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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살기 ㅣ 온우주 단편선 2
곽재식 지음 / 온우주 / 2013년 5월
평점 :
곽재식 작가가 예전의 기이한 기록들을 모은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모살기>를 보고는 절로 캬 소리가 났다. 아깝다 곽재식 작가여, 시대와 장소를 잘못 타고났구나. 근대 초기 일본에 태어났으면 이즈미 교카와 어깨를 겨누었을 것이고, 그보다 몇백 년 전에 중국에 태어났으면 <전등신화> 같은 소설을 지어 설화-전기문학의 거장이 되었을 것인데.
곽재식 작가의 SF도 좋아하지만 나는 옛이야기와 기이한 것 계열이 더 좋다. 특히 짧은 이야기지만 <매트릭스>를 방불케하는 김가기 이야기는 매우 짜릿했다. <역적전>도 빨리 읽어봐야겠다.
아이는 가끔씩 이와 같이 말하였다. "저는 죽는 것이 무섭습니다. 죽게 되면, 마치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때와 같이, 내가 여기 있다는 것도 모르고 세월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다시 깨어날 것이라 하는 것조체도 모른 채 영영 그대로 있으면서, 그저 싹 없어져버리기만 하는 그런 것이라면, 이는 과연 겁이 나는 일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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