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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 - 낮의 이별과 밤의 사랑 혹은 그림이 숨겨둔 33개의 이야기
황경신 지음 / 아트북스 / 201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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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의 작가인 '황경신'의 글쓰기 스타일을 전혀 모르기에 이 책의 앞 부분을 읽을 때에는 다소 어리둥절(?)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 책의 장르가 에세이이고 미술 작품 33 작품과 연관이 있는 이야기이기에, 작품에 관한 이야기가 쓰여져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당연히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 속의 이야기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을 하고 읽다 보면 그것이 아님을 알게 되고, 작품 속의 이야기인가 하고 읽다보면 그것도 아님을 알게 된다.

상당히 독특한 스타일의 글들이라는 생각을 갖고 읽는다면, 책 속의 이야기들의 본질을 알게 될 것이다.

작가는 <그림 같은 세상>, < 그림같은 신화>라는 그림 에세이를 이미 출간한 적이 있지만, 그 책들을 읽지 않았기에 이번에 읽게 된 <눈을 감으면>은 독자의 입장에서는 낯설어도 너무 낯설고, 독특해도 너무 독특한 그림 에세이이다.

" 눈을 감으면 보이고, 눈을 감으면 들리고, 눈을 감으면 안다. 현실을 보지 못했을지 몰라도 감은 눈으로 그녀는 언제나 더 중요한 것을 보았다. (p. 126)

바로 작가는 눈을 감으면 보이는 것을, 눈을 감으면 들리는 것을, 눈을 감으면 알 수 있는 것을 이 책 속에 담아 놓았다. 33 작품의 그림을 보고, 보는 순간에 떠오르는 것들이 아닌,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이야기를 작가의 상상력으로 작품마다 하나의 이야기씩을 만들어 내서 33 개의 이야기를 완성하였다. 흔히 그림에세이라고 하면 화가의 이야기,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런 생각을 가진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이야기가 과연 누구의 이야기인가 감(感)을 잡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상상력이 빚어낸 이야기임을 알게 되면 책 속의 이야기와 그림이 너무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 책의 구성은 이별, 슬픔, 성장, 사랑의 이야기로 되어 있다. 이 역시 다른 책들과는 다름을 느끼게 된다. 사랑이 먼저 오고, 그 이후에 성장과 이별과 슬픔이 오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던 독자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사람과 사랑과 희망, 그림 속에 숨겨둔 이야기' ( 책 속의 글 중에서)가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프롤로그를 대신하는  '조지 프레더릭 와츠'의 <희망>은 그림만으로는 희망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작가는 이 작품을 보는 순간 " 희망이란 단어에서 외로움, 상실감, 슬픔 같은 것을 보는 사람이 나 혼자는 아니구나(...)" (p.6) 하는 안도감을 느꼈다고 한다. " 그 찰나, 희망의 끝자락이 막 골목을 돌아 시야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본다. 내가 본 것은 희망의 부재, 그러나 그건 희망이 그곳에 있었다는 증거. " (p. 7)

"희망은 아무 것도 보지 않는다. 현재와 현실과 미래와 구원을 직시하는 순간, 희망은 희망을 잃고 만다. 희망이 희망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희망 외의 것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리하여 희망은 스스로 눈을 가린다. 둥근 물체 위에 앉아 있다는 사실도, 현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도 잊기 위해." (p. 11)

눈을 감지 않았다면 보이지 않았을 것들, 들을 수 없었을 것들, 알지 못했을 것들....

33작품의 그림 중에는 내가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그림들도 다수가 실려 있다. 특히 '칸딘스키'라고 하면 사실적 묘사보다는 색채와 선 그리고 면을 이용하여 순수조형만으로 작가의 감정을 표현하는 작가인데, 그의 작품인 <크리놀린을 입은 사람들>은 작가의 다른  작품세계를 엿 볼 수 있어서 상당히 인상적인 그림이기도 하다.

 

마티스의 <니스의 실내>도 처음 본 작품이고, '오딜롱 르동'의 <감은 눈> 시리즈도 이 책의 제목과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그림 속에서는 우리들이 미처 찾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작가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가 떠오르는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들려준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생각을 많이 하는 독자들에게는 쉽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에게는 좀 낯설게 다가오고, 이야기 속에 담긴 또다른 의미를 찾아내기에도 그리 쉽지는 않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려면 그림을 보고 한 번  쯤은 눈을 감고 자신의 이야기를 생각해 본 후에 책 속의 이야기를 읽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그림을 보고 나서,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눈을 감고서 떠오른 것들에 관한 것이다. 그림이 직접적으로 알려주지 않는 이야기들, 어쩌면 그림이 끝끝내 숨겨놓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황경신 작가의 감은 눈을 통과하여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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