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이사부 - 제1회 포항국제동해문학상 수상작
정재민 지음 / 고즈윈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들은 그동안 통일신라 이전의 삼국시대의 이야기에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고대의 역사 속의 인물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다. 그건, 문헌의 빈약함도 있겠지만, 그동안에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조선시대의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추었던 경향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행인 것은 요즘의 TV 사극 드라마들이 좀더 폭넓게, 고구려, 신라, 백제의 이야기를 다루어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사부' - 분명 우리에게 낯익은 이름이지만, 그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우산국을 정벌한 신라의 장군이라는 답 밖에 별로 덧붙일 말이 없는 것이다.
그가 미실의 시아버지이고, 염촉(이차돈)의 생부이거나 삼촌 정도가 된다는 것.
그리고, 소지 마립간이 죽으면서 원종(법흥왕)에 의해서 그의 아버지인 아진종이 제거되고, 지증왕이 왕이 되었다거가 원종이 이사부를 제거하려는 계략을 꾸몄다거나 그런 이야기는 금시초문일 것이다.
물론, 이 소설의 내용이기에 나처럼 신라의 역사에 문외한인 사람은 소설과 허구의 경계선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너무도 우리의 고대 역사에 백지상태에 가깝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문학평론가인 하응백의 글이 와닿기에 잠깐 소개한다.

역사소설은 늘 상상력과 역사적 사실 사이의 곡예다. 상상력이 지나치면 믿음이 가지 않고, 역사가 주가 되면 재미가 없어진다. (책 뒤표지 글 중에서)

이 문장은 내가 역사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점이었는데, 너무도 적확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어른들이 역사 드라마나 역사 소설을 읽을 때는 그래도 판단능력이 있어서 괜찮겠지만,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그런 매체를 대할  때에 많은 혼란이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소설이기에 정사(正史)라고 생각하면서 읽는 것은 많은 혼란을 가져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우산국을 정벌한 이사부, 그의 삶은 파란만장한 굴곡의 역사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사부가 왕족인 보옥 공주의 아들.
이사부가 마복칠성에 들어갈 때부터 그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신(信)이다.
“식(食)과 병(兵)부터 구할 것인가, 신(信)부터 구할 것인가.”
그 질문에 그는 신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에게 닥치는 역경 속에서도 신을 추구한다.

신은 쌓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구나. (...) 우산국을 정복한다면 그 신은 현세에 그치지 않고 역사에도 길이 남을 것이다. (P228~229)

그가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보여주는 방책.
또한 1차 우산국 정벌후에 기회를 엿보면서 꾸미는 계책은 소설속의 이야기인지, 아니면 역사속의 한 이야기인지 궁금할 정도로 멋진 계략이다.
모든 전쟁에 나설 때에 이사부가 생각하는 것은 소지 마립간의 죽음에 함께 순장되었던 아버지의 혼이 갔을 동해의 기운과 고구려에 볼모로 넘겨진 어머니의 북쪽 기운을 받아서 전쟁에 임하는 것이다.
"동해에 계신 아버지가 도와주리라"는 생각으로~~


전쟁에서의 용맹한 행동과 교묘한 계책에 의한 승리도 잠깐.
그에게 처해지는 원종의 제거 작전. 그리고 그속에서 이사부가 꿈꾸는 사랑이야기.
그리고 이사부의 라이벌인 위화랑과의 우정과 견제.
통일신라의 기반이 된 화랑정신은 바로 이사부와 위화랑이 주축이 된 정신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신라사회의 풍속도, 불교가 융성하게 되는 계기, 그리고 왕권과 화백회의와의 관계 등 그당시의 정치, 문화, 사회, 종교의 모습들도 엿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소설은 1억원 고료의 제1회 포항 동해 문학상 수상작인데, 소설의 내용으로 보아서 적합한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 이사부'의 작가인 정재민의 이력이 또한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현직 판사인 젊은 작가.
이미 단편 '배려'와 장편 '사법연수생의 짜장면 비비는 법'과 '독도 인 더 헤이그'가 있다.
그는 아마도 "법관이 왜 소설을 쓰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이에 대한 답변은...

법관의 일과 소설가의일은 닮았다. 법관은 거짓들 속에서 진실을 찾고, 소설가는 거짓(허구)들을 통해서 진실을 말한다. 어느 쪽이든 인간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위한 일이다. " (책 속표지 글 중에서)

작가가 알고 있던 이사부는 내가 알고 있는 이사부처럼 '우산국을 정복한 장군'이었지만, 작가는 이 단 한 줄의 문장에서 문헌을 찾고 찾아서....
거기에 자신의 상상력을 담아서 굴곡많은 이사부의 일생을 멋지게 그려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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