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빼기 3 - 어느 날… 남편과 두 아이가 죽었습니다
바버라 파흘 에버하르트 지음, 김수연 옮김 / 에이미팩토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4 - 3"
이것은 단순한 수식이 아니다.
가슴이 철렁내려앉고, 머리속이 하얗게 질려버리는 충격적인 사건후에 홀로 남은 바버라의 이야기인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든 일이지만, 그 상실의 아픔을 견뎌내는 바버라의 행동과 마음은 보통사람과 다르다.
물론, 그 깊이는 더 깊고 시리고 아프지만.....
한 순간에 잃어버린 가족들을 잊기보다는 그 아름다웠던 기억 한 조각 한 조각을 모으고 가슴에 아로새기는 이야기가 더 처절하게 아파오는 것이다.


'4 빼기 3'은 전 독일 국민을 울린 감동의 실화이기에 더 가슴이 아픈 것이다.

2008년 3월 20일
단란하고 화목한 가정에 닥친 불행.
바버라는 자신의 일을 하기위해서 먼저 집을 나서고, 남편인 헬리는 평소 몰고 다니는 노란 피에로 버스에 아들 티모와 딸 피니를 태우고 기차 건널목을 건너려는 순간 열차와 충돌하게 된다.
그 교통사고로 인하여 바버라는 남편과 아들과 딸을 차례로 모두 잃게 된다.

  
남편인 헬리는 빨간코에 피에로 분장을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던 피에로.
바버라 역시 병원에서 병마와 죽음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피에로역을 하기도 하지만, 자신에게 닥친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일은 힘겹기만 하다. 
가족을 잃게 되는 교통사고가 일어난후에, 홀로 남은 바버라의 심경과 생활을 이 책은 너무도 절절하게 담고 있다.
바버라가 이 책의 첫 문장을 어떤 말부터 시작하여 써야할 것인지도 힘겨워했다는 것을 책을 펼치는 순간 느끼게 된다.

내가슴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지만, 사람들은 이런 시간들을 '과거'라고 부른다.
나는 이제야 '과거'라는 단어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됐다.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그토록 짧을 줄은 몰랐다. (p11)


그런데, 바버라가 충격적인 운명을 접하는 모습이나 사건이후의 일상은 보통사람들과는 다른 점들이 많다.
아픔을.... 상실을.... 헤어짐을....
남다르게 받아들이는 그 모습이 더 가슴이 시려올 정도이다.

 
 

그녀는 남편과 아들, 딸의 장례식을 '영혼의 축제'로 꾸미는 것이다.
장엄하고 슬픈 장례식이 아닌 피에로의 축제로.
그들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초대한다. 남편이 피에로였기에 동료 피에로들은 피에로 복장으로, 그리고 다른 초대 손님들도 검정 옷이 아닌 화려하고 화사하게 입고 오기를 바란다. 그리고 죽은 이들을 위한 꽃 세송이를 가져오라고....
또 하나의 부탁은 바버라 자신을 위한 것이다.
죽은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했던 이야기, 특히 가장 인상깊었던 이야기, 또는 자신이 모르는 재미있는 추억이 담긴 글을 써서 가져오라고 한다.

'기억'이란 마치 만화경과 같다. 들여다 볼 때마다 매번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만화경 속에는 아름다운 색깔의 조그만 돌들이 가득 들어 있다. 흔들 때마다 다른 그림, 다른 조합을 보여준다. 하지만 절대 거기 들어 있는 돌들을 한꺼번에 다 볼 수는 없다. 그러니 그저 지금 보이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기억도 마찬가지다. 그 자체는 끝도 없을 만클 넓디넓지만, 한 번에 보여주는 것은 늘 나를 감질나게 하는 짧은 장면들뿐이다. (p25)

영혼의 축제는 음악이 흘러 넘치고 화려하게.... 그리고 왁자지껄하게.
장례식에 참석한 한 노부인이 이 광경에 아연실색할 정도로 기막힌 방법으로 고인들을 떠내 보낸다.
마지막에는 오색풍선을 하늘로 날려보는 광경을 상상해 보라.
그것은 바버라에게는 더 큰 마음의 슬픔을 이겨나가는 한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고인들을 하늘로 떠나보내는.... 그리고 티모가 천사가 되는 그런 마음을 담은 것이다.
이런 바버라의 죽음을 대하는 생각과 보내는 행동은 새롭게 느껴진다.

'사랑하는 사람은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기에 그들이 상대에게 말하는 것은 모두 좋은 뜻'이라는 것입니다. (p68)


장례식 이후에 동그마니 홀로 남은 그녀에게 홀로선다는 것.
그리고, 가족들을 보낸 후에 견딘다는 것.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자신을 향한 위로의 말 한 마디가 그녀를 더 힘들게 만든다는 것.
삶은 그녀에게 '고통, 슬픔, 분노'라는 손님으로 찾아온 것이다.
그녀는 상실의 단계인 고통, 슬픔, 분노를 이겨나가야만 한다.
상실의 마지막 단계는 '열린 마음과 새출발'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녀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독하고 아픈 슬픔속에서 삶에 대한 희망을 찾아가는 그녀의 이야기는 1년간의 기록이다.
그녀는 차곡 차곡 가족들의 기억을 마음속에 담아가고 있으며, 언제까지나 그 기억들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이제 바버라는 운명이, 삶이 그녀에게 무엇을 주려고 했는가를 조금씩 알아가기 위해서 스스로 그 아픔속에서 벗어나고 있다.
가족들을 잃기 전의 일상으로 조금씩 복귀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바버라가 슬픔을 슬픔 그대로 받아들여서  펑펑 울었다면,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면 그 치유가 더 빨랐을지 모르나 그녀는 슬픔을 슬픔으로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기에 더 처절하고 힘들고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슬픔을 슬픔이 아닌, 가족의 기억을 놓치지 않으려는 생각으로 견텨낸 것이다.
그녀는 그 기억을 모조리 가슴속에, 머리속에 담아놓으려고 했던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낼 수 없으니까.
그러나 마치 그녀는 '쿨'하게 가족들을 떠나보냈다고 생각하는 것이며, 그후의 생활도 아픈 모습들은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많이 작용하여 그렇게 행동했던 것이다.
자기 자신안으로 깊이 숨어버린 것이다.

그녀가 받은 수많은 편지중에서
'나 또한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 반드시 끔찍한 일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 죽음이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문을 열어주는 고마운 선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영원한 삶이 있는 곳, 조건이 없는 사랑, 운명에 대한 믿음 같은 것 말입니다.' (249)
세상은 그녀에게 '더 이상 침대속에 숨어있지 말라'고 경고하듯하지만
'하지만 난 아직 준비가 안 됐어! 날 더러 뭘 어쩌란 말이야?' (p254)



 

지금, 홀로 살아남은 그녀는 가족들의 죽음을 통해 탈바꿈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후에 느꼈던 감정들이 남아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이야기가 얼마나 더 슬픈 감정의 표현인가를 느끼게 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슬픈 이야기이지만 가슴이 시리도록 아프면서도, 잔잔하게 흐르는 에세이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명상록의 한 부분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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