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로 받아보는 문동계지다. 펴내는 글을 읽고, 주욱 넘기다가 문동작가상 발표를 보았다. 어머. 문동에도 작가상이 있구나? 당선작은 <청소년 통행금지구역>이다. 궁금해져서 자세히 보았다. 황현진. 이쁘장한 여자분이다. 심사를 보신 분들의 후보작들에 대한 심사평이 있었고, 당선작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심사평이 있었다. 심사평을 읽고나니 작품에 관심이 생겼다. 좀더 읽다보면 작품이 나오겠지. 그러나 인터뷰가 다음 순서다. 어..뭔가 좀 이상하다. 인터뷰를 건너뛰어서 계지를 다 뒤져도 작품이 없다...작품이 왜 없는거야..앗. 혹시 장편?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작가의 프로필을 보던 중, 어느 한 구석에서 단행본 출간 후..란 글자를 봤다. 아하~당선작은 다음에 책 나오면 사서 봐야되는구나...그렇구나..10%의 인세,라는 부분을 읽으면서 웃음이 슬몃 나왔다. 히히. 인세가 정가의 10%라는건 나도 얼마전에 들어서 안다구. 하하. 출판업계의 시스템을 조금 이해한 나는 황현진 작가의 작품이 괜히 기다려진다. 내가 심사에 하등 관여를 하지 않았음에도, 숱한 후보작들 중에서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뽑혔다는 심사평을 읽고선, 내가 그 작품의 탄생에 일조를 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작품을, 알맹이가 아닌 작품평으로 먼저 읽는다는 것은 작품에 왠지 모를 애정이 생기게 해주나보다.
다시 인터뷰를 읽는다. 당선발표날 황현진은 문창과 친구들과 술을 먹고 있었단다. 건배를 하면서도 모르는 번호가 찍혀라, 찍혀라, 마음 속으로 빌었고 거짓말처럼 모르는 번호가 찍혔다. 당선소식을 들었을 때, 황현진은 "꺄악" 소리를 내질렀단다. 정말 최고로 솔직한 당선소감이 아닐 수 없다. 황현진의 작품 속에는 그 '꺄악'이 담겨있을 것 같다. 작가의 날 것이 그대로 생생하게 있을 것 같다. 용화공고 3학년에 다니는 주인공 태만생 군에게 작가의 날 것이 어떻게 입혀져서 보여지고, 들려지고, 맛이 날지, 무척 궁금하다. 황현진은 글을 쓰다 어느 시점에서 문장들이 굴러가는 소리, 이야기가 굴러가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황현진은 또한 주인공이 문장 밖으로 걸어나오는 것을 봤다고 한다. 주인공은 작가 옆에 앉아 작가의 하는 짓을 보기도 했을 것이고, 작가에게 좀더 잘 쓰라고 잔소리도 늘어놓았을 것이고, 작가가 심심하면 친구가 되어주기도 했을 것이다. 나로선 상상이 가지 않는 일 같은데 그 느낌만은 알 듯도 싶다. 독자의 입장에서도 유독 애정이 가는 책 속의 주인공이 있기 마련이고, 그 주인공의 생각을 따라가다보면 어쩔때는 주인공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만히 글을 쓰는 작가들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세상에 많은 작가가 있고, 더 많은 작가희망생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처럼 관심있게 그런 작가의 책을 야금야금 읽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주인공은 수많은 독자에게로 가서 읽힐 것이고, 느껴질 것이고, 만져질 것이고, 교감이 될 것이다. 작가의 글이 미지의 독자들과 만나 숱한 접점을 만들 걸 상상하는 일은 작가에게 짜릿한 쾌감일까. 두근두근 전율일까. 살짝 겁이 나고 도망가고 싶은 순간일까. 그것이 어떤 느낌일지라도 작가에겐 행복 그 자체일 것 같다. 작가의 마음을 산실로 해서 태어난 주인공과 교감한다는 건, 작가와 교감한다는 것과 같은 일일테니까. 아...난, 왠지 작가에게 사랑받는 독자가 될 듯도 싶다.
문동계지에서 만나는 많은 작가들. 아직까지 이름만 겨우 아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글로 교감할 수 있는 미래의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괜히 친근감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