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511 | 512 | 513 | 514 | 51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비야의 신간 서적이 나오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번엔 어떤 이야기로 우리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희망을 줄 것인지 기대가 되기때문이다. 
 
'바람의 딸, 지구 세바퀴반' 시리즈로 부터 '한비야 중국 견문록', '바람의 딸 우리땅에 서다','지도밖으로 행군하라'에 이르기까지 한비야의 책이라면 빼놓지 않고 읽었다. 그것도 책에 푹 빠져서, 그녀의 매력에 푹 빠져서.....
그녀가 들려주는 오지의 이야기는 가난하지만 인정이 넘쳐 흐르는 정이 넘치는 곳이었고, 중국어에 몰두한 그녀의 이야기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맨발로 전국을 누비는 그녀에게는 나라 사랑의 마음이 있었고, 월드비젼의 구호팀장으로 전쟁터와 내전이 일어나고 있는 곳에서 식량을 나누어 주고, 물부족인 마을에 펌프를 놓아주는 그녀에게는 용기와 인류애가 넘쳐 흘렀다.
그런데, 신간 '그건 사랑이었네'는 거울앞에 돌아온 누나가 자신의 모습을 수줍게 보여주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누구도 자신있게 '난 내가 마음에 들어'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비야는 당당하게 말한다. 그런데도 어색하지 않음은 그녀의 성장에서 부터 지금까지의 삶에 대한 자신감과 끊임없이 도전하는 정신때문일 것이다.
그녀도 때론 첫사랑에 분노하기도 했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후에 그와의 만남은 살짝 가슴설레임을 느끼는 여자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한비야가 정말 아름다워졌다.
표지에서부터 책 중간 중간의 모습이 세련되고 예뻐보인다.
김혜자씨의 조언이 빛을 발한 것일까?
항상, 구릿빛 얼굴에 등산복아니면 구조대원의 조끼가 어울리는줄만 알았는데, 화장끼가 있는 얼굴에 얌전한 브라우스가 더 잘 어울리는 것같다.
에이즈에 걸린 아프리카의 어린이, 여성할례에 시달리는 어린이, 그래도 모습은 밝고 천진스럽다.
쓰나미현장에, 지진현장에 그녀를 필요로 하던 긴급구조팀장의 8년 6개월의 역할을 내려놓고, 그녀는 실전을 위해 이론을 겸비하기 위해 유학길에 올랐다.
그녀의 선택이 그녀에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한비야의 도전은, 배움에 대한 열망은, 인류를 사랑하는 마음은 아마 끝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한비야가 존경스럽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한비야를 닮고 싶어 하는 것이다.
벌써부터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서 한비야가 풀어놓을 이야기들이 기대된다.
그리고, 그이후에 한비야가 또 어떤 선택을 할지가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산자 - 2009 제17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격동의 시절인 70,80년대에 대학을 다니고, 중학교에서 지리를 가르쳤던 나에게 박범신은 그당시 최고의 베스트 셀러 작가였다. '죽음보다 깊은 잠', '풀잎처럼 눕다'는 그의 대표작이다.
그런 박범신이 오랜만에 내놓은 책이 '고산자'이다.
어쩐지 '古山子'는 지리교사였던 나에겐 친근한 호가 아닌가?
박범신은 '고산자'를 통해 김정호를 정의하기를 
평생 시대로 부터 따돌림을 당했던 孤山子
백성에게 지도를 돌려주고자 높은 뜻을 품어서 高山子
고요하고 자애로운 옛산을 닮아 古山子
 

위와같은 표현을 썼다.
孤山子, 高山子, 古山子....
모두 김정호에게 그럴듯하게 어울리는 호이다.

정부에서 필요로 하는 지도 제작이라기 보다는 서민들이 행상을 위해 길을 떠나면서 필요했던 지도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 국토를 얼마나 많이 헤매고 다녔던 고산아니된가.....
외롭고 힘든 일이기에, 산을 좋아하기에, 高山 (孤山)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작가는 고산자를 통해 김정호의 생애를 복원함으로써 누구보다 세상을 사랑했고, 그래서 세상과 계속 불화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뼈저리게 지켜온 강토에서, 나와 우리가 지금 계속 이어 살고 있다는 큰 위로와 자긍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대동여지도를 비롯한 지도를 제작하기 위해서 평생을 바쳤을 고산 김정호에 대한 문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실상, 김정호에 대한 기록은 단 한줄에 해당할 정도로 미미하다고 한다.
그런데, 박범신은 단 한줄의 글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과 인문학적인 통찰력으로 한 권의 소설을 만들어 낸 것이다.

박물관에서 대동여지도를 비롯한 김정호의 지도들을 보면서 그당시에는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바다를 건너 발품을 팔아가면서 전국토를 종횡무진하면서 그렸을텐데, 오늘날 인공위성에서 찍은 사진과 너무도 흡사하게 그려진 점에 대해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김정호의 생애는 오로지 기존의 지도보다 더 상세한 지도를 그리기 위해서, 그것도 백성들이 장사를 하면서, 산을 넘어 다닐 때에 바다를 건널 때에 편리하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그렸을 것이다.
보는 사람이 편리하도록 길이까지 적어 넣었으며, 그 지도에는 산의 줄기도, 물의 흐름도 나와 있다.
그당시 조정에서는 이런 지도가 우리의 국토를 상세하게 알 수 있다는 죄목에 감옥에까지 가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김정호는 오로지 우리 강토를 온전하게 지도에 담겠다는 의지하나로 작업을 했을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시련이 있었겠는가?
가족들은 잘 돌 볼 수나 있었겠는가?
고산 김정호의 실제 이야기가 아닌 픽션이지만, 고산의 나라 사랑, 지도 사랑의 마음이 엿보이는 책이다.
역시나 박범신의 작품속 고산자도 애달픈 가족사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을 처음 접할 때는 고산자가 산을 넘고 물을 건너면서 지도 제작을 하는 과정의 이야기와 가족의 이야기가 좀더 실감나게 표현되기를 바랐는데, 아쉽게도 너무 내용이 단순한 감이 있었다.

시중에는 단 몇 줄의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쓴 역사 소설들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박범신 작가가 조금도 욕심을 내서 직접 고산자의 발자취를 따라 다니면서 느낀 감정들을 단 한줄의 역사적 사실에 가미하여 단행본이 아닌 상, 하권 정도의 소설로 만들었다면 좀더 흥미롭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짧은 소설이기에 극적 갈등이나 전개가 약해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박범신 작가의 역량이라면 (상)(하)권 정도의 분량의 좀 더 긴 소설로 거듭 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앞으로도 70,80년대에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셨던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 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511 | 512 | 513 | 514 | 51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