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일반적인 국민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 아마도 '살 맛 나는 세상'이 아닐까...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기는 하지만, 근래의 우리 사회는 얼마나 부패했는가를 단적으로 나타내 주는 사건들이 줄을 잇고 있다.
구태여 그 사건들을 나열하지 않아도 많은 독자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읽게 된 <상류의 탄생>은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부터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까지 어쩌면 작금의 우리 사회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세상의 이야기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상류, 그리고 미국이나 북유럽의 상류는 그야말로 달라도 너무도 달랐다.
흔히 우리 사회에서 상류라고 하면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풍요가 가장 큰 몫으로 자리매김했을 것이다. 얼마나 훌륭한 저택에서 살고 있느냐.
얼마나 비싼 제품들을 구입하느냐, 자신들의 권력이 어디에까지 미칠 수 있느냐.... 등등.
이젠 상류사회의 비리에서 터져 나오는 페이퍼 컴퍼니는 일반화가 되었다. 탈세, 수임료 등에서 거론되는 돈의 단위는 몇 억을 넘어서 이제는
몇 백억까지도 훌쩍 넘어서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일로 인하여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인물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아무런 잘못도 느끼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우리 상류 사회의
문제점이 아닐까.
아마도 두고 두고 회자될 땅콩 회항, 재벌 2세, 3세의 갑질, 폭행, 탈세.
우리의 상류라고 하는 있어 보이는 척하는 속물 인간들은 사회를 어지럽히고 있다.
이들에게서 오블리스 노블리제를 과연 찾아 볼 수 있을까.
8월의 폭염 보다도 더 답답하고 더운 이야기들이 오가는 이 싯점에서 <상류의 탄생>은 시사하는 바가 참으로 많다.
이 책의 저자는 어린 시절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뉴욕에서 40년을 살면서 정체성에 대한 갈등도 많이 느꼈다. 영어로 글을 쓰는 것이
훨씬 편하기는 하지만 한국어로도 가치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중앙일보 뉴욕지사에서 일하면서 한국 언록과 조직 사회의
속사정을 들여다 보게 된다.
그후에 미국 연방 공무원으로 일을 하기도 했고, 2002년부터는 한국과 관련이 있는 미국 기업에서 일을 하면서 한국과 미국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게 된다.
한국인이면서 미국인인 그가 두 사회를 바라보면서 느낀 것들을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아 놓았다.
이 책에서는 주로 미국의 상류의 탄생과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상류를 재조명해 본다.
미국의 상류는 승자와 상류를 절대로 혼동하지 않는다. 이건 사회적 지위인 권력이나 권위, 경제적 풍요 보다는 인간의 품격과 전통의 깊이를
중시한다는 뜻이다. 물질적 풍요의 외형이 아닌 국가와 국민의 기품을 중시하는 내면을 중시하는 것이 바로 미국의 상류이다.
미국의 건국과 관련된 인물을 비롯하여 몇 몇 대통령의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 상류의 면면을 살펴 볼 수 있다.
* 천부적인 귀족다운 고결함을 지닌 사람
* 무심하지 않은 상류 인간
* 재능과 덕목을 겸비한 강직성과 청렴성은 기본인
사람
* 공익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
* 권력을 이용한 축재는 있을 수도 없는 사람
책 속의 문장들은 공감을 하게 하기에 몇 문장을 적어 본다.
" 서방의 민주 자본주의 선배 국가의 관점에서 한국의 서구화, 특히 미국화가 어설프고
촌스러워 보이는 이유는 한국의 문화가 이처럼 속물적인 가치에 거의 완전히 함락되었기 때문이다. 명품과 브랜드를 무섭게 밝히고, 와인과 치즈를
과시적으로 즐기고, 외제차를 선호하고 심지어 양호한 얼굴에 칼을 대면서까지 미국과 서구 물질문화의 화려한 외면을 있는 힘껏 답습하지만, 실제로
그 허영심과 모방 욕구의 이면에 있는 정신문화는 황량하다는 혐의를 부정하기 어렵다. 서구와 미국 상류의 겉모양을 닮으려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지, 정작 서양에서 수백 년에 걸쳐 다져놓은 진정한 상류들이 중요하게 생가가는 사상과 철학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 (p.
41)

" 사람은 돈의 주인이 될 수도 있고, 돈의 노예가 될 수도 있다. 속물 인간은 돈과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의 지배를 받는다. 속물 근성은 노예 근성이다. 의연함이 결여되어 있고, 신분 상승 열망에 지배되는 의식구조다. 속물
문화가 지배하는 한국은 지금 사회 전체가 돈의 노예이며, 돈과 사회적 지위, 나아가 사회적 지위와 인간의 가치가 동일시되는 가히 원시적인 형태로
치닫고 있다. 돈과 권력만이 유의미해진 한국의 속물 사회는 수치심도 죄의식도 없는 몰염치한 무리가 승승장구하는 토양을 제공하고 있지 않은가."
(p. 42)
" 미국에는 250년에 가까운 세월에 걸쳐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지속되는 가운데 다져진,
고도로 진화한 상류 문화의 기운이 살아 있다. 전반적으로 역사와 전통을 보존하고, 가진 것을 과시하지 않으며, 모든 면에서 진정성을 견지하고,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으로 매사에 임하며, 성공한 자의 사회 환원을 당연한 의무로 여기고, 돈보다는 인간의 품격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돈보다 인품을 중시하는 습성이 서민들 사이에 보편화되어 있다. " (p.
45)

" 사회의 윗물인 상류의 구실은 사회 기풍의 선도 역할을 하고 가치와 규범의 표준을
제시하며 공정한 제도의 축이 되는 것이다. 아울러 성취와 노력의 잣대가 되어 바람직한 삶의 본보기가 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상류가 건재하는
사회는 대체로 맑다. 상류다운 상류가 이끄는 사회는 자정 능력을 지닌다. 한 나라의 상류를 보면 그 사회의 청탁이 보인다. 미국이 그나마
지금까지 강대국의 명맥을 유지하는 것은 이 나라의 국부가 상류다운 상류의 표본이었기 때문이요, 아직도 수많은 국민과 지도가가 그들을 진정한
상류의 본보기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 (p. 106)

이미 잘 알려진 미국 상류들의 기부 문화,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주도하에 2010년 출범한 기부 서약에 의하면 10억대 부자 128명이
참여하고 있다. 오라졸의 CEO인 래리 엘리슨은 재산의 95%를 기부했고, 워런 버핏은 현재 순자산 723억 달러 중의 83%를 이미 기부했고
차츰 전재산을 기부할 예정이다.

뉴욕시장인 마이클 블룸버그는 뉴욕시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서 임기 12년동안 연봉 1달러만을 받았다.
우리의 상류에서 횡행하는 갑빌은 미국에서는 생소한 개념이라고 한다.
내가 존경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일화는 수도 없이 많지만, 2014년 오바마 대통령은 위스콘신 주의 한 공장에서 " 미술사 학위보다는
생산기술이나 실업교육을 받는 것이 잠재적으로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라고 연설했는데, 텍사스대 미술학과 조교수인 앤 콜린스는 백악관
홈페이지에 미술사 공부도 중요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고, 이 글을 접한 오바마 대통령은 친필 사과편지를 앤 콜리스에게 보냈다.

사소한 일인건 같지만 오바마의 친필 편지를 통해서 국민과의 소통을 중요시 여기는 자세와 소통의 방식에 있어서 국민을 존중하는 자세를 느낄
수 있다.

" 좋은 나라란, (...)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이 맑아 다수 국민의 의식이
건강하고, 또 그렇게 선택받은 정부와 정치인이 강한 책임 의식으로 국민의 부응에 보담하는 그런 선순환이 지속되는
나라.
좋은 나라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좋은 정부다. 좋은 정부는 기본적으로 국민과 국가가
건전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정부다. 좋은 정부가 나라를 다스리면 국민의 정서가 안정을 찾는다. 진정한 상류가 지배하는
나라는 사회계약에 대한 암묵적 동의가 중요한 기반이 되고, 특히 가진 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나라다. " (p.
244)
이 책 속의 내용들은 어느 하나 소홀히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를 생각할 때에
왜 이리도 우울하고 답답한 생각이 드는 것일까.....
우리 사회의 상류계층, 사회 지도층의 필독도서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