2차 심사를 한다. 몇 명이나 이런데 응모를 하는진 모르겠지만 문학에 꿈을 품은 많은 사람들이 도전을 하는 공간에서 6명의 후보에 오른다는 건, 그 자체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일이겠다. 그래서그런지 심사평도 당선작만 하지 않고, 6명의 후보에 대해서 각각의 심사평이 모두 있다. 탈락한 후보작의 경우는 책으로는 접할 수 없고 이렇게 심사위원의 심사평으로만 접할 수 있는 듯해서, 후보작의 심사평도 꼼꼼하게 읽어봤다.  

후보작으로 그쳐야만 했던 작품들도 모두 뛰어난 작품들이었지만 조금씩 모자라거나 과한 부분이 보였을 것이고, 이에 반해 당선작은 그 부분에서 남다른 솜씨를 보여주는 것 같다. 그중 당선작에 버금가지만 결국 탈락한 한보라씨의 <육성호텔>의 경우, 간단한 스토리 속에 다양한 주제의식이 무리 없이 표현되는 '소설의 기술'을 갖췄지만 결정적으로 인물과 장소의 전형 획득에 실패를 했다는 평을 읽을 수 있다. 헤겔식으로 표현하자면, '바로 이 사람', '바로 이곳' 이라할 만한 특이성을 얻지 못한 것이다. 반면 수상작은 '바로 이 사람'을 그려내는 솜씨가 남달라 등장인물들이 살아 꿈틀거리게 만들었으며, '바로 이곳' 역시 진정성이 살아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당선작가가 느꼈다는 바로 그 느낌, 주인공이 글에서 걸어나와 자기 옆에 있고 자기에게 말을 걸어주는 그런 느낌을 심사위원들이 공유한 것이다.  

나는 내가 소설을 왜 읽지? 라고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소설 속 가상세계에 접속해서 주인공처럼 모험을 하기도, 슬퍼서 울기도, 행복해하기도 하는 등 갖가지 경험과 감정의 유사체험을 해보고 싶어서, 라는 결론이 나왔다. 물론 책을 펴는 첫 시도는 그저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심심해서..정도의 이유일테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흥미를 느끼고 책을 덮으면서 행복해하는 그런 류의 책을, 독자들이라면 읽고 싶을 테니까 말이다.  이럴 때 내가 등장인물들이 경험하는 사건들에 몰입하게 되는 건, '바로 이곳'이라는 특정장소에 대한 명확한 상이 그려질 때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역시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유사체험을 하게 되는 건, '바로 이 사람'이라 지칭할만큼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살아서 움직여 소설 밖으로 걸어나올 정도까지 가야되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작년에 읽었던 하루키의 <1Q84>에서 특히 아오마메를 옆에서 가끔씩 느낀다. 아오마메가 꾸준히 했던 스트레칭, 아오마메가 협박용으로 썼던 얼굴 구기기, 아오마메가 도구로 사용했던 특제아이스픽, 아오마메가 숨어 살던 아파트와 그 아파트 앞 공원 앞에서 하늘을 보던 덴고, 하늘에 떠 있던 두 개의 달. 아모마메를 떠올리면 상술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그 뒤에 책을 다시 들춰보지 않았음에도 머리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걸 보면, 아모마메는 나에게서 전형성의 획득에 성공했나보다. 수상작의 태만생군에서도 그런 전형성을 찾고 싶은 바램이 있다. 

여러 심사위원 중 내가 유일하게 작품을 읽은 사람인 한강 역시 위의 안타까운 후보작에 대한 평을 썼다. 소설을 직조하는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 소설의 형식에 대해 탐구하고 실험한 흔적이 역력한 작품, 그러나 이토록 정교하고 힘있게 직조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 속에 담긴 것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의구심이 생기게 만드는 작품이라는 평이다. 소설을 읽을 때의 긴장감이 끝까지 가지 못하고 후반부 어드매쯤에 탄력이 떨어져 고무줄이 터지는 듯한 느낌을 말하는 걸까. 역시 <1Q84>에서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덴고는 소설을 완성해 후보작을 응모하지만 매번 떨어진다. 마지막까지 경쟁작으로 남아있으나 마지막 관문을 넘어서지 못하고 떨어진다. 이유는 탄탄하게 완공된 건축물같은 소설임에도 작가가 이 소설을 쓸 수 밖에 없는 필연성을 심사위원에게 전달하지 못했으며, 소설이 간절히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덴고 스스로도 모르고 따라서 심사위원들의 가슴을 울리지 못한 것이다. 이 시점에서 등장한 후카에리의 후보작은 덴고를 놀래켰고, 편집장을 놀래켰다. 덴고와 정반대랄 수 있는 글을 쓴 후카에리. 덴고에게는 없는, 소설을 읽을 때의 간절함과 소설을 읽고나서의 여운을 가지고 있는 후카에리. 그러나 후카에리는 덴고에게는 충만한 건축술과 여타의 기술 들이 많이 모자랐다. 결국 편집장을 제안을 받아들여 덴고는 후카에리의 작품에 손을 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덴고의 건축술은 유용했고 덴고 역시 자신 속에 숨겨져 있던 자신만의 그 무엇을 발견해낸다. 소설을 쓸 수 밖에 없는 사연이 생겼고, 소설에서 간절히 말하고자 하는 그 무엇이 생겼다. 위의 안타까운 후보작 역시 다음 번 작품에서 간절한 그 무엇을 찾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래서 강건한 건축물 위에 우뚝 서 있을 깃발 같은 간절한 그 무엇을 많은 독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미래의 행복한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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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9 10: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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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9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