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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의 친전 -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차동엽 지음 / 위즈앤비즈 / 2012년 10월
평점 :
2009년 2월, 영하의 추운 날씨에 명동 거리는 온통 사람들로 북적였다.
우리의 큰 어르신인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을 하셨기에 그의 마지막 모습을 마음에 담기 위한 사람들의 행렬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명동성당에 이르기는 길은 바로 눈 앞에 있었지만, 사람들은 골목 골목을 돌고 돌아서 먼 길을 추위에 떨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옮겨 가고 있었다.
벌써 세월을 흘러 김수환 추기경이 우리 곁을 떠난 지도 2년이 훌쩍 넘었다.
천주교 신자가 아니어도 가끔은 그 분의 말씀이, 그분의 모습이 그리워진다.
(내 앨범 속에 간직된 사진 중에서)
<김수환 추기경의 친전>은 김수환 추기경이 50 여년 전에,
" 아빠는 집을 나갔고요, 엄마는 병으로 누워 있어요. 제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동생 뒷바라지를 하고 있지만,... 하루 하루가 정말 힘들어요. 추기경님이 저를 위해서 좋은 말씀 하나만 적어 주세요"라는 어떤 여학생에게 적어 주었던 메모에서부터 나라에 힘들 일이 있을 때마다 음성으로 들려주셨던 육성을 이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이 책은 <무지개 원리>로 잘 아려진 '차동엽'신부에 의해서 엮어졌다.
" 독자는 글로 읽을지 모르지만 나는 육성으로 듣는다. 이 '친전'을 읽기 위해 수집한 김 추기경의 원고뭉치들은 읽을수록 글이 아니었다. 살아서 메아리치는 목소리였다. 왜? 글은 멀리서도 간접적으로 읽지만, 육성은 가까이서 직접적으로 들려오기 때문이다. 그만큼 김 추기경의 '친전'은 한 사람 한 사람을 수신인으로 향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글 아닌 육성은 바로 당신을 위한 격려이다. " (p.p. 76~77)


그러니 이 책을 읽으면서 김수환 추기경이 우리에게 전하는 '친전'으로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그는 힘들고 지친 사람들, 병든 사람들, 어두운 곳에 있는 사람들을 비롯하여 그 누구라도 마다 하지 않고 만나서 대화를 나누셨던 분이다.
사람들이 만나지 말기를 권하는 마이클 잭슨도, 쉼터의 여인들도, 에이즈 환자도, 그 분에게는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김수환 추기경은 훗날, 자신이 광주 민주화운동이 일어나던 그곳에 함께 있지 못함을 힘들어 하시기도 했고, 6.10 항쟁 당시에는 명동 성당에 들어온 경찰들에게 시민들의 앞에 자신이 서겠다고 하실 정도로 국가와 민족을 두루 생각하신 분이다.
"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 슬퍼 우는 사람들을 수없이 찾아 다녔지만 그들과 삶을 나누지는 못했음을 부끄러이 고백한다. " (p. 205)

그런 분이 남기신 글과 육성은 우리들에게 삶의 지혜와 행복에 이르는 길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언젠가도 읽었던 그분의 말씀 중에서 가장 마음 속에 크게 자리잡는 건,
"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 오는 데 칠십 년 걸렸다"(p. 237)는 말씀이다. 김수환 추기경이 칠십 년 걸린 가슴으로 내려온 그 '사랑'.

그러니 우리에게 가슴으로 내려온 '사랑'을 행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 아닐까.
그래도, 그 말씀에 힘입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내려온 '사랑'을 실천하고 싶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수환 추기경이 시종일관 강조하고, 가르치고, 퍼트린 세가지인 "진리, 정의, 사람!"을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