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봉지를 뜯는다
약알이 데구르르 흩어진다
물을 먹다 아차차, 앞섶이 흥건하다
약사가 다시 약을 지어 휴지로 입가며 소매며 닦아준다
고운 아가씨다 울 엄마처럼. 나도 예전엔 저렇게 고왔더랬지

약사 선상님, 뭐라고?
뭐라고? 잘 안 들려
좀더 큰소리로 말해줄 수 없겠나
약사의 작은 입이 하마 입맨치로 커졌다
이제 겨우 들린다. 나도 예전엔 앵앵 모기 소리도 들었더랬지

약값을 계산한다
한손으로 돈을 꺼내려니 힘이 든다
콤바인에 손가락이 짤린 뒤로 애로사항이 많다
눈치 빠른 약사가 음료수도 까서 주고 잔돈도 호주머니에 넣어준다
그래야지 암. 나도 예전엔 누가 불편해뵈면 바리바리 도와줬었지


청춘의 기억은
쭈그러진 가죽거죽 안
여즉 고맙게도 뛰어주는
심장보다 더 깊숙한 그곳에 곱게 접어 꼭꼭 숨어라!
추억 속에 매 순간 되살아나 봄빛같이 푸르게 스쳐 지나간다

나도 예전엔
나도 예전엔

스치는 추억이
모두 지나가고 남은 자리에
하회탈 미소의 낯선 늙은이가
꼬부랑 지팡이를 쥐고 콩콩콩 길을 나선다
썩 비켰거라, 온 대지가 벌떡 일어나 그를 경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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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7 21: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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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7 22: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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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8 01: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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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9 18: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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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0 02: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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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0 14: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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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1 02: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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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1 15: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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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2 03: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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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2 13: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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