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한 번 살아볼까? - 제주살이, 낭만부터 현실까지
김지은 지음 / 처음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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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를 몇 번 다녀왔지만 돌아 올 때는'이런 곳에서 노후를 보낸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을 가지고 오곤 했다.

아이돌 출신 가수를 비롯하여 유명 연예인도 몇 명 제주에 보금자리를 틀고 있기에  어쩌면 이런 생각을 해 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어떨까?

제주 사람들은 그 어느 지역보다 육지 사람에 대하여 배타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텃세가 심하다든가, 요즘은 중국인들로 인하여 땅값이 엄청 많이 올랐다든지,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돌고 있기에 제주에 가서 산다는 것은 그저 이루어질 수 없는 희망사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중년이나 노년도 아닌 30대 방송작가인 이 책의 저자는 '그냥 제주에 살아 보고 싶어서'라는 이유만으로 제주 이민을 선택한다.

제주 이민에서 느낄 수 있듯이 제주로 주거지를 옮기는 일은 이민이나 다를 것이 없을 정도로 힘든 일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제주에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녀의 꿈이었던 방송작가를 그만두고 제주에서 스타벅스 바리스타라는 비정규직을 선택하면서 제주로 향한다.

그녀는 혼자서 제주 이민생활을 시작하는데, 집구하기, 괸당만들기 등으로 제주살이 4년차에 접어 들었다.  

그동안 유기견 배로나를 입양하고 제주 특유의 인간관계인 괸당문화에 서서히 적응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주저함없이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사는 그녀의 제주 이민기에 부러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현실적인 독자들은 그녀의 무모한 도전에 공감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 하늘은 한 번도 같은 그림을 그리지 않고

바다는 한 번도 같은 파도를 일으키지 않는다.

자연은 매번 그렇게 같은 듯 다른 순간을 만든다.

우리 인생에도 일상이라는 이름의 무한반복 도돌이표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의미없어 보이는 반복일지라도, 우리는 그것을 통해서 한 걸음을 나아갈 수 있다. " (p. 266)

책 속에는 저자가 제주이민을 택하면서 부딪혔던 문제들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그에 대한 대처방안들도 알려주기 때문에 제주 이민을 꿈꾸는 독자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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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순간에도
정희재 지음 / 갤리온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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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읽었던 책 중에 <나는 그곳에서 사랑을 배웠다 / 정희재 ㅣ 샘터 ㅣ2006>,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 정희재 ㅣ 걷는 나무 ㅣ 2010>, <지구별 어른, 어린왕자를 만나다 / 정희재 ㅣ 지식의숲 ㅣ 2011>,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권리 / 정희재 ㅣ 갤리온 ㅣ 2012>의 작가 '정희재'의 책이라는 것만으로도 관심이 가는 책이다.

             
        

<도시에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는  '바쁜 일상에 치여 놓치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 46'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작가의 소소한 일상 속에서 느꼈던 소중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성장기 이야기, 직장 이야기, 가정사, 친구, 사랑하는 사람에 관한 흔한 에세이 소재들이지만 뛰어난 글솜씨가 읽으면서 공감을 가져다 주었다.

바로 그 책, <도시에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의 개정판이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다. 기존의 책은 336쪽에 46가지 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은 256쪽에 31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물론 개정판에는 새로운 이야기도 추가되었지만 구태여 개정판에서 원래의 이야기를 이렇게 대폭 줄였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 책을 몇 쪽 읽다가 중학교 1학년 때의 짝꿍이었던 친구를 만났다. 1년에 2~3번 정도 만나지만 그 친구를 만나면 아무런 거리낌없이 내 이야기를 주절거리게 된다. 만나면 미술 전시회를 갔다가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그동안 살았던 이야기를 한다. 흔히들 여자들이 친구를 만나면 하게 되는 대화의 주제가 아닌, 그림 이야기, 책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정치 이야기, 사회 이야기까지 하게 된다.

친구가 어려울 때에는 연락이 끊겨서 어떤 도움을 주지도 못했지만, 지금은 그 역경을 이겨내고 사회생활과 취미생활을 열심히 한다. 그동안 못했던 그림도 그리고, 문화센터에서 강의도 듣고, 수영도 배우고...

그런 친구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친구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오늘의 그녀를 있게 했다.

괜찮은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렇지만 삶이 힘들고 외롭고 지칠 때에 누군가가 곁에서 해 주었으면 하는 말들.... 바로 '정희재' 작가는 '외롭던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그래서 외로운 당신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책 속의 글 중에서) 31가지 이야기를 책 속에 담아 놓았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그 친구를 생각하게 됐다. 힘들 때에 곁에 있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그래도 남은 날들은 함께 할 수 있어서 고맙다고.

" '지불책우(智不責愚)

지혜로운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을 나무라지 않는다. (...) 진정 지혜로운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니 어리석은 사람이니 굳이 나누지 않는다는 것을. 그저 괴로운 사람, 괴롭지 않은 사람이 있을 뿐이다." (p. p. 59~60)

" 걸으면서 자신에게 들려준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텅 빔의 충전이다. 무無의 수혈이다. '나' 라는 확고부동한 실체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화가 나는 것이다.

사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그래서 모든 것일 수 있다. 화를 치솟게 만든 그이의 얼굴을 떠올려 본다.

내 얼굴이다. 그이가 한 일은 언젠가 내가 다른 이에게 했던 행동이다. 다만 그때는 그 행위가 이토록 아픈 것인 줄 몰랐을 뿐이다.  그렇게 조화를 찾는다. 균형을 맞춘다. " (p.251)

" 이 계절이 지나면 그런 순간들이 또 얼마나 많이 쌓일까.

기억도 못 하는 자잘한 순간들이 모여 지난날이 되는 것.

소동과 자극이 주연자리를 꿰차는 동안

기꺼이 잊히고 말았던 조연의 시간들 속에

내 인생의 비밀이 차곡차곡 빻아져 흩어져 간다. " (p. 254)

살아가면서 견딜 수 없을만큼 힘들다고 느꼈던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그 순간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말.... 내가  듣고 싶었던  그 말을 누군가에게 건낼 수 있다면 그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용기를 될까.

항상 그걸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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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툽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황중환 그림 / 자음과모음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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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는 <연금술사>로 널리 알려진 브라질 작가인데,록 음악 작곡가, 저널리스트, 극작가 음반회사의 중역 등의 다양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중에는 '당신은 이번 생에 무엇을 찾고 있나요?' 라고 묻는 <브리다>를 비롯하여 운명, 영혼, 영적 세계에 관한 주제를 담은 소설들이 있어서 그런 느낌이 '파울로 코엘로'의 트랜드처럼 생각해 왔다. 얼마 전에 읽은 <스파이>는 의외로 '마타 하리'의 이야기를 사실에 근거해서 썼다는 점에서 특별하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아크라 문서>의 경우에는 십자군 전쟁으로 적의 침략이 가까이 왔음을 감지한 예루살렘인들이 현자와 나눈 대화를 기록한 소설로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마크툽>은 <아크라 문서>를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다. 

우리에게 생소한 단어인 '마크툽'은 아랍어로 '모든 것은 이미 기록되어 있다'라는 뜻으로, 신의 섭리를 은유한 말이다. 아랍인들은 신의 섭리를 받아들이고 체념을 할 때에 '마크툽'이란 말을 자주 쓰는데, 그 뜻만 보면 아랍인들과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신은 인간에게 각자 꿈과 재능을 선물하였기에 신의 섭리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자신의 길을 찾는다는 뜻과도 통한다고 할 수 있다.

작가는 1993년 6월 10일부터 1994년 6월 11일까지 <라 폴라 지 상파울루>에 연재했던 글들 중에서 선별하여 <마크툽>에 담아 놓았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그가 11년이란 긴 세월 동안 스승님이 그에게 아낌없이 베풀어준 가르침이며, 그에게 잊지 못할 인상을 남긴 친구와 그 누군가가 해 준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마크툽>은  삶의 경험을 나누고자 하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판 <마크툽>은 '코엘로'의 <마법의 순간>에서도 선 보였던 '황중환' 의 그림이 함께 실려 있어서 다른 나라의 <마크툽>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 우리의 일상은 나날이 기적이다. 그러니 축복을 받아들여라. 오늘 너의 작은 예술 작품을 창조해라. 그러면 내일 새로운 축복을 받을 것이다. " (p. 73)

" 순수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그 사람을 받아들일 때,

사랑이란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아닌 동참하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다. " (p. 143)

" 두 길이 만나는 곳에는 두 가지 에너지가 집중된다. 하나는 선택, 다른 하나는 단념이다. 이 둘이 잠시 동안 하나가 된다. (...) 선택한 뒤에는 단념한 길은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야 한다. " (p. 155)

" 한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박탈해도,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는 행복을 빼앗을 수 없다. 그리고 그 행복이 그를 구원한다. " (p. 171)

" 시는 어느 순간 숨을 멎을 정도로 우리를 놀라게 해야 한다. 마치 석양처럼 기적적인 동시에 자연스러운 것으로 우리의 삶 속에 존재해야 한다. " (p. 279)

짤막한 선문답 형식의 글들은 작가가 <마크툽>을 통해서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들이다. 글들 중의 일부는 이미 다른 책들을 통해서 읽었던 내용들도 있지만 또 다시 읽으면서 그 의미를 되새겨 본다.

유명한 사람들의 일화들도 있는데, 그 이야기 속에서 우리들이 삶을 살아가면서 마음 속에 간직해야 할 메시지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작가의 고향인 남미를 비롯하여 유럽... 그리고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고전들 속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찾아낸다.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용기를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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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고독 - 아무도 대신해 주지 않는 시간
고도원 지음 / 꿈꾸는책방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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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원'하면 따라 붙는 단어는 '아침편지'이다. 2001년 8월부터 시작된 '고도원의 아침편지'

지금도 매일 아침 360만 명의 사람들에게  아침편지가 전달된다. 짧은 문장 속에서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위안과 응원의 메시지이다.

그가 이번에 출간한 신간서적은 <절대고독>이다. 학창시절 괜히 고독한 척하던 웃픈 추억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그는 고독을 긍정적인 관점에서 본다. 

" 절대고독

아무도 대신해 주지 않는 고독,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는 시간.

누구에게나 이런 절대고독의 순간이 있습니다. "  (p. 5)

" 인생은 한 편의 글입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이야기입니다.

아무도 대신 써줄 수 없고,

아무도 대신 살아줄 수 없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절대고독이란 자기 자신을 좀더 깊이있게 살펴 볼 수 있는 시간, 즉 내가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고독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사치스러울 수도 있는 세상이기에, 진정한 자기와의 만남을 위해서 때론 이런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 얼굴 풍경부터 살펴라

내 마음의 빛을 보려면 얼굴 풍경부터 살펴보아야 합니다. 얼굴 풍경에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 형편은 어떤지, 내일을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가 한눈에 드러납니다. 그 사람의 얼굴 풍경이 곧 그의 인생 풍경입니다. 전적으로 자신의 몫이며, 어느 누구도 대신해서 그 풍경을 바꿀 수 없습니다. " (p. 21)

" 다시 일어나라

톨스토이는

'선한 노력은 반복될 때만 착하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라'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일어나라'는 말은

'다시 시작하라'는 말과 같습니다.

계속해서 '반복하라'는 뜻과도 통합니다.

넘어지거든 주저않지 말고

벌떡 일어나십시오.

다시 시작하세요. " (p. 121)

" 긴 것과 짧은 것

아무리 키가 큰 갈대도

대나무 잎에서는 너무 짧습니다.

나에게 큰 것이 그에게는 작을 수 있습니다.

나에게 좋은 것이 그에게는 나쁠 수 있습니다.

긴 것과 짧은 것, 옳음과 그름, 고통과 행복

모두가 비교에서 오는 상대적 개념입니다.

어느 한 쪽에 쏠리거나 메이지 않고

다른 한 쪽을 함께 바라볼 때

균형과 조화가 깃듭니다. " (p. 178)

" 또돌다 찾아올 '나'를 기다리며

기다리면서, 또는 나이가 들면서 깨닫게 됩니다. 이미 내 안에 많은 것들이 주어져 있음을. 그것을 알지 못한 채 긴 세월을 보냈다는 것을. 그러나 아직도 긴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미로를 헤매며 떠돌다가 찾아올 '나'를 위해서... " (p. 235)

" 당신의 두 발로 함부로 걷지 마세요.

내 손안에 든 것,

영원히 내 것이 될 수 없습니다.

생을 마칠 때에는 모두 놓고 가야 합니다.

그러나 두 발로 남긴 것은 '길'이 되어 남습니다.

한 사람의 발걸음으로 낸 길을

많은 사람들이 걸어가며,

또다른 길을 만들어갑니다.

당신의 두 발로 함부로 걷지 마세요.

당신의 발걸음이 다른 사람에게

길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 (p. 243)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통해서도 느낀 것이지만 고도원의 글은 우리에게 희망을 가지게 해 준다. 쓸쓸하고 힘들 때에는 격려를 해 준다.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해 준다. 내가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인지를 깨닫게 해 준다.

그래서 힐링이 필요하면 '고도원'의 글을 읽게 된다.

요즘 '고도원'은 언론의 관심을 받았었는데,  그 이유는 김대중 정부시절에 대통령 연설 비서관을 지냈기 때문이다. 많은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도 입을 열지 않던 그는 2016년 11월 7일에 <연세춘추>와의 인터뷰를 하는데, 인터뷰 전문을 <절대고독> 뒷부분에 싣어 놓았다.

'고도원'은 1972년 연세대학교 신문인 <연세춘추>기자가 되었고, 1973년 2학기부터 1974년 1학기까지는 <연세춘추> 편집국장을 맡았었다. 그 시절이 바로 유신시대였으니, 대학신문인 <연세춘추>의 편집국장이었던 '고도원'의 학창시절이 순탄치가 않았다. 그런 '고도원'으로서는 박근혜 연설문 유출 사태를 보는 관점이 남다를 것이다. 그래서 평소에 접할 수 있었던 '고도원'의 글들 못지 않게 인터뷰 내용에 관심이 더 갔다.

" 대통령의 연설은 그 시대의 정신이다. 그 시대에 국가가 나아가는 비전의 불꽃과도 같다. 대통령의 연설문에서 점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대통령이 연설문은 사람을 움직이고 역사를 바꿔야 한다. 도도히 흘러가는 역사의 추진력을 높이거나 방향을 바꾸는데 동원되는 것이 바로 연설문이다. 지엄한 것이다. 엄청난 것이다. 이 의미를 놓치면 국가의 비전을 잃는 것이다. " (p. 267)

" 대통령의 언어는 자신이 과거에 썼던 언어들이 자신의 내면에서 숙성해 나오는 것이다. 과거에 썼던 언어의 저장고가 취약한 사람은 그 언어의 저장고를 채우는 일을 남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대통령의 언어는 자신의 언어가 아닌 것이다. " (p. 268)

<고도원의 아침편지>는 약 15년째 매일 아침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그러나 나는 매일 매일 그 편지를 읽을 수는 없지만, 이렇게 '고도원'의 메시지가 책으로 출간될 때는 꼭 챙겨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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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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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벌>의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는 1985년에 <방과후>로 '에도가와란포'상을 수상하면서 전업작가가 됐다. 데뷔작이 발표된 이후에 약 50편이 넘는 작품을 썼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요즘도 1년에 신작소설이 1~2편은 발표되는 듯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소설이 나온 것을 알고, 그 책을 읽으려고 하면 어느새 새로운 소설이 나올 정도이니, 작가의 소설을 10편 남짓 읽은 나로서는 도저히 그의 소설을 따라잡아 가면서 읽기는 버겁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작가로 활동을 했으면 그의 사생활이 어느 정도는 공개될 듯도 한데, 새로운 소설이 나와도 그 책의 작가소개글에는 언제 찍었는지도 모를 사진이 그대로이다.

작가 사인회나 인터뷰 기사도 없으니 비밀의 장막 속에서 소설쓰기에만 전념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런데, 그는 때로는 도쿄의 긴자에 있는 바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고 하니, 은둔형 인물은 아닌 것 같다.

추리소설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의 작품은 쓰는 작품마다 주제가 다양하고 구성이 치밀하다.

이번에 읽은 <천공의 벌>은 676 페이지에 이르는 소설 2권 분량의 길이이다. 이 소설이 발표된 때는 1995년이다. 원전과 관련이 있는 이 소설이 발표된 1995년 12월에 원자로 '몬주'에서 실제로 나트륨이 유출되어 화재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16년 후인 2011년 3월에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했으니, 작가는 이미 이 작품을 쓸 때에 원전 사고와 관련된 생각들을 소설로 쓴 것이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면서 그동안에 느꼈던 원전과 관련된 불안감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상기시킬 수 있었다.

소설 속에서도 나오지만 원전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생각은 아무런 생각(?) 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막연하게나마 좋지는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신과는 무관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설마,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는 생각 정도....

내가 살고 있는 주변에는 원전시설이 없으니 문제가 생기더라도 직접적인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 몫을 할 것이다. 그러나, 원전 사고가 일어난다면 그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를 이미 우리는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의 원전의 사례를 통해서 간접 체험을 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미 20여 년 전에 원전과 관련된 소설을 발표함으로써 문제의식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일본에서 원전 사고가 일어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천공의 벌>의 이야기는 니시키 중공업에서 자위대 헬기인 대형 헬리콥터 '빅 B'를 시험 비행하기로 한 날에 일어난다. 누군가에 의해서 헬리콥터가 원격 조정이 되어 고속 증식 원형로인 '신양'발전소의 상공 800 m의 위치에 떠 있게 된다. 더군다나 그 헬기에는 장난 삼아 탔던 어린이가 있으니...

만약에 헬기가 추락하게 되면 원전에 떨어져서 핵폭발이 일어날 수 있는데, 범인들이 요구하는 것은 일본 전역의 원전 가동을 멈추라는 것....

범인들은 왜 그런 요구를 하는 것일까?

헬기에 타고 있는 어린이는 구할 수 있을까?

이런 궁금증으로 소설을 읽어내려 간다. 그러면서 소설을 통해 시민들이 원전에 대해서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 그가 알게 된 사실은, 일반인들은 대부분이 원전이라는 것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원전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도 몰랐고, 원전이 가동을 멈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상상조차 못 했다. 원전이 가동을 중단한들 큰 일이야 있겠느냐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양초를 사놓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p. 176)

범인들의 헬기 원격 조정에서 사건이 마무리 되기 까지의 약 10시간의 팽팽한 긴장감이 이 소설을 읽는 묘미이다.

범인은 이미 소설의 중반부에 밝혀지기에 그들의 범행 동기가 궁금해진다. "귀찮은 것은 보지도 듣지도 않으려는 '침묵하는 군중'을 고발한 문제작" 이라는 책 뒷표지의 글이 눈에 들어온다.

원전 뿐만 아니라, 우리는 그동안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면 침묵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정말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었을까?

문득, '스테판 에셀'이 쓴 <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ㅣ 돌베개 ㅣ 2011>가 생각났다.

 

이 책은 우리사회의 많은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것들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하여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가 담긴 글 6편이 실려 있다. 아주 짧은 글들이다.

당시 프랑스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들.

즉, 국가의 최고 영역까지 금권의 충복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 민영화된 은행은 이익배당과 경영진의 고액 연봉액수에만 관심을 가지는 상황, 극빈층과 최상위 부유층의 격차 심화, 돈을 좇아 질주하는 경쟁적 사회, 외국 이민자에 대한 차별 등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책 속의 글 중에 '무관심은 최악의 태도'라는 구절이 있다.  이 책의 제목이 <분노하라>이고, 저자가 젊은 날에 레지스탕스 투사였기에 과격한 의미의 '분노하라'를 생각하기 쉬운데, 그는 폭력을 거부했다. 창의적 저항의식의 실천은 참여에 있다고 말했다.

요즘의 우리 현실에서 꼭 맞는 말이 아닐까. 침묵하지 않는 참여...

소설 속의 범인들은 '천공의 벌'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행동에 대한 메시지를 보낸다. 그 '천공의 벌'이  마지막에 일침을 가한다.

" 다시 한 번 말한다. 침묵하는 군중이 원자로의 존재를 잊도록 해서는 안 된다. 항상 의식하고, 스스로의 길을 선택하도록 하라.

어린아이는 벌에 쏘이고 나서야 벌의 무서움을 안다. 이번 일이 교훈이 되기를 바란다. 다이너마이트가 항상 열 개에 그치리라는 보장은 없다. 천공의 벌" (p.p. 674~675)

만약에 지금 이 순간에 우리나라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무겁게 다가오는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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