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좀비를 만났다 - TED 과학자의 800일 추적기 지식여행자 시리즈 2
웨이드 데이비스 지음, 김학영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책 중반까지는 '그것이 알고 싶다' 좀비편을 보는 느낌으로 읽어내려갔다. 좀비를 만들 수 있는 심리적, 약리적 메커니즘을 파헤치는 이야기는 흥미롭긴 했지만, 기존에 부두교에 대해서 갖고 있던 이미지와 그렇게 다르지 않았다. 사람을 마비시켰다가 일으킬 수 있는 사악한 주술사, 마녀의 스프에 들어갈 법한 이상한 재료들, 전설을 채록하듯 알음알음 더듬은 연줄로만 접근할 수 있는 비밀 종교 같은 거?


그런데 중반 넘어가면서, 부두교와 좀비, 좀비 만들기가 아이티에서 갖고 있는 사회적 관계망과 의미를 파헤치는 부분부터는 모든 게 새로웠다. 좀비의 이런 측면을 다룬 소설이 없다니, 그게 더 희한할 지경이었다. 서브컬처에서 한때 좀비 붐이 일었지만 그런 소설/영화/만화의 창작자들이 알고 있었던 것은 사실 조지 로메로와 리처드 매드슨의 좀비뿐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좀비를 만드는 건 약이나 주술이 아니라 아이티의 역사와 사회, 지역공동체였다.


판타지/호러/스릴러 작가들이 좀비를 소재로 쓰고 싶다면 꼭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 좀비라는 '현상'이 아니라 좀비가 나타나고 이용되는 세계관을 잘 담은 소설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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