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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풍을 찾아간 소년 ㅣ 네버랜드 세계 옛이야기 14
백희나 글 그림 / 시공주니어 / 2007년 11월
평점 :
저는 북풍이랍니다. 저, 북풍은 아주 잘 생긴 바람이에요. 콧대도 높구요. 멋지구리 목도리를 두르고, 아주 우쭐거리면서 이 거리, 저 거리를 쏘다니지요. 흥이 날 때는 완전 쌩쌩 소리를 내며 거리를 치닫구요, 음..조금 기운이 빠지면 산들산들거리면서 농땡이도 부리기도 해요. 헤헤. 어때요 저? 완전 멋있죠? 저를 까도북풍이라 불러 주시와요!
아. 그런데 말에요. 어느날 제가 신나서 좀 세게 달렸나봐요. 왜 있잖아요. 신나서 하면 암 것두 안 보이잖아요. 그날따라 좀 달렸더니 피곤해져서 집에서 쉬었어요. 근데 왠 꼬맹이가 찾아오네요? 어. 누구니, 너는? 두 눈을 부릅뜨고, 두 손을 앙증맞게 꼭 쥐고 있는 게 예전의 저를 보는 거 같네요. 저도 저렇게 귀여운 시절이 있었는데 말입니다. 아. 자세히 보니 요전에 봤던 꼬맹이 같기도 해요. 오트밀을 들고 가는 걸 봤어요. 그리곤 기억이 없는데.. 아이쿠. 어쩜 좋아요. 저 때문에 꼬맹이가 오트밀을 흘려서 아프신 엄마께 드릴 음식이 없다고 하네요. 아..이런 어쩌지? 그날 내가 확실히 너무 달리긴 했어. 그렇지만 나는 달리는 게 직업인 북풍인데..에잇, 그냥 내 탓이 아니라고 해버릴까? 음..안돼 안돼. 나는 책임감 강한 북풍이란 말이야.
마침 집안을 둘러보니 식탁보가 있어요. 하하. 말하는 북풍네 집이니 당연히 요술 식탁보겠지요? 허허. 이걸 들려서 보내야겠어요. 아, 근디 또 찾아오네요? 뭐시라? 고장났다구? 에이..나는 AS도 철저한 북풍맨인데 어쩌지? 음..아! 이번에는 일 잘하는 양을 들려보내면 되겠다. 이제 안 오겠지. 휴우..실은, 좀 쉬었다 저도 다시 일 하러 가야 되서요. 요새 같은 겨울철엔 북풍이 할 일이 많답니다. 제가 겨울동안 세차게 불어야 봄이 제대로 오거든요. 뭐든 제대로 해야지요.
ㅎ. 실은 그래서 제대로 일을 했는지 확인차, 꼬맹이네 집에 살짝 들렀더랬어요. 어? 근데..꼬맹이 어머니가 아프신가봐요. 이불에 쏘옥 들어가서 나오시질 않네요. 아..따뜻해 보이는 이불이다. 나도 빨랑 이번 일 마무리하고 봄바람에게 인수인계하고 따뜻한 남쪽나라 가서 좀 쉬어야겠어요. 그나저나 꼬맹이 엄마도 코가 좀 높으..시네요? ㅎ 괜히 반갑습니다. 그럼 이제 꼬맹이에게 가볼까요? 꼬맹이가 지금 있을만한 곳은 길거리 여관 하나 뿐이니, 거기 가봐야겠다. 쓔웅~
하하하!! 꼬맹이 자는 거 좀 봐요. 아이고..지네 엄마랑 꼭같이 코가 높구나. 어째 꼬맹이에게 친근감이 가더니, 아주 세련된 코를 가졌구나. 자식. 아이쿠. 그나저나 이 꼬맹이는 잠버릇이 왜이렇게 험해? 이불을 다 걷어차는구먼. 근데 저기 다리에 난 저거는 뭐지? 혹시..털..? 아이쿠..이놈 이거..이제 어른이 되어가는구먼. 허허. 벌써 다 컸어. 그나저나 저 마귀같이 생긴 할망구는 뭐지? 왜 꼬맹이 자는 걸 보고 있지? 음..알겠군, 알겠어. 이제 확인은 다 했고, 혹시나 만약에 다시 한 번 더 찾아오면 마지막으로 이걸 줘야겠어. 소년과 엄마가 행복한 꿈을 꾸는 걸 보고 싶군. 음화화. 나는야, 멋진 북풍맨.
<실지 동화책을 북풍의 시각으로 조금 각색해서 올려봅니다. ^^
북풍이 마지막으로 소년에게 준 이것은 무엇일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