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곶의 찻집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한 잔의 커피 속에, 잔잔히 흐르는 음악 속에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 보듬어 주는 사랑이 깃들여 있다면 그곳을 안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일본의 치바현의 아주 작은 해안가 마을에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카페가 있다.

이곳을 찾으면 하얀 강아지가 손님을 맞이해 준다. 오른쪽 앞다리가 무릎 아래쪽(사람으로 치면)까지 잘려진...

카페에서는 창문 너머로 후지산이 보이고, 앞에는 바다가 파랗게 펼쳐져 있다. 이 작은 카페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무지개가 피어있는 곶의 모습을 그린 한 폭의 그림이다.

카페의 주인인 에쓰코는 정성을 가득 담아 한 잔의 커피를 내놓는다.

'커피 한 잔을 타는 동안 내내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우면서...

무지개 곶의 찻집은 쉽게 찾을 수 없는 곳에 위치해 있기에 우연히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한 번 이 곳을 알게 되면 단골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은 어떤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서 이곳을 찾게 되는 것만 같다. 그리고 그들은 이곳에서 한 잔의 커피와 함께 지친 삶을 내려 놓고, 음악을 듣고 주인 할머니인 에쓰코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따뜻한 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또 봄, 여름으로 나누어져서 6편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소개된다.

첫번째 이야기는 아내의 장례식을 막 끝낸 아빠와 딸의 이야기이다. 그는 아내를 급성골수 백혈병으로 잃고 4살짜리 딸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엄마를 잃은 딸에게 태어나서 4년 동안 엄마에게 받았던 사랑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기억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아내가 하던 것과 똑같은 일상과 언행을 하려고 하는 그의 앞에 9일이란 연휴가 놓이게 된다.

이 시간을 어떻게 딸과 함께 보낼 것인가?

마침 그날은 비 개인 후의 아침 하늘에 아름다운 무지개가 활짝 피었다. 딸은 그 무지개를 잡으러 가자고 한다. 그래서 떠나게 된 무지개 찾기 모험.

차를 타고 달리던 중에 우연히 만나게 된 작은 찻집, 도착하자 마자 그들을 맞이하는 하얀 강아지.

아빠와 딸은 그곳에서 아름다운 무지개가 피어나는 한 폭의 그림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잔잔히 울려 퍼지는 '어메이징 그레이스'.

그는 도예가였기에 나중에 무지개가 그려진 찻잔을 선물하게 되고, 에쓰코는 그 찻잔을 애지중지 아끼면서 손님들에게 따뜻한 차를 담아 낸다.

이렇게 <무지개 곶의 찻집>속의 주인공들은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고, 삶에 지쳐서 어딘가를 헤매다가 우연히 이곳을 찾게 된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취업의 실패를 거듭하던 젊은이가 취직을 포기하려는 마음으로 가지고 방황하던 중에 이곳을 만나게 되기도 하는데, 에쓰코는 그에게,

"망설여질 때 로큰롤처럼 살기로 하면 인생이 재미있어진다" 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녀가 들려주는 한 곡의 음악은 '서핑 사파리'

경제 불황으로 살 길이 막막한 칼갈이가 어느날 밤에 몰래 이 카페에 숨어든다. 자신이 만든 날카로운 칼을 한 손에 들고 떨리는 마음으로.

그 도둑 앞에 나타난 한 폭의 무지개 그림, 그림에 매료되어 있을 무렵에 어디선가 커피 끓이는 소리와 함께 조용히 울려 퍼지는 멜로디.

'더 프레이어'가 잔잔히 들려 온다.

" 조, 조용히 해 돈 돈 내놔."

"나는 지금 조용히 하고 있고, 돈은 저기 있잖아요, 뭐 조금 밖에 없기는 하지만"

도둑은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게 되고, 자신의 추락한 모습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15년간 에쓰코를 사랑하는 마음을 간직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는 코끝이 찡해질 정도로 감동적이면서도 아름답다.

에쓰코를 사랑하기에 그녀에게 은근히 청혼을 하는 의미로 틀어주기를 희망했던 <러브 미 텐더>.

그리고 그가 에쓰코에게 남기는 선물. 천체 망원경과 달 나라의 작은 땅.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의 사랑은 한 사람은 곶에서, 한 사람은 배 위에서 떠나 보내게 되지만, 그것이 이 책에서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이며 가슴이 아픈 사랑이야기 인 것이다.

또한, , 에쓰코가 어려서 부터 키웠던 조카 고지의 이야기.

그리고 에쓰코의 남편의 이름을 그대로 딴 하얀 강아지 고타로의 이야기.

에쓰코는 사랑하는 남편을 잃었지만, 유기견이었던 고타로를 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에쓰코가 왜 이곳에 정착하여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의 남편이 남긴 마지막 작품인 저녁놀에 물든 바다와 무지개가 그려진 그림에 얽힌 이야기는 마음을 잔잔하게 울린다.

그리고 책 속의 6편의 이야기에는에쓰코가 틀어 주는 음악이 한 곡씩 함께 한다.

실제로 이 이야기는 모리사와 아키오가 치바현에 있는'무지개 케이프 다방'을 취재하여 그곳의 경치와 느낌을 그대로 살려서 소설로 썼다고 한다.

가슴이 뭉클해질 정도로 감동적이면서도 아름다운 6편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에 마음에는 잔잔한 물결이 어린다.

에쓰코가 카페를 찾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선사하였던 음악이 귓가에 잔잔하게 흐른다.

무지개 카페를 찾은 한 사람만을 위한 커피, 그리고 그 사람에게 맞는 한 곡의 노래.

어메이징 그레이스 (Amazing Grace), 걸즈 온 더 비치 (Girls On The Beach), 더 프레이어(The Prayer), 러브 미 텐더 (Love Me Tender), 땡큐 포 더 뮤직 (Thank You For The Music)...

지금 이 순간 삶이 팍팍하게 느껴진다면,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이 중의 한 곡을 들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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