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 - 호르헤 베르고글리오와의 대화
교황 프란치스코 외 지음, 이유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2013년이 저물어 가는 세밑에 흥미로운 기사가 올라왔다. 미국의 남성잡지인 '에스콰이어'에서 올해의 베스트 드레서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선정했다고 한다.

선정 이유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임자들처럼 호화로운 보석과 모피로 된 망토나 반짝이는 빨간색 구두 대신 아무런 장식을 하지 않은 단순한 종교 예복과 검은색 구두를 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건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보적인 신앙의 표출이며, 자신의 직분을 다하면서 앞으로 이룩하고 싶은 것을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해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진출처 : Daum 검색)

역시,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면목을 그대로 엿 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한 자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만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분이다.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2013년 3월 13일 제 266대 로마 가톨릭 교회의 교황으로 선출되었다. 교황은 그레고리오 3세 (시리아 출신)이후 1282년만에 탄생한 비유럽권 출신 교황, 가톨릭 교회 역사상 최초의 미주 출신, 최초의 예수회 출신 교황이다.

이런 교황의 특별한 이력 보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권위 대신 겸손을 실천하는 휴머니스트 교황이라는 점이 가톨릭 신도가 아닌 사람들도 관심을 가지게 되는 요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르헨티나의 추기경이었던 2010년부터 약 2년간에 걸쳐서 언론인 세르히오 루빈과 프란체스카 암브로게티와 진행된 대담 내용을 엮은 책이다.

대담 내용은 교황의 조부모 시대로 올라가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교황의 아버지가 24살 되던 해에 그의 부모들은 대가족을 이끌고 이탈리아에서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온다.

 

교황의 아버지는 회계사였다. 베르고글리오(교황)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일을 시작하게 되는데, 그것은, 인생여정에서 일을 통해 인간의 장단점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된다.

그렇다면 교황은 일에 대해서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을까?

일은 사람에게 존엄성을 갖게 해 주는 것이기에 실업자는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지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 를 보잘것 없는 존재로 여기게 된다. 여기에서 교황은 기부의 문화가 아닌 노동의 문화를 장려한다. 바로 일자리 창출의 필요성이다. 

교황은 신학교에 가게 된 이유를 하느님이 그를 부르실 때의 자비로운 모습 때문에 종교적 소명을 가지게 되었다고 술회한다.

" 성숙한 삶, 인내를 이룬다는 것 " (p. 113)

" 인내를 이룬다는 것은 인생 자체가 평생 교육이라는 사실을 받아 들이는 것" (p. 117)

추기경은 대담을 통해 조부모와 부모, 가정환경, 학교생활, 성장 과정, 소명, 기도, 성직자의 직책과 수행, 종교적 문제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중에 제 3부 "살아있는 가톨릭"은 종교적 문제, 가톨릭의 교리 및 현 시대에서 교회가 어떤 방식으로 그들의 임무를 수행해 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심도있는 물음과 답변이 이어진다.

공감이 가는 내용 중에 성직자들이 빠지기 쉬운 유혹 중에 하나가 성직자들이 목자가 아닌 관리자가 되어 간다는 점이다. 교황은 가톨릭은 틀을 깨고 나와야 함을 강조한다. 즉, 지금까지 가졌던 성직자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이 필요함을 주지시킨다. 바로 이점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이 된지는 얼마 안되지만 그동안 보여준 행보가 아닐까 생각된다.

"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먼저 다가서야 합니다. " (p. 136)

가톨릭 교회 안에서 대두되고 있는 피임, 낙태, 사제 독신제, 세속화에 대한 교황의 생각도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교황의 가톨릭 교회의 문제점에서부터 교황의 사생활 부분까지 질문이 이어지고 그런 질문에 대하여 교황은 사제로서, 또는 인간으로서 답을 한다. 

교황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샤갈의 <백색의 그리스도 수난도>인데, 이 작품은 잔인하게 표현하지 않고, 오히려 희망을 엿 볼 수 있게 그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 그림을 찾아 보았다. 작품 설명은 여기에서 생략한다.

(사진출처 : Daum 검색)

그리고 교황은 젊은 시절에는 탱고도 추었고, 훨덜린의 시를 좋아하며 푸르트벵글러 버전의 베토벤 ‘레오노레’ 서곡3번도 좋아한다.

인간이 가져야 할 미덕 중에 최고의 미덕은,

" 다른 이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는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는 온화함에서 비롯되어야 합니다. 온화함은 저를 매료시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하느님께 온화한 마음을 갖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 (p. 215)

그렇다면 인간이 저지르는 죄 중에 가장 극악한 죄는 무엇일까? 교황은 " 사랑을 최고의 미덕이라고 한다면 논리적으로 볼 때 가장 극악한 죄는 증오라고 해야겠지만, 저는 증오보다도 오만함을 가장 혐오합니다. 오만이란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믿는 것이지요. " (p. 215)

특히, 이 책은 교황이 되기 이전의 아르헨티나 추기경 베르고 글리오와의 대담이기에 아르헨티나의 정치적 혼란이나 사회적 문제점들도 다루어진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교황의 종교관에 대한 이야기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성직자로서의 교황의 면모 보다는 인간 프란체스코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교황이 보여주었던 행보들이 이런 교황의 마음에서 나왔음을 느끼게 해 준다.

교황이 전하는 따뜻한 메시지를 2013년 마지막 날을 보내면서 마음에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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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 2013-12-31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렇군요.
저는 얼치기 천주교 신자인지라 여태 교황에 대해 암것도 모르고 있었어요.
라일락님 덕분에 새로운 것을 배우고 갑니다. 저도 한번 읽어봐야 겠네요.

라일락님 한 해 동안 에세이 분야 파트장 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2014년에도 늘 행운이 함께 하시길...^^

라일락 2013-12-31 14:15   좋아요 0 | URL
네, 꼼쥐님도 한 해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2014년도 행복한 한 해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