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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 : 돈과 마음의 전쟁
우석훈 지음 / 김영사 / 2012년 11월
평점 :
<모피아>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이 책의 저자인 '우석훈'의 <88만원 세대>를 먼저 들여다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2007년에 출간된 책인데, 꽤 많은 독자들이 읽은 책이다. 그건 책제목이 주는 강렬함때문이 아니었을까 한다.
이 세상에서 설 자리가 없는 답답한 젊은이들에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 좋은 제목인 것이다. 그럼, 왜 88만원 세대일까?
" 20대의 95%가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 아래 비정규직 평균임금 119만원에 20대 급여의 평균비율 74%를 곱한 수치이다." (우석훈의 <88만원 세대>의 출판사 책 소개글 중에서)
이런 가설을 바탕에는 일본의 '버블 세대', 유럽의 '1천 유로 세대' 미국의 '빈털터리 세대'와도 같은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사회문제들을 중심으로 젊은이들에게 '세대간 불균형'을 타파할 수 있는 방법은 대안을 제시하는 경제학 관련 책이다.
그런데 저자는 2012년 3월에 <88만원 세대>의 절판을 선언했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서,
" '처음에 이 책을 쓰면서 생각한 변화는 벌어지지 않았다.' 또한, "'세상에 준 기여보다 부정적 폐해가 더 많게 된 책, 청춘들이 움직이지 않을 이유를 삼게 된 책' 이라며 절판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는 '죽어도 바리케이트를 치지는 못하겠다는 20대만 더 많아졌다.' 고 말하면서 '청춘이여, 정신 좀 차려라' 는 글을 덧붙였다고 한다. (<데일리 이슈> 기사 중에서 발췌)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전에 읽기는 했지만, 세세한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읽을 당시에도 <88만원 세대>라는 책제목에 이끌렸던 것만이 기억이 난다.
그렇다면 '우석훈'은 누구일까?
그는 생태경제학을 전공하였다. 환경과 경제적인 이슈를 결합시키는 글을 주로 많이 쓰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경제 성장을 위한다는 명목하의 생태계와 농촌을 파괴하는 건설경기 부양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고,
미세먼지 등 대도시의 환경재난으로 기형아가 탄생하게 되는 문제 등도 다루었고,
서울시의 뉴타운 공사와 재개발 공사에 대해서도 환경 단체를 통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처럼, 그는 경제, 사회, 문화 등에 관하여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모피아>라는 소설을 쓴 것이다.
이 소설은 시나리오 형식으로 시도되기도 했고,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되어 부산 영화제에 출품하려는 생각도 했지만, 결국에는 소설로 출간되어 독자들 앞에 나오게 된 것이다.
'모피아'라는 단어부터 익숙하지 않다. 얼핏 '마피아'가 떠오른다. 이 단어는 재정경제부(MOFE, Ministry of Finance and Economy)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이다. 재경부 출신들이 정부 산하기관을 장악하는 것을 말하며, 이들은 정부의 권한보다도 더 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기에 이들에 의해서 경제 쿠데타가 일어난다면 정부도 전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2014년 9월부터 2015년에 걸쳐져 있다. 바로 코 앞에 닥친 18대 대통령 선거의 결과로 들어서는 정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모피아>에서는 보수 집권당이 패배를 하고 '시민의 정부'가 집권을 하게 된다. '경제 민주화'를 내세웠던 정부는 '모피아'에 의해서 경제 쿠데타를 당하게 되고, 대통령은 경제에 대한 결정권을 총리에게 넘겨 주게 된다.
'모피아'의 실체를 미리 감지했던 한국은행 외환은행 팀장이다가 대통령 경제 특보가 된 오지환이 이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의 의미는 독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모피아'의 실체를 알려주고 그들이 어떻게 정부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가를 알려주기 위한 생각이 더 많을 것이기에 소설의 재미는 독자들이 각자 읽으면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의 내용들이 결코 소설의 창작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국무총리실에서 근무하기도 했기에 그가 알고 있는 '모피아'의 실체가 소설 속에 어느 정도 반영되었을 것이다.
이 책은 소설로 본다면 여기 저기 어설픈 구성이 있기는 하지만, 저자가 이 소설을 쓰기로 작정한 것은 소설적인 재미만을 생각하지 않았기에 그런 관점에서 읽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소설의 출간시기에 있어서는 좀 민감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소설이기는 하지만, 대통령 선거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서 다음 정부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로 쓴다는 것이 읽는 독자들에 따라서는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중국의 대표작가인 위화가 쓴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 / 위화 ㅣ문학동네 ㅣ 2012> 에 보면 중국에서는 '텐안문 사건'이 일어난 6월 4일은 인터넷상에서 금지어로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위화를 비롯한 중국인들은 이 날짜를 써야 할 경우에는 5월 35일로 쓴다고 한다. 일종의 언론 탄압을 빠져 나가기 위한 수단이라고 볼 수도 있다.
<모피아>를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던 점 중에 하나가 바로 그런 점이었다. 저자가 '모피아'를 이야기하고 싶지만, 그것이 다큐멘터리 형식이라면 어떤 제재를 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소설이기에 이런 이야기가 출간될 수 있었을 것이다. 소설이란, 허구의 이야기이면서도 현실의 이야기가 될 수 있기에....
또한 2014년은 현실이 아닌 가상의 날이기에 어떤 정부가 들어섰는가에 이의를 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대통령 후보 중에 누구를 지지하느냐를 떠나서 소설의 출간 시기가 대통령 선거 후 였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이 소설은 재미로 읽기보다는 우리들이 잘 모르는 어떤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접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읽으면 더 흥미로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