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한 작전 - 서구 중세의 역사를 바꾼 특수작전 이야기
유발 하라리 지음, 김승욱 옮김, 박용진 감수 / 프시케의숲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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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대담한 작전>의 작가, 유발 하라리는 이스라엘 출생으로 옥스퍼드 대학에서 중세 전생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발 하라리는 국내에서 출간된 <사피엔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호모 데우스>, <초예측>등을 통해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의 전공인 중세사와 군사 역사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여러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영향력있는 저서를 집필했다. " (작가 소개글 중에서)

그렇다. 그의 저서를 읽어 보면, 21세기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생각하게 되는 현안들에 대해서 다양하고 깊이있는 생각을 전해주고 있다.

이번에 읽게 된 <대담한 작전 >은 저자 자신이 전공한 중세 전쟁사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에 그에게는 가장 자신있는 분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주제이다.

중세 전쟁사 중에서도 역사학자들이 많이 다루지 않는 특수작전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그 시기는 기사도 시대인 1098년의 안티오키아 기습사건에서 1536년의 오리올 방앗간 파괴작전을 살펴본다.

지역은 유럽 전역과 중동에서 수행된 특수작전, 그리고 스페인의 멕시코와 페루 정복에서 벌어진 작전도 언급한다.

이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첫 번째 부분인 제1장은 1100년에서 1550년에 시행된 특수작전 등을 조사하여 개략적인 분석을 한다. 이 시기의 지상 특수작전의 주요 특징을 분석한다.

특수작전이란 군사 작전 중에서 극히 일부분에 속한다. 그러나 군사와 정치 분야에 미치는 영향력을 상당하다. 1972년 뮌헨 올림픽 때, 검은 9월단의 급습으로 이스라엘 선수단이 살해된 경우나, 2001년 9월 11일에 일어난 911테러등을 생각하면 그 파급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군사력의 피해는 없으나 국민들은 충격에 빠지고, 공격자의 사기는 올라가고, 국가적 상징에 대해서는 지극히 성공적인 공격이 된다.

중세 기사도 시대의 특수작전은 기사도 시대의 전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18세기 이전의 특수작전에 대한 관심을 부족하여 연구자료가 부족하다. 그러니,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전쟁에 대한 연구에서 특수작전의 언급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저자는 기사도 시대의 특수작전의 형태를 정하고 특수작전을 중요하게 만들어 준 구조적인 조건을 설명한다.

두 번째 부분은 2장에서 7장에 이른다. 여기에서는 각각의 특수작전을 장별로 다룬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시기에 일어난 주요 특수작전을 각 장에서 다룬다. 선별된 사례들을 살펴보면 특수작전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목적과 수단을 알 수 있다. 그 작전을 묘사한다.

그런데, 사료의 부족으로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또한, 기록이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작전을 묘사한 부분들이 자칫 신화나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를 전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중세의 특수작전의 연구는 힘든 주제로 중세 연대기 작가들이 르네상스 시대 선전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화려한 이야기에 속을 수도 있다.

전투를 선전하기 위해서 퍼뜨린 신빙성이 없는 이야기들이 있어서 믿을만한 정보를 찾는다는 것이 어렵기는 하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성실한 학자들이 모든 이야기를 우화로 치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유발 하라리는 자료의 빈약함으로 과거의 사건을 사실 그대로 재현하기 보다는 당시 상황에 가능했을 법한 모습으로 특수작전의 내용을 재현해 본다.

그런 특수작전의 이야기는

2장 : 중동으로 통하는 길 : 안티오키아, 1098년

3장 : 보드앵 왕 구하기 : 하르푸트, 1123년

4장 : 콘라트 왕의 암살 : 티레, 1192년

5장 : 자루에 가득한 에퀴 금화를 위하여 : 칼레, 1350년

6장 : 조준경 안의 군주들 : 발루아 부르고뉴의 흥망, 1407~1483년

7장 : 오리올의 방앗간 : 오리올, 1536년

안티오키아는 시리아 내의 전진 기지이자 비잔티움 제국과 무슬림 세계가 맞닿아 있는 국경에서 가장 강력한 요새다. 보에몽의 안티오키아 습격 작전은 적군이 눈치채지 않게 사다리를 타고 망루에 올라가서 뒷문을 열어 남은 병사를 들어오도록 한 사건이다. 당시의 특수작전은 방어거점을 장악하는 것이 중요하였다. 이런 작전은 모든 공성전의 중요한 작전이다. 이 사건은 제 1차 십자군 전쟁의 본보기가 된다.

콘라트 왕의 암살 사건은 페르시아 북부에서 생겨난 과격파 집단인 니자리파에 의해서 일어난 것으로 그들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비밀조직으로 암살(assassination)이란 단어가 그때 나오게 된다.

수니파 칼리프를 암살한 사건으로 몬테라토 후작인 콘라트는 예루살렘 왕 대관식 며칠 전에 살해당한다. 이 사건을 통해서 니자리파에 대한 분석을 해본다. 그들이 왜 암살자가 되었을까....

특수작전은 오늘날에는 영화의 단골 소재이기도 한데, 기사도 시대에는 납치, 구출, 암살 등을 위한 작전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2장에서 7장에 이르는 특수작전은 이야기 형식으로 되어 있다. 제 1장의 포괄적인 특수작전에 과한 해설이라면 각각의 6건의 특수작전은 400 여년에 걸쳐서 일어난 주요 작전을 이야기한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이런 작전의 이야기는 너무 화려한 각색 보다는 그 시대의 상황에 맞는 이야기로 구성되어야 진실성이 있다.

중세 전쟁사를 연구했기에 그 시대의 상황에 맞는 특수작전의 설명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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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이라면 - 내 인생의 X값을 찾아줄 감동의 수학 강의 서가명강 시리즈 3
최영기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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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아름다워'라고 표현한 책은 여러 권이 있다. 그중에서 '청소년의 책 디딤돌 시리즈'로 나온 <수학은 아름다워 1>과 <수학은 아름다워 2>는 중학생과 고등학생을 위한 책이다.

<수학은 아름다워 1>은 시대순으로 수학사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 삼각형, 정다각형의 성질, 원뿔의 넓이 구하는 공식, 좌표평면의 발견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수학은 아름다워 2>는 고등학교 교과과정을 중심으로 집합, 항등원, 역원, 행렬, 함수, 도형, 확률과 통계를 쉽게 풀어서 가르쳐 준다.

이 책들은 2000년 초반에 출간되었다가 2007년에 개정판이 나왔다. 이 책들은 오래 전에 개정판으로 읽은 기억이 난다.

   

 얼마 전에 읽은 책으로는 <소설처럼 아름다운 수학이야기>가 있다. 수학을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것도 모라자서 이제는 소설처럼 아름답다고 하니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다.

소설과 수학은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한 조합이기도 한 이 책의 제목부터 관심을 끈다. 이 책은 초판본이 2002년에 나왔다. 한 편집자의 기발한 아이디어인 소설과 수학의 결합시킨 책을 펴내자는 생각에서....

그렇게 출간된 <소설처럼 아름다운 수학이야기>는 초판이 출간된 이후에 교육부 추천도서, 미래창조 과학부인증 우수과학도서, 수학 선생님이 추천하는 청소년 도서, 수행평가 독후감 도서 등으로 활용되었다.  그만큼 책 속 담겨진 내용들이 기존의 수학 관련 책들을 피하던 학생을 비롯한 독자들에게 특별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2018년에 나온 개정판을 읽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수학문제까지 풀어 볼 수 있도록 책이 구성되어 있다. 이 부분이 부담스럽다면 수학책에 등장했던 아르키메데스, 카르다노, 케플러, 데카르트, 파스칼, 뉴턴, 오일러 등의 수학자들의 삶의 이야기 그들의 이론 등을 읽어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글은,

" 그러나 수학은 취미가 될 수 있다. 습관도 될 수 있다. 쉽게 즐길 수 있고, 생활의 일부가 될 수 있고, 평생의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다. 수학은 시험을 보기 위해 억지로 해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수학은 천재들만이 즐길 수 있는 것도, 전공자들의 전유물도 아니다. " (소설처럼 아름다운 수학 이야기 p. 32)

그런데, 이런 책을 읽으면서 항상 드는 생각은 아무리 책 속에서 수학을 아름답다고 한들, 이미 수학에 흥미를 잃은 사람들은 절대로 이런 책을 구입해서 읽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수학이란 과목 자체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어렵다, 어떻게 문제를 풀어야 할 지 모르겠다. 등의 많은 이유들 때문이다.

현실은 이렇지만 그래도 또 한 권의 수학을 아름답다고 하는 책이 출간됐다.<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이라면>이다.

 얼마 전에 읽은 <크로스 사이언스>의 뒤를 이어 출간된 '서가명강' 시리즈 3번째 책이다.

서가명강은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의 줄임말로,

1권은 법의학교실 유성호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2권은 생명과학부 홍성욱 '크로스 사이언스'

3권은 수학교육과 최영기 '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이라면'이다.

우선, 저자는 '수학에는 감동이 있다'라고 말한다. 그는 '수학의 기능적인 측면에 익숙한 학생과 일반인들에게 수학이 추구하는 정신과 이로부터 느끼는 감동이야말로 수학의 가장 큰 가치임' (저자 소개글 중에서) 을 알리기 위해서 강연을 하고, 그 내용을 책에 담아 놓았다.

저자는 현대 수학의 의미있는 결과들을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썼다.

* 수학에는 감동이 있다.

* 완벽을 추구하는 수학.

* 수학은 인간이 우주에게 바치는 가장 아름다운 러브레타다. ( 책 뒷표지 글 중에서)

* 내 인생의 x 값을 찾아줄 감동의 수학 강의

* 수학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학문입니다.

 

책 속에 나오는 이런 문장들은 이미 수학을 포기하거나 문제풀이에 시달리던 학생들에게는 생각 조차 할 수없는 이해 못할 말들일 것이다.

그러나, 수학을 단순히 문제풀이가 아닌 수학의 원리를 찾고, 그 속에서 인생의 많은 부분을 깨달을 수 있다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찾을 수 있다면, 이런 문장들은 기발한 발상이 아닌 진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읽다보면 수학 용어를 풀어 가면서 삶에 대치시키는 저자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

* 로마 시대의 사람들에게 11이란 어떤 의미일까? 숫자풀이를 통해서 숫자 0의 의미를 찾게 된다. 아치형의 건물이 세월이 지나도 견고하게 버틸 수 있는 이유도 수학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 수학은 공부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념을 발견하고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느끼는 일이다. " (p. 11)

수학 용어와 개념을 기반으로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춰 배움을 전개해 나가와 되는데, 학교 교육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

흔히, '수학은 왜 배우는지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학교에서 배운 수학이 생활 속에서 얼마나 응용되는가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나오는 말이다.

사칙연산만 하면 생활에 지장이 없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학은 단순한 문제풀이가 아니라는 데에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가 있다.

간단하게 예를 들자면, 방정식을 푸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키 포인트는 실마리를 어떻게 찾느냐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생길 수도 있다. 시행착오는 실패가 아니다. 다음에 부딪일 또 다른 문제를 쉽게 해결해 줄 수 있는 새로운 눈이다. 바로 이런 것이 우리 삶에 적용이 된다.

" 물론, 수학에서 문제를 푼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문제 풀이를 통해 학생들이 배워야 할 점은 문제 해결의 기능을 습득하는 것 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 태도를 다른 부분으로까지 전이시키는 것이 수학 교육의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또한 문제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검토하고 반성하는 단계인데, 우리나라의 수학 교육은 지나치게 많은 문제를 푸는데 집중한 나머지 학생은 스스로 검토하고 반성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 (p. 81)

우리의 수학 교육의 현실은 무조건적인 반복 학습을 통해 실력을 향상시키려 한다, 우리의 입시제도와도 무관하지 않은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 수학은 자연현상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을 찾아가는 것뿐 아니라 우리 마음 속 관념의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학문이다. " (p. 86)

수학을 이렇게 아름답게 정의한 글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접하게 된다.

로마를 여행하면서 단순히 역사와 건축물 등에만 관심을 가졌는데, 어떤 사물을 볼 때에 그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로마의 캄피돌리오 광장 곳곳에 숨어 있는 수학의 성질을 찾아 본다면....

수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수학이 원래 가지고 있던 깊고 역동적인 의미의 과정을 이해하는 일이다. 이 과정을 통해서 감동을 갖는 일이다.

방법론적인 측면 보다 본질을 추구하는 정신에 입각하여 수학을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 환경이 절실하다.

앞에 소개한 책들도 그렇고 <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이라면>도 그렇고, 수학에 흥미을 잃은 사람들은 수학에 대한 선입견이 강하다. 우선 '싫다', '어렵다' 등의 편견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편견 부터 없애야 한다.

수학을 문제풀이가 아닌 원리를 찾고 그것을 삶의 지혜로 삼는 그런 교육 환경을 기대하는 것은 우리의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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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
톰 말름퀴스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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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 책제목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우리에게 지금 이 순간이 존재한다는 걸 행복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별다른 생각없이 지나가는 순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절실함이 담겨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야 하는 사람의 마음을 생각해 본다면 순간 순간을 우리는 무의미하게 보내서도 안 될 것이다.

영영 돌아올 수 없는 이를 보내는 그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의 저자인 '톰 말름퀴스트>는 전직 아이스 하키 선수, 대중 음악가, 시집 <갑작스러운 죽음>, <아버지의 젖>을 쓴 시인이다.

이번에 출간된 책인 <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의 '톰 말름퀴스트'의 실화 소설이다.

톰과 10년간 동거한 카린은 임신 33주에 고열과 호흡곤란 등의 증세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게 되고, 결과는 급성 백혈병이다.

톰은 카린과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고, 건강한 아이가 출산되기를 바랐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피검사 결과도 좋았고, 일상이 평온하기만 했는데,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두 사람의 앞날에 먹구름으로 다가온다.

톰은 예상 보다는 빨리 딸 리비아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카린은 세상을 떠나게 된다.

33주만에 출생한 리비아, 아내 카린의 죽음....

아내의 죽음이라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현실 앞에서 톰은 10년간 암 투병을 했던 아버지의 삶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소설은 아내의 출산, 아내의 장례를 준비하는 과정, 딸 리비아를 돌보게 되는 이야기, 아버지의 투병 이야기, 그리고 카린과 정식으로 결혼한 사이가 아니기에 딸 리비아를 키우기 위해서 필요한 법적 조치들....     이런 이야기가 들쑥날쑥 전개된다.

저자는 이런 자신의 이야기를 아주 담담하게 펼쳐 나간다.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저자에게는 아픔의 순간이었던 과거의 이야기를 현재 시제로 서술하고 있다. 과거 시점에서 일어난 일임에도 저자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인 듯이 서술하고 있다.

과거의 순간들과 작가의 서술 시점, 그리고 독자가 읽는 시점이 일치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카린이 세상을 떠난 후에 딸 리비아와 단 둘이 남겨진 미래의 모습까지도 현재의 시제로 써나간다.

이런 서술 방법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뉴욕 타임즈>에는 “지금까지의 자전소설은 ‘과거의 회상’을 의미했으나 말름퀴스트는 이러한 ‘자전’의 의미를 완전히 전복시켰다”고 평가했다.

이런 서술 방법이 독자들에게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상실의 순간을 결코 ‘회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게 하고 있다.

저자는 작품 속에서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사실적이고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감정을 최대한 절제한 문체로 썼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은 문학성을 인정받아, 2017년 <파이낸셜 타임즈>, 2018년 <뉴욕 타임즈>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북유럽 맨부커상이라고 하는 '노르딕 카운슬 문학상' 후보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도 절제된 표현과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도 현재시제로 썼기 때문인지 가슴에 애닯게 다가오는 느낌이 덜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의 이야기라면 소설적 장치가 가미된다면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도 저자는 이런 슬픔 보다는 절제된 슬픔으로 자신의 상실을 표현하고 싶었던 듯하다.

책 뒷표지 글이 마음에 와닿는다.

"소중한 사람에게 안부를 물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지, 우리는 모른다."

이 글을 읽으면서 마음에 아프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 훗날 늦었다고 후회하지 말고, 안부를 챙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 문장이 담담하게 가슴에 와닿는다.

" 너는 나를 보며 죽음 앞에 독특한 현실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 현실 속에서는 모든 보호막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인생과 마주할 수 밖에 없고, 어디선가 자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없다고. 나는 그때 너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이해한다. 너는 이제 세상에 없는데. 그것은 의식을 초월한 무(無). 나는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고 무심히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 (p.365)
무심히 살아간다는 것!

이 보다 더 슬픈 말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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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사자 아저씨 어깨동무문고
이소라 지음 / 넷마블문화재단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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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동무문고는 넷마블 문화재단에서 발간하는 그림책이다. 넷마블 문화재단에서는 '모두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 등은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그림책을 통해서 세상에 알린다.

그래서 그림책은 판매수익금은 어깨동무문고 그림책을 만들고 배포하는데 사용한다. 이런 좋은 취지를 가진 '어깨동무문고'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 출간될 예정이다.

또한, 책의 인쇄에 친환경적이다. ' PRINT with SOYINK'

<빨간사자 아저씨>는 4~6세 정도의 유아들을 위한 그림창작동화이다. 이 책의 글, 그림은 판화를 전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일러스트와 그림책을 그리는 이소라가 쓰고 그렸다.

그래서인지 책 속의 그림을 살펴보면 평면에서 입체감을 느낄 수 있도록 색종이를 오려서 붙인 듯한 느낌이 든다.

유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주인공은 동물이 아닐까. 그 중에서도 숫사자는 동물의 왕으로 멋진 갈귀가 사자의 위용을 더해준다. 용맹스럽고 정의롭고 그러면서도 유아들에게 친근감을 주는 사자.

그래서 디즈니의 <리이온 킹>은 어린이들 뿐만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닐까.

<빨간 사자 아저씨>에 나오는 사자는 그런 사자와는 다르게 소심한 면이 엿 보인다. 귀여움의 상징인 꼬마 토끼가 사는 평화로운 마을, 코코 잡화점을 지나 무지개를 건너 걸어가면 아이스크림을 파는 빨간 사자 아저씨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빨간사자 아저씨는 항상 머리에 손을 올리고 있다.

빨간 사자 아저씨는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빨간 사자 아저씨는 울퉁불퉁한 머리를 남들에게 보이는 것이 창피해서 손으로 가리고 있는 것이다. 머리에는 아기새가 날아 와서 포근하게 앉아 쉬기도 하고, 달리기 시합을 하던 하늘 나라의 별똥별은 사자 머리에서 잠시 쉬다가 꼴등을 하기도 하고....

뾰족뾰족하고 울퉁불퉁한 사자 머리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행복하게 쉴 수 있는 곳이기도 한 것을 모르기 때문에 빨간사자 아저씨는 머리를 가리고 있는 것이다.

얼굴은 사과처럼  빨갛고, 머리는 울퉁불퉁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그래도 좋아!'

이걸 깨달아 가는 과정을 담은 훈훈한 그림책이다.

남들과 다르다고 창피한 것이 아니고, 나쁜 것이 아님을 꼬마 토끼의 천진난만한 말과 행동을 통해서 깨닫게 되는 그림책.

유아들이 소외된 사람들을 이해하게 해 준다. 환상적인 그림과 내용이 유아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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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특별한 내 친구 어깨동무문고
진보경 지음 / 넷마블문화재단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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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특수학교 교사로 근무한 적이 있다. 그 때 이 책에 나오는 라희처럼 다른 학생들과 다른 아이를 맡아서 지도를 했었다. 그런데 그런 학생들의 부모의 경우에 자신의 아이가 정신지체 장애아 라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고 해도 자신의 자녀를 다른 아이들과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유아 그림 동화책인 <조금 특별한 내 친구>는 바로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을 쓰고 그린 작가는 진보경으로 한 아이(딸)의 엄마이다. 딸을 키우면서 느낀 점을 그림책 속에 담아낸다.

< 조금 특별한 내 친구>는 겉모습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고 해도, 행동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고 해도, 보통의 사람들과 다르다고 해서 편견을 가지고 보면 안된다는 생각을 담은 책이다.

아이들은 각자 다양한 모습, 다양한 성장 속도를 가지고 있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고, 잘못된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와는 약간 다를 뿐이다. 이런 생각을 어린이들에게도 심어 줘야 한다.

유치원생인 하나와 라희의 조금은 특별한 친구 이야기이다.

라희는 유치원 나무반에 다닌다. 나무반은 유치원에서 가장 큰 아이들이 다니는 반이다. 어느날 나무반에 새로운 친구가 온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친구인 라희는 조금 특별한 아이라고 소개한다.

조금 특별한 아이? 어떤 아이일까?

그런데, 라희는 나무반 아이들처럼 스스로 자신의 일을 하지 못한다. 새싹반 아이처럼 행동을 한다.

라희는 항상 큰 소리로 말을 한다. 하나는 라희가 화가 나서 큰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조금 무서운 생각도 든다.

다른 아이들은 조용히 자신의 일을 하는데, 라희는 혼자서 여기 저기 돌아 다닌다. 친구들과 인형놀이, 블록쌓기, 그림 그리기 등을 함께 하지도 못한다.

하나의 등을 툭 치기도 한다. '라희가 화가 난 것일까?'

하나는 화가 난 라희를 떠올리면 유치원에 가기도 싫다. 그런데, 공원에서 마주친 라희.

신나게 어울리면서 노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혼자서 모래 위에 노란 꽃을 모아 놓고 노는 모습이 즐거워 보인다.

그래서 라희와 함께 놀다보니, 이제는 라희가 무섭지도 않고, 화가 나지도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아주 간단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이야기 속에는 우리 모두가 똑같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나와 다르다고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 준다.

라희는 표현 방법이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를 뿐이지, 우리 모두는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조금은 특별한 친구, 라희. 바로 하나의 좋은 친구인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어른의 잣대로 생각하게 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아무런 편견을 갖지 않고 친구를 사귈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나와 다른, 조금 특별한 친구와의 우정을 이야기한다.

넷마블 문화재단의 '어깨동무문고 ' 시리즈는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까지 모두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취지에서 책을 펴낸다.

판매수익금은 어깨동무문고 그림책을 만들고 배포하는데 쓴다.

책의 내용도 좋고, 책을 펴내는 취지도 좋은 '어깨동무문고'시리즈 2번이다.

은은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의 책표지, 특히 책 옆면의 민트색이 산뜻함을 더해준다.

많은 어린이들이 이 책을 읽고 포근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슬기롭게 행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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