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으로 끝내는 수채화 - 기초부터 풍경까지
김흥수.서인천 지음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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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장 친한 친구는 중학교 1학년 때의 짝꿍이다. 그 친구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중학교 1학년 미술시간이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그래도 그림 꽤나 잘 그린다고 칭찬을 많이 들었다. 그 시절의 초등학교 과정에서는 수채화가 없었고, 크레파스화가 전부였다.

당시에 소년한국일보를 구독했었는데,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미술대회가 있었다. 장소는 경복궁이었다.

그날 경복궁에는 서울에서 그림을 잘 그린다는 아이들은 모두 모인듯, 학부모와 학생들로 경복궁은 꽉 찼다. 경회루(그때는 경회루에 사람들이 들어갈 수가 있었다)에 들어가서 그곳의 풍경을 그렸는데, 마침 소년한국일보의 조풍연 주간이 그곳에 와서 미술대회 모습을 보다가 내 그림을 보고 참 잘 그렸다고 칭찬을 해 주셨다. (그래서 그 분의 이름을 지금까지 기억한다)

얼마후에 신문을 통해서 미술대회에서 상을 받게 된 소식을 알게 되었고, 푸짐한 상과 상장은 학교로 전달되어서 월요일 학생 조회시간에 받는 영광을 누렸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중학교 미술시간은 정말 싫은 시간이었다.

미술 선생님은 서울대 미술대학을 나오고 앙가주망이라는 미술동인에 소속된 화단에서도 인정받는 화가셨다.

그 선생님의 첫 미술 수업은 꽃병에 꽂힌 꽃을 그리는 것이었는데, 나는 그때 수채물감을 사용할 줄을 잘 몰랐다.

그래서 스케치는 잘 했지만, 수채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다 보면 그림은 순식간에 엉망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내 짝은 너무도 멋있게 잘 그렸다. 지금도 그 친구의 그림이 내 머릿속에 담겨 있다.

보랏빛 꽃병에 꽂힌 수채화가.

친구는 그 그림을 잘 그려서 졸업할 때까지 그 선생님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나는 수채화를 그릴 줄 몰라서 칭찬은 커녕 그때부터 그림을 못 그린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만약에 그 당시에 이 한 권의 책이 나에게 있었다면 나는 그림 그리기가 취미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자매 중에서도 언니들은 취미로 유화를 그려서 집에 걸어 놓기도 하고, 선물로 주기도 한다.

동생도 취미로 도예와 수채화를 했는데, 모두 전시회까지 할 정도의 수준급 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나는 그때의 트라우마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한 권으로 끝내는 수채화>책을 펼쳐드니 이런 생각들에 잠시 빠져 들었다.

수채화는 약 3500년전 수채물감으로 파피루스에 그림을 그려 넣은 것을 시초로 본다. 그러나 본격적인 수채화라고 하면 동양 종이의 제조 기술이 유럽으로 전해지면서 부터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수채화의 시작을 동양으로 보는데, 수채화에는 한국적 정서가 스며 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마도 수채화 기법 중의 하나인 '번지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이 '번지기 기법'에 익숙하지 못했던 것이 중학교 때의 나의 수채화 그리기였다고 생각된다.

예전에는 수채화라고 하면 미술의 기초 과정쯤으로 생각되었다. 그래서 수채화 작품은 그리 큰 작품들이 없었고, 수채화로 그린 그림을 작품이라고 칭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기초과정, 습작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요즘에 있어서는 재료적, 기법적 한계를 뛰어 넘어 독창적 표현을 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수채화를 그릴 때 사용하는 종이, 붓, 물감 등의 종류에 관한 것부터 설명해 준다.

그리고 가장 기초적인 구와 사과를 수채화로 그리는 방법.

수채화의 기법인 번지기 기법, 닦아내기 기법, 긁어내기 기법, 드라이 브러시 기법, 뿌리기 기법을 설명한다.

그리고 세세한 부분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소재에 따라서, 주제에 따라서는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등에 대한 설명을 곁들인다.

이슬과 물방울의 표현, 이런 표현 방법을 익히면 좋은 작품이 탄생할 것이다.

이 책은 읽을 내용보다는 수채화 그림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수채화를 그린다는 것은 책을 읽어서 되는 것은 아니니까, 용기를 내서 한 번 그려 보도록 하자~~

집에는 수채화 도구는 모두 갖추어져 있다. 붓, 물감 등이 있는데, 그것을 꺼내서 그림을 그려 본다는 것은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이 책을 펼쳐 보니, 옛 생각도 나고, 한 번 그림을 그려 볼까 하는 생각도 들게 되는 것이다.

수채화의 입문서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책은 없을 것같다.

얼마전에 친구를 만났을 때에 친구는 대형 서점에 같이 가서 스케치에 대한 책을 샀다. 스케치부터 연습을 해 보겠다고 했는데, 이 책도 친구에게 권해 주고 싶은 책이다.

예전의 수채화 그리던 그 모습이 참 부러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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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2012-11-15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채화의 입문서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책은 없을 것같다." 라는 말이 굉장한 자력을 갖고 있는데요^^ 꼭 사봐야 겠어요.

라일락 2012-11-16 00:17   좋아요 0 | URL
수채화를 그리기 위한 입문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채화에 필요한 용구의 선택부터 시작하여 기초에서부터 차근차근 가르쳐 주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