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그 책의 느낌을 그대로 되살린다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은 1996년에 출간되었지만,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출간 후 10년은 더 지나서이다.
베르나르의 작품들이 보여주는 특색들이 오랜 관찰과 생각. 그리고 기발한 상상력에서 출발하기에 그의 작품들에 매료되어서 그의 저서들을 읽다보니, <상대적이고 절대적인~~>을 읽게 된 것이다.
그 책을 읽으면서 역시 베르나르의 작품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이런 과정이 필요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베르나르가 열네 살부터 30 여년 이상 써 온 비밀 노트의 내용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인데, 이 책에는 383 편의 지식이 담겨져 있다.
이미 출간되었던 <상대적이고 절대적인~~>의 내용에 230 편 이상의 새로운 항목이 추가되었으니, 앞의 책을 읽은 독자들이라고 해도 베르나르의 백과사전을 들여다 보는 재미는 새로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며칠 전에 택배로 온 이 책을 보고 너무도 깜짝 놀랐다. 책의 두께가 약 5 cm 나 되니...
그런데,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책의 페이지는 약 630 페이지이지만 ( 이정도면 보통 분권이 가능한 페이지수이다.) 종이가 다른 책의 재질보다 두꺼워서 읽는 도중 여러 번이나 두 장이 넘어가는 것은 아닌가 살펴보아야 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보관해도 손상되지 않는 실로 꿰매는 사철방식으로 만들었다.
이 정도는 되어야 백과사전의 포스가 나타나지 않을까 ♬
그리고 책의 내용들도 마치 백과사전의 항목들을 찾아서 읽을 때의 기분이 들 정도로 짧은 내용들로 단 2줄의 내용에서 3~4 페이지에 이르는 분량들이지만, 대부분은 1 페이지 가량의 내용들을 담고 있으니, 읽는데도 지루함이 없이 새롭고 새로운 이야기들의 연속인 것이다.
또한, 나중에 생각날 때마다 필요한 부분만 읽을 수 있도록 책 뒤에는 [항목차례], [항목 찾아보기]까지 있다.
베르나르가 폭넓고 깊이있는 지식을 가지고 있음은 그의 소설들을 통해서 유감없이 발휘해 주었는데, 그는 역사면, 역사, 문학이면 문학, 과학이면 과학, 신화면 신화, 심리학이면 심리학, 인류학이면 인류학, 거기에 게임이나 카드, 마방진까지 너무도 다양한 이야기를 이 책 속에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 저 책을 통해서 많이 알려진 머피의 법칙이나, 코넌도일, 그리스 신화, 십자군 등의 이야기도 있지만 많은 이야기는 새로운 내용들이고, 그 내용들이 그의 어떤 작품에 영향을 미쳤겠구나 하는 생각까지도 들게 하여 주었다.
재미있는 것은 케이크 만드는 법도 있다. 초콜릿 케이크 만드는 법, 치즈케이크 만드는 법, 돌고래족 치즈케이크 만드는 법.
인류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세 가지 사건으로는 니콜라이 코레르니쿠스의 지동설, 찰스 다윈의 진화론,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선언이라고 하는데, 내용을 읽어 보면 수긍이 간다.
사랑의 네가지 방식의 단계: 나는 사랑받고 싶다, 나는 사랑할 수 있다. 나는 사랑을 한다. 보편적인 사랑.
우주알에 관한 내용에서는 한국에 난생신화가 있음을 베르나르는 알고 있는 것이다.
하기야, 베르나르의 인세에 있어서 상당부분 한국독자들이 기여하기도 하니~~
세계는 알로 시작해서 알로 끝난다.
알은 세계의 여러 신화에서 여명의 신화이자 황혼의 상징이다. (...)
이러한 난생신화는 한국과 핀란드와 슬라브, 페니키아의 신화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p44~45)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 인생을 하루에 비교했던 부분이 상당히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
베르나르는 '지구역사를 일주일이라고 한다면' 이라 가정하니, 참으로 명확하게 인식이 되는 것이다.
월요일에서 수요일 오전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단다.
수요일에는 생명이 박테리아 형태로, 목요일에서 일요일 오전까지는 박테리아 증식, 그리고 새로운 생명 탄생.
일요일 오후 4시에 공룡이 나타났다. 5시간 후에 사라졌다.
일요일 자정 3 분 전에 인류가 출현, 자정 15초전에 최초의 도시가 생성되었다.
자정 40분의 1초전에 인류 최초의 핵폭탄 투하, 달에 첫발.
이렇게 지구 역사 속에서 의식을 가진 새로운 동물이 존재한 것은 생각해 보니 겨우 한 순간 전의 일인 것이다.
신비로운 수 14,857 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신화에 관한 내용은 그리스 신화를 비롯하여, 각 지역의 크고 작은 특이한 신화들이.
인물로는 네로, 홉스, 피타고라스, 아르키메데스를 비롯한 다양한 인물이.
그리고, 개미, 빈대, 벌, 곰, 간충, 돌고래, 연어, 시궁쥐 등의 곤충을 비롯한 동물의 생태에 관한 내용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개미는 이미 몇 편의 시리즈로 책으로 나왔지만,
베르나르의 말에 의하면 간충의 순환은 자연의 가장 큰 신비에 속할 것이 들림없다고 하는데, 이 벌레를 소재로 소설을 쓴다면 장편소설 한 권 쯤은 너끈하게 쓸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의 멍청함에 관한 내용이 참 멍청스러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미국의 기자 웬디노스컷이 제정한 <다윈상>은 매년 가장 멍청한 실수로 죽음으로써 열등한 유전자를 스스로 제거하여 인류에 이바지한 자에게 주는 상이라고 한다.
얼마나 멍청한 실수로 죽었는지를 이야기해 주는 사례들이 등장하는데, 이런 상이 있다는 것도... 이렇게 죽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일 것이다.
282번째의 이야기인 나비이야기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수용소에 살아 남은 유대인 소년들의 나무 침대에는 나비가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 수용소가 아닌 나치의 수용소에서 이렇게 나비가 새겨져 있는 것을 여러 곳에서 발견하게 되자, 궁금하여 물어보니, 아무도 이야기를 하려고 하지 않았는데, 마침내 한 아이가 그 의미를 밝혔다.
그들에게 나비는 ?
<그 나비들은 우리와 같아요. 우리는 모두 이 고통받는 육신은 하나의 매개체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지금의 우리는 애벌레와 같아요, 어느 날 우리 영혼은 이 모든 더러움과 고통에서 벗어나 날아오를 거예요. 나비를 그리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이렇게 일깨우곤 했어요. 우리는 나비다. 우리는 곧 날아오를 것이다라고 말이예요> (p473)
그동안 베르나르는 우리들에게 많은 책을 안겨 주었다.
<개미>, <뇌>, ,<나무>, <파피용>, <신>, <카산드라의 거울> 등을.
그런데, 그 책들을 읽으면서 많은 독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기상천외한 상상력, 매혹적인 스토리~~
그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베르나르가 그동안 자신이 알게 된 새롭고 특이한 이야기들과
자신에게 떠오르는 영감, 상상력을 촉발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이처럼 모아 모아 놓은 백과사전적인 노트가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한 분야에 치우지는 것이 아니라, 각 분야에 걸친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 있는 것이다.
백과사전을 읽듯이 한 항목 한 항목을 따로 따로 읽을 수도 있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꾸준히 두고 두고 있을 수 있어서 더 좋은 것이다.
그리고, 내가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그 항목만 찾아서 읽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보다 더 풍부하고 깊이있는 새로운 백과사전을 곁에 두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