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생각 -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
안철수 지음, 제정임 엮음 / 김영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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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몇 권의 책을 통해서 안철수의 생각들을 읽어 왔다.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에서도 인터뷰이로 선정되어서 책 속의 몇 페이지에 그의 생각들이 담기기도 했다.

그가 정치계에서 이름이 거론되기 전까지는 컴퓨터 바이러스, 대학교수 등으로만 알고 있다가, 어느날 서울시장 선거에 즈음에서 그는 정치가로 변신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물론, 안철수는 그동안 한 자리에 머물지는 않았다. 계속해서 도전을 하는 인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의사,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개발자, 경영자, 교수 그리고 지금은 대선주자로 힘차게 뛰어 다니고 있다.

내가 <안철수의 생각>을 구입한 것은 출간되자마자이지만, 그동안 읽지를 못하고 있다가 며칠 전에 다 읽었다.

마침 그가 대선에 참여하겠다는 기자 회견을 한 직후였기에 그의 생각이 궁금해졌기 때문ㅇ다.

이 책은 저자의 글에 따르면, 자신의 정치 참여 여부를 떠나 그가 만들어 나가고 싶은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제시하고 토론하는 장이라고 하지만, 처음의 기획과는 좀 다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안철수는 이 책을 기자출신이자 교수인 제정임이 인터뷰어로서 안철수에게 묻고, 그에 대하여 안철수가 답하는 대담형식으로 구성하였기 때문이다.

마치 대선을 눈 앞에 두고, 자신의 만들고 싶은 대한민국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펼쳐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청춘 콘서트'를 통해서 청년들의 멘토로 활약을 하면서 그동안 많은 강연을 하였던 안철수.

그가 그리는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일까?

서울시장 후보를 박원순에게 넘길 때도, 그리고 정치계에 발을 들여 놓을 것인가 하는 국민들의 관심에도 그리 명확한 답변을 미루던 그.

그래서 어쩌면 우유부단한 것이 아닐까. 그 누구보다도 명석한 두뇌를 가진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저울질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던 안철수이기에 그의 정치 입문은 너무 뜸들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는 다방면에서 눈부신 활약을 했지만, 정치 경험은 부족하기에 그가 과연 대한민국을 책임질 믿을 수 있는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에게는 정치인으로서 필요한 경험, 민주주의와 인권, 사회통합과 국가발전 등을 위해 노력하고 공헌한 일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인터뷰어 제정임과의 대담을 통해 그는 정치 참여를 고민하게 된 배경, 그의 가족이야기, 학창시절 이야기, 결혼이야기, 우리 사회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 사회적 현안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청년들의 멘토'인 안철수가 미래의 주역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내용은,

진로를 결정할 때 그는 이렇게 하라고 말한다.

하고자 하는 일이 (1) 의미가 있는 일인가?

(2) 열정을 지속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일인가?

(3)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인가? 를 생각하라고 한다.

역시, 그는 '청년들의 멘토'이기에 젊은이들에게 '전망', '안정'은 무의미한 것이고 "아무리 지금 낮고 보잘 것없어 보이는 분야라고 하더라도 자기가 잘 할 수 있고, 재미를 느끼며,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일을 찾아 선택해야 한다고 봅니다." (P. 244)

본론으로 들어가서.

"정치는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 국민들의 기대와 열망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내가 정치를 하게 된다면 과연 그 기대와 열망에 어긋나지 않을 수 있을까?" (p. 79)

그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복지국가, 정의로운 국가 그리고 평화통일의 세가지 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무상급식, 보육, 의료, 교육, 주거 등을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책 위주로, 그리고 재벌개혁과 상속에 관한 견해, 대북정책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힌다.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는 입시경쟁, 한미 FTA, 강정마을, 용산참사, 언론사 파업, 여성, 장애인, 다문화 사회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 보는 것도 안철수가 대통령 후보로서 가진 생각을 알 수 있는 지름길이다.

" 젊은이들이여 무엇이든 시도해 보고 경험해 보라. 도전은 단지 힘들 뿐, 무서운 것이 아니다. 도전하고 주어진 상황에서 인생을 개척하라. 그리고 남고 더불어 행복한 길을 찾아라.!" (p. 239)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를 통해서도 이미 이야기했던 그가 생각하는 성공이란,

" 제정임 : (...) 인생에서 성공이란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안철수 : 제 인생에서 성공의 정의는 '삶의 흔적을 남기는 것입니다.' 영어로 'make a difference' (차이를 만드는 것)라고 할 수 있는데, 내가 죽고 난 후에 내가 존재하지 않았을 때와는 다른 긍정적인 무언가를 이 세상에 남기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 (p. 257)

사실, 안철수를 경계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이미 <안철수의 생각>에서 그가 전셋집에 살았던 이야기나, 보육에 관한 이야기들이 그가 전하는 이야기와는 다르다는 점을 공방하기도 했다.

책 속의 내용 중에 사실이 아닌, 자신을 미화시키고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내용들이 담겨 있을 수도 있다.

그것은 대부분의 대권주자들이 선거철에 맞추어서 출간하는 책들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현상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 속의 문장들 중의 몇 부분이 누군가의 분석에 의해서 진실이 아니라고 밝혀졌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안철수가 바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를, 그리고 청춘들에게 꿈을 주고자 하는 그 마음만을 담아가고 싶다.

한 권의 책이 말하지 못한 부분들, 그리고 그가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으로서 적격자인가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 각자가 해야 될 몫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 책상 위에는 <문재인이 드립니다>라는 포토 에세이도 한 권 놓여 있다.

앞으로 이외에도 박근혜의 생각이 담긴 책, 문재인의 생각이 담긴 책도 읽으려고 한다.

그들의 생각을 알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진심을 알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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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시 좋아질 수 있을까 - 상처투성이 부부 관계를 되돌리는 감정테라피
박성덕 지음 / 지식채널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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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그것은 행복의 시작일까?

이젠 많은 사람들이 결혼이 결코 행복의 시작이 아니라는 것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혼을 하게 되는 당사자들은 자신들만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결혼 행진곡에 맞추어 인생의 또다른 출발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불화는 자연스런 결혼의 과정'이니 '결혼하기 전에 부부가 서로 지참해야 할 혼수로 불화를 잊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가족/ 부부 치료 분야의 정신과 전문의인 '박성덕'이다.

저자 자신이 정신과 전문의이면서도 아내와의 갈등을 심하게 겪었고, 그러던 어느날 아내가 자신에게 내민 카드가 '아버지 학교'의 수강증이었다고 한다.

그는 속으로 '아내 자신이나 어머니 학교에 가서 배우고 오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아버지 학교'를 가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들의 갈등의 요인과 해소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아내와의 갈등을 겪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부부관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고 지금은 가족/부부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참으로 여자와 남자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뇌구조부터가 다르다는 내용의 책을 읽은 기억이 나기에 서로가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다보면 수평선을 걸을 수 밖에 없고, 마침내는 이혼이라는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요즘의 늘어나는 이혼율은 남자와 여자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콩깍지가 낀 상태, 심리학에서는 이를 '핑크렌즈효과'라고 한다.

나도 거의 1년의 만남을 거쳐서 결혼을 했기에, 남편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혼후에 느끼게 된 갈등은 서로가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성장했기에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경상도 남자와 결혼을 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니면서 말리겠다.'고 할 정도로 집안 분위기나 일상 생활에서 오는 하찮은 일들이 갈등의 요소가 되었다.

남편은 무뚝뚝하고 운동과 낚시 등을 좋아했지만, 나는 운동은 싫어하면서도 못하는 편이었다.

차라리 공부나 책을 읽는 편이 더 좋았다. 밖으로 나가기 보다는 집이 더 편안한 성격이다.

여행을 가더라도, 남편은 어딘가 좋은 경치가 펼쳐진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나는 여행을 가게 되면 가기 전에 사전 준비를 하고, 유적지나 박물관 등을 돌아 보는 편이 좋았다.

남편은 콘서트나 전시회에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나는 그런 감성적인 활동을 즐기기를 좋아 한다.

사소한 일같지만 이런 것들은 살아가면서 작은 갈등이 되고, 작은 갈등은 더 큰 갈등으로 번지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깨닫게 된 것은 남편을 바꾸기 보다는 내가 남편을 이해하고, 같이 활동을 할 수 없다면 나홀로 즐기기로 한 것이다.

" 불화를 겪지 않고 부부가 행복해지는 경우는 드물다. " (p. 11)

" 결혼은 행복이 아니라 성숙의 과정입니다. 부부가 함께 그 성숙을 향해 나아갈 때 비로소 행복이 찾아 옵니다. " (p.11)

결혼은 연륜이 쌓이면서 슬기롭게 그 고비를 넘기고, 또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부부들도 상당수가 있으니, <우리, 다시 좋아질 수 있을까>를 통해서 그런 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방법을 알아 보면 좋겠다.

저자 자신의 경험, 그리고 저자가 가족/부부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치유를 해 주었던 부부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책 내용이 전개된다.

그래서 쉬우면서도 속도감이 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한 번을 전체적인 내용을 읽고, 만약 자신의 부부가 불화를 겪고 있다면 세세하게 다시 한 번 되짚어 가면서 읽으면 좋을 듯 싶다.

사람들은 자신이 보아 온 가정에서의 부부 역활에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화목하고 긍정적인 가정에서 성장했다면, 아버지의 역할을 통해서 남편의 역할을 기대하게 되고, 어머니의 역할을 통해서 아내의 역할을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비슷한 가정 환경이 아니었다면 여기에서 기대치에 못 미치는 배우자의 역할에서 갈등이 고조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아빠(엄마)는 이런 경우에 이렇게 하셨는데... 남편(아내)는 왜 이해를 못할까, 왜 그렇게 못할까?'

원 가족의 부모형제의 모습을 자신의 배우자에게서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만약에 가족 갈등이 있었던 가정에서 성장했다면, '나는 결혼하면 저런 아빠, 엄마는 되지 않을거야'하고 생각하지만, 결국에는 가족의 갈등이 부부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다음 세대로 전달되어 그렇게 싫어했던 부모의 삶의 복제판이 되고 하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누구나 비슷한 기본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다른 사람보다 우선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기를 바란다. 그러니, 배우자의 욕구보다는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서운하고, 원망의 화살이 배우자에게 꽂히는 것이다.

부부갈등은 위로와 친밀감을 회복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을 통해서도,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서도 깨달을 수 있는 것은,

내가 먼저 변해야 배우자도 자연스럽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따라온다는 것이다.

" 부부라는 이름으로 행복을 꿈꾸고 있다면, 배우자한테 바라기 보다 우선 내가 먼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알아가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아무리 극단적으로 관계가 악화된 부부사이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만 있다면 관계는 충분히 회복 될 수 있다. 물론 노력없이 얻어지는 변화는 없다는 사실만 잊지 말자. " (p. p. 133~134)

부부 갈등의 해결방식에도 물론 차이가 있어서 성인의 사랑을 이해하는데 영향을 주는 애착이론을 알아 두면 좋을 것이다.

이 책에는 part가 끝날 때마다 <부부 심리 카페>가 있어서 배우자의 심리를 살펴 볼 수 있기도 하다.

part 5 <반평생 함께 살기 위해 알아야 할 8가지>는 마음에 새겨둔다면 갈등의 요인을 줄일 수 있고, 불화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PART 5. 반평생 함께 살기 위해 알아야 할 8가지
solution 01. 표현하기 _ 격려와 고마움을 아끼지 말고 표현하라
solution 02. 의식 만들기 _ ‘부부만의 의식’을 만들어 사소한 순간을 기념하라
solution 03. 상처 이해하기 _ 문제 뒤에 숨어 있는 진짜 목소리를 들어라
solution 04. 극복 스토리 만들기 _ 고통을 극복한 부부는 쓰러지지 않는다
solution 05. 미래 그려보기 _ 미래의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라
solution 06. 부부 중심의 가정 만들기 _ 부부 중심의 가정으로 재편하라
solution 07. 평생 배우며 살기 _ 사랑을 배우고 배우자를 배워라
solution 08. 감사하기 _ 당연해 보이는 부부의 역할에 감사를 표현하라

그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만난 두 사람.

하늘이 내려준 인연이 아니라면 어떻게 두 사람이 만날 수 있었을까.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서로 사랑하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배우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한때는 사랑했던 부부들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그들이 갈등을 가지게 된 요인을 분석하고,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그래서 자신들의 경우에 해당하는 사례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명심해야 할 것은 배우자를 고치려는 의도로 이 책에 접근하면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려운 것이다. 먼저 자신에게 적용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며, 배우자보다는 자신이 먼저 변해야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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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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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7년의 밤>

이 책을 읽은 독자들도 많고, 올려진 서평들도 많다. 그러나, 나는 익숙하지 않은 작가의 소설을 읽는데에 좀 인색한 편이다.

에세이나 자기계발서는 그냥 읽고 말면 그만이지만, 소설의 경우에는 책을 잘못 선택하면 읽는 도중에 그만 둘 수도 없고, 끝까지 읽자니 얻는 것보다는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드는 소설들이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선뜻 읽게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기 시작하여 내려 놓기까지 강한 흡인력과 여성 작가의 작품이라기에는 섬뜩할 정도의 내용들이 뇌리를 강하게 내리치는 듯하다.

<7년의 밤>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악몽을 꾸면서 깨어나고 싶어서 발버둥을 치던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아니면, 등장인물의 행동이 괴기스럽고 무서워서 마음을 졸이면서 끝까지 재미있게 보는 스릴러 영화라고나 할까.

아무튼, 처음 읽게 된 정유정의 소설 <7년의 밤>은 강하고 독하다. 또한 작가가 이 작품을 쓰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였을 것이라는 것이 작품 전체를 통해서 느껴지기도 한다.

박범신 작가의 추천의 말처럼 " 뒤돌아 보지 않는 힘있는 문장과 압도적인 서사, 그리고 정교한 취재를 기반으로 한 생생한 리얼리티"( 책 뒤표지의 박범신의 글 중에서) 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 소설 속의 마을은 가상의 마을이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2004년 9월 12일 미치광이 살인마인 최현수가 살인범으로 검거되게 되면서 시작된다.

한때는 잘 나가는 야구 포수를 꿈꾸기도 했지만 불행하게도 어깨 부상으로 인하여 야구 인생을 접어야 했던 최현수는 세령호가 있는 마을에서 살인범으로 잡히게 된다.

12살 여자아이의 목을 비틀어서 살해한 후에 물에 집어 던졌고, 여자 아이의 아버지도 몽치로 때려 죽게 했으며, 자신의 아내마저도 죽였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댐 수문을 열어서 경찰을 비롯한 마을 주미들의 다수를 수장시킨 것이다.

그의 아들인 서원은 이런 살인마의 아들이란 굴레에 갇혀서 친척집을 전전하게 되고, 학교도 몇 개월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어야 했던 것이다. 살인마의 아들로 살아가기가 힘들어 졌을때에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사건이 일어날 당시에 같은 방에 살았던 아저씨를 만나게 되는 것이고, 거기에서 이 사건에 대한 추적이 전말이 밝혀지게 되는 것이다.

최현수가 살해했던 12살 여자아이는 이 마을 유지이자 치과의사인 오영제의 딸 세령이다.

오영제는 인간의 탈을 쓴 악마로 자신의 아내와 딸을 자신의 틀에 가두어 놓고 가정폭력을 일삼게 된다. 사건이 일어난 날도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달아나다 현수의 차에 치이게 되고, 일순간의 판단 착오로 그 여자아이를 목졸아 죽이게 되고, 취수탑 밑으로 던져 버리게 되는 것이다.

오영제는 자신의 감각적인 능력으로 자신의 딸을 살해한 최현수를 긍지에 몰아 넣기 위한 복수심에 다른 사건들을 저지르면서, 현수에 대한 복수와 그의 아들에 대한 복수까지 꿈꾸게 하는 것이다.

그 복수를 눈치챈 현수는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가면서까지 자신의 아들을 지켜주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독자들의 오영제의 행동을 통해서 인간의 악마적인 기질에 경악을 면치 못하는것이다.

오영제의 행동은 자신은 " 가족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자기 것'에 대한 병적인 집착" ( 책 속의 글 중에서)인 것이다. 인간의 본성 중에 영제의 악마적 근성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은 그동안의 많은 살인사건에서도 접할 수 있었던 것이지만, 그것이 믿기지 않는 것은 사실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이다.

'미친광이 살인마'라 불리는 최현수는 순간의 선택이 그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내몰았던 것이다. 음주운전으로 운전 면허가 중지된 상태에서 하게 된 음주운전, 그리고 안개낀 밤에 어디선가 달려온 하얀 물체를 치게 되는데, 그것이 세령이었던 것이다.

당장의 일만을 생각하고 살해를 하게 되는 그의 선택은

"눈앞에 보이는 최선을 두고 최악의 패를 잡는 이해못 할 상황도 빈번하게 벌어진다. "(작가의 말 중에서, p521)는 작가의 말에 해당하는 인물이지만, 그의 선택은 일순간의 선택이었지만, 평소의 도덕성과 연관된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현수의 어린 시절의 암울했던 가정 폭력과 아버지의 자살 등이 그를 올바른 인간으로 살아갈 도덕성을 결여시켰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어릴 적 기억들 때문에 아들이 서원만은 끝까지 지켜주고 싶었던 사형수의 마음이 가엾기만 하다. 무시무시한 기억, 수용할 수 없는 진실 앞에 선 현수의 마음이 그대로 작품 속에 나타난다.

이 모든 사건의 한 가운데에서 끈질긴 오영제의 복수심에 의해서 가는 곳마다 살인마의 아들이란 질책을 견뎌야만 했던 서원은 그 누구보다도 가장 큰 피해자가 아닐까 한다.

" 내 삶을 흔들어 온 오영제의 손. 나는 그의 손가락에 낀 요요였다. 던졌다가 당기고 말아 주었다가 멀리 날려 보내면서 그는 7년을 기다린 것이다. 내가 어딘가에 정착하는 걸 막는게 첫 번째 목적이었겠지. 떠돌이로 만들어야 영원히 사라져도 궁금해할 사람이 없을테니까.덤으로 사소한 보복행위라는 즐거움도 누리고 자기 딸을 죽인 자의 아들을 맘 편히 살게 놔주느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설령, 때가 오면 자기 손으로 거둘 놈이라 할지라도. 나는 죽어라, 도망쳤으나 실은 한 번도 그를 벗어난 적이 없는 셈이다. " (p678)

12살에서 사건의 한 가운데에 놓이게 되면서 7년간을 아픔 속에 살아야 했던 서원.

그의 삶을 흔들어 놓은 것은 아버지인 현수와 복수심에 불타는 영제였던 것이다.

그렇게 7년 전의 밤은 끝나지 않고 악몽처럼 서원을 따라 다녔다.

이 책은 정교한 취재를 바탕으로 하였으며, 작품의 스케일도 크다, 여성 작가의 글이라기에는 강한 힘이 들어가 있다.

문장들도 그냥 읽고 지나가기에는 그 속에 담긴 뜻이 보이기에 곱씹어 가면서 문장 속의 의미를 파악하게 되기도 한다.

인간이란 정말 어디까지 악마적 근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악과 선, 인간의 본질, 도덕성 등의 깊이있는 생각을 하게 해 준다.

서원에게 끝나지 않았던 7년 전의 밤은 과연 언제, 어떻게 끝나게 될까?

마지막 장면이 가슴을 절절히 아리게 한다.

아직 19살인 서원이 등에 짚어지고 가야할 무거운 짐,

그 무거운 짐은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고, 아버지의 사랑을 마음 속으로 받아들일 때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한다.

서원은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7년전 그때가 밤이 시작되던 시간이라면, 지금은 밤을 끝내야 하는 시간이었다. " (p516)

<7년의 밤>을 읽기 시작하여 밤이 깊어가도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책 속에 푹 빠져 버렸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는 손길은 빠르게 오고 가지만, 마음은 무겁고도 무겁기만 한 밤이었다.

" 한 남자는 딸의 복수를 꿈꾸고, 한 남자는 아들의 목숨을 지키려 한다." ( 책 뒷표지 글중에서)

아버지란 같은 이름.

그러나, 오영제의 딸에 대한 복수는 진정한 딸에 대한 복수였을까?

비록 살인마이기는 하지만, 최현수의 아들의 목숨을 지키려는 그 마음은 내 마음 속에 슬픔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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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곶의 찻집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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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의 커피 속에, 잔잔히 흐르는 음악 속에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 보듬어 주는 사랑이 깃들여 있다면 그곳을 안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일본의 치바현의 아주 작은 해안가 마을에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카페가 있다.

이곳을 찾으면 하얀 강아지가 손님을 맞이해 준다. 오른쪽 앞다리가 무릎 아래쪽(사람으로 치면)까지 잘려진...

카페에서는 창문 너머로 후지산이 보이고, 앞에는 바다가 파랗게 펼쳐져 있다. 이 작은 카페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무지개가 피어있는 곶의 모습을 그린 한 폭의 그림이다.

카페의 주인인 에쓰코는 정성을 가득 담아 한 잔의 커피를 내놓는다.

'커피 한 잔을 타는 동안 내내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우면서...

무지개 곶의 찻집은 쉽게 찾을 수 없는 곳에 위치해 있기에 우연히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한 번 이 곳을 알게 되면 단골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은 어떤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서 이곳을 찾게 되는 것만 같다. 그리고 그들은 이곳에서 한 잔의 커피와 함께 지친 삶을 내려 놓고, 음악을 듣고 주인 할머니인 에쓰코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따뜻한 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또 봄, 여름으로 나누어져서 6편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소개된다.

첫번째 이야기는 아내의 장례식을 막 끝낸 아빠와 딸의 이야기이다. 그는 아내를 급성골수 백혈병으로 잃고 4살짜리 딸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엄마를 잃은 딸에게 태어나서 4년 동안 엄마에게 받았던 사랑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기억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아내가 하던 것과 똑같은 일상과 언행을 하려고 하는 그의 앞에 9일이란 연휴가 놓이게 된다.

이 시간을 어떻게 딸과 함께 보낼 것인가?

마침 그날은 비 개인 후의 아침 하늘에 아름다운 무지개가 활짝 피었다. 딸은 그 무지개를 잡으러 가자고 한다. 그래서 떠나게 된 무지개 찾기 모험.

차를 타고 달리던 중에 우연히 만나게 된 작은 찻집, 도착하자 마자 그들을 맞이하는 하얀 강아지.

아빠와 딸은 그곳에서 아름다운 무지개가 피어나는 한 폭의 그림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잔잔히 울려 퍼지는 '어메이징 그레이스'.

그는 도예가였기에 나중에 무지개가 그려진 찻잔을 선물하게 되고, 에쓰코는 그 찻잔을 애지중지 아끼면서 손님들에게 따뜻한 차를 담아 낸다.

이렇게 <무지개 곶의 찻집>속의 주인공들은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고, 삶에 지쳐서 어딘가를 헤매다가 우연히 이곳을 찾게 된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취업의 실패를 거듭하던 젊은이가 취직을 포기하려는 마음으로 가지고 방황하던 중에 이곳을 만나게 되기도 하는데, 에쓰코는 그에게,

"망설여질 때 로큰롤처럼 살기로 하면 인생이 재미있어진다" 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녀가 들려주는 한 곡의 음악은 '서핑 사파리'

경제 불황으로 살 길이 막막한 칼갈이가 어느날 밤에 몰래 이 카페에 숨어든다. 자신이 만든 날카로운 칼을 한 손에 들고 떨리는 마음으로.

그 도둑 앞에 나타난 한 폭의 무지개 그림, 그림에 매료되어 있을 무렵에 어디선가 커피 끓이는 소리와 함께 조용히 울려 퍼지는 멜로디.

'더 프레이어'가 잔잔히 들려 온다.

" 조, 조용히 해 돈 돈 내놔."

"나는 지금 조용히 하고 있고, 돈은 저기 있잖아요, 뭐 조금 밖에 없기는 하지만"

도둑은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게 되고, 자신의 추락한 모습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15년간 에쓰코를 사랑하는 마음을 간직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는 코끝이 찡해질 정도로 감동적이면서도 아름답다.

에쓰코를 사랑하기에 그녀에게 은근히 청혼을 하는 의미로 틀어주기를 희망했던 <러브 미 텐더>.

그리고 그가 에쓰코에게 남기는 선물. 천체 망원경과 달 나라의 작은 땅.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의 사랑은 한 사람은 곶에서, 한 사람은 배 위에서 떠나 보내게 되지만, 그것이 이 책에서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이며 가슴이 아픈 사랑이야기 인 것이다.

또한, , 에쓰코가 어려서 부터 키웠던 조카 고지의 이야기.

그리고 에쓰코의 남편의 이름을 그대로 딴 하얀 강아지 고타로의 이야기.

에쓰코는 사랑하는 남편을 잃었지만, 유기견이었던 고타로를 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에쓰코가 왜 이곳에 정착하여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의 남편이 남긴 마지막 작품인 저녁놀에 물든 바다와 무지개가 그려진 그림에 얽힌 이야기는 마음을 잔잔하게 울린다.

그리고 책 속의 6편의 이야기에는에쓰코가 틀어 주는 음악이 한 곡씩 함께 한다.

실제로 이 이야기는 모리사와 아키오가 치바현에 있는'무지개 케이프 다방'을 취재하여 그곳의 경치와 느낌을 그대로 살려서 소설로 썼다고 한다.

가슴이 뭉클해질 정도로 감동적이면서도 아름다운 6편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에 마음에는 잔잔한 물결이 어린다.

에쓰코가 카페를 찾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선사하였던 음악이 귓가에 잔잔하게 흐른다.

무지개 카페를 찾은 한 사람만을 위한 커피, 그리고 그 사람에게 맞는 한 곡의 노래.

어메이징 그레이스 (Amazing Grace), 걸즈 온 더 비치 (Girls On The Beach), 더 프레이어(The Prayer), 러브 미 텐더 (Love Me Tender), 땡큐 포 더 뮤직 (Thank You For The Music)...

지금 이 순간 삶이 팍팍하게 느껴진다면,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이 중의 한 곡을 들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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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인규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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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세계문학전집 속의 명작들은 거의 중, 고등학교 시절에 읽었다. 중학교 때는 주로 한국문학전집이나 해외 작가들의 단편집을 읽었고, 고등학교 때는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헤르만 헤세 등의 불후의 명작을 읽었다.

아마도 내가 <노인과 바다>를 처음 읽었던 것은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였을 것이다.

독후감 숙제로 필독 도서 목록이 나왔고, 그 목록의 책중에 집에 헤밍웨이 전집이 있어서 <무기여 잘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를 읽게 되었다.

그리고 <노인과 바다>도 읽게 되었다. 그런데, 책을 읽던 중에 <노인과 바다>는 이야기의 줄거리도 별로 없고 바다 한 가운데에서 큰 물고기를 잡은 노인이 사투를 벌이는 내용인 것이다.

그 책은 너무도 지루하고 나에게는 아무런 감흥도 일으키지 않았다. 그래서 읽던 중에 책을 덮어 버리고 지금까지 <노인과 바다>를 읽지 않았다.

'헤밍웨이'하면 <노인과 바다>를 많이들 언급하지만, 나에겐 그저 지루하기만 했던 그 기억이 전부였다.

책읽기를 좋아해서 밤이 깊은 줄 모르고 책에 빠져 있던 열 몇 살 소녀에게는 그 여름의 무더위가 <노인과 바다>를 즐거운 마음으로 읽게 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이후, 나는 이미 줄거리는 다 알고 있는 책이니, 구태여 <노인과 바다>를 다시 펼쳐 보려는 시도조차 하지를 않았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나는 새로운 번역본으로 출간된 <노인과 바다>를 읽게 되었다.

까만 책표지를 접하는 순간, 고등학교 시절에 내가 읽다만 그 책이란 점이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책을 한 장, 한 장을 넘기는 내 손길은 빨라졌고, 내 눈은 이미 책 속에 빠져들었으며, 내 가슴은 이미 깊은 감동으로 벅차 올랐다.

왜 많은 사람들이 <노인과 바다>를 불후의 명작이라고 이야기하는가를 깨닫게 되었다.

헤밍웨이의 마지막 출판 작품이기도 하고, 1953년에는 퓰리처 상을 받았고, 1954년에는 노벨 문학상까지 수상할 수 있었던 작품이 <노인과 바다>이다.

이렇게 세월이 흘러도 지구촌 여기 저기에서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는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노인과 바다>의 내용은 아주 간단하고 짧지만, 그 느낌은 그 어떤 작품보다 깊이가 있었다.

♡ 노인과 소년의 서로에 대한 믿음.

소설의 주인공인 산티아고는 아마도 우리의 어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노인이다.

젊은 시절에는 제법 물고기도 많이 잡고, 패기가 넘쳤었겠지만, 이제는 세월이 흘러 늙고 기운이 없는.

더군다나 84일째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하고 있는 외롭고 쓸쓸한 노인이다.

" 노인의 모든 것이 늙거나 낡아 있었다. 하지만, 두 눈만은 그렇지 않았다. 바다와 똑같은 빛깔의 파란 두 눈은 여전히 생기과 불굴의 의지로 빛나고 있었다." (p.10)

여기에 노인의 마음을 가장 잘 알고, 항상 챙겨주는 소년 마놀린.

노인에게서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배웠고, 함께 큰 고기를 잡았던 기억을 가진 소년이 있기에 이 소설은 더 큰 감동을 주는 것이리라.

노인이 먹을 저녁 끼니가 없지만, 노란 쌀밥이랑 생선 요리 한 냄비가 있다는 말을 믿는 척하면서 먹을 것을 챙겨 주는 마음.

그리고 비록 지금은 노인곁을 떠나 다른 배를 타지만 그 누구보다도 노인을 존경하고 보살펴 주는 그 마음이 푸근하다.

"물론, 유능한 어부들이 많을 테고 그중엔 훌륭한 어부들도 있겠지요, 하지만 최고는 할아버지뿐이에요." (p.24)

노인과 소년의 친밀한 관계가 이 소설의 뒷부분에서 바다에서 사투끝에 돌아온 노인을 본 소년의 눈물이 그것을 더 잘 나타내주고 있다.

이제는 다시 노인과 함께 배를 타겠다는 소년의 마음은 노인에 대한 믿음이고, 그 믿음은 노인의 자존감을 세워주는 행동이기도 한 것이다.

또한 노인이 바다 위에서 힘들 때마다 항상 독백처럼 읊조리는 한 마디의 말.

"그 애가 곁에 있으면, 그 애가 곁에 있기만 하다면" (p.86)

♧ 노인의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불굴의 의지

84일째 물고기를 낚지 못한 노인이 85일째 바다로 나간다. 노인에게 85는 행운의 숫자이다.

이미 87일째 고기를 잡지 못했던 최고의 기록이 있기는 하지만, 행운의 숫자인 85일째의 날은 정말 행운이 따라주었다.

순식간에 낚시 바늘에 걸린 물고기의 무게감은 대단하다.노인이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의 힘이 센 물고기. 줄을 등 뒤로 넘겨 걸치고 물고기와의 사투가 시작된다.

노인은 물고기의 심리상태를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늠해 본다. 언제 물 위로 뛰어 오를지, 언제 배 옆을 원을 그리며 돌 것인지....

얼마나 큰 물고기인가 궁금하기도 하고...

줄을 당기고, 풀어주고.... 이틀 낮밤을 물고기와 신경전을 벌인다.

" 물고기야" 노인은 다정하게 , 하지만 큰 소리로 말했다. "난 죽을 때까지 네 놈과 함께 가겠다." 아마 저 놈도 나하고 끝까지 함께 가겠지, 노인은 생각했다. " (p. 54~ p.55)

이때의 노인은 노인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성취감에 그 어떤 일이 닥쳐도 결코 물고기를 풀어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 노인의 자연에 대한 겸허한 마음

노인은 잠을 잘 수도 없는 상황에서 자신이 잡은 물고기를 집에까지 가지고 가려는 마음이 가득하다. 그러나, 그 마음 뒤에는 자신이 잡은 물고기에 대한 애잔한 마음이 흐른다.

그리고, 지나가는 휘파람 새에게 구태여 매의 존재를 말해주기 보다는 어차피 스스로 충분히 배우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인이 휘파람새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작은 배에 잠시 앉았다가 가는 것을 바랄 따름이다.

" 푹, 쉬어라, 작은 새야.(...) 그러고 나서 돌아가 꿋꿋하게 도전하며 너답게 살아, 사람이든 새든 물고기든 모두 그렇게 말이다." (p. 57)

노인은 물고기와의 여러 차례의 힘겨루기끝에 자신이 잡은 청생치를 배옆에 묶어 둘 수 있게 된다. 코에서 꼬리까지 5.5미터, 무게 700 kg의 대단한 크기의 물고기를.

그러나, 그 물고기를 발견한 청상아리가 가장 맛있는 부위를 뜯어 먹고, 겨우 청상아리를 쫓아 내자, 물고기의 피냄새를 맡은 삽날코 상어, 갈라노 상어 들이 계속적으로 달겨든다.

한 부위, 한 부위 뜯겨져 나갈 때마다 노인의 마음도 뜯겨져 나가는 듯하다.

차라리 자신이 잡은 물고기를 볼 수 없는 심정이 되는데...

" 이게 다 꿈이라면, 그래서 내가 저 물고기를 낚는 일이 아예 없었던 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미안하구나, 물고기야, 애당초 너를 낚은 게 잘못이었어." (p. 115)

몸은 비록 늙었지만, 마음만은 그 어떤 물고기도 잡을 정도로 강인했던 노인은 이처럼 자신이 잡은 물고기에 대한 미안함을 나타낼 수 있을 정도로 정깊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 소설을 읽은 후의 전체적인 느낌

<노인과 바다>는 쿠바 연안에서 거대한 물고기를 잡게 되는 노인의 이틀 낮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 소설이 탄생하게 된 것도 헤밍웨이가 쿠바의 아바나에서 바다 낚시를 즐겼다고 한다. 그 경험이 바탕이 되었기에 바다 풍경이나 고기잡이, 그밖에 바다 생물인 해파리, 바다거북, 새, 청상아리, 삽날코 상어 등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실감있게 표현되고 있다.

노인이 바다에서 거대한 물고기를 잡게 되면서 그 물고기의 무게에 의해서 배가 향하게 되는 배의 방향이나 움직임, 물고기의 상태 파악 등도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문장 역시 짧은 내용의 이야기인 것을 생각할 때에 군더더기없는 간결한 문체가 돋보인다.

그런 전체적인 표현 속에 산티아고 노인의 독백이 잔잔하게 책 속에 깔리는 것이 노인의 강인한 도전 정신과 함께 부드러운 인간미가 넘쳐나가 하기도 한다.

만약에 이 소설 속에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 다른 사람이 동행을 하는 구성이었다면 이처럼 노인의 늙고 외로운 모습이 두드러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 얀 마텔 ㅣ작가정신 ㅣ2004>에서 태평양 한 가운데 떠 있는 구명보트 안에서 호랑이와 사투를 벌여야만했던 소년의 이야기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감동과도 같을 것이다.

물론, 산티아고 노인의 경우가 강도도 약하고, 기간도 훨씬 짧기는 하지만, 같은 류의 설정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처럼 강한 감동을 주는 <노인과 바다>가 나에게는 그동안 지루한 이야기처럼 느껴져서 다시 읽을 생각조차 하지를 않았는데,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에야 제대로 된 책읽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책을 읽는데도 나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노인과 바다>처럼 이런 작품은 어느 정도 연륜이 쌓인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게 되는 청소년들은 이전의 나처럼 <노인과 바다>가 그저 바다 한 가운데에서 노인과 물고기와 벌이는 한바탕의 싸움이라는 생각 밖에 못 할 것이다.

노인의 마음을 읽을 수도 없고, 소년의 눈물을 이해할 수도 없을 것이다.

언젠가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 / 유시민 ㅣ 웅진지식하우스 ㅣ2009>를 읽으면서 내가 청소년기에 읽었던 세계 문호들의 명작들이 배경지식없이 줄거리 위주로 읽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그때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책들을 읽지 못하고 있다.

매일 매일 새로 출간되는 책들 중에서 읽고 싶은 책들을 골라 읽다보니, 오래전부터 많은 독자들에게 불후의 명작이라고 불리는 책들은 언젠가 읽었으니까 하면서 다시 읽게 되지를 않는다.

앞으로는 좀더 그런 책들에 관심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전에 읽다가 덮어 버렸던 <노인과 바다>.

세월이 흐른 지금 읽으니, 그 감동은 배가 되는 것같다.

이래서 불후의 명작은 세월이 흘러도 독자들의 손에 들려지게 되고, 그 책을 읽은 독자들의 마음에 더 깊은 감동으로 남게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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