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 보았지만 읽지는 못한 명화의 재발견
전준엽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찾는 곳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이다. 그곳에 가면 마음이 편해진다. 되도록이면 도슨트 시간을 이용하면 작품을 이해하기가 좋다.

그런 시간을 통해서 많은 작품들을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술작품에 관한 책들에 관심이 가게 된다. 그래서 한 권, 한 권 읽다보니 화가들의 삶과 에피소드,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 작품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알게 됐다.

이번에 읽은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는 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통해서 알고 있던 이야기와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함께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는 80점의 명화가 실려 있눈데, 미술에 관심이 없어도 한 번 쯤은 어딘가에서 봤을 유명한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그 작품들에 숨겨진 이야기를 알지 못했다면 그냥 스쳐갔을 이야기들인데, 숨겨진 이야기를 알고 작품을 보니 훨씬 친근감있게 다가온다.

루브르 박물관에 갔을 때에 사람들 틈에서 봤던 <모나리자>, 많은 수수께끼를 가졌기에 그 가치가 더 높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으로 추정가는 40조라고 한다.

친구와 갔던 국립 중앙 박물관에서 봤던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 마침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는 도슨트를 만나서 불상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이 책 속에서 실려 있다.

" 개인적인 사견으로는 지금까지 인류가 창조한 조각 중 가장  빼어난 작품의 반열에 올려 놓아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다. 이 작품은 몸체가 풍만하지 않아도 충만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생명력이 넘치는 어린 아기의 몸에서 선을 따왔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이라는 추상적 주제가 인체로 나타난 것이다. 56억 7천만 년 후 세상에 나타난 중생을 구제한다는 미륵보살이 윤회의 마지막 단계인 도솔천에서 다시 태어날 먼 미래를 생각하며 명상에 잠긴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즉 생각하는 모습을 사실적인 형상을 바탕으로 변형시킨 것이다. 모나리자의 미소를 능가하는 신비한 미소, 유려한 선으로 단순화시킨 세련된 형태, 손가락이나 발가락 등에서 보이는 섬세한 움직임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은 시대를 넘어서는 감동을 주기에 전혀 모자람이 없다. 무엇 보다 맑고 청아한 생각의 이미지가 잘 나타나 있다. " (p.p. 22~23)

마리 로랑생의 <코코 샤넬의 초상>은 보라색 계열의 파스텔톤 색채과 유려한 선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보여준다. 어린이들도 좋아할 듯한 동화 속의 그림같기도 한다.

렘브란트는 약 100여 점의 자화상을 남겼는데, 그 중의 한 점의 렘브란트의 자화상과 우리나라 미술사 최초의 자화상이라고 하는 윤두서의 자화상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고갱의 <마리아를 경배하며>는 많이 본 작품인데도 지금까지 별 생각없이 감상했던 작품인데, 마리아와 아기 예수, 천사가 기독교의 신성을 모독했다고 해석할 수 있으니....

책 속에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작품들, 문제작으로 꼽을 수 있는 작품들, 이야기가 담긴 작품들이 담겨 있다.

작품이 나올 때마다 그 작품의 미술 사조까지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니, 미술에 깊은 지식이 없는 독자들에게는 폭넓은 미술작품의 설명을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준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인 CHAPTER 7 : 詩와 낭만이 너울대는 우리 그림에서는 안견의 <몽유도원도>, 정선의 <인왕제색도>, 김홍도의 <옥순봉도>,김정희의 <세한도>, 정선의 <금강전도>등 우리 그림들에 대한 작품 감상 및 미술평론을 접할 수 있다.

 

 

 

" 이 책은 미술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화가의 눈으로 보고, 화가의 마음으로 그림을 읽는 법을 차근차근 가르쳐 준다. 먼저, 그림 앞에서 경직된 어깨를 풀 것, 그리고 '화가가 왜 이렇게 그렸을까?' 를 생각해 본다. 그 위에 구도와 색채, 작품 배경, 화가의 삶, 특히 우리 옛 그림은 그 속에 흐르는 詩를 읽고 나면 미술은 더 이상 어렵지 않다. 어느새 어떤 그림이든 쉽게 읽을 수 있는 눈이 된다. " ( 책 속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결정, 흔들리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 - 그들에겐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결정에 관한 실전 수업
애니 듀크 지음, 구세희 옮김 / 에이트포인트(EightPoint)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책을 펼치자 마자 한 눈에 들어오는 민트색 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씌여져 있다.

" The first step to getting the things you want out of life is this :

  Dicide what you want. "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결정하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삶을 살아 오면서 순간 순간 어떤 결정을 내려하는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 그 결정이 짧게는 바로, 아니면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후회로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가끔은 자신의 결정이 좋은 결과를 가져 왔는지, 아니면 그렇지 않았는지 생각하게 된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의 싯구를 떠올리면서....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면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우린 지금까지 '결정을 잘 하는 법'을 배워본 적이 있을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에는 망설여지게 된다.

굵직한 결정으로는 학교 선택, 취업, 결혼, 투자, 소비, 노후설계....

좋은 결정이란 자신이 어떤 삶을 영위하게 되는냐, 즉 어떻게 사느냐와 연관된다.

그런 의미에서 '흔들리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 결정'을 할 수 있는 노하우를 담은 책을 읽게 된 것이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정, 흔들리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의 저자인 ''애니 듀크'는 '어떤 상황에서든 중심을 잃지 않고 의사 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연구하는데, 인생을 바친 '결정 전문가'이다. (저자 소개글에서)

그녀가 '결정 전문가'가 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은 포커 경기이다. 그녀는 프로 포커 플레이어로 현재까지 포커 월드 시리즈 챔피언십과 NBC 내셔널 헤즈업 포커 챔피언십에서 모두 우승을 한 유일무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포커와 결정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

포커 테이블은 의사결정 연구에 가장 적합한 곳이다. 포거 플레이어는 목표에 적합한 결정을 내리기 현실적인 적략을 찾아내기 좋은 장소다.

포커는 제한된 시간 내에 수 차례에 걸쳐서 금전적 득실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한 게임에 약 2분이 소요되니, 서너 시간에 결처 열리는 게임에서 매 순간마다 수많은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의사 결정을 이해하는데 포커가 갖는 가치는 이미 오래 전에 학계의 인정을 받았다. 게임 이론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폰 노이만'은 포커를 단순화 시켜 게임 이론의 모델로 삼기도 했다.

이 책은 포커 플레이어가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를 이해한다면 의사 결정의 어려움을 대처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포커가 가르쳐 주는 학습과 의사결정에 관한 모든 것을 책 속에 담아 놓았다.

" 무엇을 선택할지, 그리고 어떻게 선택할지 배우는 것, 그것이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 될 것이다. " ( p,48)

 

" 어떠한 의사결정이 휼륭한지 아닌지 판단하는 기준은 휼륭한 결과가 아니다. 훌륭한 의사 결정은 건전한 사고 과정의 결과물이며, 그 과정에 현재 우리의 지식 상태를 정확히 짚고 넘어가려는 시도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p. p. 50~51)

좋은 결정은 경험에서 나온다. 그리고 경험의 원천은 나쁜 결정이다. 우리의 의사 결정은 현재의 왜곡에서 벗어나 생생하게 미래를 상상할수록 더욱 좋아진다. 목표에서 출발해 뒤로 되짚어 오면 의사결정 분지로들 더욱 세밀히 게획할 수 있다. 성공적인 미래를 상상하고 거기서부터 백캐스팅하는 것은 목표 달성에 필요한 단계들을 뚜렷이하는데 유용한 시간여행 방식이다.

과거, 현재, 미래의 자신이 함께 어울릴  때 우리는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포커에서 배울 점이 있다면 바로 결과물의 확률을 평가하고 스스로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배팅을 실행에 옮기는 데 있다.

우리의 인생은 포커판과 닮아 있다.

" 포커처럼 인생은 긴 게임이고, 가능한 한 최고의 베팅을 한 뒤에도 계속 패배를 경험할 것이다. 그렇지만 미래를 절대 확신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더 잘 할 수 있고, 더 행복해 질 수 있다.   (...) 전략적인 시각을 갖추기 위해 계속해서 무언가 매우고 믿음을 수정해 나간다면, 당신도 모든 의사 결정 앞에 미소 짓게 될 것이다. " (p. 349)

우린 항상 결과만을 보고 그 결정이 좋은 결정인지 나쁜 결정인지 판단해 왔다. 물론 좋은 결정은 성공의 비결이 되지만 나쁜 결정을 통해서는 경험을 쌓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저자가 결정 전문가이기는 하지만 그 바탕에는 포커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성공한 사람들의 결정 습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결정에도 어떤 공식이 존재하는 점, 흔들리지 않고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사고법 등을 알려준다.

< 결정, 흔들리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는 지금 이 순간에도 크고 작은 결정 앞에 망설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결정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지침서가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대로 슬퍼할 권리 - 심리치료사가 말하는 상실의 슬픔에 대처하는 자세
패트릭 오말리 외 지음, 정미우 옮김 / 시그마북스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상실의 슬픔,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는 볼 수 없는 먼 길로 떠나 보낸 사람들이 가지는 슬픔....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가 생각났다. 3개월 정도의 투병 생활을 하시고 떠나신 어머니,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보고싶은 마음.

그러나 그 보다는 아버지를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내시고 힘들어 하셨던 어머니의 슬픔이 훨씬 크게 느껴졌다. 어느해 3월의 마지막 월요일, 평소처럼 아침밥을 드시고 출근하신 아버지는 직장에 도착하신 후에 심근경색으로 쓰러지셨다. 아버지의 직장이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았기에 어머니와 나는 서둘러 그곳으로 갔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이 누워 계시던 아버지.

뒤이어 병원 구급차가 오고 아버지는 하얀 천을 머리끝까지 쓰고 사무실을 나가셨다. 그것이 아버지의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그만큼 어머니와 나는 아버지가 싸늘한 죽음으로 다가오리란 것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었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과 남겨진 가족들, 어머니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버지의 묘소를 찾아서 1주일이면 한 두 번을 가시던 어머니, 울면서 모란공원 고갯길을 오르면 막상 아버지 묘 앞에서는 눈물도 마르시더라고 말씀하셨던 어머니.

어머니는 상실의 슬픔을 그렇게 삭히셨다. 그래서 <제대로 슬퍼할 권리>를 읽으면서 어머니의 슬픔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우리들 중에 상실의 슬픔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 대처 방법을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터득하게 된다.

<제대로 슬퍼할 권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사례로 소개된다. 그리고 이 책의 공동 저자인 심리치료사 '패트릭 오말리'는 그들에게 자신의 슬픔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도와준다.

'패트릭 오말리' 역시 생후 9개월 된 아들을 잃은 경험이 있다. 예정일 보다 3개월 일찍 태어난 아이, 0.9 kg의 작은 아이는 온 몸에 의료 장비를 달고 힘겹게 생의 끈을 잡게 된다.

6개월 만에 퇴원하여 집으로 오게되니 안심을 했건만 9개월이 되던 어느날 감기에 걸렸다가 숨이 멈추게 된다.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아이는 세상을 떠난다.

'패트릭 오말리'는 아이의 출생부터 마지막 순간까지를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생생하게 기억한다.

아이를 잃은 후 10년간은 암울한 길 위에서 방황하듯 살기도 했지만, 자신에게 심리치료를 받기 위해서 찾아오는 많은 애도자들과 함께 슬픔에 제대로 대처하는 방법을 찾게 된다.

그 이야기가 책 속에 담겨져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론 중에 '슬픔의 5단계'가 있다. 정신의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저서 <죽음과 죽어감>에 소개한 내용이다.

퀴블러는 암환자를 중심으로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5단계로 분류한다. 그런데, 이 분류가 상실의 고통에도 적용된다. 상실의 고통은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의 단계를 거친다고 말한다.

그래서 죽음의 슬픔을 겪은 사람들은 자신들도 이 과정을 거쳐서 슬픔을 수용하리라 생각한다. 바로 이것이 애도자들에게는 족쇄로 다가온다.

'나는 이 과정 중에 지금 어디에 속할까?', ' 6개월, 아니면 1년이면 벗어날 수 있을까?'

'나는 왜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을까?'

 

" 상실이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를 할 안전한 장소가 있을 때, 이야기를 하는 사람과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사이에 아름다운 유대관계가 형성된다. 나는 그렇게 많은 내담자가 최초의 상실 몇 년 후, 심지어는 수십 년 후, 그들이 과거에 겪은 상실과 현재의 이야기를 연결하는데 도움을 받기 위해 나를 찾아 온다는 사실에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겸손해진다. " (p. 74)

 

 

   

바로 저자인 '패트릭 오말리'도 느꼈고, 심리치료를 받으러 온 사람들도 느꼈던 것들은 슬픔의 5딘계에 대한 의구심이다.

그들이 느끼는 슬픔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슬픔은 종결이나 해결이 최종 목표가 아니다. 저자가 자신의 경험과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깨달은 것은 슬픔에는 5단계가 필요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건 애도자들에게 상처만 줄 뿐이다.

* 왜 슬픔을 분류해서 규정할 수 없는지를...

* 슬픔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단계를 거쳐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전개된다는 생각은 오류임을...

'이자크 디네센의 <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나오는 구절이다.

" 슬픔이란 이야기로 쓰거나 말할 수 있다면 견딜 만한 것이다. "

저자가 상실의 슬픔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권하는 것은 자신의 슬픔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고 더 깊이 탐구하는 것이다.

책에 나온 질문들의 메시지를 이용해서 그에 대한 글쓰기를 할 것을 강력하게 독려한다. 

책에 나온 지침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이끌어 내고 글을 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자신만의 독특한 슬픔의 이야기를 만들고 수용하게 된다. 슬픔의 유형이 다르고, 상황이 다른데, 이 모든 슬픔을 5단계로 규정짓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슬픔의 단계는 슬픔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이론이다. 그런데 그 단계별 극복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면 그건 분명 잘못된 생각일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이 세상을 떠난 사람과 자신의 관계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까지 책의 질문에 따라 생각해 보고 그 모든 것을 글로 써보자.

" 이 책은 여러분이 슬픔을 극복하도록 도와줄 수는 없지만, 대신 슬픔을 가장 순수한 모습으로 경험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 (p. 13)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와닿는 문장은,

" 슬픔은 피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다. 사랑한다면 슬퍼하라. " (p. 13)

이 책은 슬픔에 대한 두려움과 자기 비판을 완화시켜준다.

우리 문화에서는 상실과 슬픔을 빨리 극복하라고 말한다. 슬픔은 사랑에서 비롯한 당연한 감정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도 자신의 경험과 심리치료차 자신을 찾은 사람들을 통해서 슬픔의 5단계에 대한 반론이 생기게 되고, 그것이 아닌 방법이 삶 속에서 상실의 슬픔이 함께 어우러지도록 하자는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슬픔은 사랑에서 비롯된 당연한 감정이니 우리 삶 속에서 슬픔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이 지우고 남은 것들 - 몽골에서 보낸 어제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람이 지우고 남은 것들>의 저자인 1985년 <민중시 2>로 등단을 한다. 1996년에는 <문학동네>에서 소설로 등단을 한다.

1988년에는 <녹두꽃>을 창간하면서 비평활동을 한다.

"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정열적인 작품 활동과 치열한 논쟁을 통한 새로운 담론 생산은 그를 1980년대 민족문학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시인이자 논객으로 불리게 했다." (저자 소개글 중에서)

김형수의 소설 중에 인상깊게 읽었던 작품은 <조드>다. 그는 <조드>를 출간하기 전에 몽골에서 자료 수집을 하는 등의 활동과 <조드>의 소설 내용을 2010년 11월 15일부터 2011년 8월 9일까지 181회에 걸쳐서 예스24 블로그에 연재를 했다.

작가의 블로그에는 <조드>의 연재와 함께 <작가 노트>라는 란을 통해서 이 소설을 쓰게 된 배경, 몽골 답사기 등을 올렸는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10 개월에 걸쳐서 집필을 한 공간, 저녁 노을에 물드는 유목민의 게르, 몽골 전통 결혼식 장면이 소개되었다.

그리고, 이 소설의 주요 무대인 헤를렌 강 근처, 오논 강, 젖통호수 들의 풍경도 소개됐다.

아마도 <조드>는 김형수 작가의 몽골 사랑, 몽골 문화에 대한 천착, 글쓰기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몽골인들에게 칭기스칸은 그 누구보다도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존재이지만, 그만큼 두려운 존재이기도 하다고 한다. 그래서 몽골인 조차도 칭기스칸의 이야기를 쓰기를 힘들어 하는데, 몽골인이 아닌 한국인이 칭기스칸의 이야기를 쓴다고 하니, 집필 당시부터 몽골인의 관심이 집중되었기에 그 곳의 신문에 대서특필될 정도였다. (작가의 블로그에 그당시 기사가 실린 신문의 사진이 올려져 있다,)

또한 올해는 칭기스칸이 탄생한지 850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그러니, 850년만에 새롭게 재조명되는 칭기스칸의 이야기가 한국 작가에 의해서 씌여진 것이기도 하다.

소설의 제목인 <조드>는 " 괴팍한 날씨 때문에 초지가 피폐해져서 가축들이 지쳐 죽는걸" 말한다.  

조드에는 하얀 조드, 검은 조드, 눈보라 조드, 거울 조드가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대재앙인 것이다.

조드는 인간의 눈으로 보면 재앙이지만, 푸른 하늘의눈으로 보면 생태계를 정화시키는 과정이라고 한다.

푸른 하늘이 조드를 통해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가르쳐 주는 것이란다. 칭기스칸은 푸른 하늘의 뜻을 실천했던 지도자였기에 책 제목과의 연관은 이런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조드 >를 통해서 몽골의 신화, 전설, 민담 등을 접할 수 있었다. 우리들이 그동안 서양 문화에 길들여져서 그리스, 로마 신화에만 익숙했는데, 중세의 유라시아의 넓은 땅을 지배하였던 몽골제국의 이야기는 너무도 몰랐던 것이다.

그런데 바로 <바람이 지우고 남은 것들>은  저자인 김형수가 <조드>라는 소설을 쓰기까지 10년 이상 몽골을 답사하면서 칭기스칸의 흔적을 찾는 여정을 담은 책이다.

특히, 2010년 울란바타르 대학 학술조사단의 일원으로 몽골을 답사하면서 조드의 작품 구성과 <조드>를 쓰기까지의 창작노트에 해당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아시아의 중세를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칭기즈칸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게 된 것이다. 그러니 <조드>는 저자의 혼신이 담긴 소설이고, <바람이 지우고 남은 것들>은 그 과정을 위한 기초 작업인 몽골 답사기이다.

책의 중간 중간에는 저자가 몽골 답사 과정에서 쓴 시가 8편이 들어 있다.

그리고 <조드>를 쓰기까지의 창작노트와 이영수와 김형수의 좌담인 <조드가 남긴 것>도 책 속에 있어서 <조드>를 읽지 않은 독자들이라면 <조드>가 어떤 소설인지 궁금증이 생길만하다.

13세기 아시아, 몽골제국. 잃어버린 제국의 발자취를 찾기 위해 몽골 구석 구석을, 몽골의 많은 이야기를 찾아 헤맨 10여 년의 이야기.

저자의 창작 활동의 진면목을 이 책 속에서 찾을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파리를 흔드는 저녁바람이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六月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지음, 에드워드 호퍼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학창시절 시화전을 하던 때가 생각난다. 자신이 지은 시와 함께 그 시와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서 액자에 담아 전시를 했었다. 주로 학교 축제가 있을 때에 교문에서 강당으로 들어오는 입구까지 나열되었었다.

그당시를 생각하면서 한 권의 시집을 꺼내 들었다. 다른 시집에 비해서도 더 작은 시집.

그러나 옛 추억에 사로잡히는 감동적인 시집이다.

<이파리를 흔드는 저녁바람이>은 '저녁달고양이'에서 나온 '열두 개의 달 시화집' 12권 중의 6월에 해당하는 시집이다.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중에 4권만이 출간되었다.

6월의 저녁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니 시집을 읽는 운치가 살아난다.

시화집이기 때문에 한 편의 시에는 그 시와 어울릴 듯한 명화가 함께 담겨 있다. 6월의 화가는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인 에드워드 호퍼이다.

에드워드 호퍼는 현대 미국인의 삶과 ㅗ독, 상실감을 탁월하게 표현한 화가이다. 책 속의 그림들은 5월의 시집인 <다정히도 불어오는 바람>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5월의 화가인 '차일드 하삼'은 인상주의 화가이고, 6월의 화가인 ''에드워드 호퍼'는 사실주의 화가이니. 서로 다른 화풍도 비교가 된다.

개인적으로는 '차일드 하삼'의 그림이 훨씬 맘에 든다.

6월의 시인은 윤동주, 백석, 김영랑, 정지용, 한용운, 노천명, 정지상등의 한국 시인과 데이지, 부손, 브리즈스와 같은 외국 시인의 시도 담겨 있다.

6월은 찬란하고 화려했던 5월을 지나 신록의 7월로 접어드는 달이기에 그에 맞는 시들이 잔잔하게 마음에 다가온다.

"그림은 말없는 시이고, 시는 말하는 그림이다"라는 글이 이 한 권의 시집을 말하는 문장인 듯하다.

★★  반디불

                - 윤동주  ♣♣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조각을 주으러

숲으로 가자.

 

- 그믐밤 반디불은

- 부서진 달조각,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조각을 주으려

숲으로 가자.

 

♧♧  숲향기 숨길

                 - 김영랑  ♤♤

숲향기 숨길을 가로막았소

발 끝에 구슬이 깨이어지고

달따라 들길을 걸어다니다

하룻밤 여름을 새워 버렸소

 

♥♥  유월 

             - 윤곤강    ◆◆

보리 누르게 익어

종달이 하늘로 울어 날고

멍가나무의 빨간 열매처럼

나의 시름은 익는다.

 

♤♤ 유월이 오면, 인생은 아름다워라 !

                                   - 로버트 S. 브리지스 ♡♡

유월이 오면 날이 저물도록

향기로운 건초 속에 사랑하는 이와 앉아

잔잔함 바람 부는 하늘 높은 곳 흰 구름이 짓는,

햇살 비추는 궁궐도 바라보겠소.

나는 노래를 만들고, 그녀는 노래하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건초더미 보금자리에,

아름다운 시를 읽어 해를 보내오.

오, 인생은 즐거워라, 유월이 오면

하루에 딱 한 편의 시를 음미하는 6월,

이렇게 '열 두개의 달 시화집'에는 365 +1편의 시와 500여 점의 명화가 담겨 있다. 달 마다 어떤 시가 담겨 있을까? 달 마다 어떤 그림이 담겨 있을까?

궁금해진다. 그래서 아직 출간되지 않은 1~2월, 7~12월의 시집이 기다려진다.

시는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다독여 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6월의 이파리를 흔드는 저녁바람이 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