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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라디오 - 오래 걸을 때 나누고 싶은 이야기
정혜윤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그동안 정혜윤 PD의 책에 매료되었던 것은 책 속에서 또 다른 책 이야기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떤 상황과 어떤 인물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 바로 그녀가 읽었던 책 이야기가 떠오르고, 그 책의 문장들이 술술 실타래에서 풀려나올 수 있을 정도의 독서가이기에 그렇게 다져진 필력이 마음에 공감을 주곤 했다.  

정혜윤이 쓴 다수의 책들을 읽으면서 그녀의 독서 이야기, 여행 이야기, 인터뷰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읽게 된 <마술 라디오>는 이전에 읽었던 작가의 책들에 비해서는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우선 그렇게 느끼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가까운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듯 씌여진 '~ 했어'라는 구어체 문장인데, 때에  따라서는 친근감있게 다가오기도 하겠지만, 이런 문장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책을 읽는내내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아마도 작가는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라디오 PD로서 방송을 제작하기 위해서 취재하는 과정에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 방송 이야기 등의 취재파일 속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끄집어 내서 들려주는 작업이라는 생각에서 한 시도였겠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너무 가볍고 부자연스럽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해 준다.  

그리고 또 하나 특이한 점은 프로롤그가 책의 9쪽에서  56쪽에 이를 정도로 상당한 분량을 차지한다. 작가 역시 이런 점이 편집자에게 지적 사항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는지, 그에 대한 해명을, " 실험 정신이죠, 일종의 형식파괴예요." 라는 말로 대신하지만 아직까지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은 시도이다.

CBS 라디오 PD인 정혜윤은 그동안 시사적인 국내외 다큐멘터리 다수 제작을 했다. 그녀에게 '라디오 PD'란 이란 질문을 한다면, '듣고 묻는 자'라고 답한다.

" 라디오 피디의 최고 권력 행사는, 바로 물어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음이야. 그렇게 묻고 들으면서 끝없이 살 방법을 찾아 헤매는 사람, 수많은 삶의 형태를 전하는 사람, 이게 라디오 피디라고 나는 생각해." ( p. 48)

우리에게 라디오란 흘러간 아련한 추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라디오란 몇 십 년 동안 내 스스로 한 번도 들어 보지 않은 고물과 같은 존재이다. 어떤 장소에 갔을 때에 우연히 가끔 들었던 기억이 날 정도로 우리들에게서 멀어진 매체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가슴 속에는 빛바랜 라디오가 한 대 씩은 들어 있기 마련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들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라디오 PD인 정혜윤의 가슴 속에는 그 누구 보다도 더 크고 귀중한 라디오 한 대가 들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그동안 방송을 위해서 취재를 했던 그 이야기가 담겨 있는 라디오가 그녀의 가슴 속에 들어 있는 것이다.

그 이야기는 누군가의 삶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잊을 수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때론 가끔씩 생각나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일생에 있어서 가장 자랑스러운 이야기 이기도 하고, 가장 후회스러운 이야기이기도 하고, 앞으로의 꿈과 소망을 담은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 이야기들을 작가는 그 이야기의 주인공의 목소리로 들려주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작가 자신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모두 14 편의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를 짙은 노란색 종이에서부터 시작하여 차츰 옅어지다가 나중에는 흰색 종이 위에 풀어 놓는다.

책 속의 이야기 중에 가장 마음에 남는 이야기는 두 번째 이야기인 '빠삐용의 아버지'이다. 제주에서 만난 낚시꾼 아버지는 3 명의 아들을 두고 있다. 그 중의 둘째 아들은 자폐아로 틈만 나면 큰 도로로 걸어나가서 없어지곤 한다. 빠삐용처럼 집에서 탈출을 한다. 그 아들을 수없이 찾아 나서야 했던 아버지, 그런데 첫째 아들도 둘째 보다는 정도는 약하지만 자폐아이다.

그 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 저는 요, 내 아이들도 축복받은 생명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 (p. 89)

그 아버지를 통해서 '그냥 받아들인다' 는 의미를 되짚어 보게 헤 준다.

" 우리는 일상이 자신이 상상하고 기대했던 것과는 달라서 괴로워하지. 일상의 소소함이 더 큰 무엇인가로 이끌어주지 않아서 괴로워하지. 행복이란 상상 속에 있는 것도 아니고 저 높은 곳에 있는 내가 모르는 남들의 시선 속에 있는 것도 아니며 지상, 식탁, 책상, 잠자리, 산책길, 자전거, 책 속에 있겠지. " (p.88)

그리고 열세 번째 이야기인 '제일 부러운 사람'에서는 딱딱한 현실에서 피어나는 표고버섯과 같다고 해서 '표고버섯 아저씨'라 불리는 사람의 이야기인데, 표고버섯, 팽이버섯, 새송이 버섯, 느타리 버섯, 양송이 버섯, 광이 버섯 등이 자라는 환경, 배양 방법 등이 다르듯이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 (...) 인생은 딱 이거야. 어떻게 살아왔냐야. 행복, 최후의 순간에 말하는 거야. 인생은 다 살고 끝에 가서 말하는 거야. " (p. 268)

이렇게 14편의 이야기는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이야기처럼 각가지 사연을 담고 있다. 이 이야기들이 고전문학과 음악 등의 이야기와함께 라디오 속에서 흘러나오는 듯하다.

청취자들이 같은 라디오 방송을 들더라도 그 이야기를 어떤 관점에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다른 반응을 가져 올 수 있듯이, 이 책 속의 이야기들도 독자들에게 여러 형태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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