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빚으로 지은 집
아티프 미안 & 아미르 수피 지음, 박기영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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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빚지고 사는 건 위험하다"는 전통적이면서 직관적인 경제관념, "신용으로 돈을 빌린 쪽(채무자)뿐만 아니라 신용을 심사한 쪽(채권자)은 왜 전혀 경제적 위험을 지지 않나."라는, 과도한 채권 추심과 신용불량자 양산을 보면서 한번쯤은 품어볼 법한 의심. 이 책은 이런 두 가지 직관을 경제학적으로 탄탄하게, 그러면서 쉽고 잘 읽히게 풀어놓았다. 


거기서 한층 더 나아가 국가나 세계 단위로 볼 때에도 채무자에게 무자비하게 빚을 받아내는 것이 공동체에 전혀 도움도 안 되고, 실제로 빚을 다 받아내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통계와 이론의 힘을 최소한 빌어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엉터리 시장지상주의자들에게, 무엇보다도 청소년에게 꼭 읽혀야 할 책이다. 


읽다가 유대인 생각이 났다. 구약성경에서는 유대인이 '유대인에게' 고리대금업을 하면 안 된다고 금지했다고 한다(그래서 비유대인에게 오히려 악독한 고리대금업자 노릇을 하게 되었다는 게 아이러니지만). 금지한다는 건 그런 행위가 꽤나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7*7 49년마다 희년을 정해 채무를 탕감해 주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개인파산과 회생 제도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잘 모르지만, 50년 묵은 채무라면 그냥 못 받는 것으로 생각하고 탕감하는 것이 그냥 '옛 풍습'으로 묻힐 일은 아니다. 다행히 해묵고 값이 떨어진 채권을 사들여 폐기해버리는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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