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에 관하여
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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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저 '안아키' 류의 유사의학 신봉자들을 계몽하기 위한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읽다보니 예상과 전혀 달라 깜짝 놀랐다. 아무래도 '전국민 계몽'을 어렸을 때 겪었던 세대라, 나는 백신은 필수고 민간요법은 의심스러우며 국가에서 하는 예방접종은 무조건 맞아야 한다고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었다. 일제강점기 초기 계몽소설에 흔히 나오는 '조선인의 가난과 비위생'에 대한 묘사도 그런 생각을 거들었다. 그런데 미국에는 "위생이 취약한 지역(계층)이나 백신을 맞고 중산층 이상은 백신 후유증을 더 염려해야 한다"는 안아키적인 믿음이 있었나보다! 하기야 미국인의 절반이 천사가 있다고 믿고 있다니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저자가 정말로 '백신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의 엄마라는 것도 당혹스러웠다. 사실 그런 아이가 실재할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안아키'스트들이 지어낸 알리바이인 줄 알았다. 그걸 알고부터 '마음 고생이 심했겠구나. 이 분야에 대해 공부 열심히 했겠구나.' 하는 생각에 더 몰입해서 읽게 되었다. 게다가 아버지가 의사라니. 아이의 잘못은 없지만 온 가족이 얼마나 아이 때문에 마음을 끓였을까. 특히 엄마가. 


책은 어느 쪽에도 독선적으로 치우치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운 노력과 함께 진행된다. 백신은 만능이 아니지만 우리가 질병에 맞서면서 갖고 있는 무기 중 제일 나은 것이며 인간과 외부 환경(바이러스, 세균, 변종, 생태오염까지도!)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어찌보면 진부한 결론으로 맺어지지만 그 결론에 다가가는 작가의 발걸음은 결코 진부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사서 두고 가끔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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