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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그림자의 춤
앨리스 먼로 지음, 곽명단 옮김 / 뿔(웅진)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군가로 부터 '안톤 체호프'의 <키스>라는 작품을 읽어 보았냐는 질문을 받았다. 미국 대학에서 에세이 수업시간에 이 작품에 대한 작품 해설을 듣고 자신의 경험을 중심으로 에세이를 쓰라는 숙제를 받았기에 조언을 구하는 것이다.
한참을 생각했지만, '안톤 체호프'의 작품은 학창시절에 읽기는 했지만 기억나는 작품이 거의 없다. 아마도 그가 단편소설 작가이기에 한 권의 책에 여러 편의 단편소설이 담겨 있는 '단편집'을 읽다 보니 그런 것이리라. 단편소설은 구성이나 전개, 인물들이 단순하여 독자들이 짧은 호흡으로 읽을 수 있지만, 마지막 반전이 극적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한 권의 책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재미도 있다.
그러나 지금껏 단편소설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201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단편소설 작가인 '앨리스 먼로'가 받게 되었다. 작가는 1931년생으로 여든 살이 넘은 캐나다 사람이다.

작가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없기에 그녀의 작품을 만나기 위해 대표작이 실린 두 권의 책을 구입했다. 한 권은 <행복한 그림자의 춤>이고, 또 한 권은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이다.
먼저 읽은 <행복한 그림자의 춤>은 작가가 1950년대부터 15년에 걸쳐 쓴 단편 15 작품이 실린 책이다. 이 책은 작가의 첫 소설집이기도 한데, 흥미로운 것은 여러 해 동안 출판사를 돌아다니며 출간을 하고자 했지만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은 캐나다 에서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인 <캐나다 총독문학상>을 수상하게 되면서 '앨리스 먼로'는 문단의 화려한 찬사를 받으면서 세계적인 단편소설가로 인정받게 된다. 지금까지 열두 권의 단편집을 발표했고, 〈총독문학상〉 3번, 〈길러 상〉2번, 미국에서는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오 헨리 상〉을, 2009년에는 〈맨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였으며, 2013년에는 노벨 문학상까지 받게 되었다.


'앨리스 먼로'소설의 특징은 뜻밖의 반전이 거듭되고 시원한 결말이 없는 것인데, 작품 속에는 단편소설이지만 깊이와 지혜, 정밀성이 각 작품마다 잘 담겨 있다고 한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그녀의 작품들은 '여러 사람이 겪은 각기 다른 경험을 형상화한 것' (작가의 말 중에서)이라고 한다.
저마다 겪는 일상의 희로애락을 통해 사람들의 일상의 마음을 담아 내는데, 그 작품들은 한 편의 성장소설이거나 여성 일대기이기도 하다.
아직 나는 작가의 작품을 접해 보지 않았기에 궁금한 마음에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그중에서도 이 책의 표제작이자, 이 책의 마지막에 수록된 <행복한 그림자의 춤>을 먼저 읽기로 했다.
이 작품은 캐나다의 온타리오 지방에 살고 있는 마살레스 할머니 선생님의 이야기로 특별하지 않은 일상인 것같으나 자신이 피아노를 가르치는 학생들과 부모들을 대상으로 피아노 연주를 하도록 하고 작은 파티을 열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겉으로 나타나는 부분 뿐만 아니라 내면의 이야기까지 생각해 보게 해 준다.
언니 마살레스와 동생 마살레스의 삶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 같으나 나이 많은 독신 여성이 갖는 감수성과
어린이들의 순수성을 믿는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마살레스 선생님은, " 당신이 어린이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볼 수 있고 거기에서 착한 마음씨와 선한 것이면 무엇이든 다 좋아하는 천성을 간직한 보물고를 찾아낼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민든 사람" (책 속의 글 중에서)이다.
겉으로 나타나는 이야기와 내면 속의 이야기가 작가의 섬세한 묘사로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이야기같으나, 작품을 읽어 나가다 보면 그 속에서 어떤 슬픔이, 어떤 기쁨이, 어떤 사랑이, 어떤 절망이 담겨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