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고바야시 미키 지음, 박재영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알콜중독, 도박, 외도가 아니면 이혼하면 안 되는 줄 알고 자랐다. 집 분위기가 그랬고, 시절도 별다르지 않았다. 전 남편은 내게 물리적 폭력을 휘두른 적은 없었지만 가스라이팅을 엄청나게 해댔고, 주변인들도 '그래도 네가 선택한 거잖아'라며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정말? 00오빠가 남한테는 00언니 얼마나 많이 칭찬하는데요." 하는 소리로 입을 막아버리기도 했다. 그때 바로 그랬다. 내가 죽일 용기나 수단은 없고, 이혼은 말도 안 된다는 태도인 전 남편이 출근할 때마다 뒷모습을 보며 '저거 오늘 사고나서 죽어서 통지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며칠 울어주고 49재까지만 지내주고 자유의 몸이 된다고. 정말 미워서 내가 손대기도 싫고 그냥 급사로 죽어 주었으면 싶은 사람의 49재까지 지내줄 생각을 했다니 지금 생각하면 완전 스톡홀름 신드롬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십 년 전 그 시절이 생각나서 마음이 아렸다. 이혼녀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가혹할수록, 이혼 후 재산분할이 남자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을수록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염원하는 아내들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 이전에 야근과 철야와 독박육아를 강요하는 노동환경, 남편보다 아내가 출산휴가를 하거나 퇴직하도록 요구하는 임금차별은 남편이 죽어버리기를 바라는 아내를 늘릴 수밖에 없다. 누군가를 끊임없이 미워하며 사는 것은 피곤한 생활이다. 하지만 사회가 강요하고 남편이 외도, 육아 이탈, 인격 무시 등으로 부채질한다면 남편이 죽기를 바라는 아내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그 전에 '결혼 안하는 여성'이 더 늘어날 테고. 


여성혐오로 멸망하는 사회란 비극이지만 웃기겠지. 

"당신은 집에서 뭘 한 거야? 직장에 안 다니니까 아이를 가르칠 시간이 있잖아."라며 나무랐다. 그러다 "당신이 전문대밖에 안 나왔으니까 애도 머리가 나쁜 거 아냐?"라는 말까지 했고, 아스카는 "미안해요. 더 노력할게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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