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탄잘리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지음, 류시화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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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탄잘리>는 인도의 시인 '타고르'의 산문시집으로 1913년 동양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타게 해 준 책이다. 기탄잘리 (Gitanjali)는 '님에게 바치는 노래'라는 뜻으로  git 는 노래, anjali는 두 손을 모아 받친다는 의미이다. 타고르에게 '님'이란 사랑과 기쁨의 대상인 신, 즉 큰 자아를 말한다.

<기탄잘리>란 책제목으로 서점에는 많은 책들이 나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타고르의 시만을 담아 놓은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출간된 <기탄잘리>에는 103편의 시와 함께, 영국의 시인인 '예이츠'의 서문, 약 100 페이지에 이르는 타고르의 생애와 문학에 관한 이야기을 싣어 놓았다.

또한 책 속에는 18~19C에 인도의 구자라트와 라자스탄 지역에서 그려진 세밀화가 시와 함께 담겨 있다.

타고르의 생애와 문학 부분에는 타고르가 그린 그림들과 타고르의 사진도 담아 놓았다. 

그래서 독자들은 타고르가 시인, 소설가, 화가, 음악가, 사상가라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타고르는 1912년에 <기탄잘리>를 자신이 직접 영어로 번역해서 출간하게 되는데, 바로 이 영어판이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된다.

타고르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관하여  "노벨상 위원회는 수상 이유를 '대단히 심오할 정도로 섬세하고, 신선하며, 아름답다. 자신의 시적 사유를 완벽한 기술로 표현해 냈다'라고 발표했다. " (p. 156)

타고르는 문어체인 고대 산스크리트어에 의존하던 전통에서 벗어나 구어체 문장을 사용해 시문학에 새 생명을 불어 넣었는데 이것이 바로 인도 문학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기탄잘리>의 주제는 우리들의 삶에서 경험할 수 있는 어린이의 세계, 사랑, 이별, 어머니, 죽음 등 다양하고 보편적인 모습을 노래한다.

" <기탄잘리>는 생명과 죽음, 사랑과 영원, 기쁨과 슬픔으로 채색된 마음을 노래한다. 자신을 낮춘 소박하고 솔직한 문장들이 빛을 발하고, 맑은 연못에 언어의 꽃이 만발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기탄잘리>를 읽는 시간은 순수한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시에 사용된 단어들은 단순하고, 감정은 순수하며, 그 속에 담긴 사상은 심오하다. 신을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하며, 슬픔에서 힘을 발견하고, 생명의 신비에 경이로움을 느끼는 정신이 <기탄잘리>의 시들에 불멸의 매력을 덧 보탠다. " ( p. 248)

<기탄잘리>에 담긴 시 중에 몇 편을 옮겨 보면,

♡  32

이 세상에서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온갖 방법으로 나를 단단히 묶으려 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보다 더 큰 당신의 사랑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나를 자유롭게 놓아 둡니다.

내가 자신들을 잊을까 염려에 사람들은 나를 홀로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또 지나도 당신은 내 앞에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내 기도 속에서 당신을 부르지 않아도 내 마음 속에 당신이 있지 않아도, 나를 향한 당신의 사랑은 여전히 나의 사랑을 기다립니다.

♤  83

어머니, 내 슬픔의 눈물로 진주 목걸이를 엮어 당신의 목에 걸어 드리겠습니다.

별들은 빛의 발찌를 만들어 당신의 발을 장식하지만, 내 것은 당신의 가슴에 드리워질 것입니다.

부와 명예는 당신에게서 옵니다. 그것을 주는 것도 당신, 거둬들이는 것도 당신입니다. 그러나 이 슬픔은 온전히 나만의 것, 내가 이 슬픔을 가져가 당신에게 바치면, 당신은 그 보답으로 자애를 내려 주십니다.

♧  90

죽음이 그대의 문을 두드리는 날, 그대는 무엇을 바칠 것인가?

나는 나의 손님 앞에 내 삶이 가득 담긴 그릇을 내놓으리.

결코 빈손으로 그를 돌아가게 하지는 않으리.

내 모든 가을 낮과 여름밤 동안 발효된 감미로운 포도주를, 내 분주한 생 동안 얻은 모든 수확과 이삭들을 그의 앞에 놓으리라. 나의 날들이 다해, 죽음이 내 문을 두드리는 날.

한국사람이라면 '타고르'하면 떠오르는 시가 있을텐데,

" 아시아의 황금기에

그 등불지기 중 하나였던 코리아

그 드울 다시 한 번 켜지기를 기다리고 있네

동방의 밝은 빛을 위해"  

타고르와 한국의 인연은.

1916년 타고르가 일본을 방문하게 되는데, 당시에 최남선이 타고르를 만났고, 타고르는 한 편의 시를 보내주기로 했는데, 그것을 <청춘>에 실었다. 그러나 그 시가 타고르가 써서 보내준 시인지, 아니면 타고르의시 중에서 한 편을 골라서 실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1929년 타고르는 캐나다 방문길에 일본에 들리게 되는데, 동아일보 도쿄 지국장인 이태로는 한국 방문을 요청하지만 일정상 바빠서 짧은 시 한 편을 지어 주는데, 그 시가 바로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위의 시이다.

이번에 무소의뿔에서 나온 <기탄잘리>에는 103편의 산문시의 원문이 실려 있다. 전에도 다른 출판사의 <기탄잘리>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에 비하면 시, 세밀화, 타고르의 삶과 문학, 타고르의 그림, 사진, 시의 원문 등, 타고르에 관하여 깊이있게 살펴 볼 수 있는 다양한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다.

시집은 한 번 읽고 덮어 두는 책이 아니라, 생각이 날 때마다 펼쳐서 읽고 또 읽으면서 그 내용에 심취할 수 있는 책이기에 이번에 한 번 읽고 다음에 또 시간이 나면 다시 읽으면서 마음에 한 구절, 한 구절을 새겨 나가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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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어사전 - 소소한 행복을 살피는 당신을 위한 66개의 일상어 사전
김상득 지음 / 오픈하우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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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어 사전' 이런 제목의 책을 읽었던 기억은 있는데, 그 내용은 생각나지 않는다. '행복'이란 주제로 쓴 책은 세상에 넘쳐 흐르지만 그래도 독자들은 '행복'이란 단어만으로도 살짝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렇다고 행복에 대한 환상을 가진 것도 아니고, 행복에 목마른 것도 아니다. 일상 그 자체가 작은 행복의 연속이고, 행복이란 내 마음임을 알게 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그래도 그 단어만으로도 행복이 샘솟는 듯하다.

아마도 행복에 대한 환상을 갖고 이 책을 읽는다면 실망을 할 지도 모르겠다.

책의 '저자의 말'에는 이런 글이 나온다.

" 행복이란 말은 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부피와 무게를 가진 말입니다. 행복에 대해서는 한 글자도 쓸 수 없었으므로 행복의 주변에 대해 썼어요." (저자의 말 중에서)

그렇다. 저자는 책제목을 <행복어 사전>이라고 했지만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단 한 줄도 안 썼다. 행복의 주변어, 파생어, 연관어를 통해서 자신의 추억, 일상 등의 이야기를 소소하게 전한다.

과연 <행복어 사전>이란 제목 자체가 무색할 정도이다. 그런데, 바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행복이란, 그리고 우리들이 느끼는 행복이란 거창하고, 미화되고, 파랑새를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님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행복이란 내 마음이고, 내 삶이고, 느끼지 못하고 지나가는 그 순간 순간들임을 일깨워준다.

이 책에 실린 66편의 짧은 글들은 저자가 2015년 3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중앙SUNDAY>의 <S매거진>에 에세이 ‘김상득의 행복어사전’에 연재했던 글들 중에서 추리고 다듬은 글들이다. 

책의 구성을 보면 먼저 한 편의 글이 소개되고 그 글의 중심 단어에 대한 의미를 덧붙인다. 그 의미는 저자 자신의 의미일 뿐이다. 그의 이야기 속의 내용을 간추린 의미이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그 의미를 수긍해도 좋고, 수긍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다만 그렇게 정의할 뿐이니까.

# 눈물 남 몰래 흐르는

# 뒤주 부모의 기대와 욕심

# 말씀 높낮이 자동 조절

# 맛 먹지 않은 음식에 있다

# 복수 허무의 것

# 수박 뜨뜻한 마음 한 덩이

# 어머니 다 부를 수 없는 이름

# 여자들 여자의 복수가 아니다

# 이야기 들어도 들어도

# 첫눈 25년만에 만난 선배

66개의 단어 중에 일부만을 소개했는데, 이런 식으로 이야기 속에서 단어를 찾아서 그 의미를 부여한다.

이 단어들만으로는 행복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행복의 주변어들, 아니 일상어들일 뿐이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것은 행복이란 우리의 사소한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삶의 연륜 속에서 느끼는 행복, 그 행복은 소소한 일상 속에서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이루어짐을 깨닫게 된다. 영하의 추운 날,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빛, 그 빛을 따라 창 밖을 보면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 그 모습 속에서 떠오르는 기억들.

바로 그 기억 속에 행복은 함께 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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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곤 실레 - 불안과 매혹의 나르시시스트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132
장 루이 가유맹 지음, 박은영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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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너무 멀리 앞서 가서 사람들은 나의 '강렬한' 예술 작품 하나하나르 대할 때마다 공포에 사로잡힐 것니다. " - 에곤 실레가 그의 삼촌 레오폴드 치하체크게게 쓴 편지 중에서 - 1911년 9월 1일

에곤 실레 : 1890~1918, 오스트리아 출생

에곤 실레의 작품은 한 번쯤은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의 그림을 보면 뒷 배경은 단색으로 처리된 경우가 많으며, 작품 속의 인물들은 대부분 뻬민 잉싱할 정도로 말랐으며 신체의 일부분은 길쭉 길쭉하게 표현되었으며 그 중에서도 손가락은 신체의 부분들에 비해서 비정상적일 정도로  길게 표현되었으며 손가락 마디가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로 특이하다.

예술에 있어서는 관대할 정도로 성을 표현하는 것을 외설이 아닌 예술로 보는 현시점에서 봐도 외설스럽다고 느낄 정도로 과감하고 에로틱한 인체묘사와 거칠고 뒤틀린 터치는 에곤 실레의 작품을 특징이다.

에곤 실레는 동시대를 살았던 오스트리아의 구스타프 클림트를 존경하면서 그의 화풍에 영향을 받은 작품들도 선 보인다. 그러나 후에는 에곤 실레 특유의 화풍이 나타난다.

에곤 실레의 아버지가 역장이었기에 그의 어린시절은 방안 가득히 미니어처 기차가 가득했고, 아버지의 뜻에 따라 철도기술자가 되었을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그가 16살 되던 해에 아버지가 병으로 죽게 되면서 그의 인생을 바뀌게 된다.

생후 18개월부터 색연필과 종이를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의 재능을 알아본 선생님의 권유로 비엔나 예술공예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화가의 글로 가게 되는 계기가 된다.

그런데 그의 짧은 인생에 있어서 감옥에까지 가는 사건이 일어난다. 어머니의 고향인 크루마우에 들어가 살면서 그곳의 소녀들을 누드 모델로 쓰게 되는데 그것이 동네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 일으켜 24일간 감옥에 가게 된다.

에곤 실레는 모델들의 육체를 대상으로 실험적인 포즈를 연출하는데, 그림 속의 인물은 해체되고 분절되고 절단된 몸으로 표현된다.

여러 편의 에곤 실레의 자화상은 그의 생전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여성을 모델로 한 누드는 너무도 독특한데, 지금도 이해하기에는 충격적이다. 그림 속에서 풍기는 에로틱함이 음산하고 냉정하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1918년 2월에는  에곤 실레의 예술적 추종자였던 클림트가 죽고, 10월에는 임신중이던 아내가 독감으로 죽고, 그로부터 3일 후에 에곤 실레까지 죽는다.

클림트, 코코슈카, 에곤 실레는 빈을 대표하는 화가로 오스트리아 표현주의의 거장들이다.

실레와 클림트의 복잡한 관계를 상징하는 <은둔자들>

" 이 그림에서 실레가 클림트에게 느끼는 호의는 '공동의 운명'으로 표현되었다. 두 사람의 실루엣은 모호하게 뒤섞여 있으며 이들이 서 있는 것인지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예술가들의 우애는 수도복같은 공동의 옷으로 상징화된다. 붉은 장미꽃 화관을 쓴 채 눈을 감고 있는 나이가 더 많아 보이는 사내는, 흰색 장미 화관을 쓰고 격분한 눈으로 전방을 응시하는 제자의 어깨에 기대고 있다. " (p. p. 83~84)

앞으로 에곤 실레의 작품을 보게 되면 이 책을 통해서 얻은 지식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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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그 다음, - 그러니까 괜찮아, 이건 네 인생이야
박성호 지음 / 북하우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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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스페셜 <사교육 딜레마> 화제의 인물, tv N <문제적 남자>의 뇌섹남.

이런 수식어가 붙는다면 이미 저자는 유명인사는 아닐지라도 화제의 인물이고, 이런 방송 출연만으로도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는데는 훨씬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자신이 살고 있는 상황을 떠나서 세계일주를 하려는 마음을 가졌을 때는 아마도 책을 출간한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으리라.

저자 자신은 자기가 가진 많은 부분을 내려 놓고 세상 속으로 들어갈 때에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자신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성공이란 무엇이고,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그것을 찾아 나선 것이 호주로 가는 일이었고, 호주에서 다시 세계일주를 하려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저자가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긍정적인 시각이든, 부정적인 시각이든 우리사회의 스펙에 대한 부분들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저자는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라고 불리우는 대치동 사교육을 받고 자랐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금수저는 아닌 듯하다. 대치동 인근의 개포동에서 살았지만 어머니의 교육열에 힘입어 엄친아라 불리는 스펙을 갖춘 학생으로 자라게 된다.

세계 창의력 올림피아드 한국 대표로 4년 연속 출전, 카이스트 대학 산업 디자인학과 수석 졸업. 그러나 그는 카이스트를 다니면서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의 잇달은 자살을 접하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저자가 느낀 것은 과연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홀로 호주로 떠나게 된다. 호주 입국시에 그의 주머니에는 1000 호주 달러 (약 80만원)이 있었다.

이것 저것 닥치는 대로 한식당 서빙, 거대 레스트랑의 만능 조수 등....

호주와 뉴질랜드를 하면서 가지고 온 돈이 떨어져 가자 캠핑장 컨테이너 박스에서 하루에 식빵 두 조각, 참치캔으로 끼니를 해결하게 된다.

그래서 돈을 벌기 위해서 가게 된 곳이 바나나 농장이다. 그곳은 일은 힘들지만 보수가 많기 때문이다. 바나나를 씻고, 자르고 포장하는 강도 높은 일을 하는 하루 하루는 지옥같은 날의 연속이었다.

시급 21.97 달러, 일주일 47시간, 주급 1000 달러 정도를 받게 되는데, 수당을 받는 날에는 비행기 표를 한 장씩 구입하면서 100일 후에 1000만원을 모으게 된다.

동남아시아 필리핀, 태국 그리고 인도, 아프리카의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두바이를 거쳐서 유럽, 그리고 남미의 브라질, 볼리비아, 페루, 잉카의 수도인 쿠스코, 북미의 미국, 캐나다.....

20개국 90개 도시.

물론, 여행을 하면서 그가 원하는 답을 쉽게 얻지는 못했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자신 속깊이 단단히 숨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꺼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알게 된 것은,

"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머릿속에 많은 것을 채워 넣는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내가 언제 행복한지를 알고, 세상 속에서 내 존재의 의미를 찾는 일이었다. 나를 알지 못하면 결코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없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저자는 여행 중에 세렝게티에서 낮에는 사파리를, 밤에는 텐트를 치고 생활하면서 거대한 자연 속에서 인생의 중요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 인생의 중요한 깨달음은 평소에 하지 못한 깊은 고민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때로는 평소에 보지 못했던 여행의 장면들이 깊은 고민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어쩌면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여행은 단순히 먼 곳으로 떠나는 일이 아니었을 것 같다. 그들에게 여행은 인간의 질서가 아닌 대자연의 질서 속에서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세계가 무엇인지 탐구하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더 넓은 시야에서 내 객관적인 존재와 가치를 알아가는 경험, 내가 사파리에서 느꼈던 여행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 (p. 189)

저자 또래의 청춘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궁금하다. 또래들은 학생이거나 취준생들인데, 그들에게 저자의 일탈은 어쩌면 행복에 겨운 행동으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새벽부터 한 밤중까지 책과 씨름하는 청춘들, 그들도 꿈이 있지만 그 꿈이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인지 아닌지 조차 생각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일 수도 있다.

자신을 위한 삶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것 조차 사치인 청춘들이 묵묵히 하루를 보내고 있다. 나는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 그들을 응원하고 싶다.

아직 세상은 스펙이 필요하고 지식이 필요하고 그것을 쌓을 수 밖에 없는 청춘들이 넘쳐 난다. 많은 것을 가졌기에 그것을 잠시 내려 놓고 살 수 있는 저자와는 많이 다른 청춘들이 오늘도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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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립스틱 책고래아이들 8
이명희 지음, 홍유경 그림 / 책고래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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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성적이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어린이는 누군가의 앞에서 말을 한다는 것이 스트레스로 다가오게 된다.

 

예원이는 수업시간에 발표를 하게 되면 자기 차례가 오기도 전부터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다리가 후들후들하고 원고를 쥔 손은 바르르르 떨린다. 막상 발표를 하러 나가면 눈 앞이 하얗게 되니 무슨 말을 해야 될 것인지를 잊어버리게 된다.

그러니, 반 친구들은 예원이가 발표를 하러 나가면 " 굼벵이 납시요! 애들아, 그냥 잠이나 자자!" 하면서 노골적으로 놀려댄다.

어떤 아이는 예원이의 빨갛게 상기된 얼굴을 보고 "불타는 고구마다!"라고 한다.

이렇게 예원이가 발표를 할 때마다 긴장을 하게 된 것은 예원이 엄마때문이기도 하다. 작년에 예원이 엄마는 말을 잘하는 미나를 부러워하면서 미나가 다니는 스피치 학원에 보냈다.

미나는 교내 스피치대회에서 금상을 받았지만, 예원이는 발표를 하는 날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갔다가 서둘러 나오는 바람에 자신이 발표할 내용을 하얗게 잊어버리고 당황하면서 친구들의 놀림감이 됐다.

예원이 엄마는 사사건건 친구 딸인 미나와 비교를 하는 것도 예원이는 불만이다.

이렇게 친구들의 놀림을 받다 보니 예원이는 친구들에게 말을 거는 것 조차 힘들어지기만 한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알 수 없는 향기를 따라가게 되는데, 진열대 위에는 화장품이 있고, 어떤 아줌마가 예원이에게 하루에 한 번 바르기만 하면 이야기가 술술 나오는 립스틱을 준다.

그런데, 정말 예원이는 그 립스틱을 바르기만 하면 말이 술술 나온다. 처음에는 좋은 말, 착한 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말이 술술 나오면서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를 독차지 하지만 , 예원이가 립스틱을 자주 바르기 때문인지 이제는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도 술술 나온다.

어린이들은 재미있는 <술술 립스틱>을 읽으면서 어떻게 말을 하는 것이 말을 잘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말을 잘 하는 것은 술술 입에서 말이 나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말을 하는 것.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용기있는 말.

욕설이 담긴 말이 아닌 고운 말 바른 말을 쓰는 것이 올바른 말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말을 하지만 정말 필요한 말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해. 또 누군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용기를 내어 말을 할 줄도 알아야지."  (p.90)

" 그래, 내가 듣기 싫은 말은 다른 친구들도 듣기 싫고, 내가 듣기 좋은 말은 다른 친구들도 좋아할거야" (p. 91)

또한 이 책을 통해서 부모님의 과잉 교육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엄친아라는 말이 있듯이 엄마 친구 아들이나 엄마 친구 딸은 항상 뛰어난 아이들이다. 공부도 잘하고, 말도 잘하고 행동도 바르고 착한 아이들이다. 기성세대인 어른들이 좋아하는 아이들이다. 그래서 엄마들은 친구 아이들과 비교하고 그들처럼 하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은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자식의 인생을 부모들의 뜻대로 만들려고 하지 말자!!! 그런 과정에서 아이들은 힘들어질 수 밖에 없으니까.

어린이들은 <술술 립스틱>을 읽으면서 자신이 하는 말이 어떤 말인지 한 번 쯤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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