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랍어 시간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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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까지도 '한강'이란 작가를 알지 못했다. 2011년이 끝나갈 즈음에 <희랍어 시간>이란 책이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중에 <나는 우연을 끌어 안는다 / 노지혜, 바다봄, 2011>를 읽게 되었는데, 그 책 중에 노지혜가 글쓰기를 배우기 위해서 다니던 문예창작학과에서 만나게 되는 선생님이 한강이고, 그 선생님은 노지혜에게 한 권의 책을 선물한다. 자신이 쓴 어른들을 위한 동화인 <눈물상자>이다.

그래서 읽게 된 <눈물상자>는 '그 눈물이 닿는 것만으로도, 아무리 단단하게 얼어 붙었던 마음도 천천히 녹기 시작하는' (눈물 상자 중에서) 순수한 눈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는 것이었다.

'우린 그런 순수한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

한강의 <눈물상자>는 짧은 동화이지만, 마음 속에 큰 여울을 만들어 주었다.

 

누구나 그렇듯이, 어떤 작가의 작품이 마음에 든다면 그 작가의 작품들을 한 작품 한 작품 조심스럽게 읽기 시작하게 되는 것이 독자들의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노지혜의 글쓰기 선생님인 한강의 작품을 읽기로 했던 것이다.

한강을 알기 전에는 중년 정도의 남자 작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녀는 한승원 작가의 딸인 것이다.

 

   ( 사진 출처 : Daum 이미지 검색)

한강의 글은 시인으로 등단하여서 그런지 어떤 작가의 글에서도 느낄 수 없는 평범하지 않은 문체가 돋보인다. 어떤 문장들은 한 문장 한 문장이 마치 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소설의 내용도, 주인공도 평범하지는 않다.

인문학 아카데미 희랍어 수업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남자와 여자.

남자는  유전적으로 할아버지, 아버지, 그렇게  대를 이어서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게 되는 것이다. 마흔 살이 다가오면서 그는 시력을 완전히 잃게 될 것이다.

남자는 독일에 건너가서 살다가 홀로 한국에 오게 되고, 지금은 희랍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희랍어....

오래 전에 죽은 말, 구어(口語)로 소통할 수 있는 말이다. 그가 희랍어를 공부하게 된 것도 독일 학생들 사이에서 희랍어를 잘 하는 동양 학생이 되기 위함이었다는 것은 그의 독일 생활에서의 어려움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그는 한때 사랑을 느꼈던 사람이 있었지만 그녀를 잃게 되었다.

" 그곳은 이곳보다 일곱 시간 늦게 해가 뜨지요. 이제 멀지 않은 날에, 내가 정오의 태양 아래에서 필름 조각을 꺼내 들 때 당신은 새벽 다섯시의 어둠 속에 있겠지요. 당신 손등의 정맥을 닮은 검푸른 빛은 아직 하늘에서 다 새어나오지 않았겠지요. 당신의 심장은 규칙적으로 뛰고, 타오르며 글썽이던 두 눈은 눈꺼풀 아래에서 이따금 흔들리겠지요. 완전한 어둠 속으로 내가 걸어 들어갈 때, 이 끈질긴 고통 없이 당신을 기억해도 괜찮겠습니까." (p 49)

 

여자는 태어나기 전부터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엄마가 임신중에 의사 장티푸스에 걸려서 약을 복용해야 했기에 엄마는 그녀를 유산시키려고 했었다. 그런데, 유산 직전에 태동을 느끼게 되고....

" 하마터면 넌 못 태어날 뻔 했지" 이 문장이 품고 있는 섬뜩한 차가움은 그녀에겐 마음의 아픔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십대에 그녀는 말을 잃어 버렸었다. 그리고 말을 찾았지만, 결혼, 그리고 이혼, 아이의 양육권을 빼앗기게 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또다시 말을 잃어 버리게 된다.

그녀는 아카데미 희랍어 강좌의 수강생이다.

"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자신이 입을 열어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의 말이 소름끼칠 만큼 분명하게 들린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하챦은 하나의 문장도 완전함과 불완전함, 진실과 거짓, 아름다움과 추함을 얼음처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혀와 손에서 하얗게 뽑아져 나오는 거미줄 같은 문장들이 수치스러웠다. 토하고 싶었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 (p15)

 

 

" 조각난 기억들이 움직이며 무늬들을 만든다. 어떤 맥락도 없이. 어떤 전체적인 조망도 의미도 없이. 조각 조각 흩어졌다가 한 순간 단호히 합쳐진다. 무수한 나비들이 일제히 날개짓을 멈추는 것처럼. 얼굴을 가린 냉정한 무희들 처럼 " (p 100)

두 사람이 각각 신체적으로 완전하지 못한 것은 그들이 공통점이기도 하겠지만, 남자가 시력을 잃어가는 것은 운명적으로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이고, 여자가 말을 잃어 가게 된 것은 마음의 상처가 가져다 준 의지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어쨌든 마음에 큰 멍울이 한가득 차 있는 것이다.

이들의 왜 희랍어 시간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희랍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문자이다. 그리고 구어로만 소통할 수 있는 문자라고 한다.

이 작품에서도 두 사람의 이야기는 지금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기 보다는 그들의 지난 날들의 이야기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말을 잃어가는 여자와 눈을 잃어가는 남자는 희랍어 수업을 통해서 만났고,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그들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속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희랍어 시간을 통해서도 어떤 공감을 느끼지도 않았었다. 

그들에게는 흘러가 버린 시간들, 지나간 세월 속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만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흔적들은 사라져 가야만 하는 것들일 것이다.

어느날 두사람이 새의 출현으로 겪게 되는 장면들에서 그들은 새로운 인연으로 만나게 되는 것이고, 서로가 상대방의 모습에서 서로의 모습을 비추어 볼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이 새로운 인연의 기쁨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 당신은 아마 짐작하지 못했을 테지만, 이따금 나는 당신과 긴 대화를 나누는 상상을 했는데.

내가 말을 건네면 당신이 귀 기울여 듣고, 당신이 말을 건네면 내가 귀 기울여 듣는 상상을 했는데.

텅 빈 강의실에서 희랍어 수업의 시작을 기다리며 함께 있을 때, 그렇게 실제로 당신과 대화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 (p173)

책의 내용중에는 희랍어의 이탤릭체 문장들이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흥미롭기도 하다. 중간 중간에 나온는 철학적인 사유들 또한 낯설기는 하지만, 이 소설이 가지는 특색이기도 한 것이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3인칭으로 전개된다.

그래서 독자들은 남자와 여자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기도 한 것이다.

 

 

나는 별로 길지 않은 장편 소설인 < 희랍어 시간>을 덮는 순간 한강의 또 다른 작품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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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오경아 지음 / 샘터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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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있어서 꿈을 이루기 위해서 어떤 결정을 내릴 때에 늦었다는 말을 있을 수 없음을 때때로 느끼게 된다.

다만, 꿈을 향한 도전과 용기와 결단이 부족하기에 슬그머니 꿈을 접어 버리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의 저자인 오경아는 방송작가이다. 그가 집필했던 방송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그녀의 필력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FM 영화음악>, < 심수봉의 트로트 가요광장>, < 이종환,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 양희경의 가요앨범>, <FM 가정음악>, <김경란의 클래식 산책>.

라디오를 거의 듣지 않는 나도 익히 들어온 음악 프로그램이고, 이곳 저곳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함께 진행자들의 멘트를 들었던 기억이 날 정도로 잘 알려져 있는 음악 프로그램들인 것이다.

오경아는 이런 프로그램의 집필 과정중에 불현듯 자신의 일을 접고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게 되는 것이다.

그 계기가 된 것은 잇달아 1년을 간격으로 세상을  떠나시게 되는 엄마와 아버지의 사망도  일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녀는 어디로, 무엇을 하기 위해서 떠났을까?

39살의 나이에 두 딸을 데리고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정원 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해서....

그리고 6년이 지나서 한국에 돌아 오게 되고, 다시 2주간에 걸쳐서 영국의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의 자신만을 위한 휴가를 보내게 된다.

이 책의 내용은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의 작은 딸과 함께한 2주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레이크 디스트릭트는 영국에서도 가장 소박하고 아름다운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적한 곳이다.

양떼들이 언덕에서 풀을 뜯어 먹고, 때론 도로까지 내려와서 도로를 온통 점령해도 느릿느릿 양떼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느림의 미학이 있는 곳이다.

 

 

이 곳의 카페 중에는 관광객이 북적거리게 되자, 문을 닫아 버릴 정도로 돈을 벌기 위해서 카페를 증축하거나, 도로를 넓히거나 하는 등의 안간힘을 쓰는 그런 곳과는 정반대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그녀가 머물렀던 우디의 오두막집의 매력이 소박한 정원이고, 그곳에서 마시는 한 잔의 차가 여유로움을 가져다 주는 그런 곳이다.

이 책을 읽던 중에 눈에 띄는 내용이 있다.

 

 

아주 오래 전에 상영되었던 나탈리 우드와 워렌 비티 주연의 영화 <초원의 빛(1961)>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 영화의 제목은 '워즈워스'의 시 속의 한 구절인 '초원의 빛이여'에서 따온 것인데, 중학교 시절 영어 시간에 키크고 멋진 영어 선생님이 가르쳐 주셨던 그 장면이 떠오른다.

<초원의 빛>이라는 영화도 언젠가 보긴 보았지만, 그 내용은 거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그 내용의 일부를 소개해준다)

마지막 장면이었던가, '워즈워스'의 시가 나왔던 것같은데....

" 한때는 그렇게도 밝았던 광채가

이제는 영원히 사라진다 해도

풀의 장려함이여, 꽃의 영광이여

그 시절을 다시 돌이킬 수 없다 해도

우리 슬퍼하지 말고, 차라리 뒤에 남은 것에서 힘을 찾으리. " (p 169~170)

 

오래전의 기억이 낯설지 않게 떠오르듯이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는  초원의 빛처럼 싱그럽다.

 

 

 

저자는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 6년전 자신이 쫓았던 꿈을 정리하고 한국에서의 또다른 새로운 삶을 생각한다.

" 이 삶이 지금보다 천천히 흘러가기를

이 삶이 지금보다 덜 싸우며 살게 되기를

이 삶이 지금보다 조금 더 초록이기를 " (p172 ~173)

책 속의 사진들에서 초록의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듯이~~

책 속의 사진들에서 소박한 정원의 모습을 느낄 수 있듯이~~

그렇게 마음에 다가오는 책이다.

 

 

 

그런데, 앞에서 잠깐 생각해 보았던

"누구에게나 인생에 있어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에 늦은 순간은 없다." 는 나의 생각은 어쩌면 현실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에 실린 그녀의 삶 속에서도 그런 부분들을 찾아 볼 수 있다.

(1) 그녀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6년이란 세월을 남편 홀로 한국에 남아 있게 하였다. 저자와 두 딸은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면서 꿈을 이루어 갔겠지만, 남편의 삶은?

가족이란?

(2) 그녀가 유학 자금으로 집 한 채 있던 것을 사용하게 되면서 한국에서의 집은 작은 집, 또 더 작은 집으로 옮겨 가게 되었는데, 지금은 분당의 반지하 연립에 살고 있다고 한다.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돈은 아니지만, 45살의 나이에 무모한 도전은 아니었을까?

(3)  두 자녀들은 영국에서의 생활에 만족을 느끼는 것같지만 큰 딸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대학생활을 하게 되었고, 작은 딸은 영국에서 대학생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4) 그녀가 박사학위까지 받아 왔지만, 그녀가 전공을 얼만큼 살릴 수 있을까?

전공이 정원 디자인이기에 다양한 곳에서 전공을 살릴 수는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학문일 경우에 유학을 마친 후의 진로는?

 

 

 

이 책의 시작이 일상을 접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면서의 이야기이기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삶은 곧 현실이고,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접아야 하는 경우가 많기에 그녀의 도전이 더 빛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저자의 딸의 말처럼 "엄마가 스스로에게 쓴 일기"(p9) 이기도 한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 여기의 글들은 레이크 디스트릭트와의 인연, 낯선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 만난 '그곳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 여행지에서 문득 떠올랏던 '그리운 이들' 그리고 앞으로 또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그때 그 장소에서 떠올랐던 날들에 대해 주제없이 써 내려간 '생각의 모음' " (p12~13) 인 것이다.

책 제목만을 보고 엄마와 딸의 절절한 가슴아픈 이야기라는 생각을 가졌다면 조금은 다른 생각의 글들을 접하게 될 것이다.

유난히 레이크 디스트릭트에는 수선화가 많이 피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수선화들을 보면서 멀지 않아 하얗게 또는 노랗게 아파트 화단에 피어날 수선화를 떠올려 본다.

저자가 만난 정원들보다는 못하겠지만, 철따라 고운 꽃들이 앞다투어 피는 아파트 화단의 꽃들과 싱그러운 초록이 그리워진다.

그 화단의 꽈리 나무와 과꽃은 오래전 엄마의 화단에서 캐 온 후에 해마다 피어나는 꽃이기에 나는 그곳에서 우리 엄마를 만날 수 있기도 한 것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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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5구의 여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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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출간된 더글라스 케네디의 3작품을 모두 읽어 보았는데, 반전이 끝내줍니다. 이 책도 조만간 읽으려고 하는데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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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의 대단한 호주 여행기
빌 브라이슨 지음, 이미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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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의 대단한 호주 여행기>의 저자인 빌 브라이슨은 마니아층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그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횡단기>, <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과 같은 여행기 로 잘 알려진 여행작가이자 기자이다.

관심은 가는 작가였지만, 이래 저래 미루다 보니 그의 작품을 한 번도 읽지를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읽게 된 작품이 <빌 브라이슨의 대단한 호주 여행기>이다. 요즘 여행기라고 하면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다양한 형태로 출간되는 책들이 많은데, 대부분의 경우는 여행지의 잘 찍은 분위기있는 사진들과 수박겉핥기식의 여행의 단편적인 단상이나 관광지 소개의 책들이 많은 것이다.

 

 

<빌 브라이슨의 대단한 호주 여행기>를 펼쳐드는 순간, 너무도 촘촘한 글씨들과 단 한 장의 사진도 담겨 있지 않다는 사실이 다른 여행서와의 차별화를 느낄 수 있었다.

책의 구성만으로도 꽉 찬 느낌을 주는 그런 책이다.

그런데, 책장이 넘어갈수록 왜 빌 브라이슨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지를 금방 알 수 있었다.

여행기라고는 하지만, 어떤 여행기에서도 볼 수 없는 폭넓은 내용들이 가득 가득 꽉 채워져 있었다.

" 오스트레일리아는 흥미로운 곳이다. 참으로 흥미롭다"라는 그의 말이 실감있게 다가온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호주에 대한 생각들이 겨우 남반구에 위치한 거대한 영토를 가진 나라. 그 중심에는 사막이 넓게 펼쳐져 있고, 시드니, 맬버른을 제외하면 별로 큰 도시들은 어떤 도시가 있던가 곰곰 생각해 보아야 하는 나라.

이런 정도 밖에 별 관심이 없었던 나라인 것이다.

빌 브라이슨도 그런 이야기로 부터 호주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별로 세계인의 관심을 끌지 않는 조용한 나라. 그것은 아마도 호주는 인구는 적으나 지역은 공허하고 세계에서의 역할은 그리 크지 않고, 특별히 주목을  끌만한 정치, 경제,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호주는 흥미로운 나라임에는 틀림없는 것이다.

 

        

 

" 오스트레일리아는 경이로울 정도로 넓은 황무지를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온갖 것으로 가득 차 있는 나라다. 흥미로운 것들, 오래된 것들,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것들, 그럼에도 눈에 뜨는 것들'

내 말을 믿어보라, 이 나라는 흥미롭다." (p17)

빌 브라이슨은 이번에 5번째의 호주 여행을 하게 된다. 그러나, 전의 여행과는 다른 진정한 호주를 살펴보기 위해서 종횡무진 그 거대한 대륙을 동에서 서로, 그리고 남에서 북으로 여행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여행은 여행이라기 보다는 모험에 가까울 정도로 힘겨운 여행이기도 하다.

자연환경, 날씨, 기후 등 많은 조건들이 여행을 힘들게 한다.

그중에서도 상어, 뱀, 해파리, 거미 등의 출현은 치명적인 독때문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호주는 물에서 땅에서 각종 생명체들이 여행자를 노리기도 한다는 것을 우리같은 럭셔리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들일 것이다.

 

     

 

또한 빌 브라이슨은 호주에 관한 식견이 대단하다. 이미 여행전에 문헌적 사전조사를 철저하게 하였는지, 호주의 초기 탐험가들의 이야기에서부터 역사, 자연환경, 생태계, 여행중의 사람과의 만남 등 폭넓은 이야기들을 그의 예리한 관찰력과 유머러스한 말들을 통해서 흥미롭게 표현하는 것이다.

빌 브라이슨에게 호주가 참으로 흥미로운 나라라면 나에게는 빌 브라이슨의 문장들이 참으로 흥미로운 글들인 것이다.

그는 때론 72시간 동안 거의 아무 것도 안하고 브로컨힐에서 퍼스까지 동부에서 서부로 기차를 타고 횡단을 하기도 한다.

 

 

" (...) 오스트레일리아는 어느 곳과 비교해도 독특하다. 어마어마한 거리는 물론(거리가 어마어마한 것도 사실이다) 그 거리에 펼쳐진 엄청난 황무지때문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800킬로미터는 다른 지역의 800 킬로미처와 다르다. 또한 그 거리를 가늠할 수 있는 방법은 육로로 그 대륙을 횡단하는 것 뿐이다. " (p65)

 

이 책은 호주에 대한 어떤 특정지역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호주가 탐험가들에 의해서 발견되던 초기에서부터 유배지의 역할을 하던  시기, 그리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것을 상세하게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그 내용들 중에는 이제까지는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었던 호주가 세계의 이목을 끌지 못하는 이유까지도 상세하게 설명되는 것이다.

이 책 한 권이면 호주의 모든 것을 섭렵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다양한 이야기가 빌 브라이슨의 유려한 필력으로 쓰여졌다. 
아직 빌 브라이슨의 글을 접해 보지 못한 독자들이라면 그의 글의 진수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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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 초한지 - 99퍼센트의 평범한 영웅들을 위한 성공 프로젝트
이남훈 지음 / 중요한현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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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주 아끼는 책중에 <초한지 /김팔봉, 어문각, 1984>이 있다. 아주 오래된 책이어서 종이는 누렇다 못해 갈색에 가까울 정도로 퇴색하고, 책 속의 글체는 읽기도 어려울 정도로 작다.

 

 

그래도 몇 번의 책 정리에도 끄떡없이 책장에 꽂혀 있는 것을 보면 그만큼 나에게는 소중한 책인 것이다.

모두 3권으로 구성된 김팔봉의 <초한지>는 중국 역사에 흥미를 가졌던 내가 밤을 새우면서 읽었던 책이다.

진시황제에 의해서 세워진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인 진(秦)나라가 몇 년 못 버티고 무너지면서 초나라의 항우와 한나라의 유방의 승리와 패배를 거듭하는 전투가 벌어지게 되고, 결국에 유방에 의한 중국 두 번째의 통일국가인 한나라가 세워지게 되는 과정을 쓴 책이 <초한지>이고, 한나라는 중국 역사상 가장 큰 발전을 이룩한 나라이며, 이후에 위, 촉, 오의 전투인 <삼국지>가 펼쳐지니, <초한지>는 <삼국지>에 버금가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모든 전쟁이 그렇듯이, 군사력만 강하다고 전쟁에서 이기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전쟁을 리더가 되는 영웅들의 뛰어난 리더십과 함께 영웅들을 보좌하는 참모들의 계략과 병법, 그리고 지혜가 더 큰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나간 역사 속에서, 그 역사 속의 영웅들의 행적에서 많은 가르침을 배우게 되는 것이고, 그들의 지혜를 삶에 적용하게 되는 것이다.

 

 

 

<샐러리맨 초한지>는 현재 TV 에서 방송되는 드라마의 실전편이라는 책띠의 글이 있기는 하지만, TV드라마의 내용과는 무관한 책이다.

혹시 이 책이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 관한 이야기일까 하는 생각을 한다면 잘못된 생각이고, 다만 드라마처럼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중국 역사 속의 초나라와 한나라의 전투를 통해서 샐러리맨으로 살아가는데 성공비법을 배울 수 있도록 초한지의 내용과 비교하여 직장생활에서 어떻게 행동하여야 할 것인가를 가르쳐 주는 것이다.

초한지의 영웅인 항우와 유방.

두 사람은 출발부터 다른 것이다. 그런데, 무엇이 한 사람은 승자로, 한 사람은 패자가 되게 하였을까?

초나라의 명장 가문 출신의 자제였던 항우는 진시황제의 어가를 보면서

' 천하를 호령하는 진정한 영웅이 되리라 ' (p 25)리고 생각하지만, 결국에는 오강(烏江)에서 자결을 하게 되는 패자가 되었다.

 

   

 

그러나 유방은 저잣거리에서 외상술로 허송세월을 하면서 40이 넘도록 지방의 작은 관직에 머물었지만,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 욕망을 갖고 자신을 따르는 참모들의 전략과 지혜에 귀를 기울이고, 사람을 잘 다스렸기에 천하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항우가 과격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만을 쫓는 과정에서 진나라 병사 20만명을 집단학살 하는 등의 잔인한 행동을 자행하는 것이 자신의 리더십으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유방은 항우밑에 있던 참모들까지도 받아들일 정도로 사람에 대한 신뢰감이 있었다.

포로의 처결 방법에 있어서도 두 사람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항우가 폭압과 착취의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면, 유방은 포용과 나눔의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참모중의 한신의 경우에는 처음에는 항우밑에 있었는데, 유방의 수하에 들어오게 된다.

유방은 처음에는 한신을 탐탁치 않게 생각했지만, 소하의 추천으로 대장군에 임명하게 되는 것이다.

한신의 천재적인 지략가였고 심리전에 뛰어났지만, 항우밑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하다. 그러나 유방의 참모가 되면서 그의 계략이 뛰어남을 알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신은 직장생활을 하는 샐러리맨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한신은 지략은 뛰어났지만, 잦은 실수로 일을 그르치게 되는 인물이고, 결국에는 여태후에 의해 살해되니까.

 

 

항우의 패배와 유방의 승리는 리더십의 핵심이 '앞에서 이끌어가는 리더의 모습'이 아니라 '부하들을 따르게 하려는 리더의 노력'이라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그렇다면 <샐러리맨 초한지>는 직장생활에서의 리더십만을 이야기하는 책일까.

물론, 아니다. 이 책 속에는 초한지의 주요 전투장면을 비롯한 두 영웅들의 이야기를 제시하고, 여기에서 샐러리맨이 배울 수 있는 직장내의 상황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상사와 부하의 관계, 인재등용, 직장생활에서의 생존 방법, 리더십, 자기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과의 협상, 경쟁, 직장생활 중의 슬럼프, 승진, 인간관계 등 샐러리맨이 직장내에서 겪을 수 있는 모든 상황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이다.

 

 

" 금빛 매미가 되기 위해서는 껍질을 과감하게 벗어 던져야 한다" 는 금선탈각(金蟬脫殼)의 지혜 위기 탈출의 열쇠는 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직장생활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자신이 하던 프로젝트의 성공일 것이다. 그것은 회사와 자신의 성취이겠지만, 그뒤에 오는 변화와 혼란이 있다는것이다.

 

 

이런 성공으로 인하여 새로운 질서가 재편되게 되는데, 이것 역시 초한지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유방이 천하를 제패한 후에 논공행상에 따른 혼란이 있었듯이,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정리하였는가에 그 답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끝맺음 글로 <닫는 말>을 통해서 2가지 질문을 한다.

◆ 조직력을 강화시키는 해법. 외부에 있는가? 내부에 있는가?

◆ 자신의 위상을 높이는 방법. 파워에 있는가? 영향력에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스스로 각자가 찾아야 하지 않을까~~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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