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판이 된 미술 관련 책을 10여 권을 구했다. 마치 흙 속에서 진주를 찾은 것 같은 기쁨에 한 권, 한 권 읽어 나간다.
어떤 미술 작품이건 그 작품 속에는 화가들의 숨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을 접하다 보면 화가의 삶이나 미술세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 모든 그림에는 이야기가 있다. '글자로 쓰여진 이야기'에 익숙해져 '그림으로 그려진
이야기'가 잊혀졌을 뿐이다. " (들어가기에 앞서)
그래서 평소에도 자주 미술 전시회를 찾아 다니고, 여행을 할 기회가 있다면 세계적인 미술관을 둘러 보는 것도 미술을 이해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된다.
이 책의 저자는 미술 평론가라기 보다는 미술 애호가라고 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를 나오고 프랑스에서는 '국제문화정책과 예술행정에
관한 고급 전문학위'를 받았다.
해외에 나갈 기회가 되면 미술관과 박물관, 특별 미술 전시회를 찾아 다니면서 그때 본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를 화가의 이야기와 함께 글로
써서 한 권의 책으로 출간했다.
포르투갈의 리스본, 노르웨이의 베르겐, 이탈리아의 소렌토, 체코의 프라하 그리고 캐나다의 몬트리올, 오타와, 뉴욕, 워싱턴, LA,
샌프란시프코, 아프리카의 이집트, 중동, 일본, 중국, 베트남, 태국 등을 여행하면서 인상깊었던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보고 들은 그림에 관련된
이야기를 아주 쉽게 풀어나가기 때문에 책을 읽는 재미가 있다.

처음에는 미술 애호가가 아니어도 잘 알고 있는 인상주의에 관한 이야기로 부터 시작한다. 인상주의는 대중적인 미학의 혁명적 시작이라 할 수
있다.
" 중세의 평면을 르네상스가 3차원으로 만들었다고 하면 인상주의는 거기에 유니크한 존재의
주체적 시각에서 흐르는 시간과 빛의 찰나를 잡아채 또 다른 새 차원을 만들었다. 찰나를 영원의 순간으로 붙잡은 것이다. " (p.
19)
밀레와 고흐의 관계는 스승과 제자, 아버지와 아들 같은 예술적 혈연이다. 그들은 만난 적은 없으나 고흐는 밀레으 그림을 베끼면서 화가의
길을 걷게 된다. 그래서인지 밀레의 <씨 뿌리는 사람>과 고흐의 <씨 뿌리는 사람>은 닮아도 너무 닮았다.

고흐의 영감의 원천은 밀레였으나 고흐는 거기에 그만의 색조와 선을 더한다.
뭉크의 <절규>, 클림트의 <키스>.... 모르는 사람들이 없는 이 작품들도 화가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그림들이다.
신화를 바탕으로 한 그림을 많이 그린 모로, 전설과 신화의 의미를 살펴보는 재미도 솔~ 솔~하다.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의 인생이야기는 고스란히 작품 속에 담겨 있다. 올해 디에고와 프리다 칼로의 미술 전시회를 관람했기에 그들의
작품은 이제 이해하기가 쉽다.

저자가 카르티에 미술관에서 만난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 그는 특유의 주름옷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의 '즐거운 주름'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통째로 뜯어온 신전과 성이 있는 페르가몬 박물관, 어찌 보면 해도 해도 너무 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로마시대의 시장 건물, 바빌론 성벽
등은 약탈문화의 실체를 실감하게 해 준다.


이 책은 미술작품을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충분히 공감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미술작품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