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어사전 - 소소한 행복을 살피는 당신을 위한 66개의 일상어 사전
김상득 지음 / 오픈하우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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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어 사전' 이런 제목의 책을 읽었던 기억은 있는데, 그 내용은 생각나지 않는다. '행복'이란 주제로 쓴 책은 세상에 넘쳐 흐르지만 그래도 독자들은 '행복'이란 단어만으로도 살짝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렇다고 행복에 대한 환상을 가진 것도 아니고, 행복에 목마른 것도 아니다. 일상 그 자체가 작은 행복의 연속이고, 행복이란 내 마음임을 알게 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그래도 그 단어만으로도 행복이 샘솟는 듯하다.

아마도 행복에 대한 환상을 갖고 이 책을 읽는다면 실망을 할 지도 모르겠다.

책의 '저자의 말'에는 이런 글이 나온다.

" 행복이란 말은 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부피와 무게를 가진 말입니다. 행복에 대해서는 한 글자도 쓸 수 없었으므로 행복의 주변에 대해 썼어요." (저자의 말 중에서)

그렇다. 저자는 책제목을 <행복어 사전>이라고 했지만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단 한 줄도 안 썼다. 행복의 주변어, 파생어, 연관어를 통해서 자신의 추억, 일상 등의 이야기를 소소하게 전한다.

과연 <행복어 사전>이란 제목 자체가 무색할 정도이다. 그런데, 바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행복이란, 그리고 우리들이 느끼는 행복이란 거창하고, 미화되고, 파랑새를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님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행복이란 내 마음이고, 내 삶이고, 느끼지 못하고 지나가는 그 순간 순간들임을 일깨워준다.

이 책에 실린 66편의 짧은 글들은 저자가 2015년 3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중앙SUNDAY>의 <S매거진>에 에세이 ‘김상득의 행복어사전’에 연재했던 글들 중에서 추리고 다듬은 글들이다. 

책의 구성을 보면 먼저 한 편의 글이 소개되고 그 글의 중심 단어에 대한 의미를 덧붙인다. 그 의미는 저자 자신의 의미일 뿐이다. 그의 이야기 속의 내용을 간추린 의미이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그 의미를 수긍해도 좋고, 수긍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다만 그렇게 정의할 뿐이니까.

# 눈물 남 몰래 흐르는

# 뒤주 부모의 기대와 욕심

# 말씀 높낮이 자동 조절

# 맛 먹지 않은 음식에 있다

# 복수 허무의 것

# 수박 뜨뜻한 마음 한 덩이

# 어머니 다 부를 수 없는 이름

# 여자들 여자의 복수가 아니다

# 이야기 들어도 들어도

# 첫눈 25년만에 만난 선배

66개의 단어 중에 일부만을 소개했는데, 이런 식으로 이야기 속에서 단어를 찾아서 그 의미를 부여한다.

이 단어들만으로는 행복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행복의 주변어들, 아니 일상어들일 뿐이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것은 행복이란 우리의 사소한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삶의 연륜 속에서 느끼는 행복, 그 행복은 소소한 일상 속에서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이루어짐을 깨닫게 된다. 영하의 추운 날,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빛, 그 빛을 따라 창 밖을 보면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 그 모습 속에서 떠오르는 기억들.

바로 그 기억 속에 행복은 함께 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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