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그 책의 느낌을 그대로 되살린다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은 1996년에 출간되었지만,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출간 후 10년은 더 지나서이다.
베르나르의 작품들이 보여주는 특색들이 오랜 관찰과 생각. 그리고 기발한 상상력에서 출발하기에 그의 작품들에 매료되어서 그의 저서들을 읽다보니, <상대적이고 절대적인~~>을 읽게 된 것이다.
그 책을 읽으면서 역시 베르나르의 작품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이런 과정이 필요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베르나르가 열네 살부터 30 여년 이상 써 온 비밀 노트의 내용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인데, 이 책에는 383 편의 지식이 담겨져 있다.
이미 출간되었던 <상대적이고 절대적인~~>의 내용에 230 편 이상의 새로운 항목이 추가되었으니, 앞의 책을 읽은 독자들이라고 해도 베르나르의 백과사전을 들여다 보는 재미는 새로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며칠 전에 택배로 온 이 책을 보고 너무도 깜짝 놀랐다. 책의 두께가 약 5 cm 나 되니...




그런데,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책의 페이지는 약 630 페이지이지만 ( 이정도면 보통 분권이 가능한 페이지수이다.) 종이가 다른 책의 재질보다 두꺼워서 읽는 도중 여러 번이나 두 장이 넘어가는 것은 아닌가 살펴보아야 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보관해도 손상되지 않는 실로 꿰매는 사철방식으로 만들었다.
이 정도는 되어야 백과사전의 포스가 나타나지 않을까 ♬
그리고 책의 내용들도 마치 백과사전의 항목들을 찾아서 읽을 때의 기분이 들 정도로 짧은 내용들로 단 2줄의 내용에서 3~4 페이지에 이르는 분량들이지만, 대부분은 1 페이지 가량의 내용들을 담고 있으니, 읽는데도 지루함이 없이 새롭고 새로운 이야기들의 연속인 것이다.
또한, 나중에 생각날 때마다 필요한 부분만 읽을 수 있도록 책 뒤에는 [항목차례], [항목 찾아보기]까지 있다.



베르나르가 폭넓고 깊이있는 지식을 가지고 있음은 그의 소설들을 통해서 유감없이 발휘해 주었는데, 그는 역사면, 역사, 문학이면 문학, 과학이면 과학, 신화면 신화, 심리학이면 심리학, 인류학이면 인류학, 거기에 게임이나 카드, 마방진까지 너무도 다양한 이야기를 이 책 속에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 저 책을 통해서 많이 알려진 머피의 법칙이나, 코넌도일, 그리스 신화, 십자군 등의 이야기도 있지만 많은 이야기는 새로운 내용들이고, 그 내용들이 그의 어떤 작품에 영향을 미쳤겠구나 하는 생각까지도 들게 하여 주었다.
재미있는 것은 케이크 만드는 법도 있다. 초콜릿 케이크 만드는 법, 치즈케이크 만드는 법, 돌고래족 치즈케이크 만드는 법.
인류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세 가지 사건으로는 니콜라이 코레르니쿠스의 지동설, 찰스 다윈의 진화론,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선언이라고 하는데, 내용을 읽어 보면 수긍이 간다.
사랑의 네가지 방식의 단계: 나는 사랑받고 싶다, 나는 사랑할 수 있다. 나는 사랑을 한다. 보편적인 사랑.



우주알에 관한 내용에서는 한국에 난생신화가 있음을 베르나르는 알고 있는 것이다.
하기야, 베르나르의 인세에 있어서 상당부분 한국독자들이 기여하기도 하니~~



세계는 알로 시작해서 알로 끝난다.
알은 세계의 여러 신화에서 여명의 신화이자 황혼의 상징이다. (...)
이러한 난생신화는 한국과 핀란드와 슬라브, 페니키아의 신화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p44~45)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 인생을 하루에 비교했던 부분이 상당히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
베르나르는 '지구역사를 일주일이라고 한다면' 이라 가정하니, 참으로 명확하게 인식이 되는 것이다.
월요일에서 수요일 오전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단다.
수요일에는 생명이 박테리아 형태로, 목요일에서 일요일 오전까지는 박테리아 증식, 그리고 새로운 생명 탄생.
일요일 오후 4시에 공룡이 나타났다. 5시간 후에 사라졌다.
일요일 자정 3 분 전에 인류가 출현, 자정 15초전에 최초의 도시가 생성되었다.
자정 40분의 1초전에 인류 최초의 핵폭탄 투하, 달에 첫발.
이렇게 지구 역사 속에서 의식을 가진 새로운 동물이 존재한 것은 생각해 보니 겨우 한 순간 전의 일인 것이다.



신비로운 수 14,857 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신화에 관한 내용은 그리스 신화를 비롯하여, 각 지역의 크고 작은 특이한 신화들이.
인물로는 네로, 홉스, 피타고라스, 아르키메데스를 비롯한 다양한 인물이.
그리고, 개미, 빈대, 벌, 곰, 간충, 돌고래, 연어, 시궁쥐 등의 곤충을 비롯한 동물의 생태에 관한 내용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개미는 이미 몇 편의 시리즈로 책으로 나왔지만,
베르나르의 말에 의하면 간충의 순환은 자연의 가장 큰 신비에 속할 것이 들림없다고 하는데, 이 벌레를 소재로 소설을 쓴다면 장편소설 한 권 쯤은 너끈하게 쓸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의 멍청함에 관한 내용이 참 멍청스러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미국의 기자 웬디노스컷이 제정한 <다윈상>은 매년 가장 멍청한 실수로 죽음으로써 열등한 유전자를 스스로 제거하여 인류에 이바지한 자에게 주는 상이라고 한다.
얼마나 멍청한 실수로 죽었는지를 이야기해 주는 사례들이 등장하는데, 이런 상이 있다는 것도... 이렇게 죽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일 것이다.
282번째의 이야기인 나비이야기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수용소에 살아 남은 유대인 소년들의 나무 침대에는 나비가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 수용소가 아닌 나치의 수용소에서 이렇게 나비가 새겨져 있는 것을 여러 곳에서 발견하게 되자, 궁금하여 물어보니, 아무도 이야기를 하려고 하지 않았는데, 마침내 한 아이가 그 의미를 밝혔다.
그들에게 나비는 ?


<그 나비들은 우리와 같아요. 우리는 모두 이 고통받는 육신은 하나의 매개체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지금의 우리는 애벌레와 같아요, 어느 날 우리 영혼은 이 모든 더러움과 고통에서 벗어나 날아오를 거예요. 나비를 그리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이렇게 일깨우곤 했어요. 우리는 나비다. 우리는 곧 날아오를 것이다라고 말이예요> (p473)



그동안 베르나르는 우리들에게 많은 책을 안겨 주었다.
<개미>, <뇌>, ,<나무>, <파피용>, <신>, <카산드라의 거울> 등을.
그런데, 그 책들을 읽으면서 많은 독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기상천외한 상상력, 매혹적인 스토리~~
그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베르나르가 그동안 자신이 알게 된 새롭고 특이한 이야기들과
자신에게 떠오르는 영감, 상상력을 촉발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이처럼 모아 모아 놓은 백과사전적인 노트가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한 분야에 치우지는 것이 아니라, 각 분야에 걸친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 있는 것이다.
백과사전을 읽듯이 한 항목 한 항목을 따로 따로 읽을 수도 있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꾸준히 두고 두고 있을 수 있어서 더 좋은 것이다.
그리고, 내가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그 항목만 찾아서 읽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보다 더 풍부하고 깊이있는 새로운 백과사전을 곁에 두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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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편한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데보라 잭 지음, 이수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얼마전에 읽은 책 중에 '수전 케인의 <콰이어트>가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역사 속에서나 심리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어떤 집단에서나 세상의 중심에서는 외향적인 사람들이 세상을 주도하여 나가고, 그들이 각광을 받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이면에는 내향적인 사람들의 역할이 바탕에 깔려 있음을 말해준다.

어쩌면 내향적인 사람들은 세상 속에서 외향적인 사람들에게 억눌려 있는 듯한 생각을 가지고 살았을텐데, 내향적인 사람들의 가치와 잠재력을 깨닫게 해 주니 내향적인 사람들에게 기를 살려주는 책이 아니었는가 싶다.

그와같은 맥락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 <혼자가 편한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콰이어트>의 '수전 케인'이나 <혼자가 편한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의 '데보라 잭'이나 그들이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수천 명을 상대로 한 강연을 주로 하는 사람들이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말하니 조금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수전 케인'은 극심한 무대 공포증을 가지고 있었으며, '데보라 잭'은 강연이 끝난 후에는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기 보다는 혼자 먹기를 즐길 정도로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다.

아마도 자신들이 내향적인 성향을 가졌기에 혼자 있기가 더 편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서 더 잘 분석하고 그들에게 어떻게 활동하고 인맥을 관리할 것인지를 알려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두 권의 책의 내용은 많은 부분에서 일치되는 점들이 많다.

<혼자가 편한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은 먼저 간편하게 독자들의 성향을 찾을 수 있는 test를 한다.

이를 기초로 하여, 내향성, 외향성, 중간형으로 나누어지는 자신들의 성향을 알아 보게 된다.

그리고, 내향성의 기본 특성, 장점, 단점. 외향성의 기본 특성, 장점, 단점들부터 알려준다.

예를 들어보면, 내성적인 사람의 기본 특성은,

(1) 자신이 받은 인상과 반응을 충분히 생각하고, 심지어 기록까지 하여 세상을 재구성한다.

(2) 우리가 세상에 존재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춘다.

(3) 자아, 특히 에너지를 얻고 유지하는 방법은 내부 지향적이다.

그런데, 내향적이든, 외향적이든 너무 치우친 성향은 관심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인식과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의 틀을 만들게 되는데, 일단 틀이 만들어지면 그후에 일어나는 일은 틀 안에서 인식되고 해석된다. 그리고 그 틀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견고해 지는 것이다.

그래서 마침내는 자신의 성향이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관심전환을 하여야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습관을 바꾸고, 깊이 뿌리 박혀 있는 부정적인 혼잣말을 없애고, 생각을 유연하게 바꾸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이 책 속에는 자신의 성향을 찾는 것 이외에도 책을 읽으면서 직접 체크하고, 분석을 하고, 해설을 해 주는 코너들이 많이 실려 있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 체크 리스트를 작성해 보면 된다.

이 책은 1부에서는 인간의 성향에 대한 기본 특성, 자신의 성향찾기 등을 주로 다루고,

2부에서는 내향적인 사람들이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기 위한 과정들이 다루어진다.

각 상황에 따른 메뉴얼이 있다. 회의 참석하기에서의 아주 사소한 일들까지를 상황별로 짚어 나간다.

아마도 이 부분에서 '맞아, 이런 경우가 있었지!' 또는 '내 이야기잖아'하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특히, 원래의 내 모습 그대로 관계의 감수성을 높이는 3가지 법칙은 1단계, 2단계, 3단계의 과정을 통해 설명해 준다.

마지막으로 '슈퍼 커넥터', 즉 '인맥의 달인'에 관한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소셜 네트워킹 분야에서 엄청나게 많은 연줄을 가진 사람들을 '슈터 커넥터'라고 말한다.

소셜 네트워킹에서도 외향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으로 구분해서 살펴 볼 수 있는데, 외향적인 사람은 엄청나게 많은 인맥을 가진다. 그러나 내향적인 사람은 소수의 인맥만을 가지게 된다.

그렇지만 내향적인 사람들은 깊이를 추구하게 되니, 소수의 사람들과 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여기에서 'super'는 꼭 양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질을 가르킬 수도 있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세상사에서의 인맥관리도 '인맥이 넓다'. '인맥이 좁다'는 자신들의 정의에 따라서 평가해도 무방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은 무엇일까?

자신의 기질이 '혼자 있기가 편한' 내향적이라고 하더라도, 자기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고, 자신의 기질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 기질의 장점을 살려서 타인과의 인맥을 맺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타인과 나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며, 관심의 전환도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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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제주도편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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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니라."

너무 많이 들어서 식상하게 들릴지도 모르는 이 한 문장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을 때마다 떠오르는 문장이다.

벌써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7권째로 접어 들었고, 제 1권이었던 '남도 답사 일번지'부터 따라 읽었건만, 읽을 때마다 내가 알지 못했던 문화유산에 내용들, 그리고 똑같은 문화유산을 접했음에도 나의 눈에는 결코 들어 올 수 없었던 문화유산들에 대해서 경이로운 마음을 가지고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얼마전에 1박 2일을 통해서 유홍준 교수와 함께 멤버들이 떠났던 경주와 경복궁의 답사에서도 그런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되었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그래서 출간될 때마다 빼놓지 않고 따라 읽게 되고, 그 책들에 나온 답사지를 여행하게 되면 책을 뒤적여서 그 부분을 읽고는 그곳으로 떠나곤 하였다.

이번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7>은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 제주도편이다.

내가 제주도를 처음 찾은 때는 대학교 3학년 여름 방학 답사였다. 서울에서 야간 열차를 타고 목포에 아침에 내려서 유달산을 올라 갔다 와서는 목포에서 제주를 가는 배를 타고 갔다.

배를 타는 시간만도 10시간이 넘게 걸렸던 것 같다.

제주도는 이국적인 이미지와 화산지형, 그리고 역사적 인물들의 이야기가 함께 하는 곳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한 여름의 한라산 등반이었다. 백록담까지 올라 갔다가 내려오는데, 하루가 꼬박 걸렸었다.

대학 시절의 답사는 언제나 설레였다. 답사지에 대한 사전 조사를 해야하고, 답사계획을 세워야 하고, 답사 후에는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기에 많은 자료를 조사하고,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

그래서 답사를 갔던 곳에 대해서는 후일까지 기억에 많이 남는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항상 내가 답사를 떠났던 그 시절에 느꼈던 그런 생각들을 가지게 한다.

또한, 이 책들은 모든 독자들이 인정하는 문화유산 답사기의 진수이기에 그 어떤 설명도 덧붙일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서문에는 '제주 허씨'라는 단어가 보인다. 제주 라고 하면 부씨, 고씨, 양씨를 이야기해야 할텐데, 뜬금없이 '제주 허씨'라니?

" 자동차를 빌려서 사랑하는 마음, 신비로운 마음으로 제주의 속살에 다가가고 싶어하는 육지인을 위한 제주도 답사기 (...) 우리나라 렌터카 자동차 번호에는 '허'자가 붙어 있으니 '제주 허씨'를 위한 제주도 안내서라고나 할까?" (p. 6)

그래서 제주 허씨를 들먹였던 것이다.

역시 책을 몇 페이지 펼치지 않아서 유홍준의 마음이 보인다.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 마치 학창시절에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렸건만,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에 수업을 계속하시던 열성적인 선생님의 모습이 연상된다.

책을 꽉꽉 채워 놓은 그 열정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 책 속의 내용들은 학생들과 아니면 일반인들과의 답사를 함께 했던 때의 이야기와 강의 내용들이 많이 담겨져 있다.

제주 답사 1번지라고 할 수 있는 신당이야기로 부터 출발한다. 와흘 본향당 팽나무 이야기.

그리고 제주 4.3 사건과 관련이 있는 너븐숭이 .

조천에 왔으면 너븐숭이를 들려야 진정한 답사라고할 수 있다고 한다.

제주도에 가면 '오름', '굼부리'라는 단어를 많이 접하게 된다. 오름은 제주의 상징으로 산봉우리 또는 독립된 산을 일컫는 제주어이다. 기생화산을 말하는 것이다.

오름의 여왕인 '다랑쉬오름'의 아름다움을 만끽해 본다.

'굼부리'란 '오름'이 기생화산이기에 지상에서 쳐다본 모습이 봉긋하여, 정상에 이르면 분화구가 둥글게 파여 있게 마련인데, 이것을 일컫는 제주어이다.

몇 해 전에 김영갑의 에세이 <그 섬에 내가 있었어>를 읽었다. 사진작가인 김영갑이 제주의 자연을 얼마나 사랑하였는가를 보여주는 이야기와 사진들이 담긴 책이다.

그는 루게릭병에 걸려서 세상을 떠났지만, 용눈이 오름 근처에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 있어서 그를 좋아하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를 않는다.

제주도가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될 수 있었던 이야기. 그 이야기 중에는 용암동굴이 있다.

당처물 동굴의 아름답고 화려한 모습, 마치 가는 금줄이 흘러내리는 듯한 그 모습에 눈길이 멈춘다.

제주도만의 이야기가 아닌 문화유산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유홍준의 이야기를 통해서 들어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제주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돌하르방'을 보는 안목도 배울 수 있다.

이런 내용은 미술사적 안목을 기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제주도에 남아 있는 유일한 고려 시대 석탑인 불탑사 오층탑.

화산암을 이용하여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질감, 색감을 가지고 있으니, 제주도만의 멋스러움이 아닌가.

저자는 제주에서 예술인들을 만나 본다. 추사 김정희, 이중섭, 석주명 등.

그래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는 답사지에 대한 역사가 담겨 있고, 자연이 담겨 있고, 예술이 함께 하고, 인간이 함께 하는 것이다.

그 모든 것이 이 한 권의 책 속에 담겨 있으니, 제주를 많이 찾았던 사람들도 미처 알지 못했던 내용들이 한가득 담겨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독자들에게 오랜 세월동안 사랑받는 책으로 남아 있는 것이고, 새로운 답사지에 대한 책이 출간될 때마다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읽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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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9-21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일락님, 저도 이 책 받아들고 목차 훑고서 추사관과 두모악 편부터 보았답니다.^^
최근에 가본 곳이라 더 애정이.. 수선화는 제가 좋아하는 꽃이고 다른 닉이기도 한데
추사가 수선화를 그리 좋아했던 줄 몰랐거든요.^^
제주를 좀더 다른 눈으로 사랑하며 볼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아요.
가을선물 같은 책이에요, 제게.

라일락 2012-09-22 07:36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도 이 책을 읽으셨군요.
저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빼놓지 않고 있는 책입니다. 추사가 수선화를 좋아했다는 것을 비롯하여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이 소개되었더군요.
제주는 몇 번 가보았지만, 어찌 이리도 꼭 가보아야 할 곳을 소개해 주고 있는지요. 다시 한 번 가 봐야 겠네요.

창비 2012-09-21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창비인문사회출판부입니다. 라일락 님의 글을 저희 출판사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블로그에 게재하려고 하는데, 허락을 얻고자 댓글 남깁니다. 라일락 님의 글을 통해 좀 더 많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싶습니다.

라일락 2012-09-22 07:38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많은 독자들에게 이 책이 널리 알려진다면 좋겠네요.
블로극에 게재하시도록 하세요.

창비 2012-09-24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게재 허락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일락 님의 글을 통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을 사랑하는 많은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갔습니다. 내용은 http://blog.naver.com/mydapsagi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라일락 2012-09-25 16:01   좋아요 0 | URL
확인했습니다. 좋은 글들도 함께 읽을 수 있었습니다.
창비의 무궁한 발전을 바랍니다.
 
살면서 한번은 행복에 대해 물어라 - 독일 최고의 행복 멘토 슈미트 교수가 전해주는 행복의 모든 것
빌헬름 슈미트 지음, 안상임 옮김 / 더좋은책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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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삶을 살아가는 동안에 행복하기를 원하는 사람들.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찾아 떠났던 파랑새.

그 파랑새는 아주 먼 곳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바로 그들의 곁에 있었다는 한 편의 동화가 시사하듯이 인생에 있어서 우리들이 추구하는 행복은 바로 아주 가까운 우리들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행복을 먼 곳에서 찾으려고 하기에 '행복이 무엇인가?', '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의 행복에 관한 책들에 집착을 하게 된다.

시중에 넘쳐 흐르는 이런 행복에 관한 책과는 차원이 다른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살면서 한 번은 행복에 대해 물어라>를 통해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빌헬름 슈미트'는 독일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행복 멘토'이다. 그는 오랫동안 병원에서 많은 환자들을 만나 보았고,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지금까지 읽었던 흔해 빠진 행복과는 사뭇 다른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아주 간결하게 정리를 해 준다. 그런데, 어렵다.

그것은 저자가 행복에 관하여 달콤하고 읽기 쉬운 이야기들을 하기보다는 행복의 어원, 정의 등에서 시작하여 철학적이고 논리적인 서술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우연히 다가오는 행복.

우리를 기쁨으로 가득 채우려는 행복.

기쁨과 고통 모두를 껴안을 수 있는 행복.

근원을 알 수 없는, 원천적인 슬픔이 주는 행복.

이런 행복들에 대해서 살펴보지만, 저자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이 아니라, 모든 가능한 영역에서 의미를 찾고 만끽하는 것임을 이야기한다.

행복을 좇아야 할 그 무엇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야 할 의미에 관한 이야기를 펼치는 것이다.

그러니, 행복을 찾고자 했던 독자들은 행복이라는 것이 명쾌하게 다가오기 보다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지금까지 독자들의 마음 속에 쉽게 다가왔던 행복이 아닌, 독일의 지성인이 또 다른 차원으로 접근하는 행복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은 모두 10개의 주제로 나뉘어 지는데, 마지막 열 번째 주제는 '너무 행복해서 행복을 묻지 않는 그 날까지'이다.

행복은 담아도, 담아도 부족한 듯하게 느껴지는 것인데,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은 '너무 너무 행복해서 행복을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 하나 이 책을 읽는 중에 느끼는 행복은 책 속의 그림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림을 그린 '정일'은 '어린왕자'를 모티브로 한 그림으로 유명한데, 그의 그림풍은 파울 클레 풍의 그림에 판타지를 불어 넣어 추상화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몇 몇 그림은 다른 책의 표지로도 쓰였던 그림이기에 낯설지 않고, 익숙하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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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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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상문학상, 동서문학상, 대산문학상 수상 작가'

문학상이란 문학상은 모두 수상한 작가 김연수.

작가의 작품들에 관심을 가지기는 했지만, 이러 저러한 이유로 많이 읽지는 못했다.

겨우 내가 읽은 작품이라고는 소설 <원더 보이>와 에세이 <지지 않는다는 말>이 고작이다.

<원더보이>는 조금은 어수선한 생각들을 하게 해 주었기에 작가의 명성에 비해서 그다지 큰 감동은 없었던 소설이다. (지금 다시 읽으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같다)

또한 <지지 않는다는 말>은 에세이이기에 소설가의 에세이란 신변잡기로 흐르는 경향이 있고, 여기 저기 한 번쯤은 실렸던 글들이기에 소설가의 진면목을 알아 보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글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은?

정말, 이 소설은 김연수 작가를 새롭게 평가하게 된 작품이라고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

작가는 이 소설을 끝내면서 그 다음에 <작가의 말>을 싣고 있다. 그중에 한 문장을 여기에 소개하면,

" 부디 내가 이 소설에서 쓰지 않은 이야기를 당신이 읽을 수 있기를" (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는 소설에서 그가 쓰지 않았지만 독자들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여운을 남긴다. 그 여운이 책을 덮은 후에 한동안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확실하게 내 생각이 작가의 생각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이야기는 미국으로 입양된 카밀라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양모 앤의 죽음으로 인하여 양부는 젊은 여자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고, 그로 인하여 카밀라에게 전달되는 여섯 개의 상자.

그 상자 속에는 유년의 물건들이 들어 있다. 그 상자 속의 물건들은 그녀의 입양된 삶의 분량만큼이기에 <너무도 사소한 기억들>인 것이다. 그 <너무도 사소한 기억들>을 끄집어 내서 글을 쓰게 되고 그 글들이 책으로 출간되게 된다.

26살 카밀라 포트만(정희재)에게 '자신의 뿌리찾기'라는 기획의 프로젝트가 출판사로부터 의뢰되면서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의 고향인 진남을 찾게 된다.

17살 미혼모의 흔적을 찾는 과정에서 맞부딪히게 되는 여러 사건들.

엄마인 정지은의 존재를 속이려는 사람들과 어딘지 석연치 않은 진남 사람들의 차가운 언행.

진남 여고의 교장인 김미옥은 왜 친모인 정지은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의 출생을 철저하게 비밀로 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러나 사라져 버린 자신의 출생의 비밀에 대한 조각들은 하나 하나 밝혀지게 되는 것이다.

" 저는 제 엄마를, 그녀의 고통을, 절망과 외로움을 받아들이기 위해 한 번 더 노력할 생각입니다. " (p. 148)

정지은의 아버지는 크레인 위에서 농성을 벌이다가 투신하게 되고, 그로 인하여 벌어지게 되는 냉혹한 현실들.

소설 속에는 고통받았던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학교를 비롯한 사회에서 철저하게 소외당하는 한 여학생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 거기 고통과 슬픔이 있었다면, 그것은 그 아이의 고통과 슬픔이었다. 우리의 것이 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은 고통스럽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다. 우리와 그 아이의 사이에는 심연이 있고, 고통과 슬픔은 온전하게 그 심연을 건너 오지 못했다.

심연을 건너와 우리에게 닿은 건 불편함뿐이었다. 우리는 그런 불편한 감정이 없기를 바랐다. 그럴 수 밖에. 그때 우리는 고작 열여덟 살, 혹은 열아홉 살이었으니까. 우리는 저마다 최고의 인생을 꿈꾸고 있었으니까. " (p. 286)

우리와 그 아이의 사이에 있었다는 심연.

정지은의 고통과 슬픔은 진남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이 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철저하게 외면당한 고통과 슬픔. 그것은 오히려 정지은을 더 깊은 심연 속으로 밀어 넣는 것이다.

그러나 진남 사람들의 과거가 담긴 조각들은 '아카이브'를 만들었고, 그것은 모든 진실이 담겨 있는 곳이 된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각 부마다의 화자가 바뀐다. 제 1부는 카밀라, 제 2부는 정지은, 제 3부는 우리 등으로 1인칭과 3인칭 시점을 오가는 것이다.

제 2부에서 카밀라의 친모 정지은은 사후의 세계에서 자신의 딸을 지켜보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2012년의 카밀라, 혹은 1984년의 정지은' (소설 속의 소제목)

" 두 사람이 서로 손을 맞잡을 때, 어둠 속에서 포옹할 때, 두 개의 빛이 만나 하나의 빛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듯이.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심연을 건너가는 것, 우리가 두 손을 맞잡거나 포옹하는 것, 혹은 당신이 내 소설을 읽는 것, 심연 속으로 떨어진 내 말들에 귀를 기울이는 것. 부디 내가 이 소설에서 쓰지 않은 이야기를 당신이 읽을 수 있기를" ( 작가의 말 중에서)

카밀라가 찾고 있던 모든 진실은 추리소설의 형식으로 밝혀진다. 그 사실들만으로도 이 소설을 따라가는 것은 흥미진진한 일이다.

작가는 그 이상의 무언의 이야기를 이 소설 속에 담아 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독자들이 스스로 찾아야 할 몫인 것이기도 한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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