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속에 애장판 1~8(완결) 박스세트
강경옥 지음 / 애니북스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세월이 흘러도 명작인 만화들이 있다. 현재 유행과 동떨어진 그림체나, 지금 보면 촌스러운 말투나 정서에 킬킬거리면서도 다시 한번 정주행할 때까지 손을 놓지 못하는 만화들이 있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이 그렇고, <우주해적 코브라>가 그렇고, <별빛 속에>가 그렇다. 물론 취향에 따라서는 <북두의 권>이나 <이나중 탁구부>를 그런 만화로 꼽는 사람도 있을 테다. 


작가 후기에 '고2때 결말까지 다 구상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이야기들은 중학교, 고등학교 때가 아니면 안 나오는 이야기들이 있다. 나는 사실 강경옥의 좀더 섬세한 작품들(<17세의 나레이션>이나 <...ing> 같은 쪽)을 더 좋아하지만, 걸작의 탄생을 목격하던 사람이 갖는 감회가 또 다르다. 아마 지금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다시 읽어도 그런 감회는 마찬가지겠지만, 강경옥의 주인공들은 신일숙의 주인공들보다 늘 더 망설이고, 더 생각이 많고, 먼 곳과 다른 시간의 이야기 속에서도 더 친근했다. 더 깊이 감정이입이 될 수 있었다. 


다시 읽어보니 신기하기도 하다. 남고 여고가 갈라져 있던 시대, 남녀공학은 정말 손에 꼽을 만큼밖에 없었던 시대에 우리는 왜 그렇게 사랑에 빠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을까. 시이라젠느는, 레디온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고작 몇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어떻게 그렇게 단단히 마음을 붙들어매고, 운명은 끊을 수 없다고 느끼고, 그 안에서 화려하게 피어났을까. 


그림체의 촌스러움(?)은 각오하고 집어들었지만 읽다 보니 그 그림체마저도 다시 아름답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별하늘이 많이 그려져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밤하늘의 별의 아름다움은 변하는 것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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