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키타 GUGU 8
토노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내가 장서가라고 할 만한 사람은 아니지만, 장서가에게 만화 취미는 절대 권하고 싶지 않다. 책값보다 책 보관비용이 훨씬 비싸게 드는 현실을 감안하면 만화는 최악이다. 책장 규격에 두 권씩 위아래로 집어넣을 수도 없고(미묘하게 안 맞고 게다가 책이 상하고!) 정작 외울 정도로 달달 보게 되는 만화책은 드물다. 그림이 함께 있기 때문에 이야기 크기에 비해서 부피도 많이 차지한다. 책들이 다 그렇긴 하지만, 특히 무해하고 순진해 보이는 만화책들은 책장 구석에서 슬금슬금 번식하는 것 같다. 


그래서 R모사에서 <치키타 구구> 이북 대여가 나왔을 때 쾌재를 지르며 전권 대여했다. 칼바니아 1~10권도 이북으로 나왔더라. 감사한 일이다. ,TONO의 흘린 듯한 그림체는 늘 그렇듯이 설렁설렁해 보이면서도 매력적이고, 장난 같은 작명도 여전하다. 식이장애를 앓으며 죽음에 대해 느끼고 생각하는 요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죽음이 문제일까, 외로움이 문제일까. 장난같지만 진지한 이 만화 속에서, 이 질문은 죽지 않는 요괴들이 더 많이 던지고 탐구한다. 요괴들은 배고픔을 느끼고 인간을 잡아먹지만 배가 부르지 않기 때문에 계속 먹어야만 한다. 그리고 '먹이'였던 인간과 안정적인 정서적 관계를 맺게 되면서부터는 식욕을 상실한다. 비록 그것이 자기의 죽음을 부를지라도. 그리고 요괴에게도 의문들이 있다. '나'는 왜 태어났을까.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뭘까. 나는 어디까지 견딜 수 있을까. 


답이 없는 질문들이기에 대답은 없다. 그렇지만 이 작가는 늘 그렇듯이, 너무나 뻔한 대답도 이해가 갈 것 같은(그리고 공감해도 쑥스럽지 않은) 상황과 그림 속에 녹여넣는다. 웹툰을 그려도 잘 어울릴 작가 같은데, 요즘 활동은 어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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