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위로할 것 - 180 Days in Snow Lands
김동영 지음 / 달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이병률의 '끌림'에 끌려서 읽게 된 책이 '너도 떠나보면 알게 될거야'였고, 이어서 김영하의 'stay', 그리고 여행자 시리즈. 또다시 개정판 '끌림' 그리고 다시 김동영의 '나만 위로할 것'.
이런 류의 책들은 그 흔한 여행서에 비해서 특별한 관광지를 둘러보는 그런 이야기들이 아니라서 좋고, 일생에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기는 하지만 쉽게 떠나기에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이런 작가들처럼 그냥 그저 그렇게 그곳에 푹 빠져서 잠시나마 생활인으로 머물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해 준다.
'나만 위로할 것'은 그의 전작인 '너도 떠나보면 알게 될거야'와 거의 같은 톤의 이야기이다. '너도 떠나보면 알게 될거야'가 출간된 후에 조금씩 팔리다가 어느날 한 연예인이  그 책을 들고 TV에 나오게 되자 선풍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고 하지만, 그 책에서 느꼈던 느낌들은 나에게는 아주 오랫동안 남아 있었던 그런 좋은 느낌의 책이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나만 위로할 것'도 나에게는 전작의 느낌을 이어 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가 보다.
혹자는 이런 생각을 할 지도 모른다. 저자가 새로운 책을 내기 위해서 떠난 여행은 아니었을까 하는....
누구나 똑같이 아침에 일어나고, 직장에 다니고 휴일에는 쉬고, 나이가 들면 결혼을 하고, 그리고 2세를 낳고....
사람들에게는 이런 생활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론,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며 훌쩍 떠날 수도 있는 것이고, 낯선 곳에서 여행자도 아닌, 생활인도 아닌, 그렇다고 도피자도 아닌, 그 누군가로도 살아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와같은 마음 속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그러나, 그의 아일슬란드로의 떠남은 필연적인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 속에는 그만의 외로움과 아픔이 고스란히 묻어있기에.
그는 아무도 안 가는 길, 그가 처음 발견한 길을 걷기도 한다.

"거기 가면 아무 것도 없어."
그래도, 그는 여행자가 아니기에 그 길을 간다.
그가 찍은 사진들은 아이슬란드의 눈 속의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왠지 외로움이 묻어있다.
아이슬란드는 아주 조용한 나라야. 특히 백야의 새벽에는 모든 게 새파랗게 물들곤 하지 (P36)

그러나, 길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은 너무도 환하고 아름답다.



그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방황(?)을 하였는지 스웨덴 예리보리에서 런던을 가기 위한 출입국 심사대의 여인은

내가 지금까지 여기서 일하면서 본 여권 중에서 가장 낡고 꼬깃꼬깃하지만, 그 안은 화려해서 마치 작은 세계 지도 같네요 (P124)



레이카비크의 카페 '바바루'에서 제일 싼 300크로나 차를 마시면서 하루 5시간씩 일주일에 6일을 자신의 지정 자리에 앉아 그는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찾고, 무엇을 썼을까?
때마침 닥쳐온 재앙인 아이슬란드 남부 산악지대에서 폭발한 2번의 화산 폭발.
뿌연 화산재가 날리는 아이슬란드. 도로가 붕괴되고 공항을 폐쇄되고, 유럽 전체에 항공기 운항마저 끊어져 버린 그곳의 풍경은 작가의 힘겨운 삶의 모습과 너무도 일치되는 것은 아니었을까.
훌쩍 떠나와 머물고 있는 도시의 재앙은 그의 불운을 이야기하기라도 하는 듯하다.
여행이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여행에서 만난 마리에게 여행은?


이 책의 저자인 생선에게 여행은?


이 책을 읽으면서 여행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된다.
그가 들려주는 음악 이야기.
음악을 사랑하고, 여행을 사랑하며,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그의 모습이 음악과 함께 흐른다.  
그러나, 두 번에 걸친 180일의 아이슬란드의 여행에서도 그는 그의 인생의 답을 찾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멀지않아 또 지구촌 어딘가에 틀어박혀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풍경에 취하고, 음악을 사랑하면서, 자신의 삶을 반추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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