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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뱅이 언덕 - 권정생 산문집
권정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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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뱅이 언덕>을 읽기 전에 생각나는 드라마가 있어서 검색을 해 보았다.

1990년 9월 1일부터 12월 30일까지 토요일, 일요일 8시에 방영되던 <몽실언니>이다.

오래전의 기억이기는 하지만, 상당히 인기리에 방영되었기에 많은 시청자들의이 많이 기억하는 드라마일 것이다.

6.25 전쟁이 시대적 배경인데, 가난하고 힘든 삶 속에서도, 신체적 어려움 속에서도 동생들을 돌보면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몽실이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눈물을 많이도 흘리게 했던 드라마인데, 권정생의 <몽실언니>라는 어린이들을 위한 창작동화가 원작인 것이다.

그리고 권정생이 쓴 동화인 <강아지 똥>도 생각이 나는데, 이 그림동화는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강아지 똥을 더럽다고 비웃고 천대하지만, 결국에는 강아지 똥이 민들레의 거름이 되어서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는 내용의 동화인데, 이 세상에서 보잘 것 없고 천대 받는 것들도 다 쓸모가 있음을 이야기해 주는 것이다.

 

    

 

권정생 작가의 <몽실언니>, <강아지 똥>은 모두 가장 낮은 곳의 이야기이지만, 그 어떤 이야기보다도 자신감과 자긍심을 가져다 주는 희망의 이야기들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세상에서 가장 낮은 이야기들이 작품으로 쓰여질 수 있었던 것은 권정생의 삶의 이야기가 녹아 있었다는 것을 <빌뱅이 언덕>을 통해서 자세하게 알게 되었다.

 

 

작가의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에 큰 아들과 작은 아들을 고국에 남겨 둔 채로 나머지 아이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건너간다. 일본에서 권정생을 낳게 되고, 해방이후에 화물열차의 구석에 앉아서 고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의 아버지는 청소부였는데, 쓰레기 더미 속에서 헌 책들을 골라서 아들에게 읽히게 되고, 그것이 훗날 권정생이 작가가 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는 너무도 가난하여 집을 떠나 거지 생활을 하면서 떠돌아 다니다가 안동의 어떤 마을의 교회 종지기가 된다.

전쟁과 가난, 부모의 죽음과 작가 자신의 오랜 병고....

심지어 거지로 떠돌다가는 죽을 결심까지도 하였던 작가이기에 그의 작품 속의 주인공들이 가난하고 병들고, 쓸쓸하고 외롭고 힘겹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삶에는 언제나 희망이 살아 있는 것이다.

 

<빌뱅이 언덕>은 2007년 세상을 떠난 권정생의 산문집으로 이런 작가의 이야기들이 진솔하게 표현되고 있다.

 

 

책의 1부가 작가의 자전적 산문들이라면, 2부와 3부는 1970년부터 2000년대에 걸쳐서 우리들의 삶과 사회를 성찰한 산문들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제목인 빌뱅이 언덕은 작가가 1983년에 <몽실언니>를 쓰게 되어 계약금으로 받은 돈을 가지고 작은 오두막집을 짓게 되는데, 그 언덕이기도 하고, 5년전에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 산등성이를 타고 올라가서 유해를 뿌린 곳이기도 하다.

그러니, 빌뱅이 언덕은 작가가 살아서도, 죽어서도 함께 하는 그의 안식처인 곳이다.

이 책 속의 산문들은 이미 절판된 책 속에 담겨 있던 글들이 상당수에 달하기에 읽고 싶어도 읽을 수 없어서 안타까웠던 글들이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 가족 이야기, 6.25 전쟁 이야기, 오늘날의 교육, 종교, 통일, 평화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글들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작가 주변에서 소재를 찾아서 썼기에 그 산문들을 통해서 작가의 삶의 모습을 좀더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의 부록으로는 몇 편의 시와 함께 아주 짧은 동화 <30억 잔치>라는 글이 실려 있다.

 

 

 

빌뱅이 언덕

 

하늘이 좋아라.

노을이 좋아라.

 

해거름 잔솔밭 산허리에

기욱이네 송아지 울음소리

 

찔레 덩굴에 하얀 꽃도

떡갈나무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하늘이 좋아라

해질녘이면 더욱 좋아라.

- 안동문학 19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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