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봤어 - 김려령 장편소설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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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봤어>의 작가 김려령을 '완득이의 작가'라고 말한다. 나 역시 '김려령'의 작품을 <완득이/ 김려령 ㅣ 창비 ㅣ2008>를 통해서 처음 읽었다.

<완득이>는 청소년 소설, 성장소설로 그런 소설에 주로 등장하는 문제학생이 바로 완득이다. 난장이 아빠와 이혼한 베트남 엄마를 둔 옥탑방에 사는 완득이는 공부는 못하지만 싸움만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그런 완득이 보다 더 문제스러운 선생님, 왕따 선생님인 똥주 선생님의 등장은 이 소설을 신선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선생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고 하기에는 거칠고 험한 말이 쏟아져 나오지만, 누구 보다도 똥주의 비행을 눈감아 주고 은연중에 정을 느끼게 하는 똥주 선생님이 없었다면 이 소설은 그저 그런 성장소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가 청소년들의 가정생활이나 학교생활을 잘 파악하고 이야기를 전개하기에 청소년들이 자신의 학교 생활, 가정생활과 이 책 속에 나오는 이야기를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불우한 가정형편 속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에게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 그래서 <완득이>는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소설이다.

그후에 읽은 작품인 <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김려령 글, 장경혜 그림 ㅣ 문학동네어린이 ㅣ2011>>는 <완득이>보다는 주인공의 연령이 더 낮아진 초등학생들을 위한 그림동화인데, 이야기의 소재, 구성, 전개 등이 깔끔하면서도  감동적이다.

김려령은 어릴 적에 증조 할머니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기에 그녀가 작품을 쓰는데, 그런 점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작가의 또다른 장편소설인 <가시고백/ 김려령 ㅣ비룡소 ㅣ2012>>의 작가의 말을 보면,

 " 내 삶의 어느 부분은 싹둑 잘라내고 싶을 때가 있었습니다. (...) 내가 만난 누구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행동이 싫었고, 어떤 사람이 싫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살아 보니 그런 일을 겪어서 참 다행이구나 싶은 겁니다. 생의 결이 추억으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인가 봅니다. " (가시고백 중에서, p. 288)

역시, <가시고백>도 작가의 삶 속에서 녹아 들었던 어떤 부분들이 작품으로 승화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가시고백>은 주인공인 해일이 물건을 훔친 후에 써 놓았던 일기는 '나는 도둑이다'라는 독백으로, 자신이 도둑질을 하게 된 연유가 적혀 있는 듯하지만, 그 독백이 독백이 아닌 고백이 되는 과정이 이 소설의 내용이다.

자신의 허물을 누군가에게 털어 놓을 수 있을 때에 '독백'은 '독백'이 아닌 '고백'이 될 수 있는 것이니까.

이 소설 속의 청소년들이 갖고 있는 아픔은 혼자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믿어주고 보살펴주고, 아껴줄 때에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야 마음 속에 박힌 가시를 뽑아 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 가시를 뽑아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친구들에 대한 작은 관심과 신뢰이다.  

   

이렇게 김려령의 소설 3편을 되짚어 보는 것은, 이번에 읽게 된 <너를 봤어>는 그동안 내가 읽었던 김려령의 작품들과는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아니, 소설을 읽은 후에 그 내용을 곱씹어 보면 공통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들의 마음 속에는 아픔이, 그 아픔의 상처가 깊이 파여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 너를 봤어>는 김려령이 쓴 첫 성인소설이다. 작가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 19금 소설? 내숭떨지 않는 사랑이야기" (인터뷰 기사 중에서)라고 말한다.

<너를 봤어>는 지금까지 읽었던 김려령의 소설과는 판이하게 다른 점들이 눈에 띈다.

'성과 폭력'이 소설 속의 여기 저기 박혀 있다.

소설 속 주인공인 정수현은 겉으로 보기에는 순탄한 삶을 살아 온 듯 보인다. 무난히 등단하여 중견 소설가로 자리매김을 했고, 베스트셀로 작가인 아내를 두고 있으니...

같은 길을 가는 부부이지만, 그들의 결혼은 자신만이 상대방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는 오만으로 시작된 결혼이었다.

" 내 사랑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이 나를 가졌고 사람들이 그러한 사실만 알며 됐다. 부부면서 아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던 사람. 나는 결혼 삼년 만에 이혼을 원했다. 잘못된 결혼이었다. 엉키고 엉켜 버리는 게 최선인 원고처럼 아내는 나를 버리고 나는 아내를 버려야 했다. " (p. 109)

그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오류였음을 정정이라도 하듯이 아내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그러나 아내의 자살도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자살이라기 보다는 자살 방조, 자살을 감지하고도 묵인한 흔적이 있다.

" 사랑은 흥정이 아닌, 삶의 모습으로 얻는 것이다. " (p. 64)

아내의 자살과 함께 생각해야 할 것은  정수현의 불우한 성장기이다. 아버지는 시도 때도 없이 어머니와 형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아버지에게 죽도록 맞은 형은 동생인 수현에게 폭력을 가한다.

그런 악순환 속에서 수현은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내는데, 왜 아버지는 수현을 때리지 않았을까?

품행이 올바르지 못했던 어머니로 인하여 그의 출생이 의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던 어느날, 저수지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 났을까?

아버지와 형의 폭력, 그들의 죽음은 수현의 트라우마가 되어 사랑을 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그에게도 사랑이 찾아 온다. 후배작가인 서영재와의 사랑.

가족으로부터 받아 보지 못한 사랑때문에 결코 사랑할 수 없을 것이라고 믿었던 그에게  풋풋하고 설레이는 사랑이 찾아온다.

이 소설 속에는 출판계 이야기가 중요한 배경이 된다. 수현, 아내, 영재, 도하 등이 작가이고, 출판 일을 하기에 그런 부분들이 작가의 경험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동, 청소년 소설을 주로 쓰던 작가의 변신이 새롭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가정의 폭력이 가족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이다. 부모에게 맞고 자란 아이들이 크면 폭력적으로 변하여 다시 그들의 자녀에게 폭력을 휘두르게 된다고 한다.

끔찍하게 싫었던 기억이 뇌 속에 잠재되어 있다가 은연중에 그와 똑같은 행동을 하게 되니....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는 없다. 그리고 그 폭력 때문에 그 연결고리를 끊고자 하는 살인도 정당화 될 수는 없다.

수현이 우발적으로 일으킨 사건들은 그가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했던 짐이었다.

" 아버지가 자식 손에 죽고, 형이 동생 손에 죽었다. " (p.115)

소설이나 행동발달서들을 읽어 보아도 어릴 적의 충격적인 사건들은 무의식 세계에 감추어져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사람의 인격과 자의식이 되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행불행을 좌우하는 것은 가족간의 화목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가만히 보면 참 예쁘게 살 수 있는 사람인데, 이해할 수 없는 폭력이나 어떤 행위들로 힘들어지고 망가지는 모습을 볼 때 안쓰러웠어요. 한 사람만 놓고 보면, 건드리지 않으면 자기 할 일 하면서 잘 살 사람인데 옆에서 건드려서 망쳐버리는 경우가 있잖아요. 소설 속 수현도 잘 살려고 애썼던 사람인데 예기치 않게, 의도적이든 아니든 우발적인 사건을 겪고 그것을 평생 지고 살아가게 돼요. 죄의식에 짓눌러 싫어도 싫다는 말을 못하고. 자신을 끔찍하게 만든 현장을 봤을 때, 그게 본인에게 나온 악의인지, 누구한테 씌어서 한 행동인지, 그런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작가의 인터뷰 기사 중에서)

김려령은  지금까지 청소년 소설을 쓰는 작가로 독자들에게 알려졌는데, <너를 봤어>를 통해서 성인소설도 쓰는 작가가 되었다. 그만큼 독자들의 계층이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완득이의 작가'로만 김려령을 기억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너를 봤어>를  읽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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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즐거움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선민 옮김 / 문학테라피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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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 즐거움>은 책표지에서도, 작가의 글에서도 푸르름이 물들여진 글들도 가득 차 있다. 에머랄드처럼 깊은 느낌의 푸르름이 담겨 있고, 사파이어처럼 맑은 푸르름이 담겨 있다.

  

이 책은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에세이'라는 평을 듣는 책이기에 그동안 숱하게 읽었던 에세이들과는 차별화된 에세이임을 책 몇 장을 넘기면 금방 알 수 있다.

학창시절 교과서에 실렸던 아름다운 에세이들 보다도 더 깊이있는 글들이 담겨 있다. 흔히 에세이라고 하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 붓 가는 대로'쓴다는 표현을 쓰기에 많은 에세이들이 그저 작가의 신변잡기의 사사로운 이야기를 담고 출간되기도 했지만, 그런 에세이와는 다른 에세이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책의 저자인 '크리스티앙 보뱅'은 프랑스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이다. 그래서인지 문장들이 시적이면서도 인간 내면의 목소리까지를 아름다운 문장들로 표현한다.

'크리스티앙 보뱅'은 유난히도 푸르름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려준다.

이 책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 파랑, 그 푸르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볼까해요. 사월의 신선한 아침에 맞이하는 그 푸르름 말입니다. 그 푸르름에는 벨셋의 보드라움과 눈물의 반짝임이 들어 있지요. 나는 당신에게 이 푸르름이 가득 담긴 편지를 쓰고 싶네요. 그 편지지는 안트베르펜이나 로테르담의 보석상에서 다이아몬드를 고이고이 싸놓은 종이를  떠올리게 할 겁니다. 마치 작은 요정의 운명이 담긴 투명한 소금 알갱이나, 갓난아이의 눈물, 웨딩드레스처럼 새하얀 종이 말입니다. " (p. 15)

이 아름다운 문장들을 아주 천천히 한 문장, 한 문장 음미하면서 읊조리듯이 읽어 내려간다.

" 순수함은 오염된 것들 사이에서 활짝 필 때 그 모습을 완벽히 드러낸다. 인생은 여러 갈래의 길 중 하나가 막혔을 때 가장 강한 모습을 드러낸다. 인생은 남아 있는 출구를 통해 맑고 순수하게 흘러간다. 말하자면 이런 셈이다. 수도꼭지의 끝을 손으로 눌러 물길을 좁히면 물이 나오지 않다가 어느 순간 세차게 쏟아지는 것처럼 말이다. 여하튼 언젠가는 끝이 찾아온다. " (p. 44)

" 단 한 번의 봄이 일생의 모든 봄과 같았고, 단 한숙간의 삶이 온전히 살아낸 삶과 같았다. 사랑이란 누국가 당신에게 강물처럼, 별처럼 혹은 인동초 꽃처럼 말을 건네는 순간과도 같다. 어제도 오늘도 날 향기로 휘하게 하고선 땅속으로 사라졌다가 어느새 이름을 알게 된 인동초 꽃처럼." (p. 62)

"문득 담배를 입에 물고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계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버지는 깨끗해진 유리잔 세 개를 손에 들고서는 매번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 너무 세게 쥐지 마라. 깨지니까"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저 찬장 어디엔가 깊숙이 숨어 있는 꽃무늬 접시를 찾아내 그 접시가 뜨겁고 레몬 향 나는 물줄기를 맞으며 되살아나게만 해주면 된다. 그저 마음 없는 형체에 불과한 그릇이라는 물건이 설거지를 통해 태초의 아침이 내뿜은 찬란함을 다시금 얻게 되는 것이다. " (p.p. 123~124)

 - 이내 져 버리는 꽃이 더 환하게 웃는다 - 는 제목의 글은 알츠하어머 병에 걸린 환자에 대한 생각으로 시작되는 글이다. 삶은 어쩌면 그 자체가 죽어간다는 것을 의미할 지도 모른다. 이 병에 걸린 사람에게는 더욱.... 더 이상 기억할 수 없다는 것.
" 병에 걸린 그들은 모든 것을 잊어도 중요한 건 절대 잊어 버리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우리와 그들의 차이점이다. 우리는 모두 한 줌의 빵부스러기로 돌아간다. " (p. 137)

요양원에서 만난 환자들은 더 이상 가족을 알아 보지 못한다. 그들은 '체념으로 얼룩진 상처들을 안은 무(無)의 영혼들'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아들을 알지 못한다. 그의 아내도 알지 못한다. 아버지는 아들을 '잊지 못하는 사람'이라 말하고, 아내를 '제일 멋진 여자'라고 칭한다.

알츠하이머 병에 걸려서 아버지가 아들을 알아 보지 못하면 어떠랴, 아내를 알아 보지 못하면 어떠랴....

그에게는 더 의미있는 사람으로 남아 있으니...

" 빛이 가련하게 흔들리고, 별이 절룩거린다. 여기 이 사람들이 그저 높이 받들고 있는 것은 어쨌든 본의 아니게 살아 있다는 사실이다. 한때 대단했던 사람일수록 더 괴로운 모습을 하고 있다. 나는 아무 것도 없이 텅 비어 보이는 곳에서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진흙탕 안에 버려진 반짝반짝 빛나는 얼굴들을 보았다.우리는 모두 한 줌의 빵 부스러기로 돌아가겠지만 이 부스러기는 옥으로 되어 있고, 때가 되면 천사가 와서 이 부스러기를 모아 온전한 빵을 다시 만들기 시작할 것이다. " (p. 139)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모여 있는 요양원에서의 느낌을 어찌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 문장들을 잘 들여다 보면 그 속에는 '크리스티앙 보뱅'의 내면의 생각들이 담겨 있다. 삶과 죽음, 인간에 대한 사유, 영적인 문제를 그만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 누가 소소하고 사사로운 자신의 신변잡기를 엉성하게 풀어나가는 것을 에세이라 했던가?

그저 잡문에 불과한 글들을 에세이라 잘못 알고 읽었던 독자들에게는 이 책이 영롱한 물방울처럼 반짝 반짝 빛나는 에세이의 진수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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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정글만리 1~3 세트 - 전3권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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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만리 1>

조정래 작가하면 '대하소설의 대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의 대표작인 대하소설 <태백산맥>을 읽을 때가 생각난다. 그당시,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는 매주 2번씩 책을 대여해 주는 차가 왔다. 차가 올 때마다 몇 권씩 책을 빌려 보니까 책을 대여해 주는 아저씨는 신간 서적이 나올 때마다 추천해주곤했다. 그래서 한 권, 한 권 읽게 된 책이 <태백산맥>이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시대는  우리 역사 속에서도 가장 사상적으로 혼돈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한반도가 일본의 강점에서 해방된 이후 제주 4.3 항쟁, 여순사건이 진압되는 때부터 6.25 전쟁이 끝난 후 분단의 아픔을 겪게 되는 때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한 빨치산의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그당시만 해도 학교에서 반공 교육을 철저하게 받은 나로서는 예사롭지 않게 읽히는 책이었다.

그리고 <아리랑>과 <한강>까지를 읽게 되니, 우리나라 근현대사 백년이 고스란히 조정래의 대하소설 3 작품에 담겨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 작품들을 쓰기 위해서 작가가 어떤 생활을 하였는가는 <황홀한 글감옥>이란 조정래 작가 인생 40년을 돌아 보는 자전 에세이를 통해서 읽을 수 있었다.

하루 16시간씩, 20년 동안을 '글감옥'에 갇혀서 작가는 살았던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술을 단 한 모금도 안 마시고, 자기관리를 철저하게 했다. 그는 하루의 집필량을 표로 만들어 계획적인 글쓰기를 하면서 오탈자 교정까지 마친 깨끗한 원고를 출판사에 넘길 정도로 철두철미한 작가이다.

그의 작품들은 오랜 기간에 걸친 사전 답사는 물론이고, 작품과 관련된 내용들을 숙지하는 것은 필수적인 요건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글쓰기를 '황홀한 글감옥'이라 표현한다.

 

작가는 2010년 우리사회를 향해 또 한 편의 소설을 내놓는데, 그 책이 <허수아비춤>이다. 우리는 그동안 눈부신 경제발전과 정치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해 냈다고 자랑하지만, 과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하였는가 하는 질문을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던진다.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의 뒤안길. 감추어져 있었던 이야기이지만 사람들의 입에서 입을 통해서 퍼져 나가던 이야기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이 현실로 밝혀지면서 알게 되었던 기업들의 부조리와 비리들.

어둡고도 씁쓸한 이야기들이 <허수아비 춤> 통해서 너무도 섬세하고 확실하게 그려지는 것이다.

돈을 따라서~~ 권력을 따라서~~ 비리를  따라서~~

바람에 흔들리는 허수아비들.

이 책이 출간될 당시에도 줄기차게 기업들의 비자금 비리 사건이 터져 나왔었는데,  <정글만리>가 출간된 지금도 그때와 그리 사정이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문제와 원전비리 사건, 국정원 댓글 사건....

국내의 이런 이야기들을 뒤로 하고, 조정래의 <정글만리>를 따라서 중국 상하이로 가 본다.

14억 인구의 중국에서는 14억 가지의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 어제 뉴스를 통해서 듣게 된 중국에서 일어난 사건 중에는 6살 어린이가 실종되었는데, 각막이식 수술을 위해 아이의 눈을 빼간 상태로 발견되었다고 하니....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사건들이 일어나는 중국이지만 어느새 중국은 그 어느 나라도 넘 볼 수 없는 강대국인 G2로 부상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는 중국에 대한 편견 중에는 중국은 못 사는 나라라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데, 그건 그동안 우리의 기업들이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기도 했고, 한국에 온 조선족을 비롯한 중국인들이 3D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 세계적인 도시의 명품 매장을 싹쓸이하는 사람들은 중국인이다. 그만큼 중국은 경제대국으로 발돋음을 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에서 판치는 부정부패, 비리, 권력층과의 꽌시(關界), 바링하우 세대들(계획생육에 따라 80년 이후에 출생한 세대), 여자들의 정조관념, 축첩, 농민공 등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특히, 당원, 관리인과 인반인 사이에는 극심한 인간차별이 존재한다. 불법과 부정임을 알면서도 인민들은 그것을 그냥 봐 넘기는 세태이다.

<정글만리>에서는 G2로 급부상한 중국으로 몰려드는 각국의 비즈니스맨들의 치열한 경쟁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그들이 중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꽌시이니,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큰 동아줄을 잡아야 할 것이다.

<정글만리>는 3권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1권은 이야기의 전개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작가는 전반적인 중국의 현실을 많이 다루어 주기에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중국의 오늘날의 모습을 꿰뚫어 보는 시사적인 내용들이 다수 소개된다.

상사원인 전대광에 의해서 중국에서 성형외과를 개업하게 되는 서하원, 그는 양악수술의 실패로 국내에서는 자신의 입지가 좁아지게 되니, 중국에서 연예인들을 성형한 의사라는 타이틀로 진료를 하게 되고.

종합상사 부장인 김현곤은 철강 납품 문제로 경제도시 상하이에서 2천년 고도인 시안으로 내몰리게 되고.

전대광의 조카인 송재형은 자신의 진로를 경제학에서 역사학으로 바꾸게 되고.

중국 경제를 담당하는 상하이 세관 주임인 샹신원은 이런 한국인들과 꽌시로 연결되게 되는데...

이 책은 중국의 역사, 문화, 정치, 경제, 사회상까지를 모두 다룰 정도로 작가는 오랜 시간에 걸쳐서 중국을 답사하고 구상하여 집필을 하였기에 조정래 문학이 그동안 보여주었던 깊이 있는 이야기들을 풀어 나간다.

 

<정글만리2>

 조정래 작가가 네이버를 통해서 네티즌과 먼저 만났던 소설인 <정글만리>는 다각도에 걸친 자료조사와 약 2년간의 현지답사를 통해서 쓰여진 소설이다.

3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첫 번째 권을 읽으면서도 느낀 점이지만, 이야기의 전개과정은 등장인물들의 갈등구조나 이해관계의 얽힘에서 오는 박진감 넘치는 내용이 아닌 몇 명의 인물들에 의해서 그들의 삶을 통해서 중국을 어떤 경제발전 뒤에 감추어진 이야기들을 들여다 보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서, 생각을 통해서 중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들여다 본다.

 

 

서양인들의 시각에서 보는 중국의 이야기는 왕링링과 앤디 박의 이야기에서 잘 나타난다. 그들은 동양인의 피가 몸 속에 흐르지만, 서양에서 살았기에 서양인들이 보는 중국인에 대한 시각을 들려준다. 서양인들은 동양인에 대한 우월감을 가지고 있기에 중국이 G2의 경제댁국으로 성장했지만, 중국을 미개국 정도로 얕잡아 보고 멸시하면서 그런 위치를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중국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중국이 G2가 된 것은 기적이고, 앞으로 G1이 된다면 그건 더 큰 기적이라고 말하곤 한다.

물론, 서양인들이 이런 시각으로 중국을 바라다 보는 것은 우리나라 국민들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런 바탕에는 경제대국이 되기는 했지만, 중국인의 의식구조는 그에 너무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짝퉁천국이라고 할 정도로 서양의 명품들은 진짜 보다 더 진짜처럼 만드는 재주(?), 당간부나 고위관리들이 거침없이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행태, 중국 여성들의 성문란, 고위층이 부인 외에 몇 명씩의 얼나이를 두는 풍조, 2500년전에는 여필종부라는 말이 있었지만, 지금에는 숭녀공처(崇女恭妻)라 하고, 이혼율은 세계 1위로 하루에 5천 쌍이 이혼을 하는가 하면, 농민들은 도시로 들어와서 농민공으로 값싼 노동의 댓사를 받기도 하고, 계획생육정책의 부작용으로 무호적자가 증가하고, 문맹은 약 5천만 명에 이르고...

이런 구체적인 사례들은 중국이 제조업에 무한정 투입한 값싼 노동력의 힘으로 경제적으로는 성장했을지 모르나, 국민들의 사고방식과 도덕성은 그에 걸맞게 높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적인 경제대국이면서도 세계인들의 눈에는 곱게 보이지 않는다.

" 그러면서 G2가 된 걸 보면 참 희한하고요. 중국은 뒤죽박죽 뭐가 뭔지 제대로 알기가 무척 힘든 나라예요. " (p.168)

" (...) 중국에 대해서 알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고, 중국에 대해서 안다고 하는 것은 더욱 어리석은 일이다. " (p. 381)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들이 드는데, 과연 중국이 오늘날과 같은 경제와 국민들의 가치관과 도덕성, 문화수준이 엇박자로 겉도는데,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경제 강국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14억이란 인구의 힘이 이렇게 큰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작가는 오늘날 중국이 이루어 놓은 것들의 뒤에 숨겨진 이야기, 그리고 중국이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문제들을 <정글만리>를 통해서 세심하게 다룬다. 

이 소설을 중국인이 읽는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정글만리 3>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소설이라는 생각을 떠나서 중국의 사회상과 오늘날 중국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을 어렵지 않게 간파할 수 있다.

우리가 그동안 느끼고 있었던 중국의 두 얼굴을 대면하는 듯하다. 경제적으로는 G2의 위상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 속에서의 중국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모습을.

IMF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물리치고 2016년에는 G1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늦어도 2020년까지는 G1이 된다는 예측도 있다. 그건 14억이란 인구가 가져다 주는 화려한 겉모습이지, 국민들은 그에 너무도 못 미치는 것이다.

<정글만리>1권과 2권에서 전개되던 승승장구하던 골드그룹 왕링링이 벌여 놓았던 개발 사업은 하루 아침에 그녀가 모든 돈을 챙겨서 도주하면서 물거품이 되고, 꽌시로서 철석같이 믿었던 샹시원도 얼나이와 미국으로 도주하게 되니, 중국이란 나라는 인간의 욕망으로 뒤엉킨 정글임을 실감나게 해 준다.

이 정글에서 성공을 하겠다고 중국으로 진출하는 한국의 중소기업들의 황홀한 호항은 몇 년 뿐. 한국 사람 못지 않은 손재주를 가진 중국인들은 우리의 단순 기술을 습득하여 중국시장으로 진출하여 동반자 아니 경재자로 돌변한다.

중국인들에게서 그런 일은 비일비재로 일어나는 일이니, 그들에게 그건 비양심적인 기술도둑도 아니요, 몰염치한 배은망덕도 아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은 '부자 되세요'이다. 거기에 착안해서 만들어 낸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리화(梨花) 8송이가 새겨진 명품 빨간 지갑. 소설 속의 이야기이지만 중국인들의 성향을 엿 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중국인의 과시욕은 저택에서도 나타나는데, 중국 부자들은 쌍둥이집을 짓는다. 나란히 들어선 쌍둥이 집 중에 한 채는 그들의 주거 공간으로 사용되지만, 한 채는 껍데기뿐이란다. 겉모습은 수입산 대리석으로 으리 번쩍하게 짓지만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껍데기뿐인 집이라니....

이런 중국에서의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인간관계에 달려 있다고 하니, 꽌시나 관리들의 부정부패는 극에 달해 있다. 

한국과 중국은 가까우면서도 멀게 느껴지는 나라인데, 그건 바로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리라. 수천년 역사관계, 근현대사에서 이념의 차이가 그 주된 요인이다.

<정글만리>는 중국의 민낯을 보는 느낌이다. 중국의 화려한 겉 모습 뒤에 도사리고 있는 각종 문제점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정리한 보고서 같은 소설이다.

조정래 작가가 꼭 쓰고 싶었다는 중국과 관련된 소설이 <정글만리>이다.

1권에서 3권까지 약 1200 페이지에 이르는 긴 소설이지만, 중국의 다양한 모습을 읽을 수 있기에 지루한 줄 모르고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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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만리 3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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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소설이라는 생각을 떠나서 중국의 사회상과 오늘날 중국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을 어렵지 않게 간파할 수 있다.

우리가 그동안 느끼고 있었던 중국의 두 얼굴을 대면하는 듯하다. 경제적으로는 G2의 위상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 속에서의 중국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모습을.

IMF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물리치고 2016년에는 G1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늦어도 2020년까지는 G1이 된다는 예측도 있다. 그건 14억이란 인구가 가져다 주는 화려한 겉모습이지, 국민들은 그에 너무도 못 미치는 것이다.

<정글만리>1권과 2권에서 전개되던 승승장구하던 골드그룹 왕링링이 벌여 놓았던 개발 사업은 하루 아침에 그녀가 모든 돈을 챙겨서 도주하면서 물거품이 되고, 꽌시로서 철석같이 믿었던 샹시원도 얼나이와 미국으로 도주하게 되니, 중국이란 나라는 인간의 욕망으로 뒤엉킨 정글임을 실감나게 해 준다.

이 정글에서 성공을 하겠다고 중국으로 진출하는 한국의 중소기업들의 황홀한 호항은 몇 년 뿐. 한국 사람 못지 않은 손재주를 가진 중국인들은 우리의 단순 기술을 습득하여 중국시장으로 진출하여 동반자 아니 경재자로 돌변한다.

중국인들에게서 그런 일은 비일비재로 일어나는 일이니, 그들에게 그건 비양심적인 기술도둑도 아니요, 몰염치한 배은망덕도 아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은 '부자 되세요'이다. 거기에 착안해서 만들어 낸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리화(梨花) 8송이가 새겨진 명품 빨간 지갑. 소설 속의 이야기이지만 중국인들의 성향을 엿 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중국인의 과시욕은 저택에서도 나타나는데, 중국 부자들은 쌍둥이집을 짓는다. 나란히 들어선 쌍둥이 집 중에 한 채는 그들의 주거 공간으로 사용되지만, 한 채는 껍데기뿐이란다. 겉모습은 수입산 대리석으로 으리 번쩍하게 짓지만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껍데기뿐인 집이라니....

이런 중국에서의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인간관계에 달려 있다고 하니, 꽌시나 관리들의 부정부패는 극에 달해 있다. 

한국과 중국은 가까우면서도 멀게 느껴지는 나라인데, 그건 바로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리라. 수천년 역사관계, 근현대사에서 이념의 차이가 그 주된 요인이다.

<정글만리>는 중국의 민낯을 보는 느낌이다. 중국의 화려한 겉 모습 뒤에 도사리고 있는 각종 문제점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정리한 보고서 같은 소설이다.

조정래 작가가 꼭 쓰고 싶었다는 중국과 관련된 소설이 <정글만리>이다.

1권에서 3권까지 약 1200 페이지에 이르는 긴 소설이지만, 중국의 다양한 모습을 읽을 수 있기에 지루한 줄 모르고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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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는 <브리다>를 통해서 우리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우리가 삶 속에서 찾아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가를. 또한, 운명과 사랑에 대한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우리가 우리의 운명을 찾기 위해서 얼마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작가가 1990년에 썼고, 그당시에는 브라질과 영어권, 스페인어권에서만 출간되었다가, 작가 자신이 절판시켜 버렸던 책이라고 한다. 그런데, 2008년에 독자들의 요청에 따라서 재출간되었다고 하니, 베일속에 가려진 전설의 이야기처럼 사람들의 입에만 오르내릴 뻔한 소설인 것이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들려준다. ˝ 태양전승에서 가장 중요한 가르침 중 하나는 사랑이다. 사랑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잇는 유일한 다리이다. 그리고, 하루 하루 우주가 인간 존재들에게 전하는 가르침을 번역한 유일한 언어이기도 하다.˝ (p.345) ˝꽃 속에 사랑의 진정한 의미가 들어 있기때문에, 사람들은 꽃을 선물해. 꽃을 소유하려는 자는 결국 그 아름다움이 시드는 것을 보게 될거야. 하지만 들판에 핀 꽃을 바라보는 사람은 영원히 그 꽃과 함께 하지. 꽃은 오후와 저녁 노을과 젖은 흙냄새와 지평선 위의 구름의 한 부분을 담고 있기때문이야. ˝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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